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한국판 ‘노아의 방주’
입력 2017.01.15 (22:56)
수정 2017.01.1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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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제가 들고 있는 건 멸종위기종 구상나무의 씨앗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야생식물 씨앗 수만 점이 지하터널에 영구 보존되고 있습니다.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에 대비하는 이른바 '노아의 방주'인데요,
세계 최초로 들어서는 야생식물 종자 영구보관소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리포트>
백두대간 줄기가 남북으로 이어지는 경상북도 봉화군.
굽이굽이 산자락을 따라 해발 600미터 고지에 오르면, 동그란 버섯 모양의 시설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식물의 종자를 영구 보관하는 종자저장고.
종자운반용 전동차량을 따라 종자저장고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대형 콘크리트 터널이 나옵니다.
지상으로부터 40미터 깊이.
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일정한 온도도 확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지하에 설치하게 되면 아무래도 온도 조건을 영하 20도로 떨구기가 굉장히 유리하다는, 경제적으로 떨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전쟁이나 핵폭발 같은 자연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저장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화 종자저장고는 산비탈을 파고들어간 길이 120미터의 터널의 형태입니다.
콘크리트 벽 두께는 60센티미터, 진도7의 지진을 견딜 수 있습니다.
주 터널 옆으로 종자를 저장하기 위한 냉동고가 줄지어 설치돼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기로 냉동 보관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비상상황에서 전기 공급이 끊어질 경우에도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돼 있어 상당 기간 종자가 손상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영하 20도 조건에서 한 5일 정도 길게는 한 보름 정도 복구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복구할 수가 있습니다. 종자 저장성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종자가 보관되는 냉동고 안의 온도는 영하 20도.
들어가려면 반드시 방한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안에 얼마나 추운가요?) 바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 춥습니다. (지금 겨울인데 밖에 날씨랑 비교하면?) 지금 날씨가 오늘도 한파로 인해서 영하 10도 추운 날씨인데요, 안에는 정말 더 춥습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자보관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종자보관소가 들어선 이후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곳입니다.
식물 종자는 유리병으로 밀봉돼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보관대에 위치정보와 함께 보관됩니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과 비슷한 온도이지만 서리나 성에는 끼지 않습니다.
습도 5% 이하의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나 냉동고에 끼는 성에 같은 게, 만약 비슷한 온도면 여기 성에 끼고 그랬을까요?) 여기 얼음벽이 돼야 맞겠죠. 제습이 안 된다면 얼음벽이라서 작업이 안될 겁니다."
낮은 습도 탓에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내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10분 정도 있다 나왔는데 어떠신가요?) 어지럽고 약간 혼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고요, 판단력도 흐려져서 이쪽에 넣어야 할 선반을 저쪽에 넣어서 재작업을 해야 될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래서 항상 2인 1조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각종 재해에 대비해 식물 씨앗을 지하 터널에 냉동 보존하겠다는 아이디어는 2008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현실화됐습니다.
북극과 가까운 스발바르 섬의 국제 종자저장고.
터널에 보관된 상자 안에는 벼와 밀, 보리와 같은 세계 각국의 식량 작물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도 이곳에 식량 종자 씨앗 보관을 맡겼습니다.
저장고 안에 북한이 맡긴 상자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마이클 코치(세계식물다양성재단 재무담당) : "여기가 종자보관실입니다. 이 방 안에서 전 세계의 농업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60개 기관에서 보낸 86만 종의 작물 씨앗이 보관돼 있습니다."
스발바르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만들어진 봉화 종자 보관소의 구조와 보관 방식은 스발바르 보관소와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스발바르 보관소가 식량 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데 비해 봉화 보관소는 야생 식물의 씨앗을 보관합니다.
야생 식물 씨앗을 보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식물 다양성 확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구상나무가 만약 야생상태에서 멸종이 된다면 봉화보관소에 저장된 씨앗을 이용해 되살릴 수 있습니다.
원예나 관상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이와함께 현재의 야생식물이 미래의 식량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종자를 보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현재 스발바르에서 보존된 작물이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기후에 안 맞을 수도 있고요. 또 사람들이 기호가 달라져서 야생에 있는 식물들이 또 작물로서 이렇게 대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봉화 종자보관소는 스발바르와는 달리 종자와 관련된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숙(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종자의 자세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거든요. 종자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이런 주름진 거라든지 작은 털이라든지 그런 거를, 종자마다 자기 고유의 모양과 길이와 폭 이런 거를 다 저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최종 단계는 실제로 종자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조건을 밝히는 발아 실험입니다.
벼와 같은 작물 종자는 발아 조건과 생육 환경이 자세하게 알려졌지만, 야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처음 시도되는 것들입니다.
<인터뷰> 김기중(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 "우리가 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는 식물종이 한 30만 종인데 그 중에서 우리가 종자를 보관해서 다시 발아시켜서 재생할 수 있는 종자는 30%가 안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70%는 아직까지도 종자가 어떻게 발아하고 어떻게 컨트롤하고 보관하고 하는 것들을 거의 모르고 있는 상황이죠."
현재까지 봉화 종자보관소가 국내에서 확보해 연구 중인 종자는 4만여 점.
올해부터는 해외 종자 보관이 본격 시작됩니다.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국이 종자 보호와 소유권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해당 국가에서 가방 형태로 보내온 종자는 그대로 냉동창고에 보관되고 보관에 드는 비용은 종자보관소가 전부 부담합니다.
보관된 종자의 소유권과 인출권은 기탁한 기관과 국가에서 갖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기탁 자원들이 잘 안전 보존된 후에는 협약 국가가 반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절대로 반출되지 않고요, 언제든지 협약 국가가 원하는 때에는 반출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종자보관소는 경제적 이익이나 대가 없이 생물 다양성 보존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종자 기탁을 통해 해외 기관과 협력 관계가 구축되면 공동 연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유전자원들을 원산지 국가에서 캐오거나 문익점 선생님처럼 어디에 담아오거나 이런 것들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동 연구나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협약들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화 종자보관소는 오는 7월 정식 운영에 맞춰 아시아 10개 나라로부터 종자를 기탁 받아 공동 연구를 하기로 협의 중입니다.
앞으로 6년 동안 전 세계 30만 점의 야생식물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봉화 종자보관소의 목푭니다.
해외 기탁을 늘리려면 운영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산림청의 한계를 넘어서서 국가 차원에서 시드볼트(종자보관소)를 관리를 했으면 하고, 좀 더 시드볼트가 자리를 잡으면 저는 국제기구화해서 이 시드볼트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보관소에서는 첫 종자 인출이 이뤄졌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작물 종자가 유실된 시리아가 맡겨두었던 밀과 보리 씨앗을 찾아간 겁니다.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종자 보관소이지만 설립된 지 불과 7년 만에 유용하게 사용된 겁니다.
종자보관소의 영어 이름은 '종자 금고'라는 뜻의 시드 볼트입니다.
올해 문을 열 봉화 종자보관소에서 언제 첫 인출이 이뤄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금고 속 씨앗을 고맙게 쓰는 일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건 멸종위기종 구상나무의 씨앗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야생식물 씨앗 수만 점이 지하터널에 영구 보존되고 있습니다.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에 대비하는 이른바 '노아의 방주'인데요,
세계 최초로 들어서는 야생식물 종자 영구보관소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리포트>
백두대간 줄기가 남북으로 이어지는 경상북도 봉화군.
굽이굽이 산자락을 따라 해발 600미터 고지에 오르면, 동그란 버섯 모양의 시설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식물의 종자를 영구 보관하는 종자저장고.
종자운반용 전동차량을 따라 종자저장고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대형 콘크리트 터널이 나옵니다.
지상으로부터 40미터 깊이.
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일정한 온도도 확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지하에 설치하게 되면 아무래도 온도 조건을 영하 20도로 떨구기가 굉장히 유리하다는, 경제적으로 떨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전쟁이나 핵폭발 같은 자연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저장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화 종자저장고는 산비탈을 파고들어간 길이 120미터의 터널의 형태입니다.
콘크리트 벽 두께는 60센티미터, 진도7의 지진을 견딜 수 있습니다.
주 터널 옆으로 종자를 저장하기 위한 냉동고가 줄지어 설치돼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기로 냉동 보관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비상상황에서 전기 공급이 끊어질 경우에도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돼 있어 상당 기간 종자가 손상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영하 20도 조건에서 한 5일 정도 길게는 한 보름 정도 복구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복구할 수가 있습니다. 종자 저장성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종자가 보관되는 냉동고 안의 온도는 영하 20도.
들어가려면 반드시 방한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안에 얼마나 추운가요?) 바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 춥습니다. (지금 겨울인데 밖에 날씨랑 비교하면?) 지금 날씨가 오늘도 한파로 인해서 영하 10도 추운 날씨인데요, 안에는 정말 더 춥습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자보관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종자보관소가 들어선 이후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곳입니다.
식물 종자는 유리병으로 밀봉돼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보관대에 위치정보와 함께 보관됩니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과 비슷한 온도이지만 서리나 성에는 끼지 않습니다.
습도 5% 이하의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나 냉동고에 끼는 성에 같은 게, 만약 비슷한 온도면 여기 성에 끼고 그랬을까요?) 여기 얼음벽이 돼야 맞겠죠. 제습이 안 된다면 얼음벽이라서 작업이 안될 겁니다."
낮은 습도 탓에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내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10분 정도 있다 나왔는데 어떠신가요?) 어지럽고 약간 혼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고요, 판단력도 흐려져서 이쪽에 넣어야 할 선반을 저쪽에 넣어서 재작업을 해야 될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래서 항상 2인 1조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각종 재해에 대비해 식물 씨앗을 지하 터널에 냉동 보존하겠다는 아이디어는 2008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현실화됐습니다.
북극과 가까운 스발바르 섬의 국제 종자저장고.
터널에 보관된 상자 안에는 벼와 밀, 보리와 같은 세계 각국의 식량 작물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도 이곳에 식량 종자 씨앗 보관을 맡겼습니다.
저장고 안에 북한이 맡긴 상자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마이클 코치(세계식물다양성재단 재무담당) : "여기가 종자보관실입니다. 이 방 안에서 전 세계의 농업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60개 기관에서 보낸 86만 종의 작물 씨앗이 보관돼 있습니다."
스발바르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만들어진 봉화 종자 보관소의 구조와 보관 방식은 스발바르 보관소와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스발바르 보관소가 식량 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데 비해 봉화 보관소는 야생 식물의 씨앗을 보관합니다.
야생 식물 씨앗을 보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식물 다양성 확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구상나무가 만약 야생상태에서 멸종이 된다면 봉화보관소에 저장된 씨앗을 이용해 되살릴 수 있습니다.
원예나 관상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이와함께 현재의 야생식물이 미래의 식량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종자를 보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현재 스발바르에서 보존된 작물이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기후에 안 맞을 수도 있고요. 또 사람들이 기호가 달라져서 야생에 있는 식물들이 또 작물로서 이렇게 대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봉화 종자보관소는 스발바르와는 달리 종자와 관련된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숙(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종자의 자세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거든요. 종자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이런 주름진 거라든지 작은 털이라든지 그런 거를, 종자마다 자기 고유의 모양과 길이와 폭 이런 거를 다 저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최종 단계는 실제로 종자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조건을 밝히는 발아 실험입니다.
벼와 같은 작물 종자는 발아 조건과 생육 환경이 자세하게 알려졌지만, 야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처음 시도되는 것들입니다.
<인터뷰> 김기중(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 "우리가 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는 식물종이 한 30만 종인데 그 중에서 우리가 종자를 보관해서 다시 발아시켜서 재생할 수 있는 종자는 30%가 안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70%는 아직까지도 종자가 어떻게 발아하고 어떻게 컨트롤하고 보관하고 하는 것들을 거의 모르고 있는 상황이죠."
현재까지 봉화 종자보관소가 국내에서 확보해 연구 중인 종자는 4만여 점.
올해부터는 해외 종자 보관이 본격 시작됩니다.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국이 종자 보호와 소유권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해당 국가에서 가방 형태로 보내온 종자는 그대로 냉동창고에 보관되고 보관에 드는 비용은 종자보관소가 전부 부담합니다.
보관된 종자의 소유권과 인출권은 기탁한 기관과 국가에서 갖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기탁 자원들이 잘 안전 보존된 후에는 협약 국가가 반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절대로 반출되지 않고요, 언제든지 협약 국가가 원하는 때에는 반출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종자보관소는 경제적 이익이나 대가 없이 생물 다양성 보존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종자 기탁을 통해 해외 기관과 협력 관계가 구축되면 공동 연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유전자원들을 원산지 국가에서 캐오거나 문익점 선생님처럼 어디에 담아오거나 이런 것들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동 연구나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협약들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화 종자보관소는 오는 7월 정식 운영에 맞춰 아시아 10개 나라로부터 종자를 기탁 받아 공동 연구를 하기로 협의 중입니다.
앞으로 6년 동안 전 세계 30만 점의 야생식물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봉화 종자보관소의 목푭니다.
해외 기탁을 늘리려면 운영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산림청의 한계를 넘어서서 국가 차원에서 시드볼트(종자보관소)를 관리를 했으면 하고, 좀 더 시드볼트가 자리를 잡으면 저는 국제기구화해서 이 시드볼트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보관소에서는 첫 종자 인출이 이뤄졌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작물 종자가 유실된 시리아가 맡겨두었던 밀과 보리 씨앗을 찾아간 겁니다.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종자 보관소이지만 설립된 지 불과 7년 만에 유용하게 사용된 겁니다.
종자보관소의 영어 이름은 '종자 금고'라는 뜻의 시드 볼트입니다.
올해 문을 열 봉화 종자보관소에서 언제 첫 인출이 이뤄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금고 속 씨앗을 고맙게 쓰는 일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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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공개, 한국판 ‘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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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1-15 23:22:52
- 수정2017-01-15 23:29:08
<오프닝>
제가 들고 있는 건 멸종위기종 구상나무의 씨앗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야생식물 씨앗 수만 점이 지하터널에 영구 보존되고 있습니다.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에 대비하는 이른바 '노아의 방주'인데요,
세계 최초로 들어서는 야생식물 종자 영구보관소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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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줄기가 남북으로 이어지는 경상북도 봉화군.
굽이굽이 산자락을 따라 해발 600미터 고지에 오르면, 동그란 버섯 모양의 시설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식물의 종자를 영구 보관하는 종자저장고.
종자운반용 전동차량을 따라 종자저장고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대형 콘크리트 터널이 나옵니다.
지상으로부터 40미터 깊이.
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일정한 온도도 확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지하에 설치하게 되면 아무래도 온도 조건을 영하 20도로 떨구기가 굉장히 유리하다는, 경제적으로 떨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전쟁이나 핵폭발 같은 자연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저장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화 종자저장고는 산비탈을 파고들어간 길이 120미터의 터널의 형태입니다.
콘크리트 벽 두께는 60센티미터, 진도7의 지진을 견딜 수 있습니다.
주 터널 옆으로 종자를 저장하기 위한 냉동고가 줄지어 설치돼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기로 냉동 보관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비상상황에서 전기 공급이 끊어질 경우에도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돼 있어 상당 기간 종자가 손상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영하 20도 조건에서 한 5일 정도 길게는 한 보름 정도 복구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복구할 수가 있습니다. 종자 저장성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종자가 보관되는 냉동고 안의 온도는 영하 20도.
들어가려면 반드시 방한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안에 얼마나 추운가요?) 바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 춥습니다. (지금 겨울인데 밖에 날씨랑 비교하면?) 지금 날씨가 오늘도 한파로 인해서 영하 10도 추운 날씨인데요, 안에는 정말 더 춥습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자보관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종자보관소가 들어선 이후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곳입니다.
식물 종자는 유리병으로 밀봉돼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보관대에 위치정보와 함께 보관됩니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과 비슷한 온도이지만 서리나 성에는 끼지 않습니다.
습도 5% 이하의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나 냉동고에 끼는 성에 같은 게, 만약 비슷한 온도면 여기 성에 끼고 그랬을까요?) 여기 얼음벽이 돼야 맞겠죠. 제습이 안 된다면 얼음벽이라서 작업이 안될 겁니다."
낮은 습도 탓에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내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10분 정도 있다 나왔는데 어떠신가요?) 어지럽고 약간 혼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고요, 판단력도 흐려져서 이쪽에 넣어야 할 선반을 저쪽에 넣어서 재작업을 해야 될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래서 항상 2인 1조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각종 재해에 대비해 식물 씨앗을 지하 터널에 냉동 보존하겠다는 아이디어는 2008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현실화됐습니다.
북극과 가까운 스발바르 섬의 국제 종자저장고.
터널에 보관된 상자 안에는 벼와 밀, 보리와 같은 세계 각국의 식량 작물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도 이곳에 식량 종자 씨앗 보관을 맡겼습니다.
저장고 안에 북한이 맡긴 상자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마이클 코치(세계식물다양성재단 재무담당) : "여기가 종자보관실입니다. 이 방 안에서 전 세계의 농업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60개 기관에서 보낸 86만 종의 작물 씨앗이 보관돼 있습니다."
스발바르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만들어진 봉화 종자 보관소의 구조와 보관 방식은 스발바르 보관소와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스발바르 보관소가 식량 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데 비해 봉화 보관소는 야생 식물의 씨앗을 보관합니다.
야생 식물 씨앗을 보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식물 다양성 확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구상나무가 만약 야생상태에서 멸종이 된다면 봉화보관소에 저장된 씨앗을 이용해 되살릴 수 있습니다.
원예나 관상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이와함께 현재의 야생식물이 미래의 식량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종자를 보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현재 스발바르에서 보존된 작물이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기후에 안 맞을 수도 있고요. 또 사람들이 기호가 달라져서 야생에 있는 식물들이 또 작물로서 이렇게 대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봉화 종자보관소는 스발바르와는 달리 종자와 관련된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숙(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종자의 자세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거든요. 종자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이런 주름진 거라든지 작은 털이라든지 그런 거를, 종자마다 자기 고유의 모양과 길이와 폭 이런 거를 다 저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최종 단계는 실제로 종자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조건을 밝히는 발아 실험입니다.
벼와 같은 작물 종자는 발아 조건과 생육 환경이 자세하게 알려졌지만, 야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처음 시도되는 것들입니다.
<인터뷰> 김기중(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 "우리가 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는 식물종이 한 30만 종인데 그 중에서 우리가 종자를 보관해서 다시 발아시켜서 재생할 수 있는 종자는 30%가 안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70%는 아직까지도 종자가 어떻게 발아하고 어떻게 컨트롤하고 보관하고 하는 것들을 거의 모르고 있는 상황이죠."
현재까지 봉화 종자보관소가 국내에서 확보해 연구 중인 종자는 4만여 점.
올해부터는 해외 종자 보관이 본격 시작됩니다.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국이 종자 보호와 소유권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해당 국가에서 가방 형태로 보내온 종자는 그대로 냉동창고에 보관되고 보관에 드는 비용은 종자보관소가 전부 부담합니다.
보관된 종자의 소유권과 인출권은 기탁한 기관과 국가에서 갖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기탁 자원들이 잘 안전 보존된 후에는 협약 국가가 반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절대로 반출되지 않고요, 언제든지 협약 국가가 원하는 때에는 반출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종자보관소는 경제적 이익이나 대가 없이 생물 다양성 보존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종자 기탁을 통해 해외 기관과 협력 관계가 구축되면 공동 연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유전자원들을 원산지 국가에서 캐오거나 문익점 선생님처럼 어디에 담아오거나 이런 것들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동 연구나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협약들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화 종자보관소는 오는 7월 정식 운영에 맞춰 아시아 10개 나라로부터 종자를 기탁 받아 공동 연구를 하기로 협의 중입니다.
앞으로 6년 동안 전 세계 30만 점의 야생식물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봉화 종자보관소의 목푭니다.
해외 기탁을 늘리려면 운영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산림청의 한계를 넘어서서 국가 차원에서 시드볼트(종자보관소)를 관리를 했으면 하고, 좀 더 시드볼트가 자리를 잡으면 저는 국제기구화해서 이 시드볼트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보관소에서는 첫 종자 인출이 이뤄졌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작물 종자가 유실된 시리아가 맡겨두었던 밀과 보리 씨앗을 찾아간 겁니다.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종자 보관소이지만 설립된 지 불과 7년 만에 유용하게 사용된 겁니다.
종자보관소의 영어 이름은 '종자 금고'라는 뜻의 시드 볼트입니다.
올해 문을 열 봉화 종자보관소에서 언제 첫 인출이 이뤄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금고 속 씨앗을 고맙게 쓰는 일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건 멸종위기종 구상나무의 씨앗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지만 서구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런 야생식물 씨앗 수만 점이 지하터널에 영구 보존되고 있습니다.
핵전쟁과 같은 대재앙에 대비하는 이른바 '노아의 방주'인데요,
세계 최초로 들어서는 야생식물 종자 영구보관소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리포트>
백두대간 줄기가 남북으로 이어지는 경상북도 봉화군.
굽이굽이 산자락을 따라 해발 600미터 고지에 오르면, 동그란 버섯 모양의 시설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곳은 식물의 종자를 영구 보관하는 종자저장고.
종자운반용 전동차량을 따라 종자저장고 내부로 들어가봤습니다.
경사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대형 콘크리트 터널이 나옵니다.
지상으로부터 40미터 깊이.
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일정한 온도도 확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지하에 설치하게 되면 아무래도 온도 조건을 영하 20도로 떨구기가 굉장히 유리하다는, 경제적으로 떨굴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요. 두 번째는 전쟁이나 핵폭발 같은 자연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저장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화 종자저장고는 산비탈을 파고들어간 길이 120미터의 터널의 형태입니다.
콘크리트 벽 두께는 60센티미터, 진도7의 지진을 견딜 수 있습니다.
주 터널 옆으로 종자를 저장하기 위한 냉동고가 줄지어 설치돼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기로 냉동 보관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비상상황에서 전기 공급이 끊어질 경우에도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돼 있어 상당 기간 종자가 손상되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영하 20도 조건에서 한 5일 정도 길게는 한 보름 정도 복구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복구할 수가 있습니다. 종자 저장성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종자가 보관되는 냉동고 안의 온도는 영하 20도.
들어가려면 반드시 방한복을 착용해야 합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안에 얼마나 추운가요?) 바로 뛰쳐나오고 싶을 정도 춥습니다. (지금 겨울인데 밖에 날씨랑 비교하면?) 지금 날씨가 오늘도 한파로 인해서 영하 10도 추운 날씨인데요, 안에는 정말 더 춥습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종자보관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종자보관소가 들어선 이후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는 곳입니다.
식물 종자는 유리병으로 밀봉돼 도서관 서가처럼 생긴 보관대에 위치정보와 함께 보관됩니다.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과 비슷한 온도이지만 서리나 성에는 끼지 않습니다.
습도 5% 이하의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동준(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가정에서 쓰는 냉장고나 냉동고에 끼는 성에 같은 게, 만약 비슷한 온도면 여기 성에 끼고 그랬을까요?) 여기 얼음벽이 돼야 맞겠죠. 제습이 안 된다면 얼음벽이라서 작업이 안될 겁니다."
낮은 습도 탓에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내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녹취> 강선아(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10분 정도 있다 나왔는데 어떠신가요?) 어지럽고 약간 혼미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고요, 판단력도 흐려져서 이쪽에 넣어야 할 선반을 저쪽에 넣어서 재작업을 해야 될 경우도 있습니다. (혼자 들어가면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래서 항상 2인 1조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각종 재해에 대비해 식물 씨앗을 지하 터널에 냉동 보존하겠다는 아이디어는 2008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현실화됐습니다.
북극과 가까운 스발바르 섬의 국제 종자저장고.
터널에 보관된 상자 안에는 벼와 밀, 보리와 같은 세계 각국의 식량 작물 씨앗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도 이곳에 식량 종자 씨앗 보관을 맡겼습니다.
저장고 안에 북한이 맡긴 상자가 눈에 띕니다.
<인터뷰> 마이클 코치(세계식물다양성재단 재무담당) : "여기가 종자보관실입니다. 이 방 안에서 전 세계의 농업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60개 기관에서 보낸 86만 종의 작물 씨앗이 보관돼 있습니다."
스발바르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만들어진 봉화 종자 보관소의 구조와 보관 방식은 스발바르 보관소와 매우 유사합니다.
하지만 역할은 다릅니다.
스발바르 보관소가 식량 작물의 씨앗을 보관하는 데 비해 봉화 보관소는 야생 식물의 씨앗을 보관합니다.
야생 식물 씨앗을 보관하는 가장 큰 목적은 식물 다양성 확보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구상나무가 만약 야생상태에서 멸종이 된다면 봉화보관소에 저장된 씨앗을 이용해 되살릴 수 있습니다.
원예나 관상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도 상당합니다.
이와함께 현재의 야생식물이 미래의 식량자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종자를 보관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현재 스발바르에서 보존된 작물이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에 기후에 안 맞을 수도 있고요. 또 사람들이 기호가 달라져서 야생에 있는 식물들이 또 작물로서 이렇게 대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봉화 종자보관소는 스발바르와는 달리 종자와 관련된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종숙(산림청 종자보관소 연구원) : "종자의 자세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거든요. 종자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이런 주름진 거라든지 작은 털이라든지 그런 거를, 종자마다 자기 고유의 모양과 길이와 폭 이런 거를 다 저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최종 단계는 실제로 종자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조건을 밝히는 발아 실험입니다.
벼와 같은 작물 종자는 발아 조건과 생육 환경이 자세하게 알려졌지만, 야생식물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처음 시도되는 것들입니다.
<인터뷰> 김기중(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 "우리가 전 지구상에 현재 존재하는 식물종이 한 30만 종인데 그 중에서 우리가 종자를 보관해서 다시 발아시켜서 재생할 수 있는 종자는 30%가 안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70%는 아직까지도 종자가 어떻게 발아하고 어떻게 컨트롤하고 보관하고 하는 것들을 거의 모르고 있는 상황이죠."
현재까지 봉화 종자보관소가 국내에서 확보해 연구 중인 종자는 4만여 점.
올해부터는 해외 종자 보관이 본격 시작됩니다.
종자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각국이 종자 보호와 소유권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기탁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해당 국가에서 가방 형태로 보내온 종자는 그대로 냉동창고에 보관되고 보관에 드는 비용은 종자보관소가 전부 부담합니다.
보관된 종자의 소유권과 인출권은 기탁한 기관과 국가에서 갖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기탁 자원들이 잘 안전 보존된 후에는 협약 국가가 반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절대로 반출되지 않고요, 언제든지 협약 국가가 원하는 때에는 반출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종자보관소는 경제적 이익이나 대가 없이 생물 다양성 보존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종자 기탁을 통해 해외 기관과 협력 관계가 구축되면 공동 연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영이(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연구사) : "유전자원들을 원산지 국가에서 캐오거나 문익점 선생님처럼 어디에 담아오거나 이런 것들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동 연구나 서로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협약들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봉화 종자보관소는 오는 7월 정식 운영에 맞춰 아시아 10개 나라로부터 종자를 기탁 받아 공동 연구를 하기로 협의 중입니다.
앞으로 6년 동안 전 세계 30만 점의 야생식물 종자를 확보하는 것이 봉화 종자보관소의 목푭니다.
해외 기탁을 늘리려면 운영의 신뢰도를 높여야 합니다.
<인터뷰> 정규영(안동대 식물분류학연구실 교수) : "산림청의 한계를 넘어서서 국가 차원에서 시드볼트(종자보관소)를 관리를 했으면 하고, 좀 더 시드볼트가 자리를 잡으면 저는 국제기구화해서 이 시드볼트가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보관소에서는 첫 종자 인출이 이뤄졌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작물 종자가 유실된 시리아가 맡겨두었던 밀과 보리 씨앗을 찾아간 겁니다.
10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종자 보관소이지만 설립된 지 불과 7년 만에 유용하게 사용된 겁니다.
종자보관소의 영어 이름은 '종자 금고'라는 뜻의 시드 볼트입니다.
올해 문을 열 봉화 종자보관소에서 언제 첫 인출이 이뤄질지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금고 속 씨앗을 고맙게 쓰는 일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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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엽 기자 imhe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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