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혼돈 속 베네수엘라, 국경 폐쇄까지

입력 2016.12.17 (21:43) 수정 2016.12.17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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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에는 외신에서 특히 경제 관련 소식이 많았습니다.

우리 시간 15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깜짝 화폐 개혁이 단행됐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그동안 경제난이 극심했었던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조처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베네수엘라 정부는 임시 국경폐쇄까지 단행했지만 안 그래도 경제난이 심한데 당장은 혼란만 더 가중된 모습입니다.

현지에서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브라질 국경 도시 파카라이마,

상점 앞 거리에 쌀과 설탕 등 생필품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물건 가격은 베네수엘라의 1/4, 값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에서 물건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베네수엘라에서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

<인터뷰> 곤잘레스(베네수엘라 구매자) : "(베네수엘라는) 기름과 설탕, 쌀, 버터, 밀가루가 부족합니다. 화장실에서 쓸 비누도 없어요."

그런데 물건을 사러 온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손에 상자나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안에는 현금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상점 계산대 아래에는 베네수엘라 돈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큰 화폐인 100볼리바르짜리 백 장, 만 볼리바르입니다.

그러나 이 돈을 가지고 여기서는 이 콩 두 봉지도 살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100볼리바르는 브라질 돈으로 0.15헤알, 우리 돈 약 50원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토니오(브라질 상인) : "어제는 1헤알에 680볼리바르였는데, 오늘은 700볼리바르입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볼리바르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상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하루는 줄을 서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특히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싸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가게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선 채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돈 가치가 폭락하고,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생필품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올린(상점 주인) : "오늘 3천 볼리바르 하던 물건이 다음 주에는 6천 볼리바르가 됩니다. 두 배로 뛰는 거죠.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에요."

결국, 베네수엘라 정부는 100볼리바르 지폐를 모두 회수하고, 최고 2만 볼리바르까지 새로운 고액권 여섯 종류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화폐 개혁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지난 11일) : "앞으로 72시간 이후 100볼리바르 지폐 사용을 중단하고,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정하게 교환할 기간을 줄 것입니다."

발표 이후 사흘 만에 100볼리바르 유통을 중단시켰고, 그 뒤 열흘 안에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100볼리바르를 새 고액권으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유통되는 100볼리바르 지폐는 약 60억 장, 전체 화폐의 절반이나 됩니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로드리게스(카라카스 시민) : "이건 미친 짓입니다. 정부는 교환 기간을 더 줬어야 해요. 먼저 새 지폐를 발행하고 교환할 시간을 줬어야 합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사람들, 이번에는 새 지폐를 구하기 위해 은행 앞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은행 앞에 끝도 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 30%는 은행이 아닌 집에 현금을 보관해 왔습니다.

새 돈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은행계좌가 필요하다 보니 은행 앞에 줄을 늘어선 것입니다.

<인터뷰> 곤잘레스(카라카스 시민) :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노약자까지 나와서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돈을 다 잃게 되니까요."

화폐 개혁 파문은 콜롬비아까지 확산됐습니다.

베네수엘라 돈을 가진 사람들이 국경으로 몰려들었지만 그 자리에서 발이 묶여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화폐 개혁을 노린 현금 밀반입을 막겠다며, 72시간 동안 국경을 폐쇄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화폐 가치가 추락한 베네수엘라 돈이 휴짓조각처럼 굴러다닙니다.

<인터뷰> 로자스(쿠쿠타 시민) : "이 돈은 이제 쓸 수 없습니다. 더는 가치가 없어요. 볼리바르화는 휴지 조각 과 같아요."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는 최소 500% 이상 급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미국의 암묵적 지원 아래, 일부 반정부 세력과 기업인이 벌이는 경제 전쟁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주에는 베네수엘라 최대 장난감 업체로부터 장난감 약 4백만 개를 압수하고, 회사 임원들을 체포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난감을 비싸게 팔기 위해 재고를 속여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콘트레라스(베네수엘라 공정가격감독원장) : "군이 압수 수색을 한 결과 약 382만 상자, 장난감 382만 개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산타, 산타…."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장난감들을 빈민촌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빈민촌 어린이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장난감보다 더 받고 싶은 선물이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빈민촌 어린이 :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이 있으면 좋겠고, 우리 마을이 깨끗해지면 좋겠어요."

베네수엘라 정부가 추진하는 화폐 개혁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부족한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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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 혼돈 속 베네수엘라, 국경 폐쇄까지
    • 입력 2016-12-17 22:17:33
    • 수정2016-12-17 22: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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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에는 외신에서 특히 경제 관련 소식이 많았습니다.

우리 시간 15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고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깜짝 화폐 개혁이 단행됐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그동안 경제난이 극심했었던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조처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베네수엘라 정부는 임시 국경폐쇄까지 단행했지만 안 그래도 경제난이 심한데 당장은 혼란만 더 가중된 모습입니다.

현지에서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브라질 국경 도시 파카라이마,

상점 앞 거리에 쌀과 설탕 등 생필품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물건 가격은 베네수엘라의 1/4, 값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에서 물건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나마 베네수엘라에서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생필품이 부족한 상황,

<인터뷰> 곤잘레스(베네수엘라 구매자) : "(베네수엘라는) 기름과 설탕, 쌀, 버터, 밀가루가 부족합니다. 화장실에서 쓸 비누도 없어요."

그런데 물건을 사러 온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손에 상자나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안에는 현금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상점 계산대 아래에는 베네수엘라 돈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큰 화폐인 100볼리바르짜리 백 장, 만 볼리바르입니다.

그러나 이 돈을 가지고 여기서는 이 콩 두 봉지도 살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100볼리바르는 브라질 돈으로 0.15헤알, 우리 돈 약 50원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토니오(브라질 상인) : "어제는 1헤알에 680볼리바르였는데, 오늘은 700볼리바르입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볼리바르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상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하루는 줄을 서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특히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싸게 생필품을 공급하는 가게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선 채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돈 가치가 폭락하고,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생필품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올린(상점 주인) : "오늘 3천 볼리바르 하던 물건이 다음 주에는 6천 볼리바르가 됩니다. 두 배로 뛰는 거죠.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에요."

결국, 베네수엘라 정부는 100볼리바르 지폐를 모두 회수하고, 최고 2만 볼리바르까지 새로운 고액권 여섯 종류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화폐 개혁은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인터뷰> 마두로(베네수엘라 대통령/지난 11일) : "앞으로 72시간 이후 100볼리바르 지폐 사용을 중단하고,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정하게 교환할 기간을 줄 것입니다."

발표 이후 사흘 만에 100볼리바르 유통을 중단시켰고, 그 뒤 열흘 안에 모든 국민이 가지고 있는 100볼리바르를 새 고액권으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베네수엘라에서 유통되는 100볼리바르 지폐는 약 60억 장, 전체 화폐의 절반이나 됩니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로드리게스(카라카스 시민) : "이건 미친 짓입니다. 정부는 교환 기간을 더 줬어야 해요. 먼저 새 지폐를 발행하고 교환할 시간을 줬어야 합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던 사람들, 이번에는 새 지폐를 구하기 위해 은행 앞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은행 앞에 끝도 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 30%는 은행이 아닌 집에 현금을 보관해 왔습니다.

새 돈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은행계좌가 필요하다 보니 은행 앞에 줄을 늘어선 것입니다.

<인터뷰> 곤잘레스(카라카스 시민) :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노약자까지 나와서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돈을 다 잃게 되니까요."

화폐 개혁 파문은 콜롬비아까지 확산됐습니다.

베네수엘라 돈을 가진 사람들이 국경으로 몰려들었지만 그 자리에서 발이 묶여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화폐 개혁을 노린 현금 밀반입을 막겠다며, 72시간 동안 국경을 폐쇄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화폐 가치가 추락한 베네수엘라 돈이 휴짓조각처럼 굴러다닙니다.

<인터뷰> 로자스(쿠쿠타 시민) : "이 돈은 이제 쓸 수 없습니다. 더는 가치가 없어요. 볼리바르화는 휴지 조각 과 같아요."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는 최소 500% 이상 급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많은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을 미국의 암묵적 지원 아래, 일부 반정부 세력과 기업인이 벌이는 경제 전쟁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주에는 베네수엘라 최대 장난감 업체로부터 장난감 약 4백만 개를 압수하고, 회사 임원들을 체포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난감을 비싸게 팔기 위해 재고를 속여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콘트레라스(베네수엘라 공정가격감독원장) : "군이 압수 수색을 한 결과 약 382만 상자, 장난감 382만 개를 찾아냈습니다."

<녹취> "산타, 산타…."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장난감들을 빈민촌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빈민촌 어린이들에게는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장난감보다 더 받고 싶은 선물이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빈민촌 어린이 :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이 있으면 좋겠고, 우리 마을이 깨끗해지면 좋겠어요."

베네수엘라 정부가 추진하는 화폐 개혁의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부족한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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