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까지 불똥…美 전역 ‘광대 괴담’에 ‘벌벌’

입력 2016.10.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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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마스코트인 '로널드 맥도널드'. 익살스런 광대 모습으로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이 마스코트가 당분간 눈에 잘 띄지 않게 될 운명에 처했다.

맥도날드사는 현지 시간으로 11일 "광대가 목격되는 것과 관련된 요즘 분위기로 인해 로널드 맥도널드가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데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맥도널드의 이번 결정은 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이 납치와 살인 행각을 벌인다는 이른바 '광대 괴담'이 올해 여름부터 미 전역에 퍼지면서 최근 무서운 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장난과 신고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연관기사] ☞ [고현장] ‘풍선’대신 ‘흉기’ 든 피에로의 침입… 소~름

유튜브에 올라온 광대 목격 영상들 캡쳐유튜브에 올라온 광대 목격 영상들 캡쳐

8월 말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시작된 '괴담'

현지에서 '광대 열풍(clown craze)'으로 불리는 이 괴담은 지난 8월 말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아파트에 사는 한 아이가 돈을 주겠다며 숲으로 유인하려는 광대들을 목격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와 유사한 2건의 신고가 더 들어왔지만 경찰 수사와 수색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촌극으로 끝날 일일 수도 있었지만 이와 유사하게 무서운 광대 모양을 한 사람들을 목격했다는 신고는 현재까지 37 개가 넘는 주에서 잇따르면서 미국에서 전국적인 열풍으로 번져갔다.

심지어 이 괴담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와 호주, 영국에까지 번지고 있다.

    ▲ 펜실바니아 주립대 광대 사냥 유튜브 영상, 출처:SIDELINEDREAMS)

'광대 괴담' 관련 20개 가까운 주에서 체포

펜실바니아 주립대에서는 이달 초 캠퍼스 주변에 광대가 출몰했다는 소문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광대 사냥을 하자며 길거리로 나왔고, 앨라배마 주의 학교들은 광대들이 학교에 나타날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오자 휴교령을 내리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들 신고 가운데 상당수는 장난이었지만 실제로 경찰의 체포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앨라배마주에 사는 14살 청소년은 광대 복장을 하고 중학교를 찾아가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한 시간 반 만에 경찰에 체포된 뒤 기소됐다. 이처럼 앨라배마주에서만 '광대 괴담'과 관련해 2명의 성인과 5명의 청소년이 테러 위협이 의심된다는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미국 전역에서 20개 가까운 주에서 광대 복장을 하고 장난을 한 이들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다.

뉴스 브리핑 하는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뉴스 브리핑 하는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백악관, "공권력이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

미국 경찰은 실질적인 광대의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괴담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이 문제는 백악관으로까지 번졌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대통령이 이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명백히 공권력이 매우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미니시리즈 ‘그것’에 등장하는 ‘페니와이즈’, IMDB 사이트 캡쳐미니시리즈 ‘그것’에 등장하는 ‘페니와이즈’, IMDB 사이트 캡쳐

"광대 공포는 새롭지 않은 현상"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후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홍콩 할매귀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괴담은 사실 미국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언론 보도를 보더라도 광대 복장을 한 범죄 신고 사례는 80년대 이후 수십 차례 넘게 있었다.

타임지는 특히 80년대 스티븐 킹의 소설(나중에 미니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그것(It)'에 등장하는 공포의 광대 '페니와이즈'의 등장 이후 미국에서 광대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들들에게도 공포의 상징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범죄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광대가 두꺼운 화장을 한 얼굴로 진짜 정체와 감정을 숨긴 채 극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광대에 대한 공포의 뿌리라는 데 동의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타임지는 "이러한 집단적 히스테리가 누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광대 관련 사건의 대부분은 광대 복장을 한 어린 장난꾸러기이거나 광대 이야기를 지어내 전화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광대 열풍'이 일종의 '파티'이거나 '게임'일 수 있다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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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도날드까지 불똥…美 전역 ‘광대 괴담’에 ‘벌벌’
    • 입력 2016-10-12 17:07:20
    취재K
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마스코트인 '로널드 맥도널드'. 익살스런 광대 모습으로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이 마스코트가 당분간 눈에 잘 띄지 않게 될 운명에 처했다.

맥도날드사는 현지 시간으로 11일 "광대가 목격되는 것과 관련된 요즘 분위기로 인해 로널드 맥도널드가 지역 행사에 참여하는 데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맥도널드의 이번 결정은 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이 납치와 살인 행각을 벌인다는 이른바 '광대 괴담'이 올해 여름부터 미 전역에 퍼지면서 최근 무서운 광대 분장을 한 사람들의 무분별한 장난과 신고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연관기사] ☞ [고현장] ‘풍선’대신 ‘흉기’ 든 피에로의 침입… 소~름

유튜브에 올라온 광대 목격 영상들 캡쳐
8월 말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시작된 '괴담'

현지에서 '광대 열풍(clown craze)'으로 불리는 이 괴담은 지난 8월 말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서 아파트에 사는 한 아이가 돈을 주겠다며 숲으로 유인하려는 광대들을 목격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와 유사한 2건의 신고가 더 들어왔지만 경찰 수사와 수색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촌극으로 끝날 일일 수도 있었지만 이와 유사하게 무서운 광대 모양을 한 사람들을 목격했다는 신고는 현재까지 37 개가 넘는 주에서 잇따르면서 미국에서 전국적인 열풍으로 번져갔다.

심지어 이 괴담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와 호주, 영국에까지 번지고 있다.

    ▲ 펜실바니아 주립대 광대 사냥 유튜브 영상, 출처:SIDELINEDREAMS)

'광대 괴담' 관련 20개 가까운 주에서 체포

펜실바니아 주립대에서는 이달 초 캠퍼스 주변에 광대가 출몰했다는 소문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광대 사냥을 하자며 길거리로 나왔고, 앨라배마 주의 학교들은 광대들이 학교에 나타날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오자 휴교령을 내리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들 신고 가운데 상당수는 장난이었지만 실제로 경찰의 체포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앨라배마주에 사는 14살 청소년은 광대 복장을 하고 중학교를 찾아가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한 시간 반 만에 경찰에 체포된 뒤 기소됐다. 이처럼 앨라배마주에서만 '광대 괴담'과 관련해 2명의 성인과 5명의 청소년이 테러 위협이 의심된다는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미국 전역에서 20개 가까운 주에서 광대 복장을 하고 장난을 한 이들에 대한 체포가 이뤄졌다.

뉴스 브리핑 하는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
백악관, "공권력이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

미국 경찰은 실질적인 광대의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괴담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이 문제는 백악관으로까지 번졌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4일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대통령이 이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명백히 공권력이 매우 심각하게 대처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미니시리즈 ‘그것’에 등장하는 ‘페니와이즈’, IMDB 사이트 캡쳐
"광대 공포는 새롭지 않은 현상"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후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홍콩 할매귀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괴담은 사실 미국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언론 보도를 보더라도 광대 복장을 한 범죄 신고 사례는 80년대 이후 수십 차례 넘게 있었다.

타임지는 특히 80년대 스티븐 킹의 소설(나중에 미니시리즈로도 만들어졌다) '그것(It)'에 등장하는 공포의 광대 '페니와이즈'의 등장 이후 미국에서 광대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들들에게도 공포의 상징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범죄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광대가 두꺼운 화장을 한 얼굴로 진짜 정체와 감정을 숨긴 채 극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이 광대에 대한 공포의 뿌리라는 데 동의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타임지는 "이러한 집단적 히스테리가 누가 크게 다치거나 죽는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광대 관련 사건의 대부분은 광대 복장을 한 어린 장난꾸러기이거나 광대 이야기를 지어내 전화를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의 '광대 열풍'이 일종의 '파티'이거나 '게임'일 수 있다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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