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음주 차량에 참변…가장을 잃은 가족들

입력 2016.12.19 (08:33) 수정 2016.12.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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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상근 예비역인 21살 조 모 상병은 지난 15일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조 상병은 집으로 가기 위해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동승자도 이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조 상병은 작업 중이던 청소 차량을 들이받았고, 이 과정에서 환경미화원 56살 안 모 씨가 숨졌습니다.

안 씨는 청각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25년간 성실히 일해온 한 집안의 가장이었습니다.

조 상병의 음주운전으로 안 씨의 아내는 남편을 잃었고 두 아들은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오늘은 음주운전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도로에 멈춘 청소차량 뒤편으로

119구조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청소차 사이에 낀 환경미화원을 가까스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

결국, 환경미화원은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선남규(광주서부소방서 119구조대) : "(구조 직후) 환자는 거의 호흡, 맥박이 없었고요. (사고 당시) 다리 여기 무릎을 부딪치면서 골절이 심했거든요. 차량이 충돌할 당시 일차적으로 충격을 받고 그러고 나서 안쪽으로……."

청소차 뒤에서 일하던 환경미화원을 승용차가 그대로 들이받은 겁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군 복무 중인, 21살 상근 예비역 조 모 상병.

<인터뷰> 송병모(광주북부경찰서 교통조사계 팀장) : "음주 측정을 했는데요, 0.146% 나왔습니다. 만취 상태로 봐야죠. 그 아침 시간까지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잠을 안 잔 상태고 하니까 자세한 진술을 받기에도 좀 적절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조 상병은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면허 취소 수준인 만취 상태로 겁도 없이 운전대를 잡은 겁니다.

동승자도 있었지만, 조 상병의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환경미화원은 56살 안 모 씨.

청각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안 씨의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 씨 동료A (음성변조) : "항상 밝고, 잘 웃으시고 항상 남보다 부지런하고 정말 착실하고, 성실하고요."

<녹취> 안 씨 동료 B (음성변조) : "귀가 안 들리고, 말은 못해도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잘합니다. 남이 실수하더라도 배려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에요."

동료들은 안 씨를 평소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주변 사람들도 살뜰히 챙기는 마음 따뜻한 동료로 기억합니다.

<녹취> 안 씨 동료 C (음성변조) : "유별나게 사람들하고 정도 많고 그랬었는데, 그제 (14일) (쓰레기) 매립장이란 데가 있습니다. 차를 짐을 풀고 나오는데 그 친구가 나한테 ‘사랑해’ 라고 이렇게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참 어제(15일)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힘든 안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녹취> 안 씨 동료 C(음성변조) : "너무 안타깝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까 오늘도 마음이 허전하고. 같이 일하다가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회사에서는 안 씨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25년을 성실하게 일해 온 안 씨가 이번 연말 광주시로부터 모범 근로자 표창 수상자로 선정된 겁니다.

<녹취> 광주 북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안 씨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 그런 부분을 높이 사서 이제 추천을 한 것이죠. 저희가 수여 예정일이 12월 31일 이거거든요. 그때 수여하는 걸로 지금 돼 있거든요."

슬픔에 잠긴 안 씨의 빈소.

사실 안 씨의 아내도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새벽일을 나가는 안 씨를 지켜본 아내.

취재진에게 수화로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어머니 말씀으로는 항상 아침에 출근하시기 전에 걱정되고, 이제 (퇴근해서) 돌아오고 나서 이제 안심을 하신다고 무엇보다 역시 사고가 가장 걱정됐다."

할 수만 있다면, 사고가 나기 전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아내.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다시 (사고 전날) 그 시간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평소보다 더 잘해 주고 최선을 다 해줬어야 했다고. 더 행복할 수 있게."

안 씨의 아들 역시 아버지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합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아버지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당당하셨기 때문에 저는 항상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그것이 단 한 번도 부끄러워 본 적이 없습니다."

늘 가족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몸소 보여준 아버지였습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항상 밤 10시 되면 주무시는데, 그때 좀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걱정되셨나 봐요. 저희 학교 정문까지 오셔서 손 흔들면서 나 여기 있다고, 집으로 같이 가자고 한 그 모습이 생각나네요."

사건이 일어난 새벽, 출근하는 아버지를 배웅한 큰아들.

그 모습이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후회가 밀려옵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제가 그날따라 좀 늦게 잤거든요. 아버지랑 같이 새벽에 아빠 밥 먹는 것 보면서 오늘도 조심히 일 갔다 오라고 말씀드리고, 손바닥 마주치면서 아버지가 자기 알통 만져보라고 자기 강하다고 그러고 출근하셨거든요."

하지만 아버지는 집을 나선 지 2시간 만에 사고를 당하고만 겁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장례식장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안 믿겼어요. 안 믿겼는데……. 입관하는 모습 보고 그때 깨달았어요. 돌아가셨구나 하고."

안 씨의 발인이 치러진 그제 새벽.

동료들은 안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한 채 또다시 도로에 나와 있습니다.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리, 위태롭게 내달리는 자동차들 옆에서 환경미화원들의 쓰레기 수거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환경미화원 (음성변조) : "뒤에 차 따라오는 것이 제일 위험해요. 불안해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할 일이라 할 수밖에. 누군가는 또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안 씨의 가족들이 취재진을 만나 어렵게 심경을 이야기해준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사람들에게 말해달라는 것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그 가족에겐 씻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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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음주 차량에 참변…가장을 잃은 가족들
    • 입력 2016-12-19 08:35:43
    • 수정2016-12-19 09: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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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상근 예비역인 21살 조 모 상병은 지난 15일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조 상병은 집으로 가기 위해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동승자도 이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조 상병은 작업 중이던 청소 차량을 들이받았고, 이 과정에서 환경미화원 56살 안 모 씨가 숨졌습니다.

안 씨는 청각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25년간 성실히 일해온 한 집안의 가장이었습니다.

조 상병의 음주운전으로 안 씨의 아내는 남편을 잃었고 두 아들은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오늘은 음주운전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도로에 멈춘 청소차량 뒤편으로

119구조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청소차 사이에 낀 환경미화원을 가까스로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

결국, 환경미화원은 숨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선남규(광주서부소방서 119구조대) : "(구조 직후) 환자는 거의 호흡, 맥박이 없었고요. (사고 당시) 다리 여기 무릎을 부딪치면서 골절이 심했거든요. 차량이 충돌할 당시 일차적으로 충격을 받고 그러고 나서 안쪽으로……."

청소차 뒤에서 일하던 환경미화원을 승용차가 그대로 들이받은 겁니다.

승용차 운전자는 군 복무 중인, 21살 상근 예비역 조 모 상병.

<인터뷰> 송병모(광주북부경찰서 교통조사계 팀장) : "음주 측정을 했는데요, 0.146% 나왔습니다. 만취 상태로 봐야죠. 그 아침 시간까지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잠을 안 잔 상태고 하니까 자세한 진술을 받기에도 좀 적절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조 상병은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면허 취소 수준인 만취 상태로 겁도 없이 운전대를 잡은 겁니다.

동승자도 있었지만, 조 상병의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았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환경미화원은 56살 안 모 씨.

청각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안 씨의 사연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녹취> 안 씨 동료A (음성변조) : "항상 밝고, 잘 웃으시고 항상 남보다 부지런하고 정말 착실하고, 성실하고요."

<녹취> 안 씨 동료 B (음성변조) : "귀가 안 들리고, 말은 못해도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이 잘합니다. 남이 실수하더라도 배려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에요."

동료들은 안 씨를 평소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도 주변 사람들도 살뜰히 챙기는 마음 따뜻한 동료로 기억합니다.

<녹취> 안 씨 동료 C (음성변조) : "유별나게 사람들하고 정도 많고 그랬었는데, 그제 (14일) (쓰레기) 매립장이란 데가 있습니다. 차를 짐을 풀고 나오는데 그 친구가 나한테 ‘사랑해’ 라고 이렇게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참 어제(15일) 많이 울었어요."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힘든 안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

<녹취> 안 씨 동료 C(음성변조) : "너무 안타깝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까 오늘도 마음이 허전하고. 같이 일하다가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서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회사에서는 안 씨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난 25년을 성실하게 일해 온 안 씨가 이번 연말 광주시로부터 모범 근로자 표창 수상자로 선정된 겁니다.

<녹취> 광주 북구청 관계자 (음성변조) : "(안 씨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한다, 그런 부분을 높이 사서 이제 추천을 한 것이죠. 저희가 수여 예정일이 12월 31일 이거거든요. 그때 수여하는 걸로 지금 돼 있거든요."

슬픔에 잠긴 안 씨의 빈소.

사실 안 씨의 아내도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25년 동안 새벽일을 나가는 안 씨를 지켜본 아내.

취재진에게 수화로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어머니 말씀으로는 항상 아침에 출근하시기 전에 걱정되고, 이제 (퇴근해서) 돌아오고 나서 이제 안심을 하신다고 무엇보다 역시 사고가 가장 걱정됐다."

할 수만 있다면, 사고가 나기 전날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아내.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다시 (사고 전날) 그 시간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평소보다 더 잘해 주고 최선을 다 해줬어야 했다고. 더 행복할 수 있게."

안 씨의 아들 역시 아버지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합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아버지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당당하셨기 때문에 저는 항상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그것이 단 한 번도 부끄러워 본 적이 없습니다."

늘 가족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몸소 보여준 아버지였습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항상 밤 10시 되면 주무시는데, 그때 좀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걱정되셨나 봐요. 저희 학교 정문까지 오셔서 손 흔들면서 나 여기 있다고, 집으로 같이 가자고 한 그 모습이 생각나네요."

사건이 일어난 새벽, 출근하는 아버지를 배웅한 큰아들.

그 모습이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후회가 밀려옵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제가 그날따라 좀 늦게 잤거든요. 아버지랑 같이 새벽에 아빠 밥 먹는 것 보면서 오늘도 조심히 일 갔다 오라고 말씀드리고, 손바닥 마주치면서 아버지가 자기 알통 만져보라고 자기 강하다고 그러고 출근하셨거든요."

하지만 아버지는 집을 나선 지 2시간 만에 사고를 당하고만 겁니다.

<녹취> 안 씨 큰아들 (음성변조) : "장례식장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안 믿겼어요. 안 믿겼는데……. 입관하는 모습 보고 그때 깨달았어요. 돌아가셨구나 하고."

안 씨의 발인이 치러진 그제 새벽.

동료들은 안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지 못한 채 또다시 도로에 나와 있습니다.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거리, 위태롭게 내달리는 자동차들 옆에서 환경미화원들의 쓰레기 수거 작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환경미화원 (음성변조) : "뒤에 차 따라오는 것이 제일 위험해요. 불안해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가 할 일이라 할 수밖에. 누군가는 또 해야 하지 않습니까."

안 씨의 가족들이 취재진을 만나 어렵게 심경을 이야기해준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음주운전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사람들에게 말해달라는 것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그 가족에겐 씻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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