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 없앨겁니다’…1,700여 명 사살,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입력 2016.08.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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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우리는 한꺼번에 마약 사범들을 없앨 것입니다."

취임 50여일 만에 마약 용의자 1779명 사살

<녹취> 엘리자베스 트뤼도(미 국무부 대변인) : "우리는 필리핀이 법치와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다바오시, 1988년부터 22년 동안 다바오 시장을 지낸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다바오 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들입니다.

티셔츠, 손목시계부터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입니다.

다바오시에서는 이처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공약을 지지하는 포스터를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20년 동안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룬 업적에 대해 시민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큰 공적은 다바오시 치안을 확보한 것입니다.

엄격한 조례를 제정해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는 보호자 없이 통행하지 못하게 하고, 새벽 시간 주류 판매도 금지시켰습니다.

성폭행과 살인 등 온갖 범죄가 들끓었던 다바오시는 이제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인터뷰> 카를로 베라노(다바오 시민) :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을 다바오시처럼 안전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자랑스럽나요?) 물론이죠.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도 컸습니다.

범죄 소탕 과정에서 사살된 인원만 1700여 명, 이가운데 상당수는 재판 절차 없이 자경단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입니다.

다바오시 경찰 간부들이 치안 대책을 점검하는 자리.

<녹취> 기자 질문 :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 재직 시절 1700명의 마약범들을 살해했다고 고백했죠?"

한동한 어색한 웃음과 침묵이 흐른 뒤, 정당방위였다고 해명합니다.

<녹취> 두브리아(다바오시 경찰서장) ; "사살된 마약범들은 경찰에 저항했기 때문에죽은 것입니다."

두테르테는 시장때의 극약처방을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마약과의 전쟁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선봉장 역할은 델라로사 경찰청장이 맡았습니다.

다바오시에서 경찰과 시장 신분으로 인연을 맺은 30년 지기로, 누구보다도 두테르테의 국정 이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힙니다.

<녹취> 델라로사(필리핀 경찰청장) ; "3개월 안에 마약 문제를 50%정도 해결하고 6개월 안에 목표를 100% 달성할 것입니다."

초법적인 사살에 대한 각계의 비판은 물론 마약상들의 암살 위협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녹취> 델라로사(필리핀 경찰청장) ;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마약상들이 와볼테면 와보라죠."

자기 조직인 경찰에도 칼을 겨눴습니다. 마약 매매에 연루됐다면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필리핀 경찰청은 최근 전국의 경찰관 16만 명에 대해 모두 마약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양성 반응을 보인 경찰관들이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전부 해고한다는 방침입니다.

성역 없는 단속이 시작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약 범죄 혐의자들의 자수 행렬이 이어지면서 교도소는 과포화 상태가 됐습니다.

자수한 용의자는 60만 명이 넘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정치인과 관료 150여 명의 마약 연루 혐의자 명단을 공개하자 지역 읍장이 자수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마지막 마약두목과 공급책 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우린 멈춰서는 안됩니다."

마닐라에 있는 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마약범 두 명을 만나봤습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 5년 전부터 마약을 하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잡혔습니다.

<녹취> 에사시보(70살) : "이번 일을 계기로 마약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겁니다."

마약을 거래하다가 체포된 용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겠다고 선언할 경우 이들은 더 이상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대우받게 됩니다.

필리핀 당국은 650억 원을 들여 대형 재활센터 4 곳을 추가 건립하기로 했습니다.

마약범이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마약을 끊겠다고 서명하면 풀려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마약 투약자 : "운동 재활 치료가 마약 성분들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니까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약과의 전쟁으로 필리핀 국민들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지만 오히려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인터뷰> 마리암(필리핀 시민) : "비록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 세금이 마약범들의 재활이나 수용소를 건설하는데 쓰인다면 괜찮아요."

범죄 없는 세상에서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은 국민 지지율을 9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녹취> 알렌조이(필리핀 시민) : "지금이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습니다."

두테르테의 강력한 범죄 척결 의지를 필리핀 교민들도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는 교민은 8만 9천 명, 지난해만 134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교류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40여 명이나 피살되자, 한인 사회와 대사관은 자체 방범 세미나를 열 정도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근한(필리핀 한인회장) ; "마약은 필리핀을 망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머리깊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마약과의 전쟁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마약과의 전쟁은 필리핀과 한국이 치안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입니다.

<인터뷰> 김재신(주필리핀 한국 대사) : "앞으로 3년 동안 경찰 장비, 수사기법, 인적교류를 위해 원조협력 사업을 준비중입니다."

범죄 척결을 위한 대대적인 공권력 행사와 인권을 경시하는 독재 정치는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는 경찰의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타노드라 아마멘토 : "(새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두테르테 정부가 법의 테두리를 지킨다면 더 이상 인권침해는 없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두테르테식 ‘공포 정치’는 단기적으론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폭력이 부메랑이 돼 두테르테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필리핀의 미래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약속한 범죄와의 전쟁 시한은 이제 4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현장에서 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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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다 없앨겁니다’…1,700여 명 사살,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 입력 2016-08-28 14:09:29
    국제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우리는 한꺼번에 마약 사범들을 없앨 것입니다."

취임 50여일 만에 마약 용의자 1779명 사살

<녹취> 엘리자베스 트뤼도(미 국무부 대변인) : "우리는 필리핀이 법치와 보편적 인권을 존중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다바오시, 1988년부터 22년 동안 다바오 시장을 지낸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다바오 공항에 내리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들입니다.

티셔츠, 손목시계부터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입니다.

다바오시에서는 이처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공약을 지지하는 포스터를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20년 동안 다바오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룬 업적에 대해 시민들은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큰 공적은 다바오시 치안을 확보한 것입니다.

엄격한 조례를 제정해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는 보호자 없이 통행하지 못하게 하고, 새벽 시간 주류 판매도 금지시켰습니다.

성폭행과 살인 등 온갖 범죄가 들끓었던 다바오시는 이제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인터뷰> 카를로 베라노(다바오 시민) :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을 다바오시처럼 안전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이 자랑스럽나요?) 물론이죠.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치러야 할 대가도 컸습니다.

범죄 소탕 과정에서 사살된 인원만 1700여 명, 이가운데 상당수는 재판 절차 없이 자경단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입니다.

다바오시 경찰 간부들이 치안 대책을 점검하는 자리.

<녹취> 기자 질문 :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장 재직 시절 1700명의 마약범들을 살해했다고 고백했죠?"

한동한 어색한 웃음과 침묵이 흐른 뒤, 정당방위였다고 해명합니다.

<녹취> 두브리아(다바오시 경찰서장) ; "사살된 마약범들은 경찰에 저항했기 때문에죽은 것입니다."

두테르테는 시장때의 극약처방을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마약과의 전쟁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선봉장 역할은 델라로사 경찰청장이 맡았습니다.

다바오시에서 경찰과 시장 신분으로 인연을 맺은 30년 지기로, 누구보다도 두테르테의 국정 이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꼽힙니다.

<녹취> 델라로사(필리핀 경찰청장) ; "3개월 안에 마약 문제를 50%정도 해결하고 6개월 안에 목표를 100% 달성할 것입니다."

초법적인 사살에 대한 각계의 비판은 물론 마약상들의 암살 위협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녹취> 델라로사(필리핀 경찰청장) ;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마약상들이 와볼테면 와보라죠."

자기 조직인 경찰에도 칼을 겨눴습니다. 마약 매매에 연루됐다면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필리핀 경찰청은 최근 전국의 경찰관 16만 명에 대해 모두 마약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양성 반응을 보인 경찰관들이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전부 해고한다는 방침입니다.

성역 없는 단속이 시작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약 범죄 혐의자들의 자수 행렬이 이어지면서 교도소는 과포화 상태가 됐습니다.

자수한 용의자는 60만 명이 넘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정치인과 관료 150여 명의 마약 연루 혐의자 명단을 공개하자 지역 읍장이 자수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 ; "마지막 마약두목과 공급책 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우린 멈춰서는 안됩니다."

마닐라에 있는 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마약범 두 명을 만나봤습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 5년 전부터 마약을 하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잡혔습니다.

<녹취> 에사시보(70살) : "이번 일을 계기로 마약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겁니다."

마약을 거래하다가 체포된 용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겠다고 선언할 경우 이들은 더 이상 용의자가 아닌 피해자로 대우받게 됩니다.

필리핀 당국은 650억 원을 들여 대형 재활센터 4 곳을 추가 건립하기로 했습니다.

마약범이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마약을 끊겠다고 서명하면 풀려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마약 투약자 : "운동 재활 치료가 마약 성분들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니까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약과의 전쟁으로 필리핀 국민들은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지만 오히려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인터뷰> 마리암(필리핀 시민) : "비록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 세금이 마약범들의 재활이나 수용소를 건설하는데 쓰인다면 괜찮아요."

범죄 없는 세상에서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은 국민 지지율을 9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녹취> 알렌조이(필리핀 시민) : "지금이 찬스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 같습니다."

두테르테의 강력한 범죄 척결 의지를 필리핀 교민들도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는 교민은 8만 9천 명, 지난해만 134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교류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40여 명이나 피살되자, 한인 사회와 대사관은 자체 방범 세미나를 열 정도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터뷰> 김근한(필리핀 한인회장) ; "마약은 필리핀을 망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것을 머리깊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마약과의 전쟁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마약과의 전쟁은 필리핀과 한국이 치안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입니다.

<인터뷰> 김재신(주필리핀 한국 대사) : "앞으로 3년 동안 경찰 장비, 수사기법, 인적교류를 위해 원조협력 사업을 준비중입니다."

범죄 척결을 위한 대대적인 공권력 행사와 인권을 경시하는 독재 정치는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일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는 경찰의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타노드라 아마멘토 : "(새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두테르테 정부가 법의 테두리를 지킨다면 더 이상 인권침해는 없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두테르테식 ‘공포 정치’는 단기적으론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폭력이 부메랑이 돼 두테르테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필리핀의 미래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약속한 범죄와의 전쟁 시한은 이제 4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현장에서 서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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