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중단·합작회사 철수…지하로 숨는 北 노동자

입력 2016.12.29 (21:24) 수정 2016.12.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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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폴란드에서 벌이는 북한의 외화벌이 실태, 마지막 순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아홉 달째에 이르면서 폴란드 조선소는 북한 노동자 고용을 중단했고 폴란드와 북한의 합작 해운회사는 철수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바르샤바에서 북쪽으로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항구 도시 그디니아입니다.

주거지 한 가운데 "조폴"이라고 써 있는 회사가 보입니다.

조폴은 북한과 폴란드가 지난 1987년 세운 합작 해운회사로 조선과 폴란드의 머릿글자를 땄습니다.

<녹취> "계세요?"

문은 굳게 닫혀있고 인기척도 없습니다.

근처 약국을 찾아 조폴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조폴' 회사 근처 약국 약사 : "(여기에 혹시 (북한)사람들 안 다니나요?) 아무도 못 본 지 꽤 됐어요. 못 본 지 꽤 됐죠. 한 (폴란드) 여자분이 일하고 있죠. 그 분이 최근에 마지막 근무날이라고 이야기하긴 했는데..."

조폴은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 무연탄을 배로 수출해왔습니다

하지만 조폴 소유 선박이 불법 무기 운송 혐의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고 미 재무부는 조폴의 자산을 동결한 상태입니다.

제재의 여파로 조폴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의 후폭풍은 조선소에도 불어닥쳤습니다.

2년 전 한 조선소에서 북한 용접공이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폴란드 언론과 근로감독기관의 실태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 조선소는 지난 8월 이후 북한 노동자를 더이상 고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소를 찾아가 사실을 확인해봤습니다.

<녹취> 조선소 관계자 : "지금 어디서 일하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여기서 일하는 (북한) 사람은 없어요. 3년 전부터 한 달 반 전까지는 있었어요."

노르웨이의 선박 발주사 역시 이 조선소의 북한 노동자 고용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쫓겨난 북한 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조선소에서 만난 폴란드인은 북한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을 봤다고 말합니다.

<녹취> 폴란드 조선소 노동자 : "(그 사람들(북한) 지금 어디에 어디에 있어요?) 그 사람들 그다인스크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거기 그 사람들이 있는거죠?) 거기 분명 있을거에요. 봤었는데..."

제재 이후 바르샤바 신도시 건설현장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인터뷰> 마렉 비아와시(바르샤바 시민) : "몇 달 전에 봤어요. 사람들이 크게 무리지어 있길래 봤었죠. 기분이 썩 좋진 않았죠.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수도인 바르샤바와 대형 조선소의 북한 노동자들이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방으로 이동한 겁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적극 받아들였던 폴란드 정부도 지난 1월부터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김정은의 핵 폭주로 유럽 국가들까지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북한의 전통 우방인 폴란드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점점 발붙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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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 중단·합작회사 철수…지하로 숨는 北 노동자
    • 입력 2016-12-29 21:28:09
    • 수정2016-12-29 21:32:54
    뉴스 9
<앵커 멘트>

폴란드에서 벌이는 북한의 외화벌이 실태, 마지막 순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아홉 달째에 이르면서 폴란드 조선소는 북한 노동자 고용을 중단했고 폴란드와 북한의 합작 해운회사는 철수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허효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바르샤바에서 북쪽으로 400여 킬로미터 떨어진 항구 도시 그디니아입니다.

주거지 한 가운데 "조폴"이라고 써 있는 회사가 보입니다.

조폴은 북한과 폴란드가 지난 1987년 세운 합작 해운회사로 조선과 폴란드의 머릿글자를 땄습니다.

<녹취> "계세요?"

문은 굳게 닫혀있고 인기척도 없습니다.

근처 약국을 찾아 조폴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녹취> '조폴' 회사 근처 약국 약사 : "(여기에 혹시 (북한)사람들 안 다니나요?) 아무도 못 본 지 꽤 됐어요. 못 본 지 꽤 됐죠. 한 (폴란드) 여자분이 일하고 있죠. 그 분이 최근에 마지막 근무날이라고 이야기하긴 했는데..."

조폴은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 무연탄을 배로 수출해왔습니다

하지만 조폴 소유 선박이 불법 무기 운송 혐의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올랐고 미 재무부는 조폴의 자산을 동결한 상태입니다.

제재의 여파로 조폴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제재의 후폭풍은 조선소에도 불어닥쳤습니다.

2년 전 한 조선소에서 북한 용접공이 작업을 하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폴란드 언론과 근로감독기관의 실태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 조선소는 지난 8월 이후 북한 노동자를 더이상 고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소를 찾아가 사실을 확인해봤습니다.

<녹취> 조선소 관계자 : "지금 어디서 일하는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여기서 일하는 (북한) 사람은 없어요. 3년 전부터 한 달 반 전까지는 있었어요."

노르웨이의 선박 발주사 역시 이 조선소의 북한 노동자 고용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쫓겨난 북한 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조선소에서 만난 폴란드인은 북한 노동자들이 다른 지역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을 봤다고 말합니다.

<녹취> 폴란드 조선소 노동자 : "(그 사람들(북한) 지금 어디에 어디에 있어요?) 그 사람들 그다인스크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거기 그 사람들이 있는거죠?) 거기 분명 있을거에요. 봤었는데..."

제재 이후 바르샤바 신도시 건설현장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인터뷰> 마렉 비아와시(바르샤바 시민) : "몇 달 전에 봤어요. 사람들이 크게 무리지어 있길래 봤었죠. 기분이 썩 좋진 않았죠.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수도인 바르샤바와 대형 조선소의 북한 노동자들이 제재가 더욱 강력해지면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방으로 이동한 겁니다.

북한 노동자들을 적극 받아들였던 폴란드 정부도 지난 1월부터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를 단 한 건도 발급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김정은의 핵 폭주로 유럽 국가들까지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북한의 전통 우방인 폴란드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점점 발붙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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