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물바다’ 되풀이…배수체계 재정비 시급

입력 2016.10.06 (21:20) 수정 2016.10.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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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태풍에 울산과 제주는 도심지 한 가운데로 급류가 흐를 정도로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용량이 부족한 배수관로 탓이 큰데요.

기상여건이 변하면서, 현재의 도심지 배수 체계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심 전체가 황톳빛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자동차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사람 가슴까지 차오른 물길에 갇혀있던 중년 여성이 긴박하게 구조됩니다.

도심 이면도로는 거대한 강으로 변했습니다.

하수관 맨홀에서는 용량을 버티지 못한 하수가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인터뷰> 고옥녀(피해 주민) : "냉장고가 갑작스럽게 넘어지고 물이 갑작스럽게 가게로 들어오는 통에 문도 안 열리고, 그래서 창문 통해서 도망갔다니까요."

물빠짐이 좋다는 제주지역 사정도 마찬가지.

넘치는 하수가 맨홀 뚜껑을 들어 올리며 도로 위로 뿜어져 나옵니다.

이처럼 도로가 침수되면서 밀려간 차량들은 인근 밭에 처박히고, 채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인근 가옥을 덮칩니다.

<인터뷰> 피해 주민 : "물살이 보통 물살이 아니어서 밖에 나올 엄두도 안났어요. 보시다시피 차가 저쪽에서 여기까지 (밀려오고...)"

태풍 차바때 울산과 제주지역 시간당 강수량은 100mm를 넘어섰습니다.

현재의 도시 배수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비만 오면 물바다로 변하는 도심!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잦은 기상이변…이제는 ‘뉴노멀’▼

<기자 멘트>

10월 태풍 기준으로 22년만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차바'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를 몰고 왔습니다.

시간당 강우량이 제주 산간에 최고 174mm, 울산과 창원도 100mm를 넘어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했습니다.

시간당 30mm만 넘어도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50mm를 넘어서면 하수관에서 빗물이 역류하고, 80mm 이상이면 대규모 피해가 속출합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시간당 50mm 이상 호우 발생 빈도가 80년대보다 35% 급증했습니다.

과거 100년에 한번 빈도로 내리던 100mm 이상 폭우도 10년에 2,3차례 정도로 잦아지는 추셉니다.

지구 온난화로 서태평양이 뜨거워지면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영향을 받는 기간도 길어졌기 때문인데요.

올여름 기나긴 폭염 기억하시죠?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인데, 지금도 일본 남쪽으로 물러가지 않아 결국 10월 태풍 상륙까지 불러왔습니다.

올 3월 세계기상기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극단적인 기후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상이변에 대비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신기후체제’ 도시 배수시스템 재정비 시급▼

<리포트>

2010년 집중 호우로 6천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던 서울 서남부 지역.

지하 45m 땅속에서 대규모 저류- 배수 시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직경 10m, 길이 4.7km의 이 터널 시설이 2년 뒤 완공되면, 폭우로 불어난 빗물을 최대 32만 톤까지 가뒀다 하천으로 방류하게 됩니다.

<인터뷰> 현장 관계자 : "시간당 100mm 강우가 와도 침수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성능을 가지는 방재 시설을 완공하게 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2012년 하수관거의 설계 기준을 10년 빈도에서 30년 빈도로 끌어올렸습니다.

30년에 한 번 일어날 최악의 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방재 시설 기준을 강화한 겁니다.

하지만 시설 재정비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해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영일(도시홍수연구소장) : "예산이라는 것이 재해에만 쓸 수도 없고 하다 보니까 하수관만 완성하려고 해도 30년 이상 걸립니다."

실제로 경남 창원은 시간 당 80mm의 집중 호우에 견딜 시설 기준을 권고받았지만, 이번에 내린 시간당 75mm의 호우에도 도시 곳곳이 침수됐습니다.

이와 함께 하천은 국토부, 하수도는 환경부 등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통합 관리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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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물바다’ 되풀이…배수체계 재정비 시급
    • 입력 2016-10-06 21:22:18
    • 수정2016-10-07 1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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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태풍에 울산과 제주는 도심지 한 가운데로 급류가 흐를 정도로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용량이 부족한 배수관로 탓이 큰데요. 기상여건이 변하면서, 현재의 도심지 배수 체계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심 전체가 황톳빛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자동차들은 옴짝달싹 못하고, 사람 가슴까지 차오른 물길에 갇혀있던 중년 여성이 긴박하게 구조됩니다. 도심 이면도로는 거대한 강으로 변했습니다. 하수관 맨홀에서는 용량을 버티지 못한 하수가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옵니다. <인터뷰> 고옥녀(피해 주민) : "냉장고가 갑작스럽게 넘어지고 물이 갑작스럽게 가게로 들어오는 통에 문도 안 열리고, 그래서 창문 통해서 도망갔다니까요." 물빠짐이 좋다는 제주지역 사정도 마찬가지. 넘치는 하수가 맨홀 뚜껑을 들어 올리며 도로 위로 뿜어져 나옵니다. 이처럼 도로가 침수되면서 밀려간 차량들은 인근 밭에 처박히고, 채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인근 가옥을 덮칩니다. <인터뷰> 피해 주민 : "물살이 보통 물살이 아니어서 밖에 나올 엄두도 안났어요. 보시다시피 차가 저쪽에서 여기까지 (밀려오고...)" 태풍 차바때 울산과 제주지역 시간당 강수량은 100mm를 넘어섰습니다. 현재의 도시 배수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비만 오면 물바다로 변하는 도심!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잦은 기상이변…이제는 ‘뉴노멀’▼ <기자 멘트> 10월 태풍 기준으로 22년만에 우리나라에 상륙한 '차바'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를 몰고 왔습니다. 시간당 강우량이 제주 산간에 최고 174mm, 울산과 창원도 100mm를 넘어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했습니다. 시간당 30mm만 넘어도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50mm를 넘어서면 하수관에서 빗물이 역류하고, 80mm 이상이면 대규모 피해가 속출합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시간당 50mm 이상 호우 발생 빈도가 80년대보다 35% 급증했습니다. 과거 100년에 한번 빈도로 내리던 100mm 이상 폭우도 10년에 2,3차례 정도로 잦아지는 추셉니다. 지구 온난화로 서태평양이 뜨거워지면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고, 영향을 받는 기간도 길어졌기 때문인데요. 올여름 기나긴 폭염 기억하시죠? 북태평양 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인데, 지금도 일본 남쪽으로 물러가지 않아 결국 10월 태풍 상륙까지 불러왔습니다. 올 3월 세계기상기구는 "2015년을 기점으로 극단적인 기후가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지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상이변에 대비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은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신기후체제’ 도시 배수시스템 재정비 시급▼ <리포트> 2010년 집중 호우로 6천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던 서울 서남부 지역. 지하 45m 땅속에서 대규모 저류- 배수 시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직경 10m, 길이 4.7km의 이 터널 시설이 2년 뒤 완공되면, 폭우로 불어난 빗물을 최대 32만 톤까지 가뒀다 하천으로 방류하게 됩니다. <인터뷰> 현장 관계자 : "시간당 100mm 강우가 와도 침수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성능을 가지는 방재 시설을 완공하게 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2012년 하수관거의 설계 기준을 10년 빈도에서 30년 빈도로 끌어올렸습니다. 30년에 한 번 일어날 최악의 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방재 시설 기준을 강화한 겁니다. 하지만 시설 재정비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해 아직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영일(도시홍수연구소장) : "예산이라는 것이 재해에만 쓸 수도 없고 하다 보니까 하수관만 완성하려고 해도 30년 이상 걸립니다." 실제로 경남 창원은 시간 당 80mm의 집중 호우에 견딜 시설 기준을 권고받았지만, 이번에 내린 시간당 75mm의 호우에도 도시 곳곳이 침수됐습니다. 이와 함께 하천은 국토부, 하수도는 환경부 등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통합 관리 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은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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