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무너지는 중산층…해법은?

입력 2017.01.27 (21:28) 수정 2017.01.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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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달 소득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 중형차 이상, 예금 잔고는 1억 원을 넘어야 하고 대출 없는 30평대 아파트에 해외여행도 1년에 한 번 이상 가야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직장인들 대상으로 '중산층 조건'이 뭐냐 물었더니 나온 답입니다.

하지만 OECD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월평균 소득은 366만 원입니다.

차이가 많이 나죠.

이렇다 보니 중산층 10명 가운데 6명은 "나는 중산층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제기준으론 중산층인데 그 절반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현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합니다.

이예진 기자가 중산층 가정을 찾았습니다.

▼팍팍한 중산층의 삶▼

<리포트>

마트 입구에 종류별로 놓인 설 선물세트.

과일 선물을 하고 싶지만 조하진 씨는 고민 끝에 통조림 선물을 골랐습니다.

가계부 사정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하진(경기도 안양시) : "어머님 용돈 선물세트 이런 거 하고나면 마이너스예요."

계란 한 판, 두부 한 개, 장도 이것저것 따져가며 꼭 필요한 것만 삽니다.

<녹취> "엄마 잠깐 이리로 와봐."

장난감 코너에선 아이들을 달래는 게 일상입니다.

<녹취> "이거야 이거. (알았어, 생일날 그거 사줄게.)"

경기도의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사는 조 씨 가정의 한 달 수입은 350만 원 정도로 수입만 따지면 중산층입니다.

하지만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통신요금 등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200만 원 정도.

식비에 남편 용돈까지 빼면 남는 돈은 매달 30만 원 남짓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행사쿠폰을 꼭 챙기고,

<인터뷰> 조하진 : "알람 맞춰놓고 쿠폰을 받고..."

<인터뷰> 김연이(친정엄마) : "옆에 가지도 않아, 시끄러우면 안되니까 집중해서 하니까 방해되니까. 됐니? 몇개 샀어?"

특가 때를 기다려 저렴한 생필품만 골라 사는데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조하진 : "둘째가 유치원 이제 곧 가야 되고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 앞두고 있으니까 앞으로 교육비가 제일 많이 걱정되고, 여유자금 준비가 안되고 있으니까 불안해요."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소득 제자리…보험, 적금 해약까지▼

<기자 멘트>

요즘 참 살기가 팍팍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쓸 돈 도 없는데 저금은 생각도 못한다는 사람들도 많죠.

그래서 일까요?

저금하거나 대출 받을 때 가던 은행을 요즘에는 저금을 하다 중간에 찾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시중 5대 은행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을 조사해보니까 지난해 말 기준 45%, 한 해 전보다 더 늘었습니다.

보험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가입자들이 보험을 중간에 깨고 받아간 돈이 23조 원이나 되는데, 4분기 통계까지 나오면 3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보험 적금을 깨는 세태 속에 사회를 탄탄하게 받쳐야 할 중산층도 엷어지고 있습니다.

OECD 기준으로 1990년 74%였던 중산층 비중은 최근 67%까지 줄었습니다.

줄어든 건 중산층 비중 뿐 만이 아닙니다.

30대 후반에 고졸, 외벌이, 4인 가족이었던 중산층의 평균적인 모습이 이젠 40대 후반에 대졸, 맞벌이, 3인 가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중산층 자체가 줄고 중산층 되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소비 위축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 위축’ 현실화…중산층 키워야▼

<리포트>

치솟는 전세값을 견디다 못해 2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산 40대 직장인.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소식에, 대출금리까지 오를 거란 얘기에 걱정이 큽니다.

<인터뷰> 이00(서울 마포구/음성변조) : "(대출금리가) 0.1~2% 올라가는 거도 정말 부담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애 학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소비를 상당히 많이 줄였어요."

작은 액수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뽑기방'에 사람이 북적이고, 상당수 직장인들은 점심을 사먹는 대신 구내식당을 찾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합니다.

이렇게 중산층을 중심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심리는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게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정규철(KDI 연구위원) : "소비심리가 위축돼서 소비를 줄이고 그것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면서 경기 전반을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비의 주축인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선 일자리와 임금이 중요합니다.

<인터뷰> 신민영(LG경제연구원 부문장) : "중산층이 늘아난다라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제조업, 수출을 통해서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행도 소비 둔화 추세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게 전망했습니다.

IMF는 중산층 이하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고 권고했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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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무너지는 중산층…해법은?
    • 입력 2017-01-27 21:30:47
    • 수정2017-01-27 22:03:08
    뉴스 9
<앵커 멘트>

한달 소득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 중형차 이상, 예금 잔고는 1억 원을 넘어야 하고 대출 없는 30평대 아파트에 해외여행도 1년에 한 번 이상 가야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직장인들 대상으로 '중산층 조건'이 뭐냐 물었더니 나온 답입니다.

하지만 OECD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중산층의 월평균 소득은 366만 원입니다.

차이가 많이 나죠.

이렇다 보니 중산층 10명 가운데 6명은 "나는 중산층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제기준으론 중산층인데 그 절반 이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현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 조명합니다.

이예진 기자가 중산층 가정을 찾았습니다.

▼팍팍한 중산층의 삶▼

<리포트>

마트 입구에 종류별로 놓인 설 선물세트.

과일 선물을 하고 싶지만 조하진 씨는 고민 끝에 통조림 선물을 골랐습니다.

가계부 사정 때문입니다.

<인터뷰> 조하진(경기도 안양시) : "어머님 용돈 선물세트 이런 거 하고나면 마이너스예요."

계란 한 판, 두부 한 개, 장도 이것저것 따져가며 꼭 필요한 것만 삽니다.

<녹취> "엄마 잠깐 이리로 와봐."

장난감 코너에선 아이들을 달래는 게 일상입니다.

<녹취> "이거야 이거. (알았어, 생일날 그거 사줄게.)"

경기도의 방 3개짜리 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사는 조 씨 가정의 한 달 수입은 350만 원 정도로 수입만 따지면 중산층입니다.

하지만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통신요금 등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200만 원 정도.

식비에 남편 용돈까지 빼면 남는 돈은 매달 30만 원 남짓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행사쿠폰을 꼭 챙기고,

<인터뷰> 조하진 : "알람 맞춰놓고 쿠폰을 받고..."

<인터뷰> 김연이(친정엄마) : "옆에 가지도 않아, 시끄러우면 안되니까 집중해서 하니까 방해되니까. 됐니? 몇개 샀어?"

특가 때를 기다려 저렴한 생필품만 골라 사는데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더 걱정입니다.

<인터뷰> 조하진 : "둘째가 유치원 이제 곧 가야 되고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 앞두고 있으니까 앞으로 교육비가 제일 많이 걱정되고, 여유자금 준비가 안되고 있으니까 불안해요."

KBS 뉴스 이예진입니다.

▼소득 제자리…보험, 적금 해약까지▼

<기자 멘트>

요즘 참 살기가 팍팍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쓸 돈 도 없는데 저금은 생각도 못한다는 사람들도 많죠.

그래서 일까요?

저금하거나 대출 받을 때 가던 은행을 요즘에는 저금을 하다 중간에 찾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시중 5대 은행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을 조사해보니까 지난해 말 기준 45%, 한 해 전보다 더 늘었습니다.

보험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가입자들이 보험을 중간에 깨고 받아간 돈이 23조 원이나 되는데, 4분기 통계까지 나오면 3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보험 적금을 깨는 세태 속에 사회를 탄탄하게 받쳐야 할 중산층도 엷어지고 있습니다.

OECD 기준으로 1990년 74%였던 중산층 비중은 최근 67%까지 줄었습니다.

줄어든 건 중산층 비중 뿐 만이 아닙니다.

30대 후반에 고졸, 외벌이, 4인 가족이었던 중산층의 평균적인 모습이 이젠 40대 후반에 대졸, 맞벌이, 3인 가족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중산층 자체가 줄고 중산층 되는 것도 어려워지면서 소비 위축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 위축’ 현실화…중산층 키워야▼

<리포트>

치솟는 전세값을 견디다 못해 2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산 40대 직장인.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는 소식에, 대출금리까지 오를 거란 얘기에 걱정이 큽니다.

<인터뷰> 이00(서울 마포구/음성변조) : "(대출금리가) 0.1~2% 올라가는 거도 정말 부담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애 학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소비를 상당히 많이 줄였어요."

작은 액수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뽑기방'에 사람이 북적이고, 상당수 직장인들은 점심을 사먹는 대신 구내식당을 찾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합니다.

이렇게 중산층을 중심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소비심리는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게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정규철(KDI 연구위원) : "소비심리가 위축돼서 소비를 줄이고 그것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면서 경기 전반을 둔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비의 주축인 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해선 일자리와 임금이 중요합니다.

<인터뷰> 신민영(LG경제연구원 부문장) : "중산층이 늘아난다라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제조업, 수출을 통해서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행도 소비 둔화 추세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게 전망했습니다.

IMF는 중산층 이하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진다고 권고했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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