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말기암 환자 울린 한의원 ‘줄기세포 치료’

입력 2017.01.03 (21:18) 수정 2017.01.03 (22: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암환자 치료로 소문난 한 대형 한의원이 줄기세포를 주사로 암을 고칠 수 있다며, 수억 원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는데요.

이 한의사는 과거 불법 시술로 면허를 박탈당한 전력까지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민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암 치료로 입소문이 나 있다는 한 대형 한의원입니다.

상담 중 한의사 한 명이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암 환자들은 암이 썩을 때 아파요. 제가 동영상을 보여드리면요."

치료 과정을 찍었다는 영상입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암) 덩어리가 있는데 암 독이 빠지면 사는 거거든요. 저걸 백 프로 빼는 약이 있으니까요."

이틀 뒤 다시 찾아가자 슬그머니 주사 치료를 소개합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줄기세포 주사는 4기 암환자들 위주로 놓고요. 활성화 시켜서 좋은 세포로 만들어 주는 거에요."

이 줄기세포 치료 비용은 얼마일까?

<녹취> "한 번 맞는데 저희가 보통 3~6천만 원 받아요. 이거는 10번에서 15번. 보통 10번은 맞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최대 6억 원을 내야 합니다.

이어 더욱 충격적인 말을 늘어놓습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5년, 10년, 15년 사는 프로그램. 일단 (할머니) 95세를 목표로 해가지고 저희가 15년 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해 드릴게요."

수명을 마음대로 연장해주는데 꼭 먹어야 한다는 약도 있습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환자가 먹는 약이 두 가지가 있어요. ○○○라는 약이 있고요. ○○○라는 약이 있어요."

자체 개발했다는 이 알약만 한 달에 백만 원씩 추가로 내야 합니다.

치료는 어디에서 받을까,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지정 병원에 입원시킬 건지 병원 근처에서 호텔을 얻어 장기투숙을 하면서 (치료) 할건지."

수소문 끝에 이 호텔에서 같은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 가족을 찾았습니다.

60대 유방암 말기 환자의 치료 과정입니다.

<녹취> 환자-해당 한의사 대화(치료 당시 상황) : "답답한 것 같아요. 숨을 못 쉬겠... (암이 나아야 돼요. 다음에 (약을) 늘리세요.)"

환자가 아프다고 하지만 막무가냅니다.

<녹취>" (동시에 그러면 60개를 먹어요?) 네 60개 먹는 거예요. 100% 연장은 가능해요. 약을 조금씩 주면 어중간하게 오래 살아요."

하지만 이 환자는 결국 숨졌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져왔다는 줄기세포 주사약에 직접 만든 알약을 썼다고 합니다.

자신만만해하던 박 원장은 당시 어떤 반응이었을까?

<녹취> 사망 환자 가족(음성변조) : "(장례식) 끝나고 전화했더니 5번 해도 안 받고, 안 받다 나중에 '맘대로 하세요.', '법대로 하세요."

끝내 취재진에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박 원장은 전화로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적법하지 않으면 제가 사법처리는 100% 받을 테니까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런지 대한한의사협회에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김지호(대한 한의사협회 홍보이사) : "해당 원장이 또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해서 예의주시해오던 한의사 중 한 명입니다."

보건당국도 K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녹취>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한의사가 줄기세포를 가지고 치료에 활용했다면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 치료를 주도한 박 모 원장은 지난 2012년 암 환자에게 엉터리 치료를 하다가 한의사 자격이 박탈됐고 지난해 다시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현장추적 박민경입니다.

<앵커 멘트>

현장을 취재한 박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박기자! 상식적으론 누가 저런 말을 믿을까 싶은데 피해자들은 왜 여기를 찾은 겁니까?

<답변>
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말기암 환자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이미 2천만 원 가까이 문제의 한의사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형 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판정을 받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불법치료에 매달린 겁니다.

게다가 갖가지 의학 전문용어를 써가며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완치됐다는 사람까지 등장시켜 환자와 그 가족들을 현혹시킨 것으로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는데요,

그렇다 보니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치료 방법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 재산을 털어 넣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와 보건당국은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주사약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는 알약의 성분 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거액을 요구할 때는 절대 신뢰하지 말라고 한의사협회 측은 조언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현장추적] 말기암 환자 울린 한의원 ‘줄기세포 치료’
    • 입력 2017-01-03 21:22:04
    • 수정2017-01-03 22:03:26
    뉴스 9
<앵커 멘트>

암환자 치료로 소문난 한 대형 한의원이 줄기세포를 주사로 암을 고칠 수 있다며, 수억 원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는데요.

이 한의사는 과거 불법 시술로 면허를 박탈당한 전력까지 있습니다.

현장추적 박민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암 치료로 입소문이 나 있다는 한 대형 한의원입니다.

상담 중 한의사 한 명이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암 환자들은 암이 썩을 때 아파요. 제가 동영상을 보여드리면요."

치료 과정을 찍었다는 영상입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암) 덩어리가 있는데 암 독이 빠지면 사는 거거든요. 저걸 백 프로 빼는 약이 있으니까요."

이틀 뒤 다시 찾아가자 슬그머니 주사 치료를 소개합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줄기세포 주사는 4기 암환자들 위주로 놓고요. 활성화 시켜서 좋은 세포로 만들어 주는 거에요."

이 줄기세포 치료 비용은 얼마일까?

<녹취> "한 번 맞는데 저희가 보통 3~6천만 원 받아요. 이거는 10번에서 15번. 보통 10번은 맞아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최대 6억 원을 내야 합니다.

이어 더욱 충격적인 말을 늘어놓습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5년, 10년, 15년 사는 프로그램. 일단 (할머니) 95세를 목표로 해가지고 저희가 15년 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해 드릴게요."

수명을 마음대로 연장해주는데 꼭 먹어야 한다는 약도 있습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환자가 먹는 약이 두 가지가 있어요. ○○○라는 약이 있고요. ○○○라는 약이 있어요."

자체 개발했다는 이 알약만 한 달에 백만 원씩 추가로 내야 합니다.

치료는 어디에서 받을까,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지정 병원에 입원시킬 건지 병원 근처에서 호텔을 얻어 장기투숙을 하면서 (치료) 할건지."

수소문 끝에 이 호텔에서 같은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 가족을 찾았습니다.

60대 유방암 말기 환자의 치료 과정입니다.

<녹취> 환자-해당 한의사 대화(치료 당시 상황) : "답답한 것 같아요. 숨을 못 쉬겠... (암이 나아야 돼요. 다음에 (약을) 늘리세요.)"

환자가 아프다고 하지만 막무가냅니다.

<녹취>" (동시에 그러면 60개를 먹어요?) 네 60개 먹는 거예요. 100% 연장은 가능해요. 약을 조금씩 주면 어중간하게 오래 살아요."

하지만 이 환자는 결국 숨졌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져왔다는 줄기세포 주사약에 직접 만든 알약을 썼다고 합니다.

자신만만해하던 박 원장은 당시 어떤 반응이었을까?

<녹취> 사망 환자 가족(음성변조) : "(장례식) 끝나고 전화했더니 5번 해도 안 받고, 안 받다 나중에 '맘대로 하세요.', '법대로 하세요."

끝내 취재진에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박 원장은 전화로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녹취> 박○○(원장/한의사/음성변조) : "적법하지 않으면 제가 사법처리는 100% 받을 테니까요. 일반적인 상식으로 판단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런지 대한한의사협회에 검증을 요청했습니다.

<인터뷰> 김지호(대한 한의사협회 홍보이사) : "해당 원장이 또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해서 예의주시해오던 한의사 중 한 명입니다."

보건당국도 K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녹취>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한의사가 줄기세포를 가지고 치료에 활용했다면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이 치료를 주도한 박 모 원장은 지난 2012년 암 환자에게 엉터리 치료를 하다가 한의사 자격이 박탈됐고 지난해 다시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현장추적 박민경입니다.

<앵커 멘트>

현장을 취재한 박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박기자! 상식적으론 누가 저런 말을 믿을까 싶은데 피해자들은 왜 여기를 찾은 겁니까?

<답변>
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말기암 환자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이미 2천만 원 가까이 문제의 한의사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대형 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판정을 받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불법치료에 매달린 겁니다.

게다가 갖가지 의학 전문용어를 써가며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완치됐다는 사람까지 등장시켜 환자와 그 가족들을 현혹시킨 것으로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는데요,

그렇다 보니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치료 방법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 재산을 털어 넣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한의사협회와 보건당국은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제라는 주사약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는 알약의 성분 조사가 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거액을 요구할 때는 절대 신뢰하지 말라고 한의사협회 측은 조언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