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문화재, 전 박물관장이 27년 동안 ‘은닉’

<앵커 멘트>

보물급 불교 문화재 11점을 20년 넘게 개인 창고에 숨겨오다 시중에 내다 팔려고 한 전직 박물관장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조선 시대 불교문화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는 이들 문화재는 전국 주요 사찰에서 도난당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민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경찰들이 한 가정집으로 들어갑니다.

거실 안쪽 작은방에는 불상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1989년 한 사찰에서 도난당한 관음보살입상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전북 익산 관음사의 '목조보살입상'과 함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중기 문화재입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11점의 보물급 불교 문화재는 전직 사립박물관장인 75살 권 모 씨와 그 아들이 최대 27년 동안 은닉해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지난 1989년에서 1993년 사이 전국 6개 사찰에서 도난당했던 문화잽니다.

권 씨 부자는 지난 4월 개인 빚을 갚기 위해 이들 문화재를 팔려고 하다가 덜미를 잡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해당 문화재 11점을 20여 년 전 한 매매업자로부터 1억 7천여만 원에 사들였으며 당시에는 훔친 문화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은닉한 문화재 가운데 일부는 출처 확인이 가능한 자료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권 씨는 2년 전에도 불교 문화재 48점을 은닉해오다 적발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은닉 문화재를 내다 팔려고 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문화재 절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은닉과 거래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난 문화재라도 처벌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