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농촌은 ‘노인 대피 전쟁’

입력 2016.08.05 (23:17) 수정 2016.08.0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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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폭염 속에 요즘 농촌에선 노인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불볕더위 속에 일하는 노인들을 쉼터로 대피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김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후 2시, 폭염 경보 속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 따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온몸은 이미 땀 범벅입니다.

공무원이 쉼터로 피하라 권하지만, 돌아오는 건 야유뿐입니다.

<녹취> "쉼터 같은 데 (빨리 가세요). 무더위 쉼터 같은 데. 면사무소. (그렇게 하면 일 못 해.) 아이고!"

일흔을 훌쩍 넘긴 노인들의 체온을 재 보니 37.5도, '고체온증' 수준입니다.

<녹취> "아니 사람이 있을 때 해야지. 누가 해주는 거 아니고. 그리고 저분들 하루 인건비가 6만 원이야."

뙤약볕 아래 배나무 손질에 여념이 없는 또 다른 80대.

거듭된 설득에도 헛웃음만 보입니다.

<녹취> "어르신 들어가세요. 이제. (예 예. 가세요.)"

지팡이에 의지한 백발 노인은 2km가량 떨어진 건넛마을에서 마실을 나왔습니다.

<녹취> "뭐 급한 일이 있다고 하길래."

올여름 들어 전국적으로 벌써 10명이나 무더위로 목숨을 잃었고, 노인을 중심으로 한 온열 질환자는 9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남선자(충북 청주시 문의면장) : "어르신들이 고집을 피우는 분들도 계셔서 설득하는 게 어렵고. 저희도 시간 없는데."

폭염 속 농촌 노인들을 구하기 위해 때아닌 대피 전쟁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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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농촌은 ‘노인 대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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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6-08-05 23: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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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 요즘 농촌에선 노인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불볕더위 속에 일하는 노인들을 쉼터로 대피시키려 하고 있지만,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김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후 2시, 폭염 경보 속 비닐하우스 안에서 고추 따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온몸은 이미 땀 범벅입니다.

공무원이 쉼터로 피하라 권하지만, 돌아오는 건 야유뿐입니다.

<녹취> "쉼터 같은 데 (빨리 가세요). 무더위 쉼터 같은 데. 면사무소. (그렇게 하면 일 못 해.) 아이고!"

일흔을 훌쩍 넘긴 노인들의 체온을 재 보니 37.5도, '고체온증' 수준입니다.

<녹취> "아니 사람이 있을 때 해야지. 누가 해주는 거 아니고. 그리고 저분들 하루 인건비가 6만 원이야."

뙤약볕 아래 배나무 손질에 여념이 없는 또 다른 80대.

거듭된 설득에도 헛웃음만 보입니다.

<녹취> "어르신 들어가세요. 이제. (예 예. 가세요.)"

지팡이에 의지한 백발 노인은 2km가량 떨어진 건넛마을에서 마실을 나왔습니다.

<녹취> "뭐 급한 일이 있다고 하길래."

올여름 들어 전국적으로 벌써 10명이나 무더위로 목숨을 잃었고, 노인을 중심으로 한 온열 질환자는 9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인터뷰> 남선자(충북 청주시 문의면장) : "어르신들이 고집을 피우는 분들도 계셔서 설득하는 게 어렵고. 저희도 시간 없는데."

폭염 속 농촌 노인들을 구하기 위해 때아닌 대피 전쟁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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