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수술실 파티’ 병원…이번엔 ‘매출 조작’

입력 2016.07.22 (08:32) 수정 2016.07.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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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의사에게 촛불까지 켜진 케이크를 건넵니다.

그런데 그 뒤쪽엔 수술 중인 환자가 보입니다.

황당하게도 수술실 안에서 생일파티를 벌인 건데요.

2년 전 해당 성형외과의 간호조무사가 이러한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려 큰 논란이 됐죠.

당시 보건복지부는 영상 속 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한 달간 자격정지 처분까지 내렸는데요.

그런데 해당 병원이 또다시 문제가 돼 원장이 구속됐습니다.

이번엔 매출 기록을 조작해 백 억 원 넘게 탈세한 혐의가 포착된 건데요.

경찰 조사 결과 병원의 비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문제의 성형외과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에 있는 빌딩 절반을 한 성형외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사만 10명이 넘는 대형 성형외과로, 특히 중국인 환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는데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버스에서 중국인들이 우르르 내려서 성형외과로 다 들어갔다고……. 중국인들 성형하고 많이 다녀요.”

그런데 지난해, 경찰에 이 병원을 둘러싼 수상한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이성훈(경위/강남경찰서 경제7팀) : “외국인 환자 매출을 감추는 방식으로 해서 세금을 탈루하고 다른 의료 진료 기록이나 이런 걸 전부 폐기해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첩보였습니다.”

병원이 매출을 조작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해당 병원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저희가 매출 일계표라는 것을 입수했고요. 거기 보면 그날그날에 진료했던 기록, 수술한 기록, 의학 기록이 다 들어있습니다. 진료기록 압수수색을 했고 거기 매출 일계표상에 있는 기록을 대조했는데…….”

병원의 매출 관련 기록을 살펴보던 경찰, 그런데 장부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금액 앞에 알파벳 Z 표시가 쓰여 있던 것.

이 Z 표시의 의미는 대체 뭘까.

경찰이 조사했더니 Z 표시는 바로 중국인 환자를 데려온 브로커에게 준 돈, 즉 중개 수수료의 암호 표시였습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수수료가 상당히 고가이기 때문에 (결제액의) 50% 이상 넘고 그러므로…….”

중국인 환자가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중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매출에 절반 이상을 중개 수수료로 건넨 겁니다.

이처럼 무리하게 중개 수수료를 낸 병원은 결국, 해서는 안 될 일을 꾸미게 됩니다.

<녹취> 성형외과 전 직원 A(음성변조) : “(브로커에게) 50%를 주고도 병원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니 세금은 탈세할 수밖에 없고 금액은 올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바로 매출 은폐와 탈세를 저질렀다는 것.

이를 위해 진료 기록을 무더기로 폐기하거나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는 수법이 동원됐습니다.

진료기록 자체가 없으니 매출기록도 자연히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매출 기록) 상당 부분이 많이 누락 됐었고 그 중에서 외국인 환자들이 거의 차트가 없어진 걸로 확인이 돼서…….”

심지어 결제가 아예 중국에서 이뤄진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의 카드 단말기 대신 중국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결제한 뒤 환전상을 통해 진료비를 받아내는 수법을 쓴 겁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중국에서 카드가 결제되면요. 그 돈이 한국에 있는 환전상들한테 연락이 갑니다. 그러면 그 환전상들이 결제되는 금액을 우리나라 원화 현금으로 브로커한테 돈을 주게 되고요. 그 현금을 가지고 병원에다가 전달을 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병원 매출로 잡지 않으면서 비밀리에 돈만 챙긴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형외과 원장 신 모 씨는 전체 환자의 70%에 달하는 중국인 환자의 매출을 누락시켰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3년 동안 탈세 규모가 무려 105억 원.

그런데 이 성형외과의 불법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제약사 7곳으로부터 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을 납품받는 조건으로 5억 원이 넘는 뒷돈까지 챙긴 걸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이성훈(경위/강남경찰서 경제7팀) : “납품 금액의 25~50%까지 현금으로 리베이트를 하든가 아니면 법인 신용카드 아니면 약품을 무상으로 그만큼 증액해서 무상으로 더 제공하든가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하나둘씩 비리가 드러난 성형외과.

사실 이 병원은 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SNS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 때문인데요.

간호사처럼로 보이는 여성들이 수술복을 입은 의사에게 촛불을 켠 케이크를 건네는 모습.

그런데 촛불을 끄는 의사의 등 뒤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보입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가 수술방에서 찍었다며 SNS에 올린 이 사진과 영상은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수술을 받는 환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는 등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엄격한 위생을 유지해야 할 수술방에서 단체로 간식을 먹는 모습까지 공개됐습니다.

<녹취> 성형외과 전 직원 B(음성변조) : “수술방에 수술도구라든가 들어있는 캐비넷 같은 거기에 열어보면 간호사들이 간식 종류를 많이 넣어놨더라고요.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요.”

당시 보건복지부는 사진에 등장한 의사와 간호조무사 2명에게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병원 역시 파장이 커지자 사과문을 올리는 등 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런데 당시 병원에 있던 직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녹취> 성형외과 전 직원 B(음성변조) : “병원 내부에서는 그다지 뭐 분위기라든가 많이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

경찰의 이번 탈세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2년 전 벌어진 비리까지 함께 밝혀졌습니다.

당시 수술실 사진들이 논란이 되면서 언론에 보도까지 되자 기사를 내려달라며 언론사 3곳에 약 3천만 원을 건넨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녹취> 이성훈(경위/강남경찰서 경제7팀) : “계좌를 봤는데 그 계좌에 언론사에 송금한 내용이 있어요. 먼저 (기사를 내리게) 해 달라 그런 정황들이 보여요.”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 문제의 성형외과.

경찰은 43살 신 모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의사와 제약회사 관계자 등 42명도 함께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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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수술실 파티’ 병원…이번엔 ‘매출 조작’
    • 입력 2016-07-22 08:35:28
    • 수정2016-07-22 09:20:50
    아침뉴스타임
누군가 의사에게 촛불까지 켜진 케이크를 건넵니다.

그런데 그 뒤쪽엔 수술 중인 환자가 보입니다.

황당하게도 수술실 안에서 생일파티를 벌인 건데요.

2년 전 해당 성형외과의 간호조무사가 이러한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려 큰 논란이 됐죠.

당시 보건복지부는 영상 속 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한 달간 자격정지 처분까지 내렸는데요.

그런데 해당 병원이 또다시 문제가 돼 원장이 구속됐습니다.

이번엔 매출 기록을 조작해 백 억 원 넘게 탈세한 혐의가 포착된 건데요.

경찰 조사 결과 병원의 비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뉴스따라잡기에서 문제의 성형외과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대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에 있는 빌딩 절반을 한 성형외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사만 10명이 넘는 대형 성형외과로, 특히 중국인 환자들 사이에서 유명했는데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버스에서 중국인들이 우르르 내려서 성형외과로 다 들어갔다고……. 중국인들 성형하고 많이 다녀요.”

그런데 지난해, 경찰에 이 병원을 둘러싼 수상한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인터뷰> 이성훈(경위/강남경찰서 경제7팀) : “외국인 환자 매출을 감추는 방식으로 해서 세금을 탈루하고 다른 의료 진료 기록이나 이런 걸 전부 폐기해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첩보였습니다.”

병원이 매출을 조작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해당 병원을 상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저희가 매출 일계표라는 것을 입수했고요. 거기 보면 그날그날에 진료했던 기록, 수술한 기록, 의학 기록이 다 들어있습니다. 진료기록 압수수색을 했고 거기 매출 일계표상에 있는 기록을 대조했는데…….”

병원의 매출 관련 기록을 살펴보던 경찰, 그런데 장부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금액 앞에 알파벳 Z 표시가 쓰여 있던 것.

이 Z 표시의 의미는 대체 뭘까.

경찰이 조사했더니 Z 표시는 바로 중국인 환자를 데려온 브로커에게 준 돈, 즉 중개 수수료의 암호 표시였습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수수료가 상당히 고가이기 때문에 (결제액의) 50% 이상 넘고 그러므로…….”

중국인 환자가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중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매출에 절반 이상을 중개 수수료로 건넨 겁니다.

이처럼 무리하게 중개 수수료를 낸 병원은 결국, 해서는 안 될 일을 꾸미게 됩니다.

<녹취> 성형외과 전 직원 A(음성변조) : “(브로커에게) 50%를 주고도 병원에서 이윤을 남겨야 하니 세금은 탈세할 수밖에 없고 금액은 올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

바로 매출 은폐와 탈세를 저질렀다는 것.

이를 위해 진료 기록을 무더기로 폐기하거나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는 수법이 동원됐습니다.

진료기록 자체가 없으니 매출기록도 자연히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매출 기록) 상당 부분이 많이 누락 됐었고 그 중에서 외국인 환자들이 거의 차트가 없어진 걸로 확인이 돼서…….”

심지어 결제가 아예 중국에서 이뤄진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의 카드 단말기 대신 중국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결제한 뒤 환전상을 통해 진료비를 받아내는 수법을 쓴 겁니다.

<인터뷰> 유지상(팀장/강남경찰서 경제7팀) : “중국에서 카드가 결제되면요. 그 돈이 한국에 있는 환전상들한테 연락이 갑니다. 그러면 그 환전상들이 결제되는 금액을 우리나라 원화 현금으로 브로커한테 돈을 주게 되고요. 그 현금을 가지고 병원에다가 전달을 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병원 매출로 잡지 않으면서 비밀리에 돈만 챙긴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형외과 원장 신 모 씨는 전체 환자의 70%에 달하는 중국인 환자의 매출을 누락시켰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3년 동안 탈세 규모가 무려 105억 원.

그런데 이 성형외과의 불법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제약사 7곳으로부터 마취제로 쓰이는 프로포폴을 납품받는 조건으로 5억 원이 넘는 뒷돈까지 챙긴 걸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이성훈(경위/강남경찰서 경제7팀) : “납품 금액의 25~50%까지 현금으로 리베이트를 하든가 아니면 법인 신용카드 아니면 약품을 무상으로 그만큼 증액해서 무상으로 더 제공하든가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하나둘씩 비리가 드러난 성형외과.

사실 이 병원은 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SNS에 올라온 몇 장의 사진 때문인데요.

간호사처럼로 보이는 여성들이 수술복을 입은 의사에게 촛불을 켠 케이크를 건네는 모습.

그런데 촛불을 끄는 의사의 등 뒤로 수술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보입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가 수술방에서 찍었다며 SNS에 올린 이 사진과 영상은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수술을 받는 환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장난을 치는 등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엄격한 위생을 유지해야 할 수술방에서 단체로 간식을 먹는 모습까지 공개됐습니다.

<녹취> 성형외과 전 직원 B(음성변조) : “수술방에 수술도구라든가 들어있는 캐비넷 같은 거기에 열어보면 간호사들이 간식 종류를 많이 넣어놨더라고요.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은 분위기요.”

당시 보건복지부는 사진에 등장한 의사와 간호조무사 2명에게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 처분을 내렸습니다.

병원 역시 파장이 커지자 사과문을 올리는 등 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그런데 당시 병원에 있던 직원들의 말은 달랐습니다.

<녹취> 성형외과 전 직원 B(음성변조) : “병원 내부에서는 그다지 뭐 분위기라든가 많이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

경찰의 이번 탈세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2년 전 벌어진 비리까지 함께 밝혀졌습니다.

당시 수술실 사진들이 논란이 되면서 언론에 보도까지 되자 기사를 내려달라며 언론사 3곳에 약 3천만 원을 건넨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녹취> 이성훈(경위/강남경찰서 경제7팀) : “계좌를 봤는데 그 계좌에 언론사에 송금한 내용이 있어요. 먼저 (기사를 내리게) 해 달라 그런 정황들이 보여요.”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 문제의 성형외과.

경찰은 43살 신 모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의사와 제약회사 관계자 등 42명도 함께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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