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추적, 금괴 밀수 트라이앵글

입력 2016.09.11 (22:31) 수정 2016.09.11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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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홍콩에서 온 사람이 인솔하는 사람에게 (금괴를) 20개가 됐든 30개가 됐든 대량으로 건네주고..."

<녹취> 김오성(인천공항경찰대 수사과장) : "올해 초부터 굉장히 많은 신고가 들어왔어요."

<녹취> 관세청 인천세관 관계자 : "약간 애매하죠. 대부분 중개처럼 해서 흘러가버리는 거니까."

<녹취> 밀수 조직원 단속 현장 : "뭐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거예요?"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 : "한번 할 때 20개 정도씩 하거든요. 그러면 8천만 원이 남아요."

이곳은 아시아의 물류 허브 홍콩입니다.

과거부터 동서양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관광도시로도 유명한데요.

최근 몇 년간 홍콩에 수상한 한국인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국제적인 금괴 밀수조직이 일반인을 여행객을 가장한 금괴 운반책으로 둔갑시켜 밀거래르 이어오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요.

국제적인 금괴 밀수 조직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취재진은 금괴 밀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밀수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홍콩을 찾았습니다.

홍콩은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보장하는 것과 낮은 관세의 장벽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이로인해 아시아의 물류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국제 밀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오명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취재진은 밀수조직원이 홍콩의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잠복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나온다. 나온다."

은색 여행가방을 끌고 호텔 로비를 나서는 밀수 조직원을 포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밀수 조직원.

지금 취재진은 홍콩 시내에서 금괴를 사기 위해 이동하는 금괴 밀수 조직원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밀수 조직원이 택시에서 내려 고층 오피스텔로 들어갑니다.

삼엄한 경비 속에 귀금속을 거래하는 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빌딩.

건물 주변에는 특수 수송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홍콩 현지 주민 : "(경비가 삼엄한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이 지역은 금이나 보석, 진주같은 귀금속 거래를 위한 곳이라서요."

건물을 나온 밀수 조직원, 다시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별다른 단속도 없이 홍콩 공항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조직원이 출국심사를 기다립니다.

금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은색 여행 가방의 움직임이 묵직합니다.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밀수 조직원을 따라 같은 항공기에 탔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밀수 조직원,

입국심사대가 아닌 제3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한 '환승통로' 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환승객들은 보안 검색을 한 번 더 거친 뒤 출국장에 다시 들어가게 됩니다.

환승 통로 보안 검색대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자 밀수 조직원이 여행 가방에서 묵직한 자루 하나를 꺼냅니다.

검색 엑스레이 화면에 수상한 검은 직사각형의 물체들이 잡힙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보안요원들은 그냥 지켜볼 뿐 가방을 열어 확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복을 입은 공항경찰이 불시에 검문을 실시합니다.

<녹취> 금괴 밀수 조직원(음성변조) : "(잠깐만 볼게요.)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하느냐고요. 몰려들고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검문 결과, 밀수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금괴가 확인됩니다.

하나하나 흰 종이로 포장한 1kg 골드바가 모두 20개, 시가 10억 원이 넘습니다.

공항 경찰은 금괴를 확인하긴 했지만 밀수 조직원을 그냥 보내줍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인천공항의 보안을 책임지는 공항경찰대는 현행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오성(인천공항경찰대 수사과장) : "(금괴 밀수 관련해서) 올해 초부터 굉장히 많은 신고가 들어왔어요. 많이 들어와서 사실 저희도 여러 차례 수사도 했고 현장에 나가서 확인도 했어요. (근데 개념이)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나가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현재의 법상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현재는 그냥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동향파악 정도만 하고.."

밀수 조직원은 어디로 갔을까?

금괴 10억원 어치를 가지고 출국장에 다시 들어선 밀수 조직원.

공항 출국장 4층 환승편의시설에 있는 호텔에 숙박합니다.

더 이상의 추적은 어려워진 상황.

대신 취재진은 금괴 밀수에 깊게 관여했던 전직 조직원을 만나 자세한 금괴 운반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조직원은 홍콩에서 들여온 금괴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일본으로 가는 '운반조'에게 넘긴다고 말합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홍콩에서 온 사람이 (일본으로) 인솔하는 사람한테 20개가 됐든 30개가 됐든 대량으로 (금괴를) 건네주고 그 사람이 또 파우치에 담아서 하나하나 (짐꾼에게 분배하는 거죠) (현재) 분위기 안 좋기 때문에 호텔에서 잠깐 쉬고 내일 정도로 하자 이렇게 해서 다음날로 미룹니다."

금괴 밀수는 조직원 1명과 실제 금괴를 나르는 역할을 하는 일반인 '짐꾼' 4~5명이 한 팀을 이룹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아줌마들 관광객들 모집한다고 그러거든요. 그런 아줌마들한테 비행기 티켓 일일이 다 끊어주고 일본에서 노는 여행 경비를 다 줘요. 호텔비라든가 밥값, 온천비, 따로 또 일당을 가져다가 50만 원 정도를 줍니다."

전직 조직원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접선한 '홍콩 운반책'과 '일본 운반책'이 금괴를 은밀하게 주고받는 장소들을 취재진에게 안내해줬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기도실'입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여기서 하는 거예요.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도 없어요 여기는. 바깥에 한 명을 세워놓고 (누가 오면) 잠깐만 조금 있다가 들어가세요. 무슬림 사람들이 (기도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 아니면 안 들어와요. 그러면 여기서 편하게 물건 이렇게 해놓고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가 없고 인적이 드문 4층 환승편의시설의 쉼터 역시 금괴 교환장소로 자주 이용한다고 합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전화통화를 하고 그 사람이 오면 자연적으로 제 짐을 빼고 이거를 가져가는 거죠."

왜 아시아의 다른 공항이 아니라 한국의 인천공항을 금괴밀수의 중간 경로로 활용하는 걸까.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인천공항은) 넓고 사각지대가 많고.. 홍콩이나 중국에서 들어오는 건 (일본에서) 더 많이 검색을 합니다. 일본세관에서 (볼때) 홍콩, 중국은 하도 이것저것 물건들이 많죠. 금 말고도 불법적인 마약도 있을 수가 있고.."

이렇게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판매하면 1kg 골드바 하나에 4백만 원 정도의 순이익이 남습니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원래는 정식으로 일본 세관에 신고해서 8% 세금(소비세)을 내고 가지고 들어가서 프리미엄만 먹어야 되는데. 8%를 다 먹어버리는 거죠. 신고를 안 했으니까 그럼 5천만 원에 대한 8% 계산하면 대략 400만 원 되죠. 한번 할 때 20개 정도씩 하거든요. 그러면 8천만 원이 남아요."

특히 일본의 소비세가 지난 2014년부터 점차 증가하면서 불법적인 금밀수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열(변호사/관세법 전문) : "이런 범죄가 왜 발생이 되느냐 하면, 제가 봐서는 일본에서 최근에 소비세가 (과거) 4%, 지금은 8%, 앞으로 2019년 10월에는 10%로 (인상됩니다.) 거기서 소비세라는 게 저희 부가세하고 비슷한 겁니다만은, 그렇게 됨으로써 10%의 차액이 발생이 될 수가 있는 거니까요. 이런 경향은, 그런 유혹은 굉장히 많지 않겠느냐."

금괴 밀수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밀수에 나서는 조직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서 한국인 여성 4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3명이 각자 배에 나눠찬 주머니에 들어있던 물건은 1kg짜리 골드바 20개.

시가로 10억 원에 달하는 금괴를 몸에 두르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겁니다.

<녹취> 일본 NHK 보도(지난 6월 29일) :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고 한 의혹이 있다는 점으로 보아) 배후에 밀수 조직이 있다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밀수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여성 이모씨는 "작년 여름부터 한국 조직의 지시를 받아 30여 차례 이상 금괴를 밀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무역업자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괴가 인천공항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지만 아무런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무역업자 : "저 같은 경우에는 무역업을 하고 있어서 해외를 자주 나가거든요. 개입하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공항검색대를 통과하고 들락날락하고 이런 실정이더라고요."

실제로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 1년간 적발된 금괴밀수 사건이 177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전 일년간 적발된 8건에 비해 20배가 넘게 급증한 겁니다.

적발된 밀수범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인으로 추정됩니다.

금괴 밀수에 가담하는 일반인 '짐꾼' 역시 점점 대담하게 모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녹취> 금괴 밀수 참여 경험 일반인(음성변조) : "아는 동생이 페이스북있잖아요, SNS. 그걸로 돈 쉽게 벌 사람 이런 식으로 광고글을 올렸었어요.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더라고요. 후쿠오카 도착하면 거기 근처에 공항하고 두 정거장 정도 거리에 있는 하카타 역이 있어요. 거기서 접선을 해서 금을 주면 (사례비) 엔화로 받을 사람 엔화로 받고.."

이러다 보니 운반과정에서 금괴가 사라지는 이른바 '배달사고'는 물론 납치, 폭력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배달삭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는 밀수조직에서 일하다가 납치와 폭행을 당했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금괴밀수 조직원 : "지인 인천공항에서 금괴 13개를 잃어버리고 제 동생이 아마 빼돌린 것 같다 해가지고 일본시골에 땅에 파서 (사람을) 묻어가지고 매를 맞아 죽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관세청은 문제의 금괴들이 보세구역, 즉 외국물품을 거래하는 일종의 면세구역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서재용(관세청 조사총괄과장) : "신고를 안하고 세금을 안냈을 때 처벌이 처벌 행위가 성립이 되는거지 그 상태(보세구역)에서는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부분이 환승을 통해서 다른나라 입국할 때 밀수입의 의도가 보이는 경우에 그런 것은 통보를 해서 상호간의 통보를 해서 서로 단속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천공항과 한국인들이 밀수에 이용되면서 국가 이미지가 크게 떨어지고 다른 범죄에도 이용될 여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김경협(의원/국회 외교통일위) : "문제는 한국인이 여기에 이용됨으로 인해서 국제적인 망신이죠. 국제적인 신뢰를 실추시켜서 일본 관세청의 검열을 훨씬 강화시키게 될 것이고. 결국은 한국인에 대한 피해로.."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금괴 밀수 '골든 트라이앵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밀수 조직들이 활개 치면서 대한민국 관문 인천공항이 '밀수'의 '환승통로'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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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추적, 금괴 밀수 트라이앵글
    • 입력 2016-09-11 23:31:03
    • 수정2016-09-11 23:42:47
    취재파일K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홍콩에서 온 사람이 인솔하는 사람에게 (금괴를) 20개가 됐든 30개가 됐든 대량으로 건네주고..."

<녹취> 김오성(인천공항경찰대 수사과장) : "올해 초부터 굉장히 많은 신고가 들어왔어요."

<녹취> 관세청 인천세관 관계자 : "약간 애매하죠. 대부분 중개처럼 해서 흘러가버리는 거니까."

<녹취> 밀수 조직원 단속 현장 : "뭐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거예요?"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 : "한번 할 때 20개 정도씩 하거든요. 그러면 8천만 원이 남아요."

이곳은 아시아의 물류 허브 홍콩입니다.

과거부터 동서양을 잇는 교역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관광도시로도 유명한데요.

최근 몇 년간 홍콩에 수상한 한국인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국제적인 금괴 밀수조직이 일반인을 여행객을 가장한 금괴 운반책으로 둔갑시켜 밀거래르 이어오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는데요.

국제적인 금괴 밀수 조직의 실체를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취재진은 금괴 밀수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밀수의 출발점으로 알려진 홍콩을 찾았습니다.

홍콩은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보장하는 것과 낮은 관세의 장벽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이로인해 아시아의 물류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각종 국제 밀수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오명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취재진은 밀수조직원이 홍콩의 한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잠복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녹취> "나온다. 나온다."

은색 여행가방을 끌고 호텔 로비를 나서는 밀수 조직원을 포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밀수 조직원.

지금 취재진은 홍콩 시내에서 금괴를 사기 위해 이동하는 금괴 밀수 조직원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밀수 조직원이 택시에서 내려 고층 오피스텔로 들어갑니다.

삼엄한 경비 속에 귀금속을 거래하는 업체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빌딩.

건물 주변에는 특수 수송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홍콩 현지 주민 : "(경비가 삼엄한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이 지역은 금이나 보석, 진주같은 귀금속 거래를 위한 곳이라서요."

건물을 나온 밀수 조직원, 다시 공항으로 이동합니다.

별다른 단속도 없이 홍콩 공항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조직원이 출국심사를 기다립니다.

금괴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은색 여행 가방의 움직임이 묵직합니다.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밀수 조직원을 따라 같은 항공기에 탔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밀수 조직원,

입국심사대가 아닌 제3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한 '환승통로' 입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른 나라로 가는 환승객들은 보안 검색을 한 번 더 거친 뒤 출국장에 다시 들어가게 됩니다.

환승 통로 보안 검색대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자 밀수 조직원이 여행 가방에서 묵직한 자루 하나를 꺼냅니다.

검색 엑스레이 화면에 수상한 검은 직사각형의 물체들이 잡힙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보안요원들은 그냥 지켜볼 뿐 가방을 열어 확인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복을 입은 공항경찰이 불시에 검문을 실시합니다.

<녹취> 금괴 밀수 조직원(음성변조) : "(잠깐만 볼게요.)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하느냐고요. 몰려들고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검문 결과, 밀수조직원이 소지하고 있던 금괴가 확인됩니다.

하나하나 흰 종이로 포장한 1kg 골드바가 모두 20개, 시가 10억 원이 넘습니다.

공항 경찰은 금괴를 확인하긴 했지만 밀수 조직원을 그냥 보내줍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인천공항의 보안을 책임지는 공항경찰대는 현행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김오성(인천공항경찰대 수사과장) : "(금괴 밀수 관련해서) 올해 초부터 굉장히 많은 신고가 들어왔어요. 많이 들어와서 사실 저희도 여러 차례 수사도 했고 현장에 나가서 확인도 했어요. (근데 개념이) 우리나라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나가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현재의 법상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현재는 그냥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동향파악 정도만 하고.."

밀수 조직원은 어디로 갔을까?

금괴 10억원 어치를 가지고 출국장에 다시 들어선 밀수 조직원.

공항 출국장 4층 환승편의시설에 있는 호텔에 숙박합니다.

더 이상의 추적은 어려워진 상황.

대신 취재진은 금괴 밀수에 깊게 관여했던 전직 조직원을 만나 자세한 금괴 운반과정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조직원은 홍콩에서 들여온 금괴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일본으로 가는 '운반조'에게 넘긴다고 말합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홍콩에서 온 사람이 (일본으로) 인솔하는 사람한테 20개가 됐든 30개가 됐든 대량으로 (금괴를) 건네주고 그 사람이 또 파우치에 담아서 하나하나 (짐꾼에게 분배하는 거죠) (현재) 분위기 안 좋기 때문에 호텔에서 잠깐 쉬고 내일 정도로 하자 이렇게 해서 다음날로 미룹니다."

금괴 밀수는 조직원 1명과 실제 금괴를 나르는 역할을 하는 일반인 '짐꾼' 4~5명이 한 팀을 이룹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아줌마들 관광객들 모집한다고 그러거든요. 그런 아줌마들한테 비행기 티켓 일일이 다 끊어주고 일본에서 노는 여행 경비를 다 줘요. 호텔비라든가 밥값, 온천비, 따로 또 일당을 가져다가 50만 원 정도를 줍니다."

전직 조직원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접선한 '홍콩 운반책'과 '일본 운반책'이 금괴를 은밀하게 주고받는 장소들을 취재진에게 안내해줬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기도실'입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여기서 하는 거예요.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도 없어요 여기는. 바깥에 한 명을 세워놓고 (누가 오면) 잠깐만 조금 있다가 들어가세요. 무슬림 사람들이 (기도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 아니면 안 들어와요. 그러면 여기서 편하게 물건 이렇게 해놓고 카메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가 없고 인적이 드문 4층 환승편의시설의 쉼터 역시 금괴 교환장소로 자주 이용한다고 합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전화통화를 하고 그 사람이 오면 자연적으로 제 짐을 빼고 이거를 가져가는 거죠."

왜 아시아의 다른 공항이 아니라 한국의 인천공항을 금괴밀수의 중간 경로로 활용하는 걸까.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인천공항은) 넓고 사각지대가 많고.. 홍콩이나 중국에서 들어오는 건 (일본에서) 더 많이 검색을 합니다. 일본세관에서 (볼때) 홍콩, 중국은 하도 이것저것 물건들이 많죠. 금 말고도 불법적인 마약도 있을 수가 있고.."

이렇게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한국'을 거쳐 일본에서 판매하면 1kg 골드바 하나에 4백만 원 정도의 순이익이 남습니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녹취> 금괴밀수 전직 조직원(음성변조) : "원래는 정식으로 일본 세관에 신고해서 8% 세금(소비세)을 내고 가지고 들어가서 프리미엄만 먹어야 되는데. 8%를 다 먹어버리는 거죠. 신고를 안 했으니까 그럼 5천만 원에 대한 8% 계산하면 대략 400만 원 되죠. 한번 할 때 20개 정도씩 하거든요. 그러면 8천만 원이 남아요."

특히 일본의 소비세가 지난 2014년부터 점차 증가하면서 불법적인 금밀수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승열(변호사/관세법 전문) : "이런 범죄가 왜 발생이 되느냐 하면, 제가 봐서는 일본에서 최근에 소비세가 (과거) 4%, 지금은 8%, 앞으로 2019년 10월에는 10%로 (인상됩니다.) 거기서 소비세라는 게 저희 부가세하고 비슷한 겁니다만은, 그렇게 됨으로써 10%의 차액이 발생이 될 수가 있는 거니까요. 이런 경향은, 그런 유혹은 굉장히 많지 않겠느냐."

금괴 밀수가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밀수에 나서는 조직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4월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서 한국인 여성 4명이 일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3명이 각자 배에 나눠찬 주머니에 들어있던 물건은 1kg짜리 골드바 20개.

시가로 10억 원에 달하는 금괴를 몸에 두르고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된 겁니다.

<녹취> 일본 NHK 보도(지난 6월 29일) :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고 한 의혹이 있다는 점으로 보아) 배후에 밀수 조직이 있다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밀수작전'을 현장에서 지휘한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여성 이모씨는 "작년 여름부터 한국 조직의 지시를 받아 30여 차례 이상 금괴를 밀수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무역업자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괴가 인천공항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지만 아무런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무역업자 : "저 같은 경우에는 무역업을 하고 있어서 해외를 자주 나가거든요. 개입하기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공항검색대를 통과하고 들락날락하고 이런 실정이더라고요."

실제로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 1년간 적발된 금괴밀수 사건이 177건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전 일년간 적발된 8건에 비해 20배가 넘게 급증한 겁니다.

적발된 밀수범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인으로 추정됩니다.

금괴 밀수에 가담하는 일반인 '짐꾼' 역시 점점 대담하게 모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녹취> 금괴 밀수 참여 경험 일반인(음성변조) : "아는 동생이 페이스북있잖아요, SNS. 그걸로 돈 쉽게 벌 사람 이런 식으로 광고글을 올렸었어요. 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고 안심을 시키더라고요. 후쿠오카 도착하면 거기 근처에 공항하고 두 정거장 정도 거리에 있는 하카타 역이 있어요. 거기서 접선을 해서 금을 주면 (사례비) 엔화로 받을 사람 엔화로 받고.."

이러다 보니 운반과정에서 금괴가 사라지는 이른바 '배달사고'는 물론 납치, 폭력 사건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배달삭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는 밀수조직에서 일하다가 납치와 폭행을 당했다는 한 남성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금괴밀수 조직원 : "지인 인천공항에서 금괴 13개를 잃어버리고 제 동생이 아마 빼돌린 것 같다 해가지고 일본시골에 땅에 파서 (사람을) 묻어가지고 매를 맞아 죽을 뻔했습니다."

하지만, 관세청은 문제의 금괴들이 보세구역, 즉 외국물품을 거래하는 일종의 면세구역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서재용(관세청 조사총괄과장) : "신고를 안하고 세금을 안냈을 때 처벌이 처벌 행위가 성립이 되는거지 그 상태(보세구역)에서는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부분이 환승을 통해서 다른나라 입국할 때 밀수입의 의도가 보이는 경우에 그런 것은 통보를 해서 상호간의 통보를 해서 서로 단속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천공항과 한국인들이 밀수에 이용되면서 국가 이미지가 크게 떨어지고 다른 범죄에도 이용될 여지가 크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김경협(의원/국회 외교통일위) : "문제는 한국인이 여기에 이용됨으로 인해서 국제적인 망신이죠. 국제적인 신뢰를 실추시켜서 일본 관세청의 검열을 훨씬 강화시키게 될 것이고. 결국은 한국인에 대한 피해로.."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금괴 밀수 '골든 트라이앵글'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밀수 조직들이 활개 치면서 대한민국 관문 인천공항이 '밀수'의 '환승통로'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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