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북·미 비밀접촉…차기 정부 대화 포석

입력 2016.10.29 (21:49) 수정 2016.10.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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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1일과 22일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만났습니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꺼려 온 미국이 핵협상 전문가들을 보내 전격적으로 북한의 고위당국자를 만나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번 접촉은 북미 모두 오바마 정부 이후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거라는 분석입니다.

구본국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말레이시아 수도 쿠라룸푸르의 한 호텔.

2층 회의실에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성렬은 KBS 취재진에 회동 현장이 공개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한성렬(북 외무성 부상) : "(안녕하세요. KBS 기자입니다.) 허허"

한성렬 일행은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목격된 뒤 이후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한성렬 일행이 베이징을 거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북한 대사관 주변에서 한성렬 일행을 기다려 봤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결국, 말레이시아 호텔들을 수소문한 끝에 북한 대표단이 묵는 호텔과 접촉 장소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취재진과 마주치자 북측 일행은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고 한성렬 역시 비보도를 요청하며 질문에 답변을 해 줬습니다.

<인터뷰> 한성렬 : "(수해문제도 논의합니까?) 그거는 아니냐. 수해문제는 아니고. 관심사 되는 문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거지."

취재진과 인터뷰는 약 5분 가까이 진행됐는데 명함을 달라고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한성렬 : "(북한수행원에게) 거, 다 들어왔어요? 구 선생 우리 앞으로 오랜 기간 좋은 관계 가져야 하는데…."

이번 비밀접촉의 북측 주요 인사는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 차석 대사였습니다.

두 명 모두 북미 간 연락 창구인 일명 '뉴욕채널'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차례 유엔 차석 대사를 맡은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지난 5월 스웨덴 학술회의에서도 미국의 의중을 탐색하는 등 수시로 미국 측과 접촉해 왔습니다.

한성렬의 후임인 장일훈 유엔 차석 대사 역시 지난 2013년 한성렬과 함께 유럽에서 미국과 접촉하는 등 북측의 대미 창구 실무자입니다.

<인터뷰> 장일훈 : "분위기 안 좋으니까 이야기하자는 거지 (핵 이야기 나오겠네요.) 나오겠지요."

북한의 이른바 대미 라인이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현장에서 만난 미국 대표단의 면면은 이번 접촉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임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제네바 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

그리고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북핵 전문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비밀 접촉의 민감성을 의식한 미국 측 대표들은 KBS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인터뷰> 갈루치 : (오늘 미팅에 대해 말해 주세요.) 아니요..다른 대표가 이야길 할 겁니다."

<인터뷰> 디트라니 :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막 대화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말레이시아 진행된 북미 간의 비밀접촉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초반 대화 주제에 대해 말을 아끼던 북측은 시간이 지나자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휴식 시간 담배를 피우러 나온 장일훈 유엔 차석 대사..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확인해 줬습니다.

<인터뷰> 장일훈(유엔 차석 대사) : "(그 쪽(미국)에서 생각하는 건 핵, 미사일 동결해달라 이거에요? 어때요?) 뭐 단계별로 해주면 하는데..."

첫째 날 오후 늦은 시간부터는 미국 측 대표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과장까지 참석해 만남의 무게를 더 해줬습니다.

이틀간 진행된 접촉이 끝나자 미국 측 대표는 기자를 만나 이번 만남의 결과를 직접 이야기해 줬습니다.

미국 측은 먼저 최근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프랑스 와인에 빗대 북측에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 : "북한 핵 프로그램은 좋은 프랑스 와인이 아닙니다.오래될수록 좋아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을 위한 북측 분위기 탐색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 : "오바마 행정부 끝날 때까지 뭔가가 일어날것으로(이루어질 것)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공식적 외부자로서 새 행정부에게 뭔가를 제시할 수 있는가를 찾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북미 간 접촉이 정부 간 대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북측은 최근 북핵에 대해 강경책을 내놓고 있는 미국 내 분위기를 먼저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과 미국 측의 요구사항 등 의중을 떠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한성렬(음성 녹음) : "(분위기만 한번 보시는 건가요?) 비공식 인사들이니까..전직 관리들이고..이번 기회 삼아 한번 오랜 친구들을 퇴직하기 전에 만나는 거죠."

이번 만남의 마지막은 북미 양측이 함께하는 만찬이었습니다.

나쁘지 않았던 만남의 분위기와 앞으로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뤄진 북미 간 비밀 접촉.

민간 차원의 논의를 뜻하는 '트랙2' 형식을 취했지만, 북한에선 미국을 담당하는 현직 고위 관리들이...

미국 역시 전직 관리와 북핵 전문가 그룹이 총출동했습니다.

제재 분위기에다 정부 간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이뤄진 만큼 그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과연 이번 탐색전이 추후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북측 간의 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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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북·미 비밀접촉…차기 정부 대화 포석
    • 입력 2016-10-29 21:58:32
    • 수정2016-10-29 22: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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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1일과 22일 말레이시아에서는 북한과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만났습니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꺼려 온 미국이 핵협상 전문가들을 보내 전격적으로 북한의 고위당국자를 만나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번 접촉은 북미 모두 오바마 정부 이후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 거라는 분석입니다.

구본국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말레이시아 수도 쿠라룸푸르의 한 호텔.

2층 회의실에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성렬은 KBS 취재진에 회동 현장이 공개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한성렬(북 외무성 부상) : "(안녕하세요. KBS 기자입니다.) 허허"

한성렬 일행은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목격된 뒤 이후 행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한성렬 일행이 베이징을 거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사실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소재 파악에 나섰습니다.

북한 대사관 주변에서 한성렬 일행을 기다려 봤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결국, 말레이시아 호텔들을 수소문한 끝에 북한 대표단이 묵는 호텔과 접촉 장소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취재진과 마주치자 북측 일행은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고 한성렬 역시 비보도를 요청하며 질문에 답변을 해 줬습니다.

<인터뷰> 한성렬 : "(수해문제도 논의합니까?) 그거는 아니냐. 수해문제는 아니고. 관심사 되는 문제들에 대해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거지."

취재진과 인터뷰는 약 5분 가까이 진행됐는데 명함을 달라고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한성렬 : "(북한수행원에게) 거, 다 들어왔어요? 구 선생 우리 앞으로 오랜 기간 좋은 관계 가져야 하는데…."

이번 비밀접촉의 북측 주요 인사는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 차석 대사였습니다.

두 명 모두 북미 간 연락 창구인 일명 '뉴욕채널'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차례 유엔 차석 대사를 맡은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지난 5월 스웨덴 학술회의에서도 미국의 의중을 탐색하는 등 수시로 미국 측과 접촉해 왔습니다.

한성렬의 후임인 장일훈 유엔 차석 대사 역시 지난 2013년 한성렬과 함께 유럽에서 미국과 접촉하는 등 북측의 대미 창구 실무자입니다.

<인터뷰> 장일훈 : "분위기 안 좋으니까 이야기하자는 거지 (핵 이야기 나오겠네요.) 나오겠지요."

북한의 이른바 대미 라인이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현장에서 만난 미국 대표단의 면면은 이번 접촉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임을 확인시켜 줬습니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미 제네바 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

그리고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북핵 전문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비밀 접촉의 민감성을 의식한 미국 측 대표들은 KBS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인터뷰> 갈루치 : (오늘 미팅에 대해 말해 주세요.) 아니요..다른 대표가 이야길 할 겁니다."

<인터뷰> 디트라니 :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막 대화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말레이시아 진행된 북미 간의 비밀접촉은 이틀에 걸쳐 12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초반 대화 주제에 대해 말을 아끼던 북측은 시간이 지나자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휴식 시간 담배를 피우러 나온 장일훈 유엔 차석 대사..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논의가 있었음을 확인해 줬습니다.

<인터뷰> 장일훈(유엔 차석 대사) : "(그 쪽(미국)에서 생각하는 건 핵, 미사일 동결해달라 이거에요? 어때요?) 뭐 단계별로 해주면 하는데..."

첫째 날 오후 늦은 시간부터는 미국 측 대표로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과장까지 참석해 만남의 무게를 더 해줬습니다.

이틀간 진행된 접촉이 끝나자 미국 측 대표는 기자를 만나 이번 만남의 결과를 직접 이야기해 줬습니다.

미국 측은 먼저 최근 북핵과 미사일 문제를 프랑스 와인에 빗대 북측에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 : "북한 핵 프로그램은 좋은 프랑스 와인이 아닙니다.오래될수록 좋아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대선 이후 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제안을 위한 북측 분위기 탐색에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리언 시걸 : "오바마 행정부 끝날 때까지 뭔가가 일어날것으로(이루어질 것)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공식적 외부자로서 새 행정부에게 뭔가를 제시할 수 있는가를 찾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북미 간 접촉이 정부 간 대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북측은 최근 북핵에 대해 강경책을 내놓고 있는 미국 내 분위기를 먼저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차기 행정부와의 대화 가능성과 미국 측의 요구사항 등 의중을 떠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한성렬(음성 녹음) : "(분위기만 한번 보시는 건가요?) 비공식 인사들이니까..전직 관리들이고..이번 기회 삼아 한번 오랜 친구들을 퇴직하기 전에 만나는 거죠."

이번 만남의 마지막은 북미 양측이 함께하는 만찬이었습니다.

나쁘지 않았던 만남의 분위기와 앞으로 또 다른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국 대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뤄진 북미 간 비밀 접촉.

민간 차원의 논의를 뜻하는 '트랙2' 형식을 취했지만, 북한에선 미국을 담당하는 현직 고위 관리들이...

미국 역시 전직 관리와 북핵 전문가 그룹이 총출동했습니다.

제재 분위기에다 정부 간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이뤄진 만큼 그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과연 이번 탐색전이 추후 출범하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북측 간의 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구본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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