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수다로 통일 꿈꾼다…탈북민 청년 BJ

입력 2016.12.03 (08:20) 수정 2016.12.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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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승주 아나운서, BJ라고 들어보셨나요?

네, 보통 한 두 명이서 소규모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말하시는 거죠?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활동하고요.

그렇습니다, 최근 신세대 탈북민들이 BJ로 활동하며 탈북민과 북한에 대한 고정 관념과 편견을 깨고 있다는군요.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 이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평(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너희 엄마 아빠가 연락이 왔다. 중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금 남조선에 있다. 갈 거냐...”

지난 5월,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20대 청년이 자신의 탈북 과정을 털어 놓습니다.

8살 어린 나이에 처음 탈북을 시도했다 모진 감옥 생활을 했고, 열한 살에 다시 몽골을 거쳐 한국에 왔다는 그의 담담한 고백!

<인터뷰> 이평(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몽골 사람들을 붙들고) 막 울면서 무작정 말했어요. 여기 군인들 어디 있냐? 북한에서 왔는데...”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조회 수가 170만 건을 넘어섰는데요.

시청자 중에는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층이 많습니다.

중학생 하진이도 이 방송을 보고 탈북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데요.

<인터뷰> 김하진(경기도 김포시) : “굶주리고 또 이렇게 돈이 없어서 잘 못 입고 다니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이제 북한에서 탈북한 오빠가 하는 방송을 보니까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게 편견 같은 생각이 들었고...”

젊은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탈북민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주인공 이평 씨!

큼직한 모니터 두 대, 카메라가 연결된 컴퓨터와 마이크가 설치된 작은 스튜디오가 그의 일터입니다.

이곳에서 인터넷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이평 씨.

사실 그의 꿈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시 그 꿈을 미뤄두고 방송을 시작한 건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12년 전 한국에 온 뒤 인터넷 쇼핑몰 의상 모델로 활동하며 차근차근 꿈을 키우던 이평 씨.

그런데 북에서 왔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늘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평(23세/탈북민 BJ) : “북한 사람이 저렇게 때깔 좋을 리가 없다, 이러면서 ‘거지같아 보여야 하는데 넌 전혀 안 그래 보인다.’ 이런 게 되게 많더라고요. 그거를 조금씩이라도 계속 바꾸려고 지금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밤 10시! 생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인터넷 대화창에 시청자들의 질문이 올라오고, 이평 씨는 친구와 대화하듯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 줍니다.

<녹취> 이평(탈북민 BJ) : “북한에는 TV가 채널이 하나 밖에 없는 거 알죠?”

방송을 시작한 지 6개월. 그동안 웃지 못 할 일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이평(탈북민 BJ) : “(북한에선) 버스 탈 때 감자 내고 타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어디서 들은 거지, 저런 말은? 북한 사람이 저렇게 말했나? 그러니까 그 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아 이정도로 (북한에 대해) 모르는 구나...”

초상화에서부터 간식, 응원의 메시지까지,

이평 씨의 스튜디오에는 시청자들이 보낸 선물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평 씨를 가장 기쁘게 했던 선물은 한 시청자의 말 한 마디였습니다.

<인터뷰> 이평(탈북민 BJ) : “북한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저렇게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어린 나이에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왜 쟤를 저런 취급을 해야 하지?’ (라고 생각했대요.)”

서울의 한 쇼핑몰에 자리한 작은 옷 가게.

이 가게를 운영하는 유나 씨는 7년 전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요즘은 가게 일 말고도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반년 쯤 전부터 또래 탈북민 친구들과 함께 틈틈이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건데요.

평소 배우, 통일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20-30대 탈북 여성들이 대본 없이,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한 것이 조금씩 화제를 모았습니다.

<인터뷰> 김진옥(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학창 시절이라든가, 그리고 뭐 한국에 와서 겪었던 적응 과정에 관해서도 얘기를 하고... 주로 그런 내용을 많이 다루죠. 북한에서 받았던 교육이나 그리고 실생활 관련해서...”

방송이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종종 찾아옵니다.

<인터뷰> 유나(예명/탈북민 BJ) : “자기 직업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가게 얘기를 했었어요, 제가. 팬 분들이 남자 분들이 하루에 한 명씩 진짜 매일 왔어요. 우유 사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빵 사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10대, 20대에 한국에 온 탈북 청년들,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탈북민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방송 촬영이 있는 날!

유나 씨를 포함해 네 명의 출연자가 모두 모였습니다.

처음 동영상 제작을 기획한 것은 진옥 씨였는데요.

북한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남한에서 정착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진옥(탈북민 BJ) : “(북한에서의) 추억도 많다보니까... 저는 그 때 그 음식들이 제일 맛있었던 기억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김치 같은 경우에나 채소 같은 것도 왠지 북한이 좀 더 달았던(맛있었던) 기억이 있어가지고... 그런데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하지만 뜨거운 반응 가운데 예상 외로 비난이나 조롱에 가까운 댓글도 종종 접하곤 합니다.

<인터뷰> 설아(예명/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북한이 좋은 점’ 이라는 편이 있었는데, 북한이 좋은 점이라고 해서 딱히 없더라고요. 밤에 정전이 모두 되는 상태니까 하늘의 별이 잘 보인다는 것. 하늘의 별 얘기를 했더니 그럼 별 보러 북한에 가라고...”

공감이든 조롱이든, 이 반응들은 시청자가 북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

오늘도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이유인데요.

<녹취> “아. 는. 언. 니. 아는 언니들이에요! 와~”

오늘의 주제는 <오해와 편견>.

주변 사람들이 고향 얘기, 어린 시절 얘기를 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위축되곤 했다고 고백하는 그녀들,

<녹취> “그때부터 식은땀이 나는 거예요. 내 차례가 돌아 올까봐...”

이제 용기를 내서, 자신들을 둘러 싼 오해와 편견을 당당히 마주한 이들에겐 공통의 목표와 사명감이 있습니다.

<인터뷰> 설아(예명/탈북민 BJ) : “탈북자 분들은 여기 와서 뭐 경상도, 전라도 이런 식으로 지방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그런 인식을 좀 주고 싶고... ”

<인터뷰> 선화(예명/탈북민 BJ) : “이런 방송이 또 북한에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저희는 서로 북한과 남한의 다리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탈북해 한국의 문화에 빠르게 적응한 신세대 탈북 청년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통일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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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수다로 통일 꿈꾼다…탈북민 청년 BJ
    • 입력 2016-12-03 08:39:13
    • 수정2016-12-03 08: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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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백승주 아나운서, BJ라고 들어보셨나요?

네, 보통 한 두 명이서 소규모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을 말하시는 거죠?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활동하고요.

그렇습니다, 최근 신세대 탈북민들이 BJ로 활동하며 탈북민과 북한에 대한 고정 관념과 편견을 깨고 있다는군요.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선 이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인터뷰> 이평(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너희 엄마 아빠가 연락이 왔다. 중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금 남조선에 있다. 갈 거냐...”

지난 5월,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20대 청년이 자신의 탈북 과정을 털어 놓습니다.

8살 어린 나이에 처음 탈북을 시도했다 모진 감옥 생활을 했고, 열한 살에 다시 몽골을 거쳐 한국에 왔다는 그의 담담한 고백!

<인터뷰> 이평(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몽골 사람들을 붙들고) 막 울면서 무작정 말했어요. 여기 군인들 어디 있냐? 북한에서 왔는데...”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조회 수가 170만 건을 넘어섰는데요.

시청자 중에는 특히 10대와 20대 젊은 층이 많습니다.

중학생 하진이도 이 방송을 보고 탈북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데요.

<인터뷰> 김하진(경기도 김포시) : “굶주리고 또 이렇게 돈이 없어서 잘 못 입고 다니고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이제 북한에서 탈북한 오빠가 하는 방송을 보니까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게 편견 같은 생각이 들었고...”

젊은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탈북민에 대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주인공 이평 씨!

큼직한 모니터 두 대, 카메라가 연결된 컴퓨터와 마이크가 설치된 작은 스튜디오가 그의 일터입니다.

이곳에서 인터넷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이평 씨.

사실 그의 꿈은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시 그 꿈을 미뤄두고 방송을 시작한 건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12년 전 한국에 온 뒤 인터넷 쇼핑몰 의상 모델로 활동하며 차근차근 꿈을 키우던 이평 씨.

그런데 북에서 왔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늘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평(23세/탈북민 BJ) : “북한 사람이 저렇게 때깔 좋을 리가 없다, 이러면서 ‘거지같아 보여야 하는데 넌 전혀 안 그래 보인다.’ 이런 게 되게 많더라고요. 그거를 조금씩이라도 계속 바꾸려고 지금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밤 10시! 생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인터넷 대화창에 시청자들의 질문이 올라오고, 이평 씨는 친구와 대화하듯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 줍니다.

<녹취> 이평(탈북민 BJ) : “북한에는 TV가 채널이 하나 밖에 없는 거 알죠?”

방송을 시작한 지 6개월. 그동안 웃지 못 할 일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이평(탈북민 BJ) : “(북한에선) 버스 탈 때 감자 내고 타나요?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어디서 들은 거지, 저런 말은? 북한 사람이 저렇게 말했나? 그러니까 그 때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아 이정도로 (북한에 대해) 모르는 구나...”

초상화에서부터 간식, 응원의 메시지까지,

이평 씨의 스튜디오에는 시청자들이 보낸 선물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평 씨를 가장 기쁘게 했던 선물은 한 시청자의 말 한 마디였습니다.

<인터뷰> 이평(탈북민 BJ) : “북한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저렇게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어린 나이에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왜 쟤를 저런 취급을 해야 하지?’ (라고 생각했대요.)”

서울의 한 쇼핑몰에 자리한 작은 옷 가게.

이 가게를 운영하는 유나 씨는 7년 전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요즘은 가게 일 말고도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반년 쯤 전부터 또래 탈북민 친구들과 함께 틈틈이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건데요.

평소 배우, 통일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20-30대 탈북 여성들이 대본 없이,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한 것이 조금씩 화제를 모았습니다.

<인터뷰> 김진옥(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학창 시절이라든가, 그리고 뭐 한국에 와서 겪었던 적응 과정에 관해서도 얘기를 하고... 주로 그런 내용을 많이 다루죠. 북한에서 받았던 교육이나 그리고 실생활 관련해서...”

방송이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종종 찾아옵니다.

<인터뷰> 유나(예명/탈북민 BJ) : “자기 직업에 대해 얘기를 했을 때 가게 얘기를 했었어요, 제가. 팬 분들이 남자 분들이 하루에 한 명씩 진짜 매일 왔어요. 우유 사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빵 사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10대, 20대에 한국에 온 탈북 청년들,

이전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탈북민에 대한 편견의 벽을 허물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방송 촬영이 있는 날!

유나 씨를 포함해 네 명의 출연자가 모두 모였습니다.

처음 동영상 제작을 기획한 것은 진옥 씨였는데요.

북한에서 사춘기를 보내고 남한에서 정착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진옥(탈북민 BJ) : “(북한에서의) 추억도 많다보니까... 저는 그 때 그 음식들이 제일 맛있었던 기억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김치 같은 경우에나 채소 같은 것도 왠지 북한이 좀 더 달았던(맛있었던) 기억이 있어가지고... 그런데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하지만 뜨거운 반응 가운데 예상 외로 비난이나 조롱에 가까운 댓글도 종종 접하곤 합니다.

<인터뷰> 설아(예명/탈북민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 “‘북한이 좋은 점’ 이라는 편이 있었는데, 북한이 좋은 점이라고 해서 딱히 없더라고요. 밤에 정전이 모두 되는 상태니까 하늘의 별이 잘 보인다는 것. 하늘의 별 얘기를 했더니 그럼 별 보러 북한에 가라고...”

공감이든 조롱이든, 이 반응들은 시청자가 북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

오늘도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이유인데요.

<녹취> “아. 는. 언. 니. 아는 언니들이에요! 와~”

오늘의 주제는 <오해와 편견>.

주변 사람들이 고향 얘기, 어린 시절 얘기를 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위축되곤 했다고 고백하는 그녀들,

<녹취> “그때부터 식은땀이 나는 거예요. 내 차례가 돌아 올까봐...”

이제 용기를 내서, 자신들을 둘러 싼 오해와 편견을 당당히 마주한 이들에겐 공통의 목표와 사명감이 있습니다.

<인터뷰> 설아(예명/탈북민 BJ) : “탈북자 분들은 여기 와서 뭐 경상도, 전라도 이런 식으로 지방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그런 인식을 좀 주고 싶고... ”

<인터뷰> 선화(예명/탈북민 BJ) : “이런 방송이 또 북한에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저희는 서로 북한과 남한의 다리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탈북해 한국의 문화에 빠르게 적응한 신세대 탈북 청년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탈북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통일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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