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폭염 속 4살 아이 버스에 갇혀…왜 몰랐나?

입력 2016.08.01 (08:33) 수정 2016.08.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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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유치원 통학 버스에 4살 된 아이가 방치돼 있다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아이가 차에 갇혀 있던건 무려 7시간.

당시 해당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를 넘어 폭염 경보까지 내려져 있었는데요.

차 안의 온도는 무려 60도에 육박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차에 갇혀 살인적인 온도 속에 시달린 아이는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버스 안에는 인솔교사도 함께 있었습니다.

더구나 아이의 집은 유치원과 가까워 아이가 차에 탄 시간은 불과 2분 정도였는데,

대체 왜 아이 홀로 차 속에 남겨지게 된 걸까요?

관계자들을 만나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웃으며 유치원 버스에 올랐던 4살된 어린 아들이 의식불명에 빠진 지 사흘째.

최 모 군의 어머니는

하루에 한 번, 30분의 짧은 면회시간마다 아들이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녹취> 이00(최 군 어머니/음성변조) :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도 있고 지금 투석까지 해야 한다고 하는데 간수치도 어제 조금 내려갔다가 지금 다시 오늘 물어보니까 또 올라갔대요.”

최 군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지난 29일 오후 다섯 시 무렵.

여느 때처럼 아들이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시각에 맞춰 마중 나가던 길에서였습니다.

<녹취> 이00(최 군 어머니) :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으니까 거기 응급실로 빨리 와주세요 하는 전화만 받았어요. 내용은 없이 위중하니까 빨리 오시라고 했었어요.”

아이는 그사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눈도 뜨지 못한 채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었습니다.

<녹취> 이00(최 군 어머니) : “의사 선생님 말로는 코마 상태였고요. 2~3일이 관건인데 그 사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 실려 올 당시 최 군의 체온은 무려 42도.

아이 몸이 불덩이가 돼 쓰러진 이유를 들은 이 씨는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시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이 35.3도를 기록하며 폭염 경보가 발효됐던 그 날.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최 군은 기사가 하원 준비를 위해 차에 돌아올 때까지 무려 7시간이 넘도록 갇혀있었습니다.

<녹취> 통학 차량 운전기사 (음성변조) : “35분쯤에 도착해서 차 문 열고 키 돌려놓고 출입문도 열고 하다가 4시 42분에 119에 신고했으니까……”

그 날 아침, 웃으며 유치원 버스에 올라탔던 아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씨가 아이를 통학차량에 태운 건 아침 9시 8분.

이곳 승차 위치에서 유치원까지는 차로 불과 2분 거리입니다.

이 때문에 최 군은 늘상 통학 버스의 맨 마지막 탑승자였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아동 어머니) : “저희 애가 제일 마지막에 타요. 처음에 타는 것도 아니고 제일 마지막에 타요. 길어봤자 2분 타고 내리는 건데 그런 애를 발견하지 못하고 내렸다는 것도 이해 안 되고……”

2-3분 만에 유치원에 도착한 최 군이 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걸까?

당시 통학 차량에는 운전기사 뿐 아니라 인솔교사도 있었습니다.

<녹취> 통학 차량 운전기사(음성변조) : “선생님이 ‘수고하세요’ 하니까…. 선생님이 내리길래 유치원 앞에 차 세운 상태에서 30분 정도 세차를 했거든요.”

인솔교사가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모두 챙겼을 거라는 생각에 차량 앞에서부터 뒤까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운전기사.

하지만 인솔교사 역시 부주의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인솔교사는) 먼저 내려서 아동들의 하차를 돕고요. 하차를 다 도왔으면 마지막에 돌아보면서 다시 승차해서 확인을 했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하지 못하고 살짝 들여다만 봤죠.”

인솔교사는 차 문 사이로 인기척이 없는 것만 확인하고는 차 문을 닫아버렸고 최 군을 뺀 나머지 8명의 원생만 데리고 유치원으로 들어가 버린 겁니다.

<녹취> 통학 차량 운전기사(음성변조) : "선생님이나 저나 아기를 확인 못 했다는 게 진짜 잘못 한 거죠. 자고 있었으니까 제가 못 봤겠죠. 애가 깨어 있었다면….”

하지만 불과 2~3분 사이 아이가 잠들었다는 진술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또, 차량에 타고 있는 최 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담임교사는 최 군이 결석한 걸 알았을 텐데, 왜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은 걸까?

<인터뷰>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해당 유치원은 방학 기간이었다고 합니다. 종일반 학생들 100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서 반을 몇 개씩 묶어서 통합적으로 운영했다고 합니다.”

27일부터 29일까지 방학기간 중 희망하는 원생만을 대상으로 운영된 돌봄 교실에 다니고 있던 최 군.

때문에 당시 담임교사가 아닌 당직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자율 등원이 이뤄진 탓에 아이들의 출석 상황을 엄격히 확인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오기로 했는데 안 오는 경우도 많고 해당 방학 기간에 출결 현황에 대해서 워낙 편차가 많다 보니까 확인을 못 한 거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고 당일 최 군이 타고 있었던 차량에 탑승했던 원생은 9명에 불과했습니다.

<녹취>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인솔 교사가 차량에 승차해서 애들이 다 내렸는지 확인 안 한 게 1차 잘못이라면 2차는 원아가 등원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 어른들의 거듭된 무관심과 부주의 속에서 방치된 최 군.

더구나 당시 유치원 버스는 유치원에서 2km 남짓 떨어진 이면도로에 주차되어 있던 상황.

평소 인적이 드문 도로였던 탓에 버스에 갇혀있던 최 군을 도와줄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최 모 군 아버지 : “거기서 애가 소리 없이 아무도 없이 있었다는 게...”

어른도 견디기 힘든 찜통 더위 속 밀폐된 차 안에서의 7시간.

바깥 기온이 요즘 같은 폭염처럼 35도까지 올라가면 차 안 온도는 90도를 넘어 라이터나 캔 음료가 폭발할 정도입니다.

에어컨을 끈 차량 내부는 불과 15분 만에 20도 가까이 온도가 치솟았습니다.

최 군이 갇혀있던 버스 내부 온도도 60도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하원 시간이 돼서야 발견된 최 군.

하지만 유치원 관계자들은 나머지 원생들을 하원 시키느라 최 군의 부모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위중한 최 군 곁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녹취>이00(최 모 군 어머니) : “(병원에) 실려 갔는데 보호자가 안 보였었어요. 유치원 관계자분도 한 명도 안 나왔었고 기사 아저씨도 안 보였었어요.”

경찰은 교사와 운전 기사, 유치원 원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보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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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폭염 속 4살 아이 버스에 갇혀…왜 몰랐나?
    • 입력 2016-08-01 08:35:28
    • 수정2016-08-01 09: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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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통학 버스에 4살 된 아이가 방치돼 있다 뒤늦게 발견됐습니다.

아이가 차에 갇혀 있던건 무려 7시간.

당시 해당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를 넘어 폭염 경보까지 내려져 있었는데요.

차 안의 온도는 무려 60도에 육박했을 걸로 추정됩니다.

차에 갇혀 살인적인 온도 속에 시달린 아이는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버스 안에는 인솔교사도 함께 있었습니다.

더구나 아이의 집은 유치원과 가까워 아이가 차에 탄 시간은 불과 2분 정도였는데,

대체 왜 아이 홀로 차 속에 남겨지게 된 걸까요?

관계자들을 만나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웃으며 유치원 버스에 올랐던 4살된 어린 아들이 의식불명에 빠진 지 사흘째.

최 모 군의 어머니는

하루에 한 번, 30분의 짧은 면회시간마다 아들이 깨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녹취> 이00(최 군 어머니/음성변조) :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도 있고 지금 투석까지 해야 한다고 하는데 간수치도 어제 조금 내려갔다가 지금 다시 오늘 물어보니까 또 올라갔대요.”

최 군의 사고 소식을 들은 건 지난 29일 오후 다섯 시 무렵.

여느 때처럼 아들이 유치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시각에 맞춰 마중 나가던 길에서였습니다.

<녹취> 이00(최 군 어머니) :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으니까 거기 응급실로 빨리 와주세요 하는 전화만 받았어요. 내용은 없이 위중하니까 빨리 오시라고 했었어요.”

아이는 그사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눈도 뜨지 못한 채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었습니다.

<녹취> 이00(최 군 어머니) : “의사 선생님 말로는 코마 상태였고요. 2~3일이 관건인데 그 사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 실려 올 당시 최 군의 체온은 무려 42도.

아이 몸이 불덩이가 돼 쓰러진 이유를 들은 이 씨는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시 광주의 낮 최고 기온이 35.3도를 기록하며 폭염 경보가 발효됐던 그 날.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최 군은 기사가 하원 준비를 위해 차에 돌아올 때까지 무려 7시간이 넘도록 갇혀있었습니다.

<녹취> 통학 차량 운전기사 (음성변조) : “35분쯤에 도착해서 차 문 열고 키 돌려놓고 출입문도 열고 하다가 4시 42분에 119에 신고했으니까……”

그 날 아침, 웃으며 유치원 버스에 올라탔던 아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씨가 아이를 통학차량에 태운 건 아침 9시 8분.

이곳 승차 위치에서 유치원까지는 차로 불과 2분 거리입니다.

이 때문에 최 군은 늘상 통학 버스의 맨 마지막 탑승자였습니다.

<녹취> 이00(피해 아동 어머니) : “저희 애가 제일 마지막에 타요. 처음에 타는 것도 아니고 제일 마지막에 타요. 길어봤자 2분 타고 내리는 건데 그런 애를 발견하지 못하고 내렸다는 것도 이해 안 되고……”

2-3분 만에 유치원에 도착한 최 군이 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걸까?

당시 통학 차량에는 운전기사 뿐 아니라 인솔교사도 있었습니다.

<녹취> 통학 차량 운전기사(음성변조) : “선생님이 ‘수고하세요’ 하니까…. 선생님이 내리길래 유치원 앞에 차 세운 상태에서 30분 정도 세차를 했거든요.”

인솔교사가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모두 챙겼을 거라는 생각에 차량 앞에서부터 뒤까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운전기사.

하지만 인솔교사 역시 부주의했습니다.

<인터뷰>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인솔교사는) 먼저 내려서 아동들의 하차를 돕고요. 하차를 다 도왔으면 마지막에 돌아보면서 다시 승차해서 확인을 했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하지 못하고 살짝 들여다만 봤죠.”

인솔교사는 차 문 사이로 인기척이 없는 것만 확인하고는 차 문을 닫아버렸고 최 군을 뺀 나머지 8명의 원생만 데리고 유치원으로 들어가 버린 겁니다.

<녹취> 통학 차량 운전기사(음성변조) : "선생님이나 저나 아기를 확인 못 했다는 게 진짜 잘못 한 거죠. 자고 있었으니까 제가 못 봤겠죠. 애가 깨어 있었다면….”

하지만 불과 2~3분 사이 아이가 잠들었다는 진술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또, 차량에 타고 있는 최 군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담임교사는 최 군이 결석한 걸 알았을 텐데, 왜 부모에게 연락하지 않은 걸까?

<인터뷰>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7월 27일부터 8월 3일까지 해당 유치원은 방학 기간이었다고 합니다. 종일반 학생들 100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서 반을 몇 개씩 묶어서 통합적으로 운영했다고 합니다.”

27일부터 29일까지 방학기간 중 희망하는 원생만을 대상으로 운영된 돌봄 교실에 다니고 있던 최 군.

때문에 당시 담임교사가 아닌 당직교사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자율 등원이 이뤄진 탓에 아이들의 출석 상황을 엄격히 확인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오기로 했는데 안 오는 경우도 많고 해당 방학 기간에 출결 현황에 대해서 워낙 편차가 많다 보니까 확인을 못 한 거죠. 그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고 당일 최 군이 타고 있었던 차량에 탑승했던 원생은 9명에 불과했습니다.

<녹취> 배현준(경감/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 “인솔 교사가 차량에 승차해서 애들이 다 내렸는지 확인 안 한 게 1차 잘못이라면 2차는 원아가 등원했는지를 확인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 어른들의 거듭된 무관심과 부주의 속에서 방치된 최 군.

더구나 당시 유치원 버스는 유치원에서 2km 남짓 떨어진 이면도로에 주차되어 있던 상황.

평소 인적이 드문 도로였던 탓에 버스에 갇혀있던 최 군을 도와줄 어른들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최 모 군 아버지 : “거기서 애가 소리 없이 아무도 없이 있었다는 게...”

어른도 견디기 힘든 찜통 더위 속 밀폐된 차 안에서의 7시간.

바깥 기온이 요즘 같은 폭염처럼 35도까지 올라가면 차 안 온도는 90도를 넘어 라이터나 캔 음료가 폭발할 정도입니다.

에어컨을 끈 차량 내부는 불과 15분 만에 20도 가까이 온도가 치솟았습니다.

최 군이 갇혀있던 버스 내부 온도도 60도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하원 시간이 돼서야 발견된 최 군.

하지만 유치원 관계자들은 나머지 원생들을 하원 시키느라 최 군의 부모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위중한 최 군 곁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녹취>이00(최 모 군 어머니) : “(병원에) 실려 갔는데 보호자가 안 보였었어요. 유치원 관계자분도 한 명도 안 나왔었고 기사 아저씨도 안 보였었어요.”

경찰은 교사와 운전 기사, 유치원 원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하고 보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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