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최재원 대표 “배급사 4강 체제 흔들고 싶었다”

입력 2016.09.19 (08:00) 수정 2016.09.19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 시장은 그동안 4강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투자자 위주의 룰이 적용됐습니다. 그래서 이 판을 흔들어 창작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표는 '밀정'의 흥행으로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뉴(NEW) 등 국내 4대 메이저 배급사들이 "어느 정도 건강한 긴장감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며 워너가 그 역할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최 대표는 '밀정'의 흥행에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밀정'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서 세운 로컬 스튜디오를 통해 직접 제작한 첫 한국영화다.

최 대표가 시나리오 선택부터 감독, 배우 캐스팅까지 도맡아 했다.

최 대표는 투자사 아이픽쳐스에 이어 바른손 필름 디비젼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장화, 홍련', '고양이를 부탁해',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30여 편의 영화 투자와 제작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 1년간 영화투자배급사 뉴(NEW)의 대표를 역임했고 2010년 제작사 위더스필름을 설립해 천만영화인 '변호인'을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1월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 영화 '밀정'이 흥행 독주 중이다.

▲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 개봉했더라면 더 폭발력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지운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가 있어서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했고, 기대만큼 스코어가 나오는 중이다. 다만, 우리 영화에 관객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게 반가우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함께 개봉한 영화('고산자, 대동여지도')도 다 같이 잘돼서 전체적인 판을 키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밀정'이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을까.

▲ 솔직히 천만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의 비공식 흥행 스코어가 705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계는 669만 명)이다. 당초 '밀정'은 '놈놈놈'의 관객 수보다 앞자리를 하나 더 높이는 게 목표였다.(800만 명 정도를 예상했다는 의미)

-- '밀정'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 '밀정'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장화, 홍련', '놈놈놈'으로 인연을 맺은 김지운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또 나와 막역한 친구 사이인 송강호에게도 보여줘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김 감독에게는 '송강호가 출연한다'고 말하고, 송강호에게는 '김 감독이 연출한다'고 했더니 둘 다 응했다. 나중에 김 감독은 내가 둘 사이에서 "밀정 짓을 했다"고 하더라. 이 영화의 소재는 속고 속이는 밀정이지만,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나와 김 감독, 송강호가 뭉치니까 과거 '놈놈놈'이나 '변호인'에 참여했던 훌륭한 스태프들도 합류했다. 특별 출연한 이병헌이나 박희순도 '형들이 하면 저도 할게요.' 하며 흔쾌히 출연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첫 작품이다. 1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는데, 워너에서 흔쾌히 이 프로젝트를 OK했나.

▲ '밀정'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해 보냈는데, 워너 측에서 두 시간 만에 시나리오가 좋다며 연락이 왔다. 내가 '100억짜리 영화인데 괜찮겠냐'고 거듭 물었지만 무조건 진행하라고 하더라. 워너브러더스의 경우 한번 관계를 맺은 사람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다. 할리우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워너브러더스와만 작업한다. 워너에서 '밀정'의 첫 주말 스코어를 받아본 뒤 나에게 '축하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 이십세기폭스에 이어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영화 시장은 세계 5위 규모다. 워너브러더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블록버스터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한국영화만의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 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워너는 이미 독일과 일본, 스페인 등 각국에 로컬 스튜디오를 세워 진출해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양의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영화 제작이 한국영화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한국의 영화 투자시장은 4강 체제가 굳어져 있다. '갑질'까지는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4대 투자·배급사들의 룰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경우 '이 정도 배우를 캐스팅해라'라거나, '캐스팅이 안 되면 예산을 깎아라.' 등의 주문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제작에 대해 이해를 해주거나 캐스팅을 함께 도와주거나 하는 것이 없었다.

따라서 누군가 판을 흔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견고한 4강 체제에 균열을 일으켜 창작자 중심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밀정'이 성공하면서 앞으로 워너가 작품을 선택할 때 다른 투자·배급사들도 건강한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작사나 창작자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 때 4대 배급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생기니까 더 좋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영화 흥행 수익은 한국영화에 재투자되는가.

▲ 워너는 기본적으로 롱텀 파트너십을 원한다. 이 때문에 당연히 로컬 스튜디오의 수익은 한국영화에 재투자된다. 차기작은 올해 개봉 예정인 이병헌, 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VIP',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 등이 있다. 'VIP에는 이종석,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이 캐스팅됐다. '싱글라이더'의 이주영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워너는 제작비가 큰 영화뿐만 아니라 신인감독 발굴에도 신경을 쓴다.

-- 그동안 한국영화 투자자와 제작자를 두루 거쳤는데, 한국영화 흥행 코드가 달라졌나.

▲ 기존에는 영화 관객이 주로 20대 초중반이었는데, 최근에는 갈수록 연령대가 넓어진 점이 특징이다. 또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를 소비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전에는 드라마 위주로 기승전결에 천착했다면 요즘에는 빠른 전개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에 관심을 둔다. '밀정'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다양한 사건이 등장하면서도 하나의 커다란 서사가 있고, 다양한 캐릭터라는 장점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밀정’ 최재원 대표 “배급사 4강 체제 흔들고 싶었다”
    • 입력 2016-09-19 08:00:26
    • 수정2016-09-19 08:00:37
    연합뉴스
"한국영화 시장은 그동안 4강 체제가 고착화하면서 투자자 위주의 룰이 적용됐습니다. 그래서 이 판을 흔들어 창작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최재원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표는 '밀정'의 흥행으로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뉴(NEW) 등 국내 4대 메이저 배급사들이 "어느 정도 건강한 긴장감을 느끼게 됐을 것"이라며 워너가 그 역할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최 대표는 '밀정'의 흥행에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밀정'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서 세운 로컬 스튜디오를 통해 직접 제작한 첫 한국영화다.

최 대표가 시나리오 선택부터 감독, 배우 캐스팅까지 도맡아 했다.

최 대표는 투자사 아이픽쳐스에 이어 바른손 필름 디비젼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장화, 홍련', '고양이를 부탁해', '살인의 추억', '효자동 이발사',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30여 편의 영화 투자와 제작에 참여했다.

2009년부터 1년간 영화투자배급사 뉴(NEW)의 대표를 역임했고 2010년 제작사 위더스필름을 설립해 천만영화인 '변호인'을 만들었다. 이어 지난해 1월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

-- 영화 '밀정'이 흥행 독주 중이다.

▲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에 개봉했더라면 더 폭발력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지운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가 있어서 어느 정도 흥행을 예상했고, 기대만큼 스코어가 나오는 중이다. 다만, 우리 영화에 관객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게 반가우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함께 개봉한 영화('고산자, 대동여지도')도 다 같이 잘돼서 전체적인 판을 키웠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밀정'이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을까.

▲ 솔직히 천만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의 비공식 흥행 스코어가 705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계는 669만 명)이다. 당초 '밀정'은 '놈놈놈'의 관객 수보다 앞자리를 하나 더 높이는 게 목표였다.(800만 명 정도를 예상했다는 의미)

-- '밀정'은 어떻게 제작하게 됐나.

▲ '밀정' 시나리오를 보고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장화, 홍련', '놈놈놈'으로 인연을 맺은 김지운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또 나와 막역한 친구 사이인 송강호에게도 보여줘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김 감독에게는 '송강호가 출연한다'고 말하고, 송강호에게는 '김 감독이 연출한다'고 했더니 둘 다 응했다. 나중에 김 감독은 내가 둘 사이에서 "밀정 짓을 했다"고 하더라. 이 영화의 소재는 속고 속이는 밀정이지만,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나와 김 감독, 송강호가 뭉치니까 과거 '놈놈놈'이나 '변호인'에 참여했던 훌륭한 스태프들도 합류했다. 특별 출연한 이병헌이나 박희순도 '형들이 하면 저도 할게요.' 하며 흔쾌히 출연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첫 작품이다. 14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는데, 워너에서 흔쾌히 이 프로젝트를 OK했나.

▲ '밀정' 시나리오를 영어로 번역해 보냈는데, 워너 측에서 두 시간 만에 시나리오가 좋다며 연락이 왔다. 내가 '100억짜리 영화인데 괜찮겠냐'고 거듭 물었지만 무조건 진행하라고 하더라. 워너브러더스의 경우 한번 관계를 맺은 사람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뢰하는 편이다. 할리우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역시 워너브러더스와만 작업한다. 워너에서 '밀정'의 첫 주말 스코어를 받아본 뒤 나에게 '축하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 이십세기폭스에 이어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 한국영화 시장은 세계 5위 규모다. 워너브러더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블록버스터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한국영화만의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 시장 진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워너는 이미 독일과 일본, 스페인 등 각국에 로컬 스튜디오를 세워 진출해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동양의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영화 제작이 한국영화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한국의 영화 투자시장은 4강 체제가 굳어져 있다. '갑질'까지는 아니지만, 알게 모르게 4대 투자·배급사들의 룰이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될 경우 '이 정도 배우를 캐스팅해라'라거나, '캐스팅이 안 되면 예산을 깎아라.' 등의 주문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할 수 있지만, 제작에 대해 이해를 해주거나 캐스팅을 함께 도와주거나 하는 것이 없었다.

따라서 누군가 판을 흔들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견고한 4강 체제에 균열을 일으켜 창작자 중심의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밀정'이 성공하면서 앞으로 워너가 작품을 선택할 때 다른 투자·배급사들도 건강한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작사나 창작자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도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 때 4대 배급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생기니까 더 좋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영화 흥행 수익은 한국영화에 재투자되는가.

▲ 워너는 기본적으로 롱텀 파트너십을 원한다. 이 때문에 당연히 로컬 스튜디오의 수익은 한국영화에 재투자된다. 차기작은 올해 개봉 예정인 이병헌, 공효진 주연의 '싱글라이더'에 이어 박훈정 감독의 'VIP',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 등이 있다. 'VIP에는 이종석,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이 캐스팅됐다. '싱글라이더'의 이주영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워너는 제작비가 큰 영화뿐만 아니라 신인감독 발굴에도 신경을 쓴다.

-- 그동안 한국영화 투자자와 제작자를 두루 거쳤는데, 한국영화 흥행 코드가 달라졌나.

▲ 기존에는 영화 관객이 주로 20대 초중반이었는데, 최근에는 갈수록 연령대가 넓어진 점이 특징이다. 또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를 소비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전에는 드라마 위주로 기승전결에 천착했다면 요즘에는 빠른 전개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에 관심을 둔다. '밀정'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다양한 사건이 등장하면서도 하나의 커다란 서사가 있고, 다양한 캐릭터라는 장점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