[클로즈업 북한] 김원균부터 모란봉까지…북한의 음악정치

입력 2016.07.16 (08:08) 수정 2016.07.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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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독재체제를 오랜 세월 유지하다 보니, 예술이 정치의 시종이 되는 일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데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음악이 꼽히고 있는데요.

그래서 북한엔 ‘음악정치’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본질은 유지하되 세습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나름의 변신을 꾀해온 북한 음악정치의 계보와 실체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북한 최고 예술단의 연주와 합창 소리로 가득 찬 공연장.

북한의 대표적인 선전음악 작곡가 김옥성이 태어난 지 100주년을 맞아 열린 공연이다.

북한 TV는 한 시간여를 할애해 공연 실황을 중계방송했다.

수천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김옥성의 유가족까지 초대됐다.

<녹취> 사회자 : “할머니 연로하시지만 한마디 좀 해주시겠습니까?”

<녹취> 은영남(김옥성 부인) : “정말 저희 남편에게 온갖 사랑을 다 부여해주시고 이끌어주시고 내세워주신 분은 바로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이시고 우리 당입니다.”

한 작곡가를 기리기 위한 성대한 공연에 기록영화까지 만들어 선전하고 있는 북한.

이곳에서 ‘음악’과 ‘음악인’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녹취> '영광드립니다. 조선노동당이여' : “영광을 드립니다. 당이여. 감사를 드립니다. 당이여.”

지난 5월, 36년 만에 열린 제 7차 당대회 첫날, 북한 TV를 통해 방영된 신곡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이 노래를 시작으로,

<녹취> '우리는 만리마 기수' : “자기 힘을 믿고 만난 헤쳐 가는 우리들은 만리마 기수, 만리마 조선의 기상이여 ”

연이은 속도전 속에 북한 당국이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만리마 정신’을 강조하는 노래와,

<녹취> '간절한 마음' : “아 그 언제면 뵈오랴. 우리의 원수님...”

김정은을 사모하는 듯한 가사의 노래까지.

음악을 통해 최고지도자를 우상화하고 사상 통제를 시도하는 이른바, ‘음악정치’의 일면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에서 음악을 포함해서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것의 1차적 목표는 주민들로 하여금 당이 제시한 정책방향으로 나올 수 있게끔 고무 추동하는, 다시 말씀해서 선전선동하는 기능을 1차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 역시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수단, 그 다음에 인민 교육의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 초창기 ‘음악정치’의 선봉대 역할을 한 건 김원균, 리면상, 김옥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작곡가들이었다.

<녹취> '김일성 장군의 노래' :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특히, 김원균이 작곡한 <김일성 장군의 노래>는 김정일이 주요 정치행사에서 북한 국가를 대체해 부르라고 지시했던 대표적인 우상화 음악이다.

이 노래 등을 작곡한 공으로 최고 음악 영재들이 다닌다는 평양음대에 사후 그의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최근 쇼팽국제청소년피아노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마신아 양도 이곳 학생이다.

또, 김정일이 최고의 작곡가로 꼽은 김옥성은 ‘결전의 길로’ 등 군가풍 가요를 주로 만들었다.

이들은 이렇게 김일성의 빨치산 활동을 찬양한 ‘혁명가요’나 ‘전시가요’, 그리고 우상화 노래인 ‘송가’를 집중적으로 작곡했다.

후계자 김정일은 1980년대 직접 창단을 지시한 ‘왕재산경음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을 통해, 이른바, ‘악단정치’를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과시했던 김정일은 ‘음악으로 고난을 극복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소위 ‘음악정치’를 본격화했다.

<녹취> '반갑습니다' :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비장한 혁명가요나 우상화 노래 일색이던 이전과 달리, 대중성을 겸비한 ‘생활가요’를 통해 사상 교육 효과를 노렸다.

<녹취> '휘파람' :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몇 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휘파람’과 ‘반갑습니다’ 등이 바로 대표적인 ‘생활가요’다.

<녹취> “단숨에!”

미사일 모형이 장식된 무대에서 미사일 발사 영상을 배경으로 경쾌한 공연을 선보이는 젊은 여성들.

김정은식 음악정치의 상징이자 김정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 모습이다.

2012년 등장한 모란봉 악단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등 과감한 의상에 화려한 조명과 무대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헐리우드 상업영화 록키의 주제곡을 연주하는가 하면, 미국 만화 영화 캐릭터 인형이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인터뷰> 천현식(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 “서구식 팝음악적인 그런 양식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상대적으로 수용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세련된 이미지,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 젊은 이미지를 김정은 시대에 차용하고 대표하는 것으로서 모란봉악단을 사용하고 있다, 지지하고 또 지원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녹취> “세상이여 부러워하라. 우리를 부러워하라."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자축 공연은 김정은식 음악 정치의 절정을 보여줬다.

젊고 세련된 모습의 모란봉악단과 그 라이벌 격인 청봉악단의 공연이 현란한 편집과 함께 방송됐다.

<녹취> '우린 사랑한다' : “우린 사랑한다. 나서 자라난 이 땅의 모든 것을. 우린 꾸려간다. 더욱 번영할 내 조국 위하여.”

공훈국가합창단까지 함께한 이례적인 합동 공연.

<녹취> 우리의 신념 : “김정은 동지따라 승리만 떨치리”

무대 배경 속 활짝 웃는 얼굴의 김정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무대 영상은 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지 보여준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새로운 수령의 어떤 등장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북한 내에서 전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그러한 새로운 시대 의 어떤 변화, 그 다음에 이제 지속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바로 세 합창단의 공연을 통해가지 고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측면에서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를 강화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용돼 온 음악. 북한 음악의 특성 때문에 그 선전성이 배가됐다는 평가도 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절가 형식으로 되어 있죠. 절가라는 것은 4음절, 우리로 치면 발라드나 조금 더 옛날로 치면 뽕짝류의 가사들 4음절로 되어 있고 음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랩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가사 중심으로 되어 있죠.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쉽게 따라 배울 수 있고 금방 기억할 수 있는 그런 것이 특징입니다.”

<녹취> “아 보고싶은 김정은 원수님”

또한 북한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체제선전 목적의 음악을 의무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우상화 효과는 더 커진다.

<인터뷰> 한서희(인민보안성협주단 성악배우 출신 탈북민) :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들이 굶을 때 내가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겠냐라고 하면서 그 노래를 부르기 전에 저희한테 이런 사상을 먼저 알려줘요. 이런 장군님을 위해서 우리가 정말 뭔가를 해야 되지 않겠냐 이 노래는 이런 내용으로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얘기를 하면 거기에 자기도 모르게 우상화 교육을 항상 받아왔기 때문에 심취가 되어서 울면서 부르기도 했었어요. 어렸을 때는”

그러나 최근엔 우상화 일색의 노래들이 외면 받고, 주민들이 가사를 바꿔 부르는 일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한서희(인민보안성협주단 성악배우 출신 탈북민) : “북한에서 지루함을 달래고자 웃음으로 승화시키려고 북한의 노래를 조금씩, 조금씩 개사했던 것이 이제는 완전히 대담해져서, 심지어는 우상화 노래 이런 것도 몰래 몰래 개사해서 조롱하는 식으로 부른다고 해요.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서 그런 노래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을 통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는 김정은 시대의 노래.

그러나 가사 내용은 여전히 북한 정권의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다.

<녹취> “그이 없인 못살아 김정은 동지”

<녹취> “이밤도 지새십니까. 원수님, 원수님”

<녹취> “자애로운 우리 원수님”

마치 사랑 노래를 연상시키는 듯한 제목과 가사를 사용해 독재자에 대한 찬양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정통성 약한 어린 세습 독재자를 찬양하다 보니 내용면에선 오히려 퇴행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김원균부터 모란봉악단까지, 70년 세월을 음악이 정치에 봉사하도록 강제해 온 북한.

표현의 자유가 생명인 예술마저 독재 유지의 수단으로 삶는 현실은 체제의 한계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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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원균부터 모란봉까지…북한의 음악정치
    • 입력 2016-07-16 08:32:06
    • 수정2016-07-16 13: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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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은 독재체제를 오랜 세월 유지하다 보니, 예술이 정치의 시종이 되는 일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데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으로 음악이 꼽히고 있는데요.

그래서 북한엔 ‘음악정치’라는 말도 있습니다.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본질은 유지하되 세습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나름의 변신을 꾀해온 북한 음악정치의 계보와 실체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북한 최고 예술단의 연주와 합창 소리로 가득 찬 공연장.

북한의 대표적인 선전음악 작곡가 김옥성이 태어난 지 100주년을 맞아 열린 공연이다.

북한 TV는 한 시간여를 할애해 공연 실황을 중계방송했다.

수천 명의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김옥성의 유가족까지 초대됐다.

<녹취> 사회자 : “할머니 연로하시지만 한마디 좀 해주시겠습니까?”

<녹취> 은영남(김옥성 부인) : “정말 저희 남편에게 온갖 사랑을 다 부여해주시고 이끌어주시고 내세워주신 분은 바로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이시고 우리 당입니다.”

한 작곡가를 기리기 위한 성대한 공연에 기록영화까지 만들어 선전하고 있는 북한.

이곳에서 ‘음악’과 ‘음악인’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녹취> '영광드립니다. 조선노동당이여' : “영광을 드립니다. 당이여. 감사를 드립니다. 당이여.”

지난 5월, 36년 만에 열린 제 7차 당대회 첫날, 북한 TV를 통해 방영된 신곡이다.

당에 대한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이 노래를 시작으로,

<녹취> '우리는 만리마 기수' : “자기 힘을 믿고 만난 헤쳐 가는 우리들은 만리마 기수, 만리마 조선의 기상이여 ”

연이은 속도전 속에 북한 당국이 구호로 내세우고 있는 ‘만리마 정신’을 강조하는 노래와,

<녹취> '간절한 마음' : “아 그 언제면 뵈오랴. 우리의 원수님...”

김정은을 사모하는 듯한 가사의 노래까지.

음악을 통해 최고지도자를 우상화하고 사상 통제를 시도하는 이른바, ‘음악정치’의 일면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에서 음악을 포함해서 문화예술이라고 하는 것의 1차적 목표는 주민들로 하여금 당이 제시한 정책방향으로 나올 수 있게끔 고무 추동하는, 다시 말씀해서 선전선동하는 기능을 1차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 역시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수단, 그 다음에 인민 교육의 방법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김일성 시대, 초창기 ‘음악정치’의 선봉대 역할을 한 건 김원균, 리면상, 김옥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작곡가들이었다.

<녹취> '김일성 장군의 노래' :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특히, 김원균이 작곡한 <김일성 장군의 노래>는 김정일이 주요 정치행사에서 북한 국가를 대체해 부르라고 지시했던 대표적인 우상화 음악이다.

이 노래 등을 작곡한 공으로 최고 음악 영재들이 다닌다는 평양음대에 사후 그의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최근 쇼팽국제청소년피아노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마신아 양도 이곳 학생이다.

또, 김정일이 최고의 작곡가로 꼽은 김옥성은 ‘결전의 길로’ 등 군가풍 가요를 주로 만들었다.

이들은 이렇게 김일성의 빨치산 활동을 찬양한 ‘혁명가요’나 ‘전시가요’, 그리고 우상화 노래인 ‘송가’를 집중적으로 작곡했다.

후계자 김정일은 1980년대 직접 창단을 지시한 ‘왕재산경음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을 통해, 이른바, ‘악단정치’를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과시했던 김정일은 ‘음악으로 고난을 극복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소위 ‘음악정치’를 본격화했다.

<녹취> '반갑습니다' :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비장한 혁명가요나 우상화 노래 일색이던 이전과 달리, 대중성을 겸비한 ‘생활가요’를 통해 사상 교육 효과를 노렸다.

<녹취> '휘파람' :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몇 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휘파람’과 ‘반갑습니다’ 등이 바로 대표적인 ‘생활가요’다.

<녹취> “단숨에!”

미사일 모형이 장식된 무대에서 미사일 발사 영상을 배경으로 경쾌한 공연을 선보이는 젊은 여성들.

김정은식 음악정치의 상징이자 김정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모란봉 악단의 공연 모습이다.

2012년 등장한 모란봉 악단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 등 과감한 의상에 화려한 조명과 무대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헐리우드 상업영화 록키의 주제곡을 연주하는가 하면, 미국 만화 영화 캐릭터 인형이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인터뷰> 천현식(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 “서구식 팝음악적인 그런 양식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상대적으로 수용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세련된 이미지,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 젊은 이미지를 김정은 시대에 차용하고 대표하는 것으로서 모란봉악단을 사용하고 있다, 지지하고 또 지원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녹취> “세상이여 부러워하라. 우리를 부러워하라."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 자축 공연은 김정은식 음악 정치의 절정을 보여줬다.

젊고 세련된 모습의 모란봉악단과 그 라이벌 격인 청봉악단의 공연이 현란한 편집과 함께 방송됐다.

<녹취> '우린 사랑한다' : “우린 사랑한다. 나서 자라난 이 땅의 모든 것을. 우린 꾸려간다. 더욱 번영할 내 조국 위하여.”

공훈국가합창단까지 함께한 이례적인 합동 공연.

<녹취> 우리의 신념 : “김정은 동지따라 승리만 떨치리”

무대 배경 속 활짝 웃는 얼굴의 김정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무대 영상은 이 공연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지 보여준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새로운 수령의 어떤 등장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야말로 북한 내에서 전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알리고, 그러한 새로운 시대 의 어떤 변화, 그 다음에 이제 지속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바로 세 합창단의 공연을 통해가지 고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측면에서의 연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를 강화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이용돼 온 음악. 북한 음악의 특성 때문에 그 선전성이 배가됐다는 평가도 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절가 형식으로 되어 있죠. 절가라는 것은 4음절, 우리로 치면 발라드나 조금 더 옛날로 치면 뽕짝류의 가사들 4음절로 되어 있고 음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랩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없기 때문에 철저하게 가사 중심으로 되어 있죠.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쉽게 따라 배울 수 있고 금방 기억할 수 있는 그런 것이 특징입니다.”

<녹취> “아 보고싶은 김정은 원수님”

또한 북한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체제선전 목적의 음악을 의무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우상화 효과는 더 커진다.

<인터뷰> 한서희(인민보안성협주단 성악배우 출신 탈북민) : “김정일이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들이 굶을 때 내가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겠냐라고 하면서 그 노래를 부르기 전에 저희한테 이런 사상을 먼저 알려줘요. 이런 장군님을 위해서 우리가 정말 뭔가를 해야 되지 않겠냐 이 노래는 이런 내용으로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얘기를 하면 거기에 자기도 모르게 우상화 교육을 항상 받아왔기 때문에 심취가 되어서 울면서 부르기도 했었어요. 어렸을 때는”

그러나 최근엔 우상화 일색의 노래들이 외면 받고, 주민들이 가사를 바꿔 부르는 일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한서희(인민보안성협주단 성악배우 출신 탈북민) : “북한에서 지루함을 달래고자 웃음으로 승화시키려고 북한의 노래를 조금씩, 조금씩 개사했던 것이 이제는 완전히 대담해져서, 심지어는 우상화 노래 이런 것도 몰래 몰래 개사해서 조롱하는 식으로 부른다고 해요.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서 그런 노래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을 통해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는 김정은 시대의 노래.

그러나 가사 내용은 여전히 북한 정권의 정치적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다.

<녹취> “그이 없인 못살아 김정은 동지”

<녹취> “이밤도 지새십니까. 원수님, 원수님”

<녹취> “자애로운 우리 원수님”

마치 사랑 노래를 연상시키는 듯한 제목과 가사를 사용해 독재자에 대한 찬양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정통성 약한 어린 세습 독재자를 찬양하다 보니 내용면에선 오히려 퇴행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김원균부터 모란봉악단까지, 70년 세월을 음악이 정치에 봉사하도록 강제해 온 북한.

표현의 자유가 생명인 예술마저 독재 유지의 수단으로 삶는 현실은 체제의 한계와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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