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통일의 꿈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입력 2017.02.11 (08:20) 수정 2017.0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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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란 음악 프로그램 들어보셨죠?

네, 어려운 청소년들에 대한 음악 교육과 교류를 통해서 사회의 변화까지도 추구하는 것, 말씀하시죠?

네, 그런데 최근에 탈북민들이 참여하는 그와 유사한 오케스트라가 우리나라에서 출범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하더군요.

‘통일의 꿈’을 연주하는 이들의 첫 공연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하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연주자들 사이로, 앳된 소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대준이.

쉬는 시간이면 이렇게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데요.

<녹취> “큰일 났네 큰일 났어.(첼로!) 그렇지~”

5년 전 북에서 온 대준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게 꿈입니다.

석 달 전부터 이렇게 여러 탈북민, 그리고 연주자 선생님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 특별한 오케스트라, 어떻게 모인 걸까요?

<인터뷰> 김주성(오케스트라 단장/탈북민) : “탈북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 그 다음에 학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제한점이 많거든요.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가 뿌리 역할을 하자...”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오케스트라 시스템인데요.

엘 시스테마처럼 음악 교육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인지, 첫 공연을 앞 둔 그들을 만나볼까요?

지휘자 김윤식 씨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1대 1 음악 멘토링을 제안한 것은 지난 해.

예술적 잠재력을 발굴하고 사회 정착을 도움으로써 남과 북, 하나의 뿌리를 음악으로 회복시키자는 그의 말에 여러 음악인들이 뜻을 함께 했는데요.

<인터뷰> 신동식(양주시립교향악단 수석/콘트라베이스 연주자) : “저한테 그런 제의를 했을 때 너무나 너무나 가슴이 벅찼어요. 아, 좋은 일이구나. 연습을 해 보니까, 역시 음악은 하나예요.”

개인 레슨과 단체 연습을 병행하며 창단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대준이.

쟁쟁한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건 무척 떨리는 일일 텐데요.

<인터뷰> 임소희(바이올린 연주자) : “선생님하고 같이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그런 날이 머지않을 거라고 여겨지는 실력이야. 그렇지? 그래 열심히 하자. (예.)”

선생님의 격려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인터뷰> 임소희(바이올린 연주자) : “대준이가 음악을 통해서 훨씬 무난하게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고, 또 이 아이가 본보기가 되어서 다른 친구들도 그런 꿈을 가질 수 있는 데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정말 보람된 일이죠.”

주말이면 대준이의 음악 수업을 위해 늘 동행하는 아빠 최종훈 씨에게 대준이는 자랑이자 꿈입니다.

<인터뷰> 최종훈(탈북민) : “사람들을 사랑하고 인간들을 사랑하고 세상에 필요한 그런 인재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기타를 배우고 있는 탈북민 송미나씨.

북에서도 잠시 기타를 배운 적이 있지만 이곳에서 다시 악기를 배우며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미나(탈북민) : “박자를 못 맞추는 게 북한이랑 여기랑 달라요. 배우는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코드 잡는 것도 말 자체가 달라요. 그러니까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인터뷰> 정태호(아코디언 연주자) : “장조, 단조라는 말도 북한에서는 안 쓰더라고요. 예를 들어 대조, 소조 이런 정말 저희는 굉장히 생소한 단어죠.”

이번 공연에는 북한에서 연주 활동을 했던 탈북민 음악가들도 참여했는데요.

탈북 아코디언 연주가 지나정 씨.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처음이라 어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설렙니다.

<인터뷰> 지나정(탈북 아코디언 연주자) : “저희들은(북한은) 대체로 이제 음악의 흐름이 격동적이고 활동적이고 선전적인 그런 임팩트가 강해요. 근데 제일 첫 선율, 제일 첫 마디에 벌써 그 분위기가 아,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

프로와 아마추어, 스승과 제자, 그리고 남북한이 하나 된 공연 준비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릅니다.

드디어 공연 날.

무대 위 자리 배치와 동선까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단원들.

분장하는 동안에도 악기를 놓지 못합니다.

큰 무대에 처음 서는 탈북민 단원들, 지금 기분이 어떨까요?

<인터뷰> 송미나(탈북민) : “못 잤어요.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잠이 안 오고혼자서 휴대폰에 녹음한 동영상을 보고 혹시나 오늘 또 실수할까봐 많이 떨리고 긴장돼요.”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작은 현악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한 선율.

남북한 연주자들의 멋진 협연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입니다.

<녹취> “아기는 잠을 곤히~~ ”

긴장한 모습의 제자와 그의 손을 꼭 잡은 스승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애틋함을 더합니다.

<인터뷰> 정은수(탈북민) : “선생님이랑 손을 잡았잖아요? 딱 잡았는데 떨림이 좀 덜하더라고요. ”

잠 한 숨 못 잤다는 송미나 씨가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는데요.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앵콜, 앵콜, 앵콜...”

<인터뷰> 박재관(관객) : “음악회를 참 많이 다녔는데 가장 감동 깊은 그런 음악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죽음의 문턱을 몇 번 경험하고 저 두만강을 건어서 살아온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음악을 나눈다는 거...”

<인터뷰> 강봉숙(관객) :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가슴이 찌릿찌릿해서 약간의 그 저기 심장이 멎을 것 같이 그렇게 소름이 찌릿찌릿하네...”

성공적인 첫 번째 무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단원들의 소감은 어떨까요?

<인터뷰> 최대준(탈북 청소년) : “조금의 실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한 것 같아요. 통일이 되면 악기를 모르는 애들에게 악기를 더 자세히 가르쳐주고 싶어요.”

<인터뷰> 강혜명(성악가) : “연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작은 꿈들이 모여서 정말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이 되는 그날이 빨리, 하루라도 더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하나의 뿌리인 남과 북을 음악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꿈을 가진 오케스트라.

그 큰 꿈을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뗐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더 나은 통일 사회를 위한 좋은 선례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여러 악기가 서로를 믿고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인터뷰> 송미나(탈북민) :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더 많이 노력해서, 기타도 하고 또 내가 다른 거 꿈꾸는 것도 하고 같이 열심히 할 거예요.”

음악으로 하나 되고, 밀고 끌며 함께 꿈을 키워가는 그들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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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통일의 꿈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 입력 2017-02-11 08:50:59
    • 수정2017-02-11 09:00:4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란 음악 프로그램 들어보셨죠?

네, 어려운 청소년들에 대한 음악 교육과 교류를 통해서 사회의 변화까지도 추구하는 것, 말씀하시죠?

네, 그런데 최근에 탈북민들이 참여하는 그와 유사한 오케스트라가 우리나라에서 출범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하더군요.

‘통일의 꿈’을 연주하는 이들의 첫 공연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하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의 한 연습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입니다.

그런데 연주자들 사이로, 앳된 소년의 모습이 보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대준이.

쉬는 시간이면 이렇게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데요.

<녹취> “큰일 났네 큰일 났어.(첼로!) 그렇지~”

5년 전 북에서 온 대준이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게 꿈입니다.

석 달 전부터 이렇게 여러 탈북민, 그리고 연주자 선생님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 특별한 오케스트라, 어떻게 모인 걸까요?

<인터뷰> 김주성(오케스트라 단장/탈북민) : “탈북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 그 다음에 학업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제한점이 많거든요. 우리 탈북 청소년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가 뿌리 역할을 하자...”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오케스트라 시스템인데요.

엘 시스테마처럼 음악 교육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인지, 첫 공연을 앞 둔 그들을 만나볼까요?

지휘자 김윤식 씨가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1대 1 음악 멘토링을 제안한 것은 지난 해.

예술적 잠재력을 발굴하고 사회 정착을 도움으로써 남과 북, 하나의 뿌리를 음악으로 회복시키자는 그의 말에 여러 음악인들이 뜻을 함께 했는데요.

<인터뷰> 신동식(양주시립교향악단 수석/콘트라베이스 연주자) : “저한테 그런 제의를 했을 때 너무나 너무나 가슴이 벅찼어요. 아, 좋은 일이구나. 연습을 해 보니까, 역시 음악은 하나예요.”

개인 레슨과 단체 연습을 병행하며 창단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대준이.

쟁쟁한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선다는 건 무척 떨리는 일일 텐데요.

<인터뷰> 임소희(바이올린 연주자) : “선생님하고 같이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그런 날이 머지않을 거라고 여겨지는 실력이야. 그렇지? 그래 열심히 하자. (예.)”

선생님의 격려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인터뷰> 임소희(바이올린 연주자) : “대준이가 음악을 통해서 훨씬 무난하게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고, 또 이 아이가 본보기가 되어서 다른 친구들도 그런 꿈을 가질 수 있는 데 제가 일조할 수 있다면 정말 보람된 일이죠.”

주말이면 대준이의 음악 수업을 위해 늘 동행하는 아빠 최종훈 씨에게 대준이는 자랑이자 꿈입니다.

<인터뷰> 최종훈(탈북민) : “사람들을 사랑하고 인간들을 사랑하고 세상에 필요한 그런 인재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대학 입시를 준비하며 기타를 배우고 있는 탈북민 송미나씨.

북에서도 잠시 기타를 배운 적이 있지만 이곳에서 다시 악기를 배우며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송미나(탈북민) : “박자를 못 맞추는 게 북한이랑 여기랑 달라요. 배우는 자체가 다르고 그래서 코드 잡는 것도 말 자체가 달라요. 그러니까 처음엔 되게 힘들었어요.”

<인터뷰> 정태호(아코디언 연주자) : “장조, 단조라는 말도 북한에서는 안 쓰더라고요. 예를 들어 대조, 소조 이런 정말 저희는 굉장히 생소한 단어죠.”

이번 공연에는 북한에서 연주 활동을 했던 탈북민 음악가들도 참여했는데요.

탈북 아코디언 연주가 지나정 씨.

오케스트라와 협연은 처음이라 어려움도 있지만, 한편으론 가슴이 설렙니다.

<인터뷰> 지나정(탈북 아코디언 연주자) : “저희들은(북한은) 대체로 이제 음악의 흐름이 격동적이고 활동적이고 선전적인 그런 임팩트가 강해요. 근데 제일 첫 선율, 제일 첫 마디에 벌써 그 분위기가 아, 너무 너무 좋았습니다. ”

프로와 아마추어, 스승과 제자, 그리고 남북한이 하나 된 공연 준비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릅니다.

드디어 공연 날.

무대 위 자리 배치와 동선까지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단원들.

분장하는 동안에도 악기를 놓지 못합니다.

큰 무대에 처음 서는 탈북민 단원들, 지금 기분이 어떨까요?

<인터뷰> 송미나(탈북민) : “못 잤어요.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잠이 안 오고혼자서 휴대폰에 녹음한 동영상을 보고 혹시나 오늘 또 실수할까봐 많이 떨리고 긴장돼요.”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고, 작은 현악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깊고 풍부한 선율.

남북한 연주자들의 멋진 협연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을 죽입니다.

<녹취> “아기는 잠을 곤히~~ ”

긴장한 모습의 제자와 그의 손을 꼭 잡은 스승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애틋함을 더합니다.

<인터뷰> 정은수(탈북민) : “선생님이랑 손을 잡았잖아요? 딱 잡았는데 떨림이 좀 덜하더라고요. ”

잠 한 숨 못 잤다는 송미나 씨가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는데요.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앵콜, 앵콜, 앵콜...”

<인터뷰> 박재관(관객) : “음악회를 참 많이 다녔는데 가장 감동 깊은 그런 음악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죽음의 문턱을 몇 번 경험하고 저 두만강을 건어서 살아온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음악을 나눈다는 거...”

<인터뷰> 강봉숙(관객) : “너무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가슴이 찌릿찌릿해서 약간의 그 저기 심장이 멎을 것 같이 그렇게 소름이 찌릿찌릿하네...”

성공적인 첫 번째 무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단원들의 소감은 어떨까요?

<인터뷰> 최대준(탈북 청소년) : “조금의 실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한 것 같아요. 통일이 되면 악기를 모르는 애들에게 악기를 더 자세히 가르쳐주고 싶어요.”

<인터뷰> 강혜명(성악가) : “연주자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런 작은 꿈들이 모여서 정말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이 되는 그날이 빨리, 하루라도 더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

하나의 뿌리인 남과 북을 음악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꿈을 가진 오케스트라.

그 큰 꿈을 향해 이제 막 첫걸음을 뗐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더 나은 통일 사회를 위한 좋은 선례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여러 악기가 서로를 믿고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

<인터뷰> 송미나(탈북민) :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더 많이 노력해서, 기타도 하고 또 내가 다른 거 꿈꾸는 것도 하고 같이 열심히 할 거예요.”

음악으로 하나 되고, 밀고 끌며 함께 꿈을 키워가는 그들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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