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재난 사각지대’…라디오도 안 들려요

입력 2016.09.05 (21:37) 수정 2016.09.0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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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립된 터널 안에서 바깥의 구조 상황을 라디오로 들으며 희망을 놓지 않는 영화가 최근 인기리에 상영중인데요.

그런데, 이게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합니다.

전국 터널의 80% 이상이, DMB는 물론 라디오도 안 나오는 재난 사각지대기 때문입니다.

하초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사태로 터널에 고립된 남자 주인공이 '라디오'로 구조 상황을 전해 듣습니다.

실제 터널 안은 어떨까?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라디오소리가 잡음 속에 묻힙니다.

총 길이 2km가 넘는 터널입니다. 라디오는 물론 DMB도 수신되지 않습니다.

다른 지방도도 마찬가지.

방송 전파를 측정하니 감도가 뚝 떨어집니다.

<인터뷰> 황병택(KBS 네트워크 운영부) : "매우 수신 불량이기 때문에 비상시나 재난 때에 시청취가 불가합니다."

전철 터널 안에서도 DMB 방송의 화면이 멈추고 채널도 검색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윤다영(경기도 광주기) : "(터널에)고립이 됐을 때 DMB가 끊기게 되면 더 당황할 것같고..."

터널은 재난상황에 대비한 피난시설 지정돼 재난방송과 민방위 경보 등을 라디오로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2014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으로, 터널에는 도로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로관리 책임자가 방송중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국 3천여 곳의 재난 방송 수신 상태를 조사한 결과, DMB는 83.5%, 라디오는 87.5%가 '수신 불량' 상태였습니다.

1km 터널의 경우 중계기 설치비용이 2억 원이 들지만 강제규정이 없습니다.

<녹취>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요. 저희같은 경우는 거의 천 억대가 넘어가는데."

허술한 법규와 도로관리주체의 무관심 속에 민방위 대피시설인 터널이 재난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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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널 ‘재난 사각지대’…라디오도 안 들려요
    • 입력 2016-09-05 21:40:47
    • 수정2016-09-06 10: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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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고립된 터널 안에서 바깥의 구조 상황을 라디오로 들으며 희망을 놓지 않는 영화가 최근 인기리에 상영중인데요. 그런데, 이게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합니다. 전국 터널의 80% 이상이, DMB는 물론 라디오도 안 나오는 재난 사각지대기 때문입니다. 하초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사태로 터널에 고립된 남자 주인공이 '라디오'로 구조 상황을 전해 듣습니다. 실제 터널 안은 어떨까?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라디오소리가 잡음 속에 묻힙니다. 총 길이 2km가 넘는 터널입니다. 라디오는 물론 DMB도 수신되지 않습니다. 다른 지방도도 마찬가지. 방송 전파를 측정하니 감도가 뚝 떨어집니다. <인터뷰> 황병택(KBS 네트워크 운영부) : "매우 수신 불량이기 때문에 비상시나 재난 때에 시청취가 불가합니다." 전철 터널 안에서도 DMB 방송의 화면이 멈추고 채널도 검색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윤다영(경기도 광주기) : "(터널에)고립이 됐을 때 DMB가 끊기게 되면 더 당황할 것같고..." 터널은 재난상황에 대비한 피난시설 지정돼 재난방송과 민방위 경보 등을 라디오로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 2014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으로, 터널에는 도로공사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도로관리 책임자가 방송중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국 3천여 곳의 재난 방송 수신 상태를 조사한 결과, DMB는 83.5%, 라디오는 87.5%가 '수신 불량' 상태였습니다. 1km 터널의 경우 중계기 설치비용이 2억 원이 들지만 강제규정이 없습니다. <녹취>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요. 저희같은 경우는 거의 천 억대가 넘어가는데." 허술한 법규와 도로관리주체의 무관심 속에 민방위 대피시설인 터널이 재난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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