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톡톡] 사기 사건에 연류된 통장…은행 책임은?

입력 2016.07.20 (08:47) 수정 2016.07.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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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서 꼭 필요한 법률 상식 알아보는 <법률톡톡> 시간입니다.

은행 직원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통장을 개설해줬는데, 그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습니다.

은행직원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요. 정성훈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은행직원이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개설해준 통장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변>
네, 보통 통장 개설하려면 은행에 가서 직접 하거나 다른 사람을 보낼 때에는 통장 개설에 대한 대리권을 줘서 개설을 하게 되고 은행에서도 본인이 오면 신분증 등을 확인하고 대리인이 오면 위임장 등을 확인해서 개설해 주는데요.

이 사건에서 보면 해당 은행 직원은 평소 안면이 있던 권 모 씨가 피해자 대신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를 들고 와서 피해자 명의의 통장 개설을 요구하니까 피해자의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 명의로 된 통장을 개설해 준 것입니다.

사실 피해자 명의로 된 통장 개설을 부탁한 권 모씨는 군청 공무원이었는데요.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크게 손실을 입자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기로 마음을 먹고 피해자에게 접근해서는 군 소유의 토지를 살 수 있게 해줄 테니 입찰서 작성에 필요한 신분증과 도장을 달라고 속여서 통장을 개설했던 겁니다.

이러한 통장 개설 과정에서 은행 직원은 피해자의 위임장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던 거고요.

권 씨는 이렇게 피해자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 군청의 직인을 임의로 찍어서 마치 피해자를 위한 가상납부계좌인 것처럼 보이게 한 다음 피해자에게 이 통장으로 입찰대금 5억 원을 입금하라고 했고 피해자가 입금하자 미리 피해자 도장으로 만들어둔 출금전표를 이용해서 돈을 출금해 버린 사건입니다.

<질문>
군청직원이 사기행각을 벌인 거군요. 해당 군청 직원은 처벌됐나요?

<답변>
네, 그렇죠. 전형적인 사기 범죄인데 권 씨는 피해자가 입금한 5억 원을 출금해서 편취한 범행으로 징역 8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질문>
피해자는, 은행직원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소송을 냈는데, 어떤 판결이 나왔나요?

<답변>
네, 피해자는 은행 직원이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해 줘서 5억 원이라는 손해를 보았으니 통장을 개설해 준 은행 직원과 그 직원을 고용한 은행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먼저 대구고등법원은 은행직원과 은행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 손해금의 40%에 대해서만 책임지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법원은 은행거래 당사자가 해당 금융자산의 진짜 권리자인지까지 조사하고 확인할 의무가 금융기관에게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에게 계좌를 개설해주는 과정에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받고 대리인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최소한의 확인 절차마저 모두 생략할 경우, 범죄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과 은행직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해 주면서 은행 직원이 평소 안면이 있던 권 씨의 말만 믿고 피해자의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피해자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군유지를 사려고 했고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함부로 맡기는 등의 잘못이 있었으므로 은행 직원과 은행의 책임을 40% 정도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질문>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네, 이 사건을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사기를 친 권씨가 직접적인 불법행위자가 되고 아무런 확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준 은행 직원은 결과적으로 권씨의 불법행위를 도운 방조책임이 있는 건데, 방조라는 것이 불법행위를 쉽게 만드는 직간접적인 행위들을 말하는 거라서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확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방조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야 되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은행 직원이 확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준 행위 자체와 피해자가 5억 원을 손해 본 사실 자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즉, 권 씨가 피해자에게 군청 법인계좌라고 속이고 그 계좌로 토지 불하대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 받는 등 사기행위의 수단으로 계좌가 이용될 것이라는 사정을 은행 직원이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약간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 보면, 결국 은행 직원이 아무런 확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준 행위가 피해자가 5억 원을 손해 본 사실 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권 씨의 사기행위에 대해서 은행 직원과 은행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취지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한 것입니다.

<질문>
그러면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두 가지입니다.

가장 기본적인데도 종종 소홀히 하는 부분인데요.

첫째, 신분증이나 인감도장과 같이 거래행위에서 매우 중요한 물건을 함부로 누군가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둘째로, 이 사건처럼 금융거래건 혹은 부동산 거래건, 어느 거래에서건 간에 상대방이 진짜 거래 당사자인지, 만약 대리인이 나온 경우에는 그 사람이 진짜 대리권한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거래 당사자라면 신분증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대리인이라면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이 사건은 권 씨의 사기행위로 인해서 피해자는 수억 원의 손해를 입은 사건인데, 앞서 말씀드린 기본 원칙 2가지만 지켰더라도 권 씨의 범죄 때문에 피해자와 은행 직원이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두고 서로 다퉈야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겠지요.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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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0 08:51:14
    • 수정2016-07-20 09: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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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생활에서 꼭 필요한 법률 상식 알아보는 <법률톡톡> 시간입니다.

은행 직원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통장을 개설해줬는데, 그 통장이 범죄에 이용됐습니다.

은행직원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는데요. 정성훈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은행직원이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개설해준 통장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답변>
네, 보통 통장 개설하려면 은행에 가서 직접 하거나 다른 사람을 보낼 때에는 통장 개설에 대한 대리권을 줘서 개설을 하게 되고 은행에서도 본인이 오면 신분증 등을 확인하고 대리인이 오면 위임장 등을 확인해서 개설해 주는데요.

이 사건에서 보면 해당 은행 직원은 평소 안면이 있던 권 모 씨가 피해자 대신 주민등록증과 인감증명서를 들고 와서 피해자 명의의 통장 개설을 요구하니까 피해자의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 명의로 된 통장을 개설해 준 것입니다.

사실 피해자 명의로 된 통장 개설을 부탁한 권 모씨는 군청 공무원이었는데요.

주식투자에 실패해서 크게 손실을 입자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기로 마음을 먹고 피해자에게 접근해서는 군 소유의 토지를 살 수 있게 해줄 테니 입찰서 작성에 필요한 신분증과 도장을 달라고 속여서 통장을 개설했던 겁니다.

이러한 통장 개설 과정에서 은행 직원은 피해자의 위임장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던 거고요.

권 씨는 이렇게 피해자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 군청의 직인을 임의로 찍어서 마치 피해자를 위한 가상납부계좌인 것처럼 보이게 한 다음 피해자에게 이 통장으로 입찰대금 5억 원을 입금하라고 했고 피해자가 입금하자 미리 피해자 도장으로 만들어둔 출금전표를 이용해서 돈을 출금해 버린 사건입니다.

<질문>
군청직원이 사기행각을 벌인 거군요. 해당 군청 직원은 처벌됐나요?

<답변>
네, 그렇죠. 전형적인 사기 범죄인데 권 씨는 피해자가 입금한 5억 원을 출금해서 편취한 범행으로 징역 8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질문>
피해자는, 은행직원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소송을 냈는데, 어떤 판결이 나왔나요?

<답변>
네, 피해자는 은행 직원이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계좌를 개설해 줘서 5억 원이라는 손해를 보았으니 통장을 개설해 준 은행 직원과 그 직원을 고용한 은행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먼저 대구고등법원은 은행직원과 은행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 손해금의 40%에 대해서만 책임지라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법원은 은행거래 당사자가 해당 금융자산의 진짜 권리자인지까지 조사하고 확인할 의무가 금융기관에게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람에게 계좌를 개설해주는 과정에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받고 대리인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최소한의 확인 절차마저 모두 생략할 경우, 범죄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과 은행직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해 주면서 은행 직원이 평소 안면이 있던 권 씨의 말만 믿고 피해자의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피해자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군유지를 사려고 했고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함부로 맡기는 등의 잘못이 있었으므로 은행 직원과 은행의 책임을 40% 정도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질문>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판결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네, 이 사건을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사기를 친 권씨가 직접적인 불법행위자가 되고 아무런 확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준 은행 직원은 결과적으로 권씨의 불법행위를 도운 방조책임이 있는 건데, 방조라는 것이 불법행위를 쉽게 만드는 직간접적인 행위들을 말하는 거라서 그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지나치게 확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방조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어야 되는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은행 직원이 확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준 행위 자체와 피해자가 5억 원을 손해 본 사실 자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즉, 권 씨가 피해자에게 군청 법인계좌라고 속이고 그 계좌로 토지 불하대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 받는 등 사기행위의 수단으로 계좌가 이용될 것이라는 사정을 은행 직원이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약간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점도 고려해 보면, 결국 은행 직원이 아무런 확인 없이 통장을 개설해 준 행위가 피해자가 5억 원을 손해 본 사실 자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권 씨의 사기행위에 대해서 은행 직원과 은행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취지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한 것입니다.

<질문>
그러면 이런 피해를 막으려면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두 가지입니다.

가장 기본적인데도 종종 소홀히 하는 부분인데요.

첫째, 신분증이나 인감도장과 같이 거래행위에서 매우 중요한 물건을 함부로 누군가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둘째로, 이 사건처럼 금융거래건 혹은 부동산 거래건, 어느 거래에서건 간에 상대방이 진짜 거래 당사자인지, 만약 대리인이 나온 경우에는 그 사람이 진짜 대리권한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거래 당사자라면 신분증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대리인이라면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사실 이 사건은 권 씨의 사기행위로 인해서 피해자는 수억 원의 손해를 입은 사건인데, 앞서 말씀드린 기본 원칙 2가지만 지켰더라도 권 씨의 범죄 때문에 피해자와 은행 직원이 수억 원의 손해배상을 두고 서로 다퉈야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겠지요.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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