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차바’…재해 대응은?
입력 2016.10.09 (22:31)
수정 2016.10.1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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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18호 태풍 '차바'가 제주와 남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경남북 일대는 지난달 지진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잇따른 재해를 입었습니다.
집도 차량도 모두 집어삼킨 태풍의 위력에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 역대급이라는 말 그대로 그야말로 역대급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복구 중심이 아닌 선제적 재난 대응이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견인차 몇 대가 침수 됐어요?) 견인차 6대요. (6대? 여기 있던 것들이?) 예. 다 나갔어요. (치우면 쓸 수는 있습니까?) 지금 쓸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일단 될지 안 될지 해보려고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이제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다시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도시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인터뷰> 견인사무소 운영자 : "(사장님 지금 이 컨테이너가 높아진 거예요, 전부다? 기울어진 거예요?) 예. 기울어졌죠. 떠 갖고 (아 떠서? 물이 어느 정도까지 찼습니까?) 떠서 위에서 보니까 여기 달력 보니까 이렇게 찼네요. 여기있네 여기. (아 달력에..) 선이 있네요. (아 여기까지 찼구나..)"
물살을 헤치고 힘겹게 탈출하는 시민들.
범람한 물의 가장자리에 있던 지하 술집은 완전히 잠겼습니다.
<녹취> "끝까지 잠겼구만."
태화 강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식당입니다.
20년 넘게 운영하던 밥집이 물에 잠긴 날, 식당 주인 할머니는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삽시간에 물이 여기까지 차길래 가스 불판 위에 올라갔어요. 불판 위에 데리고 올라갔는데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플라스틱 그릇이 동동 떠 오더라고. 그걸로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그러는데도 이미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여기 천장이 높으니까 내가 이렇게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천장에 목이 닿아서."
할머니는 경황이 없어 누가 자신을 구조해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저 위에 달린 환풍기 깨서 구조대원이 (구해줬어요.) 구조대원 용기 아니었으면 내가 못살았어요. 그 사람이 손잡으라고... 할머니 손잡으면 된다고. 그래서 튜브 하나 더 가지고 오셔가지고 (구해 줬죠.)"
지난번 경주 지진으로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태풍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경희(울산 피해주민) : "더 이상 못하겠어요. 힘들어서 더 이상 못 치우겠어요. 체력이 달려서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울산의 피해가 컸던 걸까?
울산 태화강.
유역면적이 넓은 잘 정비된 도시하천입니다.
하지만 폭우가 집중되면서 순식간에 범람했습니다.
<녹취> "어머 어떡하면 좋아 세상에 엄마야 어떡하면 좋아."
<녹취> "차, 저 차. 어머 어떡해."
<녹취> "이게 아이고 저거 좀 봐라 차 떠내려간다. 이게 바다입니까? 논입니까? 이게."
태풍이 만조 시간과 겹친 데다 물이 빠져나갈 지류가 잘 정비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빠져나갈 곳을 잃은 강물은 맨홀을 통해 역류했습니다.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물이 이렇게 흘렀어요?) 저기 물이 차니까 물이 역류해서 올라오잖아요. 여기 하수구 여기서부터 물이 올라오는데. (하수구에서요?) 네. 그리고 역류해서 올라온다고요. 여기 맨홀뚜껑 다 뒤집혔습니다."
20여 년 전의 설계 용량으로 설치된 우수관과 하수관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제학회 회장) : "일반적으로 차가 둥둥 떠다닌다는 것은 사실 후진적인 재난 관리 상태입니다. 몸 어느 정도까지 찬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준비를 굉장히 소홀히 했다."
태풍 피해를 자연재해로만 돌릴 수 있을까?
버스 안으로 갑자기 황토물이 들어찹니다.
당황한 승객들이 발을 들고 있습니다.
운행 중인 버스를 파도가 덮치기도 합니다.
만약 버스가 완전 침수되거나 전복되기라도 했으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만조에 겹쳐 위력적인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침수나 파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운행시키다가)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는 통제를 해야 되지 너무 일찍 해도 안 되고 너무 늦게 해도 안 되는 거예요. 둘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차가 다니는 게 정상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면 다니게 놔둬야지 그걸 막으면 막았다고 난리 납니다."
대형 크레인이 쓰러진 시각, 해운대에 거대한 파도가 방수벽을 넘어 솟구칩니다.
도로 위를 강타하더니 그대로 차도를 점령합니다.
8m가 넘는 파도 앞에 5m 높이의 방파제와 1.2m의 방수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부산 마린시티 주민 : "파도 높이로 따지면 한 10m? 한참 태풍 지나갈 때. 최고 높을 때 기준으로 하면 최고 높이가 한 10m 정도까지 된 거 같아요. 여기서 저 벽이 1.2m잖아요 지금 이게 1.2m 높이로 했다는데..."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입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를 덮치면서 가로등은 힘없이 쓰러졌고 보도블록은 제 위치를 잃었습니다.
파도에 밀린 보도블록이 상가를 덮치면서 보시는 것처럼 1층 상가 수십 곳이 파손됐습니다.
<인터뷰> 마린시티 상가 점원 : "화분은 완전히 와장창 다 깨졌죠. 바람이 그렇게 직접 오진 않았고요. 약간 비켜서 그렇게 크게는... 옆 가게들은 다 직접적이었는데 저희는 살짝 옆이어서..."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 건설한 마린시티는 바다와 맞닿은 돌출된 지형.
바다와는 불과 3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파도나 해일 피해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방수벽의 높이를 낮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원래 계획대로 설치했으면) 8.5m까지 안전할 수 있죠. 이번 온 것까지는 괜찮았을 수 있었는데. '바다를 볼 수 없다'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해서 1.2m 정도로 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번 피해를 태풍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피해는 이번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이런 데 우리는 대응, 복구에만 급급합니다. 예방 대비가 어느 정도가 돼야 대응이 가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얘기하다가 또 망각을 해버립니다. 가을 오고 그러면 내년 가서 잊어버리기 때문에."
불과 반나절 동안 머문, 태풍 차바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 그리고 강력한 10월 태풍까지 한반도에 잇따르는 이변은 이제 더이상 이변이 아닙니다.
재해 대비 시스템도 그에 맞게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18호 태풍 '차바'가 제주와 남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경남북 일대는 지난달 지진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잇따른 재해를 입었습니다.
집도 차량도 모두 집어삼킨 태풍의 위력에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 역대급이라는 말 그대로 그야말로 역대급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복구 중심이 아닌 선제적 재난 대응이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견인차 몇 대가 침수 됐어요?) 견인차 6대요. (6대? 여기 있던 것들이?) 예. 다 나갔어요. (치우면 쓸 수는 있습니까?) 지금 쓸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일단 될지 안 될지 해보려고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이제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다시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도시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인터뷰> 견인사무소 운영자 : "(사장님 지금 이 컨테이너가 높아진 거예요, 전부다? 기울어진 거예요?) 예. 기울어졌죠. 떠 갖고 (아 떠서? 물이 어느 정도까지 찼습니까?) 떠서 위에서 보니까 여기 달력 보니까 이렇게 찼네요. 여기있네 여기. (아 달력에..) 선이 있네요. (아 여기까지 찼구나..)"
물살을 헤치고 힘겹게 탈출하는 시민들.
범람한 물의 가장자리에 있던 지하 술집은 완전히 잠겼습니다.
<녹취> "끝까지 잠겼구만."
태화 강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식당입니다.
20년 넘게 운영하던 밥집이 물에 잠긴 날, 식당 주인 할머니는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삽시간에 물이 여기까지 차길래 가스 불판 위에 올라갔어요. 불판 위에 데리고 올라갔는데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플라스틱 그릇이 동동 떠 오더라고. 그걸로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그러는데도 이미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여기 천장이 높으니까 내가 이렇게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천장에 목이 닿아서."
할머니는 경황이 없어 누가 자신을 구조해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저 위에 달린 환풍기 깨서 구조대원이 (구해줬어요.) 구조대원 용기 아니었으면 내가 못살았어요. 그 사람이 손잡으라고... 할머니 손잡으면 된다고. 그래서 튜브 하나 더 가지고 오셔가지고 (구해 줬죠.)"
지난번 경주 지진으로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태풍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경희(울산 피해주민) : "더 이상 못하겠어요. 힘들어서 더 이상 못 치우겠어요. 체력이 달려서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울산의 피해가 컸던 걸까?
울산 태화강.
유역면적이 넓은 잘 정비된 도시하천입니다.
하지만 폭우가 집중되면서 순식간에 범람했습니다.
<녹취> "어머 어떡하면 좋아 세상에 엄마야 어떡하면 좋아."
<녹취> "차, 저 차. 어머 어떡해."
<녹취> "이게 아이고 저거 좀 봐라 차 떠내려간다. 이게 바다입니까? 논입니까? 이게."
태풍이 만조 시간과 겹친 데다 물이 빠져나갈 지류가 잘 정비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빠져나갈 곳을 잃은 강물은 맨홀을 통해 역류했습니다.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물이 이렇게 흘렀어요?) 저기 물이 차니까 물이 역류해서 올라오잖아요. 여기 하수구 여기서부터 물이 올라오는데. (하수구에서요?) 네. 그리고 역류해서 올라온다고요. 여기 맨홀뚜껑 다 뒤집혔습니다."
20여 년 전의 설계 용량으로 설치된 우수관과 하수관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제학회 회장) : "일반적으로 차가 둥둥 떠다닌다는 것은 사실 후진적인 재난 관리 상태입니다. 몸 어느 정도까지 찬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준비를 굉장히 소홀히 했다."
태풍 피해를 자연재해로만 돌릴 수 있을까?
버스 안으로 갑자기 황토물이 들어찹니다.
당황한 승객들이 발을 들고 있습니다.
운행 중인 버스를 파도가 덮치기도 합니다.
만약 버스가 완전 침수되거나 전복되기라도 했으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만조에 겹쳐 위력적인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침수나 파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운행시키다가)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는 통제를 해야 되지 너무 일찍 해도 안 되고 너무 늦게 해도 안 되는 거예요. 둘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차가 다니는 게 정상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면 다니게 놔둬야지 그걸 막으면 막았다고 난리 납니다."
대형 크레인이 쓰러진 시각, 해운대에 거대한 파도가 방수벽을 넘어 솟구칩니다.
도로 위를 강타하더니 그대로 차도를 점령합니다.
8m가 넘는 파도 앞에 5m 높이의 방파제와 1.2m의 방수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부산 마린시티 주민 : "파도 높이로 따지면 한 10m? 한참 태풍 지나갈 때. 최고 높을 때 기준으로 하면 최고 높이가 한 10m 정도까지 된 거 같아요. 여기서 저 벽이 1.2m잖아요 지금 이게 1.2m 높이로 했다는데..."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입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를 덮치면서 가로등은 힘없이 쓰러졌고 보도블록은 제 위치를 잃었습니다.
파도에 밀린 보도블록이 상가를 덮치면서 보시는 것처럼 1층 상가 수십 곳이 파손됐습니다.
<인터뷰> 마린시티 상가 점원 : "화분은 완전히 와장창 다 깨졌죠. 바람이 그렇게 직접 오진 않았고요. 약간 비켜서 그렇게 크게는... 옆 가게들은 다 직접적이었는데 저희는 살짝 옆이어서..."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 건설한 마린시티는 바다와 맞닿은 돌출된 지형.
바다와는 불과 3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파도나 해일 피해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방수벽의 높이를 낮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원래 계획대로 설치했으면) 8.5m까지 안전할 수 있죠. 이번 온 것까지는 괜찮았을 수 있었는데. '바다를 볼 수 없다'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해서 1.2m 정도로 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번 피해를 태풍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피해는 이번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이런 데 우리는 대응, 복구에만 급급합니다. 예방 대비가 어느 정도가 돼야 대응이 가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얘기하다가 또 망각을 해버립니다. 가을 오고 그러면 내년 가서 잊어버리기 때문에."
불과 반나절 동안 머문, 태풍 차바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 그리고 강력한 10월 태풍까지 한반도에 잇따르는 이변은 이제 더이상 이변이 아닙니다.
재해 대비 시스템도 그에 맞게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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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10-09 22:36:24
- 수정2016-10-10 09: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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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태풍 '차바'가 제주와 남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경남북 일대는 지난달 지진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잇따른 재해를 입었습니다.
집도 차량도 모두 집어삼킨 태풍의 위력에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 역대급이라는 말 그대로 그야말로 역대급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복구 중심이 아닌 선제적 재난 대응이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견인차 몇 대가 침수 됐어요?) 견인차 6대요. (6대? 여기 있던 것들이?) 예. 다 나갔어요. (치우면 쓸 수는 있습니까?) 지금 쓸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일단 될지 안 될지 해보려고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이제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다시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도시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인터뷰> 견인사무소 운영자 : "(사장님 지금 이 컨테이너가 높아진 거예요, 전부다? 기울어진 거예요?) 예. 기울어졌죠. 떠 갖고 (아 떠서? 물이 어느 정도까지 찼습니까?) 떠서 위에서 보니까 여기 달력 보니까 이렇게 찼네요. 여기있네 여기. (아 달력에..) 선이 있네요. (아 여기까지 찼구나..)"
물살을 헤치고 힘겹게 탈출하는 시민들.
범람한 물의 가장자리에 있던 지하 술집은 완전히 잠겼습니다.
<녹취> "끝까지 잠겼구만."
태화 강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식당입니다.
20년 넘게 운영하던 밥집이 물에 잠긴 날, 식당 주인 할머니는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삽시간에 물이 여기까지 차길래 가스 불판 위에 올라갔어요. 불판 위에 데리고 올라갔는데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플라스틱 그릇이 동동 떠 오더라고. 그걸로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그러는데도 이미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여기 천장이 높으니까 내가 이렇게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천장에 목이 닿아서."
할머니는 경황이 없어 누가 자신을 구조해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저 위에 달린 환풍기 깨서 구조대원이 (구해줬어요.) 구조대원 용기 아니었으면 내가 못살았어요. 그 사람이 손잡으라고... 할머니 손잡으면 된다고. 그래서 튜브 하나 더 가지고 오셔가지고 (구해 줬죠.)"
지난번 경주 지진으로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태풍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경희(울산 피해주민) : "더 이상 못하겠어요. 힘들어서 더 이상 못 치우겠어요. 체력이 달려서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울산의 피해가 컸던 걸까?
울산 태화강.
유역면적이 넓은 잘 정비된 도시하천입니다.
하지만 폭우가 집중되면서 순식간에 범람했습니다.
<녹취> "어머 어떡하면 좋아 세상에 엄마야 어떡하면 좋아."
<녹취> "차, 저 차. 어머 어떡해."
<녹취> "이게 아이고 저거 좀 봐라 차 떠내려간다. 이게 바다입니까? 논입니까? 이게."
태풍이 만조 시간과 겹친 데다 물이 빠져나갈 지류가 잘 정비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빠져나갈 곳을 잃은 강물은 맨홀을 통해 역류했습니다.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물이 이렇게 흘렀어요?) 저기 물이 차니까 물이 역류해서 올라오잖아요. 여기 하수구 여기서부터 물이 올라오는데. (하수구에서요?) 네. 그리고 역류해서 올라온다고요. 여기 맨홀뚜껑 다 뒤집혔습니다."
20여 년 전의 설계 용량으로 설치된 우수관과 하수관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제학회 회장) : "일반적으로 차가 둥둥 떠다닌다는 것은 사실 후진적인 재난 관리 상태입니다. 몸 어느 정도까지 찬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준비를 굉장히 소홀히 했다."
태풍 피해를 자연재해로만 돌릴 수 있을까?
버스 안으로 갑자기 황토물이 들어찹니다.
당황한 승객들이 발을 들고 있습니다.
운행 중인 버스를 파도가 덮치기도 합니다.
만약 버스가 완전 침수되거나 전복되기라도 했으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만조에 겹쳐 위력적인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침수나 파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운행시키다가)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는 통제를 해야 되지 너무 일찍 해도 안 되고 너무 늦게 해도 안 되는 거예요. 둘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차가 다니는 게 정상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면 다니게 놔둬야지 그걸 막으면 막았다고 난리 납니다."
대형 크레인이 쓰러진 시각, 해운대에 거대한 파도가 방수벽을 넘어 솟구칩니다.
도로 위를 강타하더니 그대로 차도를 점령합니다.
8m가 넘는 파도 앞에 5m 높이의 방파제와 1.2m의 방수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부산 마린시티 주민 : "파도 높이로 따지면 한 10m? 한참 태풍 지나갈 때. 최고 높을 때 기준으로 하면 최고 높이가 한 10m 정도까지 된 거 같아요. 여기서 저 벽이 1.2m잖아요 지금 이게 1.2m 높이로 했다는데..."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입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를 덮치면서 가로등은 힘없이 쓰러졌고 보도블록은 제 위치를 잃었습니다.
파도에 밀린 보도블록이 상가를 덮치면서 보시는 것처럼 1층 상가 수십 곳이 파손됐습니다.
<인터뷰> 마린시티 상가 점원 : "화분은 완전히 와장창 다 깨졌죠. 바람이 그렇게 직접 오진 않았고요. 약간 비켜서 그렇게 크게는... 옆 가게들은 다 직접적이었는데 저희는 살짝 옆이어서..."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 건설한 마린시티는 바다와 맞닿은 돌출된 지형.
바다와는 불과 3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파도나 해일 피해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방수벽의 높이를 낮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원래 계획대로 설치했으면) 8.5m까지 안전할 수 있죠. 이번 온 것까지는 괜찮았을 수 있었는데. '바다를 볼 수 없다'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해서 1.2m 정도로 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번 피해를 태풍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피해는 이번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이런 데 우리는 대응, 복구에만 급급합니다. 예방 대비가 어느 정도가 돼야 대응이 가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얘기하다가 또 망각을 해버립니다. 가을 오고 그러면 내년 가서 잊어버리기 때문에."
불과 반나절 동안 머문, 태풍 차바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 그리고 강력한 10월 태풍까지 한반도에 잇따르는 이변은 이제 더이상 이변이 아닙니다.
재해 대비 시스템도 그에 맞게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18호 태풍 '차바'가 제주와 남부지방을 강타했습니다.
경남북 일대는 지난달 지진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잇따른 재해를 입었습니다.
집도 차량도 모두 집어삼킨 태풍의 위력에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이례적인 10월 태풍 차바, 역대급이라는 말 그대로 그야말로 역대급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복구 중심이 아닌 선제적 재난 대응이라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견인차 몇 대가 침수 됐어요?) 견인차 6대요. (6대? 여기 있던 것들이?) 예. 다 나갔어요. (치우면 쓸 수는 있습니까?) 지금 쓸 수 있게 하려고 합니다.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일단 될지 안 될지 해보려고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이제 복구작업이 한창입니다.
다시 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도시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인터뷰> 견인사무소 운영자 : "(사장님 지금 이 컨테이너가 높아진 거예요, 전부다? 기울어진 거예요?) 예. 기울어졌죠. 떠 갖고 (아 떠서? 물이 어느 정도까지 찼습니까?) 떠서 위에서 보니까 여기 달력 보니까 이렇게 찼네요. 여기있네 여기. (아 달력에..) 선이 있네요. (아 여기까지 찼구나..)"
물살을 헤치고 힘겹게 탈출하는 시민들.
범람한 물의 가장자리에 있던 지하 술집은 완전히 잠겼습니다.
<녹취> "끝까지 잠겼구만."
태화 강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식당입니다.
20년 넘게 운영하던 밥집이 물에 잠긴 날, 식당 주인 할머니는 몸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삽시간에 물이 여기까지 차길래 가스 불판 위에 올라갔어요. 불판 위에 데리고 올라갔는데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플라스틱 그릇이 동동 떠 오더라고. 그걸로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그러는데도 이미 물이 자꾸 차오르니까 여기 천장이 높으니까 내가 이렇게 물을 퍼내고 있었어요. 천장에 목이 닿아서."
할머니는 경황이 없어 누가 자신을 구조해줬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백기영(울산 피해주민) : "저 위에 달린 환풍기 깨서 구조대원이 (구해줬어요.) 구조대원 용기 아니었으면 내가 못살았어요. 그 사람이 손잡으라고... 할머니 손잡으면 된다고. 그래서 튜브 하나 더 가지고 오셔가지고 (구해 줬죠.)"
지난번 경주 지진으로 놀란 가슴이 채 진정되기도 전에 태풍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지쳐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경희(울산 피해주민) : "더 이상 못하겠어요. 힘들어서 더 이상 못 치우겠어요. 체력이 달려서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울산의 피해가 컸던 걸까?
울산 태화강.
유역면적이 넓은 잘 정비된 도시하천입니다.
하지만 폭우가 집중되면서 순식간에 범람했습니다.
<녹취> "어머 어떡하면 좋아 세상에 엄마야 어떡하면 좋아."
<녹취> "차, 저 차. 어머 어떡해."
<녹취> "이게 아이고 저거 좀 봐라 차 떠내려간다. 이게 바다입니까? 논입니까? 이게."
태풍이 만조 시간과 겹친 데다 물이 빠져나갈 지류가 잘 정비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습니다.
빠져나갈 곳을 잃은 강물은 맨홀을 통해 역류했습니다.
<인터뷰> 태풍 피해주민 : "(물이 이렇게 흘렀어요?) 저기 물이 차니까 물이 역류해서 올라오잖아요. 여기 하수구 여기서부터 물이 올라오는데. (하수구에서요?) 네. 그리고 역류해서 올라온다고요. 여기 맨홀뚜껑 다 뒤집혔습니다."
20여 년 전의 설계 용량으로 설치된 우수관과 하수관은 제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제학회 회장) : "일반적으로 차가 둥둥 떠다닌다는 것은 사실 후진적인 재난 관리 상태입니다. 몸 어느 정도까지 찬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준비를 굉장히 소홀히 했다."
태풍 피해를 자연재해로만 돌릴 수 있을까?
버스 안으로 갑자기 황토물이 들어찹니다.
당황한 승객들이 발을 들고 있습니다.
운행 중인 버스를 파도가 덮치기도 합니다.
만약 버스가 완전 침수되거나 전복되기라도 했으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만조에 겹쳐 위력적인 태풍이 상륙한다는 소식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침수나 파도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교통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운행시키다가)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는 통제를 해야 되지 너무 일찍 해도 안 되고 너무 늦게 해도 안 되는 거예요. 둘 다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차가 다니는 게 정상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면 다니게 놔둬야지 그걸 막으면 막았다고 난리 납니다."
대형 크레인이 쓰러진 시각, 해운대에 거대한 파도가 방수벽을 넘어 솟구칩니다.
도로 위를 강타하더니 그대로 차도를 점령합니다.
8m가 넘는 파도 앞에 5m 높이의 방파제와 1.2m의 방수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인터뷰> 부산 마린시티 주민 : "파도 높이로 따지면 한 10m? 한참 태풍 지나갈 때. 최고 높을 때 기준으로 하면 최고 높이가 한 10m 정도까지 된 거 같아요. 여기서 저 벽이 1.2m잖아요 지금 이게 1.2m 높이로 했다는데..."
태풍 차바가 휩쓸고 간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입니다.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를 덮치면서 가로등은 힘없이 쓰러졌고 보도블록은 제 위치를 잃었습니다.
파도에 밀린 보도블록이 상가를 덮치면서 보시는 것처럼 1층 상가 수십 곳이 파손됐습니다.
<인터뷰> 마린시티 상가 점원 : "화분은 완전히 와장창 다 깨졌죠. 바람이 그렇게 직접 오진 않았고요. 약간 비켜서 그렇게 크게는... 옆 가게들은 다 직접적이었는데 저희는 살짝 옆이어서..."
바다를 메운 매립지에 건설한 마린시티는 바다와 맞닿은 돌출된 지형.
바다와는 불과 30m 정도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파도나 해일 피해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조망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방수벽의 높이를 낮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원래 계획대로 설치했으면) 8.5m까지 안전할 수 있죠. 이번 온 것까지는 괜찮았을 수 있었는데. '바다를 볼 수 없다' 시민들이 아파트에서. 이렇게 해서 1.2m 정도로 해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이번 피해를 태풍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피해는 이번에도 어김없었습니다.
<인터뷰> 정상만(한국방재학회 회장) : "예방, 대비, 대응, 복구. 이런 데 우리는 대응, 복구에만 급급합니다. 예방 대비가 어느 정도가 돼야 대응이 가능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까지도 얘기하다가 또 망각을 해버립니다. 가을 오고 그러면 내년 가서 잊어버리기 때문에."
불과 반나절 동안 머문, 태풍 차바의 피해는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기록적인 폭염,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 그리고 강력한 10월 태풍까지 한반도에 잇따르는 이변은 이제 더이상 이변이 아닙니다.
재해 대비 시스템도 그에 맞게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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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 기자 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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