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고령 아파트’ 역사 속으로…

입력 2016.11.25 (12:37) 수정 2016.11.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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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최고령 아파트죠,

지은 지 무려 47년이 된 정릉 스카이아파트가 다음 달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한때 서울의 랜드마크로까지 꼽혔지만 끝내 세월의 풍광을 이겨내지 못한 건데요,

47년의 발자취를 오승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 중턱에 자리 잡은 4층 아파트.

휑한 계단을 숨이 차게 걸어 오르면 다닥다닥 늘어선 현관문이 나타납니다.

칠이 다 벗겨진 채 녹슨 열쇠만 덩그러니 꽂힌 이곳에서 주채순 할머니는 지난여름까지 37년을 살았습니다.

<녹취> "저기 가스레인지 있었고, 저 안이 원래 연탄광이었는데..."

지금은 세간살이만 어지럽게 나뒹굴지만 몇 달 전까지도 아랫목 따뜻하던 내 집이었습니다.

<인터뷰> 주채순(78살/37년 거주) : "우리 영감 환갑할 때 하고 우리 딸 시집보낼 때가 제일 기억이 남지요...지금은 너무 허무하고 아쉬워요."

1969년 준공된 정릉 스카이아파틉니다.

이름에 걸맞게 높은 지대에 자리 잡아 한땐 서울 강북의 랜드마크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운 세월에 낡고 녹슬어 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가장 위험한' 아파트란 오명도 얻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네 가구가 집을 비우면서 곧 철거에 들어갑니다.

<녹취> 박경자(73살)·송행자(73살)/전 거주자 : "나는 저기다가 옥상에다 호박을 심어가지고 (어이구) 엄청 따 먹었다고... (그래가지고 부침개 부쳐서 나눠 먹고 얼마나 재밌었어요, 그때요.)"

추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47년의 발자취.

서울의 최고령 스카이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엔 17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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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최고령 아파트’ 역사 속으로…
    • 입력 2016-11-25 12:38:55
    • 수정2016-11-25 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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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의 최고령 아파트죠,

지은 지 무려 47년이 된 정릉 스카이아파트가 다음 달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한때 서울의 랜드마크로까지 꼽혔지만 끝내 세월의 풍광을 이겨내지 못한 건데요,

47년의 발자취를 오승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 중턱에 자리 잡은 4층 아파트.

휑한 계단을 숨이 차게 걸어 오르면 다닥다닥 늘어선 현관문이 나타납니다.

칠이 다 벗겨진 채 녹슨 열쇠만 덩그러니 꽂힌 이곳에서 주채순 할머니는 지난여름까지 37년을 살았습니다.

<녹취> "저기 가스레인지 있었고, 저 안이 원래 연탄광이었는데..."

지금은 세간살이만 어지럽게 나뒹굴지만 몇 달 전까지도 아랫목 따뜻하던 내 집이었습니다.

<인터뷰> 주채순(78살/37년 거주) : "우리 영감 환갑할 때 하고 우리 딸 시집보낼 때가 제일 기억이 남지요...지금은 너무 허무하고 아쉬워요."

1969년 준공된 정릉 스카이아파틉니다.

이름에 걸맞게 높은 지대에 자리 잡아 한땐 서울 강북의 랜드마크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가까운 세월에 낡고 녹슬어 안전진단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가장 위험한' 아파트란 오명도 얻었습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네 가구가 집을 비우면서 곧 철거에 들어갑니다.

<녹취> 박경자(73살)·송행자(73살)/전 거주자 : "나는 저기다가 옥상에다 호박을 심어가지고 (어이구) 엄청 따 먹었다고... (그래가지고 부침개 부쳐서 나눠 먹고 얼마나 재밌었어요, 그때요.)"

추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47년의 발자취.

서울의 최고령 스카이아파트가 사라진 자리엔 17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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