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상납…‘열정 페이’ 덫에 걸린 조교들

입력 2017.02.02 (21:39) 수정 2017.02.0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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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학의 조교들 대부분이 행정 잡무와 수업 준비 등을 담당하면서 최저 임금도 못 받고 있는데요,

연구비 상납까지 강요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학문의 전당에서도 만연한, 이른바 '열정페이'의 실태를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였던 이 모 씨.

지도교수로부터 1년 동안 돈을 요구하는 문자를 수시로 받습니다.

개인 비서처럼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 받은 장학금과 연구비 등 1,200여 만 원을 교수 통장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녹취> 이○○(A대학 조교/음성변조) : "지도 교수님한테 일단 밉보이면 졸업이랑 바로 연관이 돼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뭐 시켰을 때 일단 거절을 할 수 없는..."

또다른 학교 조교는 주말 근무에도 동원돼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월 130만 원 정도, 일한 만큼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에도 못미칩니다.

<인터뷰> 이○○(B대학 조교/음성변조) : "조교라는 이유로 학생이니까, 노동자가 아니니까 학교에서 편하게 그냥 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조교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대학들은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4대 보험 가입도 해주지 않습니다.

각 대학원총학생회를 통해 주요 대학 3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조교 임금에서 장학금 비중이 92%에 달했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학교는 5곳 가운데 1곳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장진나(공인노무사) : "학교로부터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받아 학사 업무 전반에 관련된 업무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동 관계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부당 처우가 관행처럼 된 상황에서 조교들은 본연의 학문에서도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녹취> "원래는 박사까지 가는게 목표였는데 이런 시스템, 이런 관계면 굳이 계속 공부를 하기 힘들지 않나…."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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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비 상납…‘열정 페이’ 덫에 걸린 조교들
    • 입력 2017-02-02 21:47:08
    • 수정2017-02-02 2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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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학의 조교들 대부분이 행정 잡무와 수업 준비 등을 담당하면서 최저 임금도 못 받고 있는데요,

연구비 상납까지 강요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학문의 전당에서도 만연한, 이른바 '열정페이'의 실태를 김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학교 체육학과 조교였던 이 모 씨.

지도교수로부터 1년 동안 돈을 요구하는 문자를 수시로 받습니다.

개인 비서처럼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해 받은 장학금과 연구비 등 1,200여 만 원을 교수 통장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녹취> 이○○(A대학 조교/음성변조) : "지도 교수님한테 일단 밉보이면 졸업이랑 바로 연관이 돼있는 것이기 때문에 교수님이 뭐 시켰을 때 일단 거절을 할 수 없는..."

또다른 학교 조교는 주말 근무에도 동원돼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장학금 명목으로 받은 돈은 월 130만 원 정도, 일한 만큼 시급으로 환산하면 최저임금에도 못미칩니다.

<인터뷰> 이○○(B대학 조교/음성변조) : "조교라는 이유로 학생이니까, 노동자가 아니니까 학교에서 편하게 그냥 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조교들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대학들은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4대 보험 가입도 해주지 않습니다.

각 대학원총학생회를 통해 주요 대학 3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조교 임금에서 장학금 비중이 92%에 달했고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학교는 5곳 가운데 1곳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장진나(공인노무사) : "학교로부터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받아 학사 업무 전반에 관련된 업무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동 관계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부당 처우가 관행처럼 된 상황에서 조교들은 본연의 학문에서도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녹취> "원래는 박사까지 가는게 목표였는데 이런 시스템, 이런 관계면 굳이 계속 공부를 하기 힘들지 않나…."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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