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 김치 맛보세요…탈북민 김장 봉사

입력 2016.11.19 (08:20) 수정 2016.11.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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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김장 준비하는 분 많으시죠?

우리보다 겨울이 빠른 북한은 이달 초 이미 김장을 시작했다더군요.

네, 북한은 김장도 ‘김장전투’라고 부른다던데요.

북한식 김치 맛도 궁금하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탈북민 봉사단체가 김장을 담궈서 장애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전했는데, 그게 바로 북한식 김치였다더군요.

그렇군요.

받은 만큼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사람들의 특별한 김장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김장용 배추를 실은 트럭이 들어옵니다.

같은 시간, 명태를 끓인 육수에 고춧가루 등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들어 둔 북한식 김치 양념도 출동합니다.

<인터뷰> 장영숙(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원) : "(양념 옮기시는 거예요?) 예. (오늘 몇 포기나 하세요?) 한 이백 포기 정도 물량 양념을 실은 거예요. (이백 포기요?) 예."

이들은 파주 지역 탈북민 봉사 단체 ‘여원’의 회원들.

김장 봉사를 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아침 일찍 모인 겁니다.

봉사자들이 함께 담근 김장김치는 근처 장애인 복지시설과 독거노인들의 가정에 배달될 예정인데요.

뜻깊은 김장 현장에 저도 함께 해 보겠습니다.

위생모에 앞치마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봉사 단원들.

이때, 반가운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봉사를 함께 해 온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인데요.

딸 같은 학생들이 새벽부터 챙기고 나오느라 허기질까봐 서둘러 간식부터 챙겨줍니다.

<인터뷰> 장영숙(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원) : "북한의 ‘강냉이 속도전 떡’이거든요."

솥에 찌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물만 부어 치대면 완성된다고 해서 ‘옥수수 속도전 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북한 음식.

학생들의 입에는 어떨까요?

<인터뷰> 유소연(고려대 3학년) : "익숙한 맛이기도 하고... 엄청 쫄깃쫄깃하고 맛있어요."

<인터뷰> 정현주(고려대 2학년) : "되게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김장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오늘 좀 걱정이 되는데..."

옥수수떡으로 든든하게 속도 채웠으니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김장을 시작해 볼까요?

<인터뷰> 정영실(탈북 봉사단 ‘여원’ 회원) : "김장 전투를 시작해야 됩니다. (김장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이게 김치라는 게 우리 조선 사람한테는 1년에 반 년 식량이라고 봐도 돼요. 그러니까 전투라고 할 수 있죠. 반년의 식량을 막 하루 이틀 새로 다 확보를 해 놔야 되니까."

가족들에게 먹일 김치라 생각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

김장이 처음인 대학생들은 따로 특별 지도를 받는데요.

<인터뷰> 백춘숙( 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장) : "김치 속 버무리는 거 처음이죠? 그러니까 너무 많이도 넣지 말고..."

낯설기만 한 김장 담그기, 특별 수업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인터뷰> 조효정(고려대 4학년) : "너무 어려워요. 완전 골고루 안 발리고..."

비록 솜씨는 서툴지만 정성을 담아 꼼꼼하게 버무리니 맛있을 것 같죠?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에서 온 까롤라인도 한국 학생 못지않게 열심입니다.

<인터뷰> 까롤라인(고려대 2학년) : "제가 지금 한국 정부에서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는데 뭔가... 그러니까 한국에서 뭔가를 받고 있으니까, 저도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봉사)하기 시작했어요."

이 탈북 봉사단은 4년 전 탈북민 여덟 명이 오늘처럼 김장 봉사를 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인터뷰> 백춘숙( 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장) : "통일이 빨리 됐으면 하는데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좀 안 좋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서 한 걸음 좀 다가갈 수 있는 일이 봉사의 길이지 않을까 해가지고 봉사를 시작했었고요."

꾸준한 활동에 회원 수는 마흔 세 명으로 늘었고, 그 마음에 감명 받은 이웃 주민들도 하나 둘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경숙(자원봉사자/이웃 주민) : "저는 밤에 장사를 하거든요 그래서 밤에 장사를 하고 아침에 잠을 조금 덜 자고 일부러 왔어요. 오늘 도와주려고..."

봉사단의 신입 회원인 김정희 씨는 올 초 한국에 와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치고 이 곳에 정착한 지 겨우 두 달.

고향에서 김장하던 추억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인터뷰> 김정희(‘여원’ 신입 회원) : "(북한에선) 여덟 독 씩, 열 독 씩 이렇게 해요. 여기는 조그맣게 먹을 것만 하는데 우린 그렇게 안 해요. 이만한 독에다가 가득 해서 움을 파서 넣고 먹어요. 북한 생각이 많이 나요. 그런데 북한이 생각나도 가지 못하잖아요, 우리가."

삼십 여 명이 힘을 모으니 이백 포기의 김치가 뚝딱 완성됐습니다.

남북한 봉사자들에 외국인 대학생까지 모여 함께 만든 김치, 맛은 어떨까요?

엄지가 절로 척! 올라가네요.

점심은 북한의 별식인 옥수수 국수.

돼지고기 수육과 싱싱한 굴, 북한식 순대까지 곁들여 서로를 격려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봉사 단원들.

본격적으로 김치 배달에 나서는데요.

봉사단원들이 먼저 찾아 간 곳은 인근에 있는 장애인 복지 기관.

<녹취> "작지만 우리 마음 여기 다 있으니까... (너무 감사해요.)"

<인터뷰> 박미종(‘겨자씨 사랑의 집’ 원장) : "추석 때 오셔서 우리 가족들이 먹기 어려운 북한 음식이 어떤 건지 알려주시고... 올해는 특히 (배추가) 비싸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 주셔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건강한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복지기관에 김치 배달을 마치고 돌아 온 봉사단원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주변에 홀로 살고 계신 어르신들도 찾아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평소 홀로 지내는 동네 어르신들게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등 살뜰히 챙겨 온 봉사단원들.

어르신들께는 마치 딸 같습니다.

<인터뷰> 김정림(90살) : "이제 아무것도 못 해 먹어요. 이렇게... 이렇게 챙겨주니까 반찬도 챙겨다 주고 이러니까 이렇게 덕분에 살아. 고마워..."

집집마다 돌며 김치를 전달할수록 두 손은 가벼워지지만,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는데요.

<인터뷰> 정영실(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원) :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 무겁지도 않고... 좀 더 있었으면 더 갖다 드렸으면 좋겠고..."

주변 이웃들과의 작은 통일을 꿈꾸며 즐거운 김장 봉사를 마친 탈북민 봉사단.

그들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녹취> 백춘숙(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장) : "받는 이탈주민이 아니라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 북한 이탈주민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고요..."

그들의 마음이 담긴 북한식 사랑의 김치는 이웃들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통일 반찬’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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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통일 김치 맛보세요…탈북민 김장 봉사
    • 입력 2016-11-19 08:38:43
    • 수정2016-11-19 08:56:2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요즘 김장 준비하는 분 많으시죠?

우리보다 겨울이 빠른 북한은 이달 초 이미 김장을 시작했다더군요.

네, 북한은 김장도 ‘김장전투’라고 부른다던데요.

북한식 김치 맛도 궁금하네요.

오늘 소개해드릴 탈북민 봉사단체가 김장을 담궈서 장애인과 홀로 사는 어르신들께 전했는데, 그게 바로 북한식 김치였다더군요.

그렇군요.

받은 만큼 이웃과 나누고 싶다는 사람들의 특별한 김장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김장용 배추를 실은 트럭이 들어옵니다.

같은 시간, 명태를 끓인 육수에 고춧가루 등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들어 둔 북한식 김치 양념도 출동합니다.

<인터뷰> 장영숙(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원) : "(양념 옮기시는 거예요?) 예. (오늘 몇 포기나 하세요?) 한 이백 포기 정도 물량 양념을 실은 거예요. (이백 포기요?) 예."

이들은 파주 지역 탈북민 봉사 단체 ‘여원’의 회원들.

김장 봉사를 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아침 일찍 모인 겁니다.

봉사자들이 함께 담근 김장김치는 근처 장애인 복지시설과 독거노인들의 가정에 배달될 예정인데요.

뜻깊은 김장 현장에 저도 함께 해 보겠습니다.

위생모에 앞치마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봉사 단원들.

이때, 반가운 지원군이 도착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봉사를 함께 해 온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인데요.

딸 같은 학생들이 새벽부터 챙기고 나오느라 허기질까봐 서둘러 간식부터 챙겨줍니다.

<인터뷰> 장영숙(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원) : "북한의 ‘강냉이 속도전 떡’이거든요."

솥에 찌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물만 부어 치대면 완성된다고 해서 ‘옥수수 속도전 떡’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북한 음식.

학생들의 입에는 어떨까요?

<인터뷰> 유소연(고려대 3학년) : "익숙한 맛이기도 하고... 엄청 쫄깃쫄깃하고 맛있어요."

<인터뷰> 정현주(고려대 2학년) : "되게 고소하고 맛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김장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오늘 좀 걱정이 되는데..."

옥수수떡으로 든든하게 속도 채웠으니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김장을 시작해 볼까요?

<인터뷰> 정영실(탈북 봉사단 ‘여원’ 회원) : "김장 전투를 시작해야 됩니다. (김장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이게 김치라는 게 우리 조선 사람한테는 1년에 반 년 식량이라고 봐도 돼요. 그러니까 전투라고 할 수 있죠. 반년의 식량을 막 하루 이틀 새로 다 확보를 해 놔야 되니까."

가족들에게 먹일 김치라 생각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인 사람들.

김장이 처음인 대학생들은 따로 특별 지도를 받는데요.

<인터뷰> 백춘숙( 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장) : "김치 속 버무리는 거 처음이죠? 그러니까 너무 많이도 넣지 말고..."

낯설기만 한 김장 담그기, 특별 수업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인터뷰> 조효정(고려대 4학년) : "너무 어려워요. 완전 골고루 안 발리고..."

비록 솜씨는 서툴지만 정성을 담아 꼼꼼하게 버무리니 맛있을 것 같죠?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에서 온 까롤라인도 한국 학생 못지않게 열심입니다.

<인터뷰> 까롤라인(고려대 2학년) : "제가 지금 한국 정부에서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는데 뭔가... 그러니까 한국에서 뭔가를 받고 있으니까, 저도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봉사)하기 시작했어요."

이 탈북 봉사단은 4년 전 탈북민 여덟 명이 오늘처럼 김장 봉사를 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인터뷰> 백춘숙( 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장) : "통일이 빨리 됐으면 하는데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좀 안 좋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서 한 걸음 좀 다가갈 수 있는 일이 봉사의 길이지 않을까 해가지고 봉사를 시작했었고요."

꾸준한 활동에 회원 수는 마흔 세 명으로 늘었고, 그 마음에 감명 받은 이웃 주민들도 하나 둘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인터뷰> 오경숙(자원봉사자/이웃 주민) : "저는 밤에 장사를 하거든요 그래서 밤에 장사를 하고 아침에 잠을 조금 덜 자고 일부러 왔어요. 오늘 도와주려고..."

봉사단의 신입 회원인 김정희 씨는 올 초 한국에 와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치고 이 곳에 정착한 지 겨우 두 달.

고향에서 김장하던 추억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인터뷰> 김정희(‘여원’ 신입 회원) : "(북한에선) 여덟 독 씩, 열 독 씩 이렇게 해요. 여기는 조그맣게 먹을 것만 하는데 우린 그렇게 안 해요. 이만한 독에다가 가득 해서 움을 파서 넣고 먹어요. 북한 생각이 많이 나요. 그런데 북한이 생각나도 가지 못하잖아요, 우리가."

삼십 여 명이 힘을 모으니 이백 포기의 김치가 뚝딱 완성됐습니다.

남북한 봉사자들에 외국인 대학생까지 모여 함께 만든 김치, 맛은 어떨까요?

엄지가 절로 척! 올라가네요.

점심은 북한의 별식인 옥수수 국수.

돼지고기 수육과 싱싱한 굴, 북한식 순대까지 곁들여 서로를 격려합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봉사 단원들.

본격적으로 김치 배달에 나서는데요.

봉사단원들이 먼저 찾아 간 곳은 인근에 있는 장애인 복지 기관.

<녹취> "작지만 우리 마음 여기 다 있으니까... (너무 감사해요.)"

<인터뷰> 박미종(‘겨자씨 사랑의 집’ 원장) : "추석 때 오셔서 우리 가족들이 먹기 어려운 북한 음식이 어떤 건지 알려주시고... 올해는 특히 (배추가) 비싸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 주셔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건강한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게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복지기관에 김치 배달을 마치고 돌아 온 봉사단원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주변에 홀로 살고 계신 어르신들도 찾아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평소 홀로 지내는 동네 어르신들게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등 살뜰히 챙겨 온 봉사단원들.

어르신들께는 마치 딸 같습니다.

<인터뷰> 김정림(90살) : "이제 아무것도 못 해 먹어요. 이렇게... 이렇게 챙겨주니까 반찬도 챙겨다 주고 이러니까 이렇게 덕분에 살아. 고마워..."

집집마다 돌며 김치를 전달할수록 두 손은 가벼워지지만,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는데요.

<인터뷰> 정영실(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원) :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 무겁지도 않고... 좀 더 있었으면 더 갖다 드렸으면 좋겠고..."

주변 이웃들과의 작은 통일을 꿈꾸며 즐거운 김장 봉사를 마친 탈북민 봉사단.

그들에겐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녹취> 백춘숙(탈북민 봉사단 ‘여원’ 회장) : "받는 이탈주민이 아니라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 북한 이탈주민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싶고요..."

그들의 마음이 담긴 북한식 사랑의 김치는 이웃들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통일 반찬’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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