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여성들 폴란드 토마토 농장서 ‘감금 노동’

입력 2016.12.27 (21:27) 수정 2016.12.2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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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26일)에 이어 북한이 유럽에서 벌이는 외화벌이 실태, 살펴봅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나라인데요,

20대 초반의 젊은 북한 여성 노동자 100여 명이 폴란드의 대형 토마토농장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이들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270km 떨어진 사르노프입니다.

도로를 벗어나자 3미터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형 온실 수백여 동이 나타납니다.

총 면적 48만 제곱미터, 축구장 67개 크기의 농지에서 토마토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초대형 농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하얀색 건물이 모두 토마토 농장입니다.

보시다시피 담장이 높게 설치돼 있고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돼 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 안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장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접근을 거부당했습니다.

<녹취> '북한 여성 노동자 고용' 농장 경비원 : "(여기 한국인들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그냥 직원일뿐입니다. 질문에 답변을 해 드릴 수가 없어요."

날이 저문 뒤 토마토 농장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온 우크라이나 노동자는 이 농장 안에 100명이 넘는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근무 우크라이나 노동자 : "(북한 여성 몇 명이나 살고 있어요? 대략 몇 명? 100명?) 그렇죠. 분명 그 정도는 될거에요. (안에 기숙사 같은게 있나요?) 네. 북한 여성들은 따로 살고."

다음 날, 북한여성들이 물건을 사러 온다는 인근 마트로 가 봤습니다.

카트를 끌며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사이에 20대 초반 북한 여성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혹시 여기 오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그런거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이들은 하루 12시간까지 1주일에 모두 70시간 넘게 일하며 농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두 시간 생필품 사러 나오는 때가 유일한 외출입니다.

얼마나 일하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쉽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근무하세요?) 휴..."

그러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자기가 일하고픈만큼 8시간 할 때도 있고, 5시간 할 때도 있고. 우리가 돈 벌고 싶어서 여기서 돈벌고..."

한 달간 뼈빠지게 일해도 수중에 쥘 수 있는 돈은 우리 돈 약 9만 원 남짓, 폴란드 노동자 최저임금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정작 폴란드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좇아 서유럽으로 떠나고 힘들고 고된 저임금 노동을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떠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폴란드 노동자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잇는 나라에 가서 폴란드에서는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굉장히 낮기 때문에 폴란드 회사에 좋은거죠."

김정은의 핵개발과 사치품 수입을 위해 북한 여성들은 여권도 빼앗긴 채 머나 먼 이국 땅 폴란드에서 외화벌이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폴란드 사르노프에서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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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여성들 폴란드 토마토 농장서 ‘감금 노동’
    • 입력 2016-12-27 21:28:20
    • 수정2016-12-27 21:38:22
    뉴스 9
<앵커 멘트>

어제(26일)에 이어 북한이 유럽에서 벌이는 외화벌이 실태, 살펴봅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 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나라인데요,

20대 초반의 젊은 북한 여성 노동자 100여 명이 폴란드의 대형 토마토농장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이들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270km 떨어진 사르노프입니다.

도로를 벗어나자 3미터 높이의 담장으로 둘러싸인 대형 온실 수백여 동이 나타납니다.

총 면적 48만 제곱미터, 축구장 67개 크기의 농지에서 토마토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초대형 농장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하얀색 건물이 모두 토마토 농장입니다.

보시다시피 담장이 높게 설치돼 있고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돼 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외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 안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장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접근을 거부당했습니다.

<녹취> '북한 여성 노동자 고용' 농장 경비원 : "(여기 한국인들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저는 그냥 직원일뿐입니다. 질문에 답변을 해 드릴 수가 없어요."

날이 저문 뒤 토마토 농장을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온 우크라이나 노동자는 이 농장 안에 100명이 넘는 북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근무 우크라이나 노동자 : "(북한 여성 몇 명이나 살고 있어요? 대략 몇 명? 100명?) 그렇죠. 분명 그 정도는 될거에요. (안에 기숙사 같은게 있나요?) 네. 북한 여성들은 따로 살고."

다음 날, 북한여성들이 물건을 사러 온다는 인근 마트로 가 봤습니다.

카트를 끌며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사이에 20대 초반 북한 여성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혹시 여기 오신지 얼마나 되셨는지?) 그런거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이들은 하루 12시간까지 1주일에 모두 70시간 넘게 일하며 농장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두 시간 생필품 사러 나오는 때가 유일한 외출입니다.

얼마나 일하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쉽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근무하세요?) 휴..."

그러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녹취> 토마토 농장 북한 여성 노동자 : "자기가 일하고픈만큼 8시간 할 때도 있고, 5시간 할 때도 있고. 우리가 돈 벌고 싶어서 여기서 돈벌고..."

한 달간 뼈빠지게 일해도 수중에 쥘 수 있는 돈은 우리 돈 약 9만 원 남짓, 폴란드 노동자 최저임금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정작 폴란드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좇아 서유럽으로 떠나고 힘들고 고된 저임금 노동을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떠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렘코 브뢰커(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 : "(폴란드 노동자들은) 돈을 많이 벌 수 잇는 나라에 가서 폴란드에서는 노동자가 부족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굉장히 낮기 때문에 폴란드 회사에 좋은거죠."

김정은의 핵개발과 사치품 수입을 위해 북한 여성들은 여권도 빼앗긴 채 머나 먼 이국 땅 폴란드에서 외화벌이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폴란드 사르노프에서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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