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학 교수 부인 살해범’…15년 만에 잡혀

입력 2016.09.09 (08:34) 수정 2016.09.0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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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영상은 지난 2001년 6월에 보도된 뉴스입니다.

당시 2명의 괴한이 잠을 자고 있던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장엔 CCTV도, 도망친 범인을 본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범인들은 금품엔 손도 대지 않아 범행 동기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았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15년 만입니다.

지난해 살인죄 공소 시효가 폐지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고, 끈질긴 추적 끝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겁니다.

15년 만에 드러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15년 전인 2001년 6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인조 강도가 한밤중 한 주택에 숨어들었습니다.

당시 집에는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심 모 씨와 아내 이렇게 단둘이 있었는데요.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아내가 ‘피! 피!’하는 소리를 듣고선 깼습니다. 눈을 떠보니깐 앞에 그 괴한이 두 명 있는데 ‘죽여버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는 그대로 달아난 괴한들, 심 씨는 허벅지를 찔려 중상을 입었고 아내는 과다출혈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요.

당시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그 당시에 CCTV라는 자체가 없었고 주택이 그때 서너 집밖에 없었다고요.”

집 주변을 비추는 CCTV는 물론 목격자도 없는 상황.

경찰은 금품은 건들지 않은 채 흉기만 휘두르고 달아난 점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뒀습니다.

또 청부살인 가능성도 열어뒀는데요.

하지만 범인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현장에 남아있지 않아 경찰은 좀처럼 용의자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 대상자가 무려 5천 명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전과자들에 대한 수사는 물론 다 했고 하물며 그 당시에 그 인근에서 통화했던 사람들까지도 폭넓게 다 그 수사 대상으로 일단 선정을 해서 자료를 수집해놨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사건 발생 6년만인 2007년 2월,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습니다.

<인터뷰> 박장호(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 : “(수사) 초창기에 남편분께서 부인을 사별하시고 밤늦게까지 못 주무시고 제가 당직 한 심야에도 약주 드시면 전화하셔서 막 우시고 당시 그러셨던 기억이 지금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잊힐 뻔한 사건이 지난해 7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일명 '태완이법'으로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나선 겁니다.

경찰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이들 가운데 51살 A씨, 그리고 67살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꼽았습니다.

당시 이 둘은 사건 발생 시각 현장 인근에서 둘이 서로 전화 통화를 한 게 확인됐고, 또 범죄 경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5년 전엔 결정적 단서가 잡히지 않아 수사망을 빠져나갔습니다.

<인터뷰> 박장호(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 : “(사건 현장 근처에서) 왜 전화를 했냐고 확인수사를 했었는데 그때 A 씨라는 사람은 그때 그랬습니다. 자기가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관계로 전화했었다.”

경찰은 재수사를 계기로 A씨와 B씨에게 다시 한 번 사건 발생 시간에 두 사람이 현장 인근에서 서로 통화를 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두 명 모두 15년 전과 답변이 달랐습니다.

<인터뷰> 박장호(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 : “관계를 물어보니까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때 이상했죠. 그때 당시에 15년 전에는 서로 사업관계로 전화할 뿐이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른다고 딱 잡아떼고.”

15년 전 사업 때문에 전화했다던 두 사람이 이번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한 겁니다.

이를 진술을 계기로 두 사람에 대한 수사가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A씨와 B씨가 과거 같은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1년 2개월 정도 같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작업장에서 같이 일했고, 그러면서 친분을 쌓았던 거로 확인이 됐습니다.”

15년 만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경찰은 B씨를 집중 조사하기 위해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는데요.

그런데 출석 당일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출석요구서를 받고서 상당히 죄책감에도 시달리고 또 괴로워했었다는 이야기를 (유족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도 자수해라 이렇게 권유를 했는데, ‘자수는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B씨의 죽음 이후 B씨의 유족들은 B씨가 A씨와 함께 15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경찰에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즉시 A씨를 찾아가 범행 사실을 추궁했고 결국, A씨의 자백을 받아 냈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한 30~40분 넘게 진술 거부를 하다가 나중에는 이제 다 끝났으니까 그만하자 하니까 그때부터 자백하면서……. 또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난 6일 15년 만에 현장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속죄하면서 살겠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던 부부를 상대로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인터뷰> 신동현(용인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교도소에 있을 때 ‘그쪽에 좀 부자 동네가 있다.’ 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집에 가게 된 이유는 어두워서 그런지 몰라도 차가 안 보이니까 ‘집에 아무도 없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해서…….”

빈집인지 알고 들어갔다 부부를 발견하고는 흉기를 휘두른 뒤 도망쳤다는 두 사람.

피해자 역시 15년 만에 한을 풀게 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사실 그동안 뭐 포기를 했었습니다. 저희 집사람도 이제 마침내 눈을 감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죠.”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를 않았더라면 영구미제로 남고 말았을 사건.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 복역 중인 A씨를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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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대학 교수 부인 살해범’…15년 만에 잡혀
    • 입력 2016-09-09 08:36:37
    • 수정2016-09-09 09: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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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금 보시는 영상은 지난 2001년 6월에 보도된 뉴스입니다.

당시 2명의 괴한이 잠을 자고 있던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현장엔 CCTV도, 도망친 범인을 본 목격자도 없었습니다.

범인들은 금품엔 손도 대지 않아 범행 동기조차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았는데요.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15년 만입니다.

지난해 살인죄 공소 시효가 폐지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고, 끈질긴 추적 끝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겁니다.

15년 만에 드러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건은 15년 전인 2001년 6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인조 강도가 한밤중 한 주택에 숨어들었습니다.

당시 집에는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던 심 모 씨와 아내 이렇게 단둘이 있었는데요.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아내가 ‘피! 피!’하는 소리를 듣고선 깼습니다. 눈을 떠보니깐 앞에 그 괴한이 두 명 있는데 ‘죽여버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는 그대로 달아난 괴한들, 심 씨는 허벅지를 찔려 중상을 입었고 아내는 과다출혈로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요.

당시 수사는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그 당시에 CCTV라는 자체가 없었고 주택이 그때 서너 집밖에 없었다고요.”

집 주변을 비추는 CCTV는 물론 목격자도 없는 상황.

경찰은 금품은 건들지 않은 채 흉기만 휘두르고 달아난 점으로 미뤄 원한에 의한 범행에 무게를 뒀습니다.

또 청부살인 가능성도 열어뒀는데요.

하지만 범인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현장에 남아있지 않아 경찰은 좀처럼 용의자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 대상자가 무려 5천 명이 넘었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전과자들에 대한 수사는 물론 다 했고 하물며 그 당시에 그 인근에서 통화했던 사람들까지도 폭넓게 다 그 수사 대상으로 일단 선정을 해서 자료를 수집해놨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사건 발생 6년만인 2007년 2월,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습니다.

<인터뷰> 박장호(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 : “(수사) 초창기에 남편분께서 부인을 사별하시고 밤늦게까지 못 주무시고 제가 당직 한 심야에도 약주 드시면 전화하셔서 막 우시고 당시 그러셨던 기억이 지금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잊힐 뻔한 사건이 지난해 7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일명 '태완이법'으로 살인사건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나선 겁니다.

경찰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이들 가운데 51살 A씨, 그리고 67살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꼽았습니다.

당시 이 둘은 사건 발생 시각 현장 인근에서 둘이 서로 전화 통화를 한 게 확인됐고, 또 범죄 경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5년 전엔 결정적 단서가 잡히지 않아 수사망을 빠져나갔습니다.

<인터뷰> 박장호(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 : “(사건 현장 근처에서) 왜 전화를 했냐고 확인수사를 했었는데 그때 A 씨라는 사람은 그때 그랬습니다. 자기가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관계로 전화했었다.”

경찰은 재수사를 계기로 A씨와 B씨에게 다시 한 번 사건 발생 시간에 두 사람이 현장 인근에서 서로 통화를 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런데 두 명 모두 15년 전과 답변이 달랐습니다.

<인터뷰> 박장호(용인 동부경찰서 강력2팀장) : “관계를 물어보니까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때 이상했죠. 그때 당시에 15년 전에는 서로 사업관계로 전화할 뿐이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른다고 딱 잡아떼고.”

15년 전 사업 때문에 전화했다던 두 사람이 이번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한 겁니다.

이를 진술을 계기로 두 사람에 대한 수사가 집중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A씨와 B씨가 과거 같은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1년 2개월 정도 같이 수감생활을 하면서 작업장에서 같이 일했고, 그러면서 친분을 쌓았던 거로 확인이 됐습니다.”

15년 만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경찰은 B씨를 집중 조사하기 위해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는데요.

그런데 출석 당일 B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출석요구서를 받고서 상당히 죄책감에도 시달리고 또 괴로워했었다는 이야기를 (유족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족도 자수해라 이렇게 권유를 했는데, ‘자수는 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B씨의 죽음 이후 B씨의 유족들은 B씨가 A씨와 함께 15년 전 살인을 저지르고 죄책감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를 경찰에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즉시 A씨를 찾아가 범행 사실을 추궁했고 결국, A씨의 자백을 받아 냈습니다.

<인터뷰> 신동현(용인 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한 30~40분 넘게 진술 거부를 하다가 나중에는 이제 다 끝났으니까 그만하자 하니까 그때부터 자백하면서……. 또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반성문을 써서 제출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난 6일 15년 만에 현장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녹취> 피의자 (음성변조) :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속죄하면서 살겠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던 부부를 상대로 참혹한 범행을 저지른 걸까...

<인터뷰> 신동현(용인동부경찰서 형사과장) : “교도소에 있을 때 ‘그쪽에 좀 부자 동네가 있다.’ 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집에 가게 된 이유는 어두워서 그런지 몰라도 차가 안 보이니까 ‘집에 아무도 없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해서…….”

빈집인지 알고 들어갔다 부부를 발견하고는 흉기를 휘두른 뒤 도망쳤다는 두 사람.

피해자 역시 15년 만에 한을 풀게 됐습니다.

<녹취> 피해자 (음성변조) : “사실 그동안 뭐 포기를 했었습니다. 저희 집사람도 이제 마침내 눈을 감을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죠.”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를 않았더라면 영구미제로 남고 말았을 사건.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교도소 복역 중인 A씨를 강도 살인 혐의로 기소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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