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서울 방배동의 한 주택가.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옵니다.
대낮에도 불을 켜야만 생활할 수 있는 반지하 단칸방.
올해 여든 한 살인 김경순 할머니의 집입니다.
할머니는 월세 25만 원인 이 집에서 11년째 혼자 살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20만 원과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 20만 원이 한 달 기본 생활비입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생각을 해 봐, 그 돈 20만 원가지고 방세만 내면 살아? 병원비, 목돈 들어가는 것만 6만 원이지. 눈이 또 시력이 안좋아서 안경 해 쓰라는 것도 못 쓰고 있어."
<녹취> "쥐가 들어오니까, 문을 닫야야 돼."
찬 바람이 부는 오후, 할머니가 집을 나섭니다.
<녹취> "신문은 80원 주고요. 그러까 이것저것다 뭉쳐서 하는거지. 이런 박스는, 내가 이걸 뜯어가지고 모아서 하는 거니까. (겨울에 이렇게 나와계시면 춥잖아요.) 추워도 참아야지. 밥을 먹고 살아야 되는데, 안 참으면 해. 그런까, 사는 게 힘드니까. 겨울에 추우면 안 나오고, 춥지 않은 날은 나오는 거지."
골목 골목을 돌며 폐지를 주워 파는 게 할머니의 유일한 벌이입니다.
그마저 요즘엔 쉽지가 않습니다.
<녹취> "(신문은 안에 놔두신 이유는 뭐예요?) 가져가니까.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가져가니까.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박스보다 고급이잖아. 그러니까 여기다 안에 갖다가 착착 쟁여 놓는 거지."
열다섯살에 혼자 피난내려 와 자식 셋을 키우며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할머니의 노년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내가 돈이 없으니까, 자식들한테도 매달리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맨날 그것도 걱정이고 그래서, 그저 얼른 가는 거. 그 쪽으로만 나는 생각을 하고, 바라고 있어."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노인 빈곤이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녹취> "이거 까면 9천 원요. 하루 종일 꼼짝 안하면 다 까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다 못 까요."
며칠 전, 폐렴으로 앓아 누웠던 일흔 아홉살 윤 할머니는 기침을 하면서도 도라지 까는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노령연금 20만 원 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79세) : "내가 파지 팔아가지고 돈도 잔돈도 좀 모아놨잖아요. 봐요. 바꿔야겠어요."
사업에 실패한 아들과는 수 년째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가끔씩 안부를 묻는 딸이 있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지냅니다.
<인터뷰> 윤○○(79세) : "말도 못하지. 외로울 때.. 그럴 때는 막 마음도 이상한 마음이 들어가고, 참 안죽어서 탈이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럴 때는 방에 못 들어앉아서 내가 확 나가야 돼요."
지역 보건소에 의뢰해 윤 할머니의 정신 건강 상태를 검사해 봤습니다.
<녹취> "(밤에는 좀 잘 주무세요?) 밤에도 못 한 날은 뜬 눈으로 새우고, 어떤 날은 좀 잘 자고 그래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답답하고, 그런 것도 있으세요?) 어떨 때는 그럴 때도 있어요."
계속 혼자 방치되면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는 경계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성일(정신보건사회복지사) : "얘기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어르신은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라든가, 우울감이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만약에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거기에 맞춰서 본인의 우울증이 굉장히 심하게 발생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체 노인의 33%, 3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독거 노인의 우울증 비율은 44%로,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34%)나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26%)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 환경이 우울증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회복지사 오선순 씨가 가방 가득 짐을 챙깁니다.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집.
<녹취> "어르신, 잠깐 들어갈게요."
집 주인은 혼자 살고 있는 60대 할아버지입니다.
<녹취> "예쁜 속옷, 팬티 세 개. 약간 산타 할아버지 같죠, 제가?"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6월,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당시 폐렴으로 쓰러져있던 할아버지를 처음 발견한 게 오선순 사회복지사입니다.
매일 집 근처 수퍼에서 막걸리를 사가던 할아버지가 한동안 보이지 않자, 수퍼 주인이 이 사실을 알려 오 복지사가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겁니다.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오선숙(사회복지사) : "진짜 몸이 뼈만 있었어요. 그때는 거의 안드시고, 뼈만 있고, 지금은 말씀이라도 하시는데, 너무 몸이 뼈만 있고 앙상하니까 말씀하실 수 있는 힘조차도 없으셨던 것 같아요."
병원으로 옮겨진 할아버지는 폐렴 뿐 아니라 척추 장애와 치매 초기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녹취> "폐렴은 조금씩 있어. 약간씩 있는데 항상 내가 먹던 거 먹어야지, 안 먹으면 폐렴이 더 심해. (술을 안드시면 폐렴이 더 심해진다고요?) 왜냐하면 먹던 걸 먹어야 없어진다고."
이 할아버지는 고독사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엔 천 2백 명을 넘었습니다.
전남 장성군.
마을 부녀회장 송미숙 씨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수퍼에 들러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고릅니다.
<녹취> "(이거 뭐하려고?) 어르신 만나보러 가려고..."
송 씨가 찾은 곳은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는 동네 김 모 할머니 댁.
<녹취> "하나 잡숴. 빨대를 갖고 올걸 그랬다.. 빨대나 갖고 올 것인데..."
송 씨는 혼자 사는 김 할머니의 '고독사 지킴이'입니다.
<녹취> "다리아픈 약 먹지, 당뇨 약 먹지, 잠 오는 약 먹지, 겁나게 먹어. 몇가지를 먹어. (수면제는 많이 드시면 안되는데.) 잠 오려면 먹어야지. 안 먹으면 잠이 안와서 못 자."
자식들과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바깥 활동을 잘 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1%가 65살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부터 독거노인과 자원봉사자를 1대 1로 연결해 안부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연자(장성군 주민복지과 팁장) : "외부와의 접촉을 더 많이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해서 고독사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녹취> "예쁘게 해야 돼."
<녹취> "그냥 눌러, 그냥. 도장 찍으라고. 근데 똘똘이 엄마는 왜 안보여?"
왁자지껄한 수다 소리가 집안에 온기를 더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떡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은 구청에서 하는 '친구 모임방' 참가자들입니다.
경로당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처지의 할머니들이 근처 가정집에 모여 식사도 같이하고 운동도 합니다.
<인터뷰> 민병숙(서초구 친구모임방 참가자) : "할머니들은 갈 곳이 없어서,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답답해. 그러면 골치가 아파지고 그래."
구청에서는 집을 제공한 노인에게 난방비 등을 제공하고, 친목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인터뷰> 김지영(사회복지사) : "혼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다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도 방지하고 서로서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최소 모이니까..."
독거 노인들이 모여 함께 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 들어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을뻔 했던 황상숙 할머니는 지난해 말,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최소자(서울 금천구 '보린 주택' 거주자) : "여기 좋아. 혼자 방 얻어 있는 것보다 문 열면 한 집같은데, 뭐. 그리고 뭐 먹자, 하면 밥 먹고, 국 많이 끓이면 나눠먹고 그래."
홀로 외롭게 살던 노인 10명이 지자체에서 마련한 공동주택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인현(서울시 금천구청 자활주거팀장) : "SH에서 하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가 특별하게 계층에 맞는 맞춤형 임대 주택을 지은 거예요. 그러니까, 기존에 임대주택과 다르게 홀몸 어르신 전용 주택을 짓게 된 거죠. "
서울의 한 무료 급식소.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빈 자리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용구(경기도 성남시) : "노인들 막걸리 한 잔에 천 원이지. 담배 한 갑 사 피지. 이렇게 하면, 하루에 돈 만원 안 쓰여? 한 2천 원 남아요."
밥도 밥이지만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것이 절실한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희준(경기도 안양시) :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백 번 나아.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잖아. 우리 집사람 간지 15년 됐어. 애들 다른데서 다 전부 저희대로 살고..."
전국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모두 백 22만 명.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들의 빈곤도 문제지만, 이들이 고독과 외로움에 방치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납니다.
서울 방배동의 한 주택가.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옵니다.
대낮에도 불을 켜야만 생활할 수 있는 반지하 단칸방.
올해 여든 한 살인 김경순 할머니의 집입니다.
할머니는 월세 25만 원인 이 집에서 11년째 혼자 살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20만 원과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 20만 원이 한 달 기본 생활비입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생각을 해 봐, 그 돈 20만 원가지고 방세만 내면 살아? 병원비, 목돈 들어가는 것만 6만 원이지. 눈이 또 시력이 안좋아서 안경 해 쓰라는 것도 못 쓰고 있어."
<녹취> "쥐가 들어오니까, 문을 닫야야 돼."
찬 바람이 부는 오후, 할머니가 집을 나섭니다.
<녹취> "신문은 80원 주고요. 그러까 이것저것다 뭉쳐서 하는거지. 이런 박스는, 내가 이걸 뜯어가지고 모아서 하는 거니까. (겨울에 이렇게 나와계시면 춥잖아요.) 추워도 참아야지. 밥을 먹고 살아야 되는데, 안 참으면 해. 그런까, 사는 게 힘드니까. 겨울에 추우면 안 나오고, 춥지 않은 날은 나오는 거지."
골목 골목을 돌며 폐지를 주워 파는 게 할머니의 유일한 벌이입니다.
그마저 요즘엔 쉽지가 않습니다.
<녹취> "(신문은 안에 놔두신 이유는 뭐예요?) 가져가니까.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가져가니까.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박스보다 고급이잖아. 그러니까 여기다 안에 갖다가 착착 쟁여 놓는 거지."
열다섯살에 혼자 피난내려 와 자식 셋을 키우며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할머니의 노년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내가 돈이 없으니까, 자식들한테도 매달리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맨날 그것도 걱정이고 그래서, 그저 얼른 가는 거. 그 쪽으로만 나는 생각을 하고, 바라고 있어."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노인 빈곤이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녹취> "이거 까면 9천 원요. 하루 종일 꼼짝 안하면 다 까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다 못 까요."
며칠 전, 폐렴으로 앓아 누웠던 일흔 아홉살 윤 할머니는 기침을 하면서도 도라지 까는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노령연금 20만 원 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79세) : "내가 파지 팔아가지고 돈도 잔돈도 좀 모아놨잖아요. 봐요. 바꿔야겠어요."
사업에 실패한 아들과는 수 년째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가끔씩 안부를 묻는 딸이 있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지냅니다.
<인터뷰> 윤○○(79세) : "말도 못하지. 외로울 때.. 그럴 때는 막 마음도 이상한 마음이 들어가고, 참 안죽어서 탈이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럴 때는 방에 못 들어앉아서 내가 확 나가야 돼요."
지역 보건소에 의뢰해 윤 할머니의 정신 건강 상태를 검사해 봤습니다.
<녹취> "(밤에는 좀 잘 주무세요?) 밤에도 못 한 날은 뜬 눈으로 새우고, 어떤 날은 좀 잘 자고 그래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답답하고, 그런 것도 있으세요?) 어떨 때는 그럴 때도 있어요."
계속 혼자 방치되면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는 경계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성일(정신보건사회복지사) : "얘기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어르신은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라든가, 우울감이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만약에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거기에 맞춰서 본인의 우울증이 굉장히 심하게 발생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체 노인의 33%, 3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독거 노인의 우울증 비율은 44%로,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34%)나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26%)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 환경이 우울증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회복지사 오선순 씨가 가방 가득 짐을 챙깁니다.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집.
<녹취> "어르신, 잠깐 들어갈게요."
집 주인은 혼자 살고 있는 60대 할아버지입니다.
<녹취> "예쁜 속옷, 팬티 세 개. 약간 산타 할아버지 같죠, 제가?"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6월,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당시 폐렴으로 쓰러져있던 할아버지를 처음 발견한 게 오선순 사회복지사입니다.
매일 집 근처 수퍼에서 막걸리를 사가던 할아버지가 한동안 보이지 않자, 수퍼 주인이 이 사실을 알려 오 복지사가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겁니다.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오선숙(사회복지사) : "진짜 몸이 뼈만 있었어요. 그때는 거의 안드시고, 뼈만 있고, 지금은 말씀이라도 하시는데, 너무 몸이 뼈만 있고 앙상하니까 말씀하실 수 있는 힘조차도 없으셨던 것 같아요."
병원으로 옮겨진 할아버지는 폐렴 뿐 아니라 척추 장애와 치매 초기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녹취> "폐렴은 조금씩 있어. 약간씩 있는데 항상 내가 먹던 거 먹어야지, 안 먹으면 폐렴이 더 심해. (술을 안드시면 폐렴이 더 심해진다고요?) 왜냐하면 먹던 걸 먹어야 없어진다고."
이 할아버지는 고독사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엔 천 2백 명을 넘었습니다.
전남 장성군.
마을 부녀회장 송미숙 씨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수퍼에 들러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고릅니다.
<녹취> "(이거 뭐하려고?) 어르신 만나보러 가려고..."
송 씨가 찾은 곳은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는 동네 김 모 할머니 댁.
<녹취> "하나 잡숴. 빨대를 갖고 올걸 그랬다.. 빨대나 갖고 올 것인데..."
송 씨는 혼자 사는 김 할머니의 '고독사 지킴이'입니다.
<녹취> "다리아픈 약 먹지, 당뇨 약 먹지, 잠 오는 약 먹지, 겁나게 먹어. 몇가지를 먹어. (수면제는 많이 드시면 안되는데.) 잠 오려면 먹어야지. 안 먹으면 잠이 안와서 못 자."
자식들과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바깥 활동을 잘 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1%가 65살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부터 독거노인과 자원봉사자를 1대 1로 연결해 안부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연자(장성군 주민복지과 팁장) : "외부와의 접촉을 더 많이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해서 고독사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녹취> "예쁘게 해야 돼."
<녹취> "그냥 눌러, 그냥. 도장 찍으라고. 근데 똘똘이 엄마는 왜 안보여?"
왁자지껄한 수다 소리가 집안에 온기를 더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떡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은 구청에서 하는 '친구 모임방' 참가자들입니다.
경로당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처지의 할머니들이 근처 가정집에 모여 식사도 같이하고 운동도 합니다.
<인터뷰> 민병숙(서초구 친구모임방 참가자) : "할머니들은 갈 곳이 없어서,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답답해. 그러면 골치가 아파지고 그래."
구청에서는 집을 제공한 노인에게 난방비 등을 제공하고, 친목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인터뷰> 김지영(사회복지사) : "혼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다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도 방지하고 서로서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최소 모이니까..."
독거 노인들이 모여 함께 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 들어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을뻔 했던 황상숙 할머니는 지난해 말,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최소자(서울 금천구 '보린 주택' 거주자) : "여기 좋아. 혼자 방 얻어 있는 것보다 문 열면 한 집같은데, 뭐. 그리고 뭐 먹자, 하면 밥 먹고, 국 많이 끓이면 나눠먹고 그래."
홀로 외롭게 살던 노인 10명이 지자체에서 마련한 공동주택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인현(서울시 금천구청 자활주거팀장) : "SH에서 하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가 특별하게 계층에 맞는 맞춤형 임대 주택을 지은 거예요. 그러니까, 기존에 임대주택과 다르게 홀몸 어르신 전용 주택을 짓게 된 거죠. "
서울의 한 무료 급식소.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빈 자리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용구(경기도 성남시) : "노인들 막걸리 한 잔에 천 원이지. 담배 한 갑 사 피지. 이렇게 하면, 하루에 돈 만원 안 쓰여? 한 2천 원 남아요."
밥도 밥이지만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것이 절실한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희준(경기도 안양시) :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백 번 나아.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잖아. 우리 집사람 간지 15년 됐어. 애들 다른데서 다 전부 저희대로 살고..."
전국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모두 백 22만 명.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들의 빈곤도 문제지만, 이들이 고독과 외로움에 방치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외로움에 더 서럽다”
-
- 입력 2017-01-15 22:57:27
- 수정2017-01-15 23:09:28
<리포트>
서울 방배동의 한 주택가.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옵니다.
대낮에도 불을 켜야만 생활할 수 있는 반지하 단칸방.
올해 여든 한 살인 김경순 할머니의 집입니다.
할머니는 월세 25만 원인 이 집에서 11년째 혼자 살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20만 원과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 20만 원이 한 달 기본 생활비입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생각을 해 봐, 그 돈 20만 원가지고 방세만 내면 살아? 병원비, 목돈 들어가는 것만 6만 원이지. 눈이 또 시력이 안좋아서 안경 해 쓰라는 것도 못 쓰고 있어."
<녹취> "쥐가 들어오니까, 문을 닫야야 돼."
찬 바람이 부는 오후, 할머니가 집을 나섭니다.
<녹취> "신문은 80원 주고요. 그러까 이것저것다 뭉쳐서 하는거지. 이런 박스는, 내가 이걸 뜯어가지고 모아서 하는 거니까. (겨울에 이렇게 나와계시면 춥잖아요.) 추워도 참아야지. 밥을 먹고 살아야 되는데, 안 참으면 해. 그런까, 사는 게 힘드니까. 겨울에 추우면 안 나오고, 춥지 않은 날은 나오는 거지."
골목 골목을 돌며 폐지를 주워 파는 게 할머니의 유일한 벌이입니다.
그마저 요즘엔 쉽지가 않습니다.
<녹취> "(신문은 안에 놔두신 이유는 뭐예요?) 가져가니까.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가져가니까.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박스보다 고급이잖아. 그러니까 여기다 안에 갖다가 착착 쟁여 놓는 거지."
열다섯살에 혼자 피난내려 와 자식 셋을 키우며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할머니의 노년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내가 돈이 없으니까, 자식들한테도 매달리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맨날 그것도 걱정이고 그래서, 그저 얼른 가는 거. 그 쪽으로만 나는 생각을 하고, 바라고 있어."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노인 빈곤이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녹취> "이거 까면 9천 원요. 하루 종일 꼼짝 안하면 다 까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다 못 까요."
며칠 전, 폐렴으로 앓아 누웠던 일흔 아홉살 윤 할머니는 기침을 하면서도 도라지 까는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노령연금 20만 원 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79세) : "내가 파지 팔아가지고 돈도 잔돈도 좀 모아놨잖아요. 봐요. 바꿔야겠어요."
사업에 실패한 아들과는 수 년째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가끔씩 안부를 묻는 딸이 있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지냅니다.
<인터뷰> 윤○○(79세) : "말도 못하지. 외로울 때.. 그럴 때는 막 마음도 이상한 마음이 들어가고, 참 안죽어서 탈이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럴 때는 방에 못 들어앉아서 내가 확 나가야 돼요."
지역 보건소에 의뢰해 윤 할머니의 정신 건강 상태를 검사해 봤습니다.
<녹취> "(밤에는 좀 잘 주무세요?) 밤에도 못 한 날은 뜬 눈으로 새우고, 어떤 날은 좀 잘 자고 그래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답답하고, 그런 것도 있으세요?) 어떨 때는 그럴 때도 있어요."
계속 혼자 방치되면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는 경계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성일(정신보건사회복지사) : "얘기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어르신은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라든가, 우울감이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만약에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거기에 맞춰서 본인의 우울증이 굉장히 심하게 발생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체 노인의 33%, 3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독거 노인의 우울증 비율은 44%로,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34%)나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26%)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 환경이 우울증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회복지사 오선순 씨가 가방 가득 짐을 챙깁니다.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집.
<녹취> "어르신, 잠깐 들어갈게요."
집 주인은 혼자 살고 있는 60대 할아버지입니다.
<녹취> "예쁜 속옷, 팬티 세 개. 약간 산타 할아버지 같죠, 제가?"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6월,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당시 폐렴으로 쓰러져있던 할아버지를 처음 발견한 게 오선순 사회복지사입니다.
매일 집 근처 수퍼에서 막걸리를 사가던 할아버지가 한동안 보이지 않자, 수퍼 주인이 이 사실을 알려 오 복지사가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겁니다.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오선숙(사회복지사) : "진짜 몸이 뼈만 있었어요. 그때는 거의 안드시고, 뼈만 있고, 지금은 말씀이라도 하시는데, 너무 몸이 뼈만 있고 앙상하니까 말씀하실 수 있는 힘조차도 없으셨던 것 같아요."
병원으로 옮겨진 할아버지는 폐렴 뿐 아니라 척추 장애와 치매 초기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녹취> "폐렴은 조금씩 있어. 약간씩 있는데 항상 내가 먹던 거 먹어야지, 안 먹으면 폐렴이 더 심해. (술을 안드시면 폐렴이 더 심해진다고요?) 왜냐하면 먹던 걸 먹어야 없어진다고."
이 할아버지는 고독사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엔 천 2백 명을 넘었습니다.
전남 장성군.
마을 부녀회장 송미숙 씨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수퍼에 들러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고릅니다.
<녹취> "(이거 뭐하려고?) 어르신 만나보러 가려고..."
송 씨가 찾은 곳은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는 동네 김 모 할머니 댁.
<녹취> "하나 잡숴. 빨대를 갖고 올걸 그랬다.. 빨대나 갖고 올 것인데..."
송 씨는 혼자 사는 김 할머니의 '고독사 지킴이'입니다.
<녹취> "다리아픈 약 먹지, 당뇨 약 먹지, 잠 오는 약 먹지, 겁나게 먹어. 몇가지를 먹어. (수면제는 많이 드시면 안되는데.) 잠 오려면 먹어야지. 안 먹으면 잠이 안와서 못 자."
자식들과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바깥 활동을 잘 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1%가 65살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부터 독거노인과 자원봉사자를 1대 1로 연결해 안부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연자(장성군 주민복지과 팁장) : "외부와의 접촉을 더 많이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해서 고독사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녹취> "예쁘게 해야 돼."
<녹취> "그냥 눌러, 그냥. 도장 찍으라고. 근데 똘똘이 엄마는 왜 안보여?"
왁자지껄한 수다 소리가 집안에 온기를 더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떡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은 구청에서 하는 '친구 모임방' 참가자들입니다.
경로당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처지의 할머니들이 근처 가정집에 모여 식사도 같이하고 운동도 합니다.
<인터뷰> 민병숙(서초구 친구모임방 참가자) : "할머니들은 갈 곳이 없어서,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답답해. 그러면 골치가 아파지고 그래."
구청에서는 집을 제공한 노인에게 난방비 등을 제공하고, 친목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인터뷰> 김지영(사회복지사) : "혼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다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도 방지하고 서로서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최소 모이니까..."
독거 노인들이 모여 함께 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 들어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을뻔 했던 황상숙 할머니는 지난해 말,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최소자(서울 금천구 '보린 주택' 거주자) : "여기 좋아. 혼자 방 얻어 있는 것보다 문 열면 한 집같은데, 뭐. 그리고 뭐 먹자, 하면 밥 먹고, 국 많이 끓이면 나눠먹고 그래."
홀로 외롭게 살던 노인 10명이 지자체에서 마련한 공동주택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인현(서울시 금천구청 자활주거팀장) : "SH에서 하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가 특별하게 계층에 맞는 맞춤형 임대 주택을 지은 거예요. 그러니까, 기존에 임대주택과 다르게 홀몸 어르신 전용 주택을 짓게 된 거죠. "
서울의 한 무료 급식소.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빈 자리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용구(경기도 성남시) : "노인들 막걸리 한 잔에 천 원이지. 담배 한 갑 사 피지. 이렇게 하면, 하루에 돈 만원 안 쓰여? 한 2천 원 남아요."
밥도 밥이지만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것이 절실한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희준(경기도 안양시) :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백 번 나아.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잖아. 우리 집사람 간지 15년 됐어. 애들 다른데서 다 전부 저희대로 살고..."
전국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모두 백 22만 명.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들의 빈곤도 문제지만, 이들이 고독과 외로움에 방치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납니다.
서울 방배동의 한 주택가.
좁은 통로를 따라 들어가니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옵니다.
대낮에도 불을 켜야만 생활할 수 있는 반지하 단칸방.
올해 여든 한 살인 김경순 할머니의 집입니다.
할머니는 월세 25만 원인 이 집에서 11년째 혼자 살고 있습니다.
기초연금 20만 원과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 20만 원이 한 달 기본 생활비입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생각을 해 봐, 그 돈 20만 원가지고 방세만 내면 살아? 병원비, 목돈 들어가는 것만 6만 원이지. 눈이 또 시력이 안좋아서 안경 해 쓰라는 것도 못 쓰고 있어."
<녹취> "쥐가 들어오니까, 문을 닫야야 돼."
찬 바람이 부는 오후, 할머니가 집을 나섭니다.
<녹취> "신문은 80원 주고요. 그러까 이것저것다 뭉쳐서 하는거지. 이런 박스는, 내가 이걸 뜯어가지고 모아서 하는 거니까. (겨울에 이렇게 나와계시면 춥잖아요.) 추워도 참아야지. 밥을 먹고 살아야 되는데, 안 참으면 해. 그런까, 사는 게 힘드니까. 겨울에 추우면 안 나오고, 춥지 않은 날은 나오는 거지."
골목 골목을 돌며 폐지를 주워 파는 게 할머니의 유일한 벌이입니다.
그마저 요즘엔 쉽지가 않습니다.
<녹취> "(신문은 안에 놔두신 이유는 뭐예요?) 가져가니까. 주우러 다니는 사람이 가져가니까. 그러니까, 이건 말하자면 박스보다 고급이잖아. 그러니까 여기다 안에 갖다가 착착 쟁여 놓는 거지."
열다섯살에 혼자 피난내려 와 자식 셋을 키우며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할머니의 노년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있습니다.
<인터뷰> 김경순(81세) : "내가 돈이 없으니까, 자식들한테도 매달리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맨날 그것도 걱정이고 그래서, 그저 얼른 가는 거. 그 쪽으로만 나는 생각을 하고, 바라고 있어."
우리 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문제는 노인 빈곤이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녹취> "이거 까면 9천 원요. 하루 종일 꼼짝 안하면 다 까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 다 못 까요."
며칠 전, 폐렴으로 앓아 누웠던 일흔 아홉살 윤 할머니는 기침을 하면서도 도라지 까는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노령연금 20만 원 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79세) : "내가 파지 팔아가지고 돈도 잔돈도 좀 모아놨잖아요. 봐요. 바꿔야겠어요."
사업에 실패한 아들과는 수 년째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가끔씩 안부를 묻는 딸이 있지만, 넉넉치 못한 형편에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지냅니다.
<인터뷰> 윤○○(79세) : "말도 못하지. 외로울 때.. 그럴 때는 막 마음도 이상한 마음이 들어가고, 참 안죽어서 탈이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럴 때는 방에 못 들어앉아서 내가 확 나가야 돼요."
지역 보건소에 의뢰해 윤 할머니의 정신 건강 상태를 검사해 봤습니다.
<녹취> "(밤에는 좀 잘 주무세요?) 밤에도 못 한 날은 뜬 눈으로 새우고, 어떤 날은 좀 잘 자고 그래요.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답답하고, 그런 것도 있으세요?) 어떨 때는 그럴 때도 있어요."
계속 혼자 방치되면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는 경계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인터뷰> 김성일(정신보건사회복지사) : "얘기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어르신은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 해소라든가, 우울감이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만약에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되고, 거기에 맞춰서 본인의 우울증이 굉장히 심하게 발생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체 노인의 33%, 3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독거 노인의 우울증 비율은 44%로,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34%)나 부부가 함께 사는 가구(26%)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혼자 사는 생활 환경이 우울증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회복지사 오선순 씨가 가방 가득 짐을 챙깁니다.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집.
<녹취> "어르신, 잠깐 들어갈게요."
집 주인은 혼자 살고 있는 60대 할아버지입니다.
<녹취> "예쁜 속옷, 팬티 세 개. 약간 산타 할아버지 같죠, 제가?"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6월,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당시 폐렴으로 쓰러져있던 할아버지를 처음 발견한 게 오선순 사회복지사입니다.
매일 집 근처 수퍼에서 막걸리를 사가던 할아버지가 한동안 보이지 않자, 수퍼 주인이 이 사실을 알려 오 복지사가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겁니다.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인터뷰> 오선숙(사회복지사) : "진짜 몸이 뼈만 있었어요. 그때는 거의 안드시고, 뼈만 있고, 지금은 말씀이라도 하시는데, 너무 몸이 뼈만 있고 앙상하니까 말씀하실 수 있는 힘조차도 없으셨던 것 같아요."
병원으로 옮겨진 할아버지는 폐렴 뿐 아니라 척추 장애와 치매 초기 상태인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녹취> "폐렴은 조금씩 있어. 약간씩 있는데 항상 내가 먹던 거 먹어야지, 안 먹으면 폐렴이 더 심해. (술을 안드시면 폐렴이 더 심해진다고요?) 왜냐하면 먹던 걸 먹어야 없어진다고."
이 할아버지는 고독사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무연고 사망자 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엔 천 2백 명을 넘었습니다.
전남 장성군.
마을 부녀회장 송미숙 씨가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수퍼에 들러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고릅니다.
<녹취> "(이거 뭐하려고?) 어르신 만나보러 가려고..."
송 씨가 찾은 곳은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지내는 동네 김 모 할머니 댁.
<녹취> "하나 잡숴. 빨대를 갖고 올걸 그랬다.. 빨대나 갖고 올 것인데..."
송 씨는 혼자 사는 김 할머니의 '고독사 지킴이'입니다.
<녹취> "다리아픈 약 먹지, 당뇨 약 먹지, 잠 오는 약 먹지, 겁나게 먹어. 몇가지를 먹어. (수면제는 많이 드시면 안되는데.) 잠 오려면 먹어야지. 안 먹으면 잠이 안와서 못 자."
자식들과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바깥 활동을 잘 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고, 말벗이 돼주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1%가 65살를 넘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전라남도에서는 지난해부터 독거노인과 자원봉사자를 1대 1로 연결해 안부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연자(장성군 주민복지과 팁장) : "외부와의 접촉을 더 많이 하고,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해서 고독사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녹취> "예쁘게 해야 돼."
<녹취> "그냥 눌러, 그냥. 도장 찍으라고. 근데 똘똘이 엄마는 왜 안보여?"
왁자지껄한 수다 소리가 집안에 온기를 더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떡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들은 구청에서 하는 '친구 모임방' 참가자들입니다.
경로당 가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처지의 할머니들이 근처 가정집에 모여 식사도 같이하고 운동도 합니다.
<인터뷰> 민병숙(서초구 친구모임방 참가자) : "할머니들은 갈 곳이 없어서, 집에만 들어앉아 있으면 답답해. 그러면 골치가 아파지고 그래."
구청에서는 집을 제공한 노인에게 난방비 등을 제공하고, 친목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인터뷰> 김지영(사회복지사) : "혼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다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도 방지하고 서로서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최소 모이니까..."
독거 노인들이 모여 함께 살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 들어 살던 집이 재개발되면서 갈 곳을 잃을뻔 했던 황상숙 할머니는 지난해 말, 새 가족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최소자(서울 금천구 '보린 주택' 거주자) : "여기 좋아. 혼자 방 얻어 있는 것보다 문 열면 한 집같은데, 뭐. 그리고 뭐 먹자, 하면 밥 먹고, 국 많이 끓이면 나눠먹고 그래."
홀로 외롭게 살던 노인 10명이 지자체에서 마련한 공동주택에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인현(서울시 금천구청 자활주거팀장) : "SH에서 하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가 특별하게 계층에 맞는 맞춤형 임대 주택을 지은 거예요. 그러니까, 기존에 임대주택과 다르게 홀몸 어르신 전용 주택을 짓게 된 거죠. "
서울의 한 무료 급식소.
점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기다리는 어르신들로 빈 자리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용구(경기도 성남시) : "노인들 막걸리 한 잔에 천 원이지. 담배 한 갑 사 피지. 이렇게 하면, 하루에 돈 만원 안 쓰여? 한 2천 원 남아요."
밥도 밥이지만 마음의 허기를 달래는 것이 절실한 분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박희준(경기도 안양시) :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백 번 나아.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이 맛이 없잖아. 우리 집사람 간지 15년 됐어. 애들 다른데서 다 전부 저희대로 살고..."
전국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모두 백 22만 명.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노인들의 빈곤도 문제지만, 이들이 고독과 외로움에 방치되지 않도록 보살펴 주는 것도 우리 사회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납니다.
-
-
이하경 기자 truth2004@kbs.co.kr
이하경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