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입력 2017.02.14 (13:59) 수정 2017.02.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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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속담 가운데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비록 하찮은 짐승일지라도 밥을 먹을 때에는 때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음식을 먹고 있을 때는 아무리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때리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는 아무리 자기 주인이어도 밥을 먹을 때 건드리면 주인도 몰라보고 으르렁댄다. 먹을 때에는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그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속담의 뜻은 일종의 식사예절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경고를 나타내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개도 밥을 먹을 때 건드리면 싫어하는데 감히 사람을 그럴 수는 없으니 건드리지 말아라! 하는 경고성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런데 북한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과 그 파트너인 일본의 총리가 만나서 저녁을 먹는데 두 사람을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건드렸다.


지난 토요일 밤이었다. 팜 비치의 마르 아 라고 클럽(Mar-a-Lago Club) 테라스에는 멋진 저녁이 차려졌다.

11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참석하는 정상회담 만찬이 한참 무르익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양국 정상들에게 긴급 보고가 날아들었다. 북한이 북극성 2호 탄도미사일을 일본 쪽을 향해 발사했다는 보고였다.

北 미사일 발사 직후, 트럼프-아베 '긴박했던' 만찬장 사진 공개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벌어졌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 마침내 공개됐다.

당시 만찬장에 초대됐던 투자가이자 배우인 리처드 디에가지오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처 장면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사진 3장을 13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진에는 만찬석의 아베 총리가 참모들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보고를 받는 장면과 트럼프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어디론가 전화하는 장면, 두 정상이 함께 논의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사진을 보면 참모 가운데 한 명이 어두운 만찬장에서 보고서가 잘 보이도록 휴대전화 조명까지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옆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등 경황이 없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화를 거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디에가지오는 "맙소사(holy moly !!!). 만찬에서 한바탕 분주한 움직임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북한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의 참모들과 모여 회의를 했고,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전화한다"고 적었다.

또 "두 명의 세계 지도자들은 서로 협의한 데 이어 긴급히 준비된 기자회견을 위해 다른 방으로 갔다. 와우. 사건(action)의 중심 !!!"이라고 덧붙였다.


디에가지오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 친구로부터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대통령의 테이블을 보니 모든 게 바뀌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의 만찬 테이블이 '공개된 상황실'로 바뀌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럽이 공개 상황실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워싱턴포스트는 클럽이 공개 상황실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참모들과 통역들이 두 정상을 둘러쌌으며, 일부 참모들은 테라스나 테이블에서 휴대전화 카메라의 플래시를 비추며 문건을 검토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관련 링크] ☞ 워싱턴 포스트 보도

서양에서는 식사를 조찬, 오찬, 만찬 등으로 부르면서 파티나 대화의 장으로 여긴다. 좀 시끌벅적하게 얘기도 나누고 때론 춤도 추면서 즐겁게 먹어야 한다고 여긴다.

한편으론 식사는 단지 식욕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서 예절을 따지고 예의를 갖추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격식을 차려야 하는 의전이 곁들여진 식사라면 분명 더 한 의미가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일 정상들이 이렇게 즐겁기도 하고 의미 있는 만찬을 즐기는 시간에 '딱' 맞춰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엄청난(?) 도발을 했다. 개도 안 건드린다는 밥 먹는 시간에 일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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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 입력 2017-02-14 13:59:57
    • 수정2017-02-14 14:24:47
    취재K
우리나라의 속담 가운데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다.

비록 하찮은 짐승일지라도 밥을 먹을 때에는 때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음식을 먹고 있을 때는 아무리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때리거나 꾸짖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개는 아무리 자기 주인이어도 밥을 먹을 때 건드리면 주인도 몰라보고 으르렁댄다. 먹을 때에는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그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속담의 뜻은 일종의 식사예절을 말하면서도 동시에 경고를 나타내는 의미가 담겨있다.

한낱 미물에 불과한 개도 밥을 먹을 때 건드리면 싫어하는데 감히 사람을 그럴 수는 없으니 건드리지 말아라! 하는 경고성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런데 북한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과 그 파트너인 일본의 총리가 만나서 저녁을 먹는데 두 사람을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건드렸다.


지난 토요일 밤이었다. 팜 비치의 마르 아 라고 클럽(Mar-a-Lago Club) 테라스에는 멋진 저녁이 차려졌다.

11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부가 참석하는 정상회담 만찬이 한참 무르익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양국 정상들에게 긴급 보고가 날아들었다. 북한이 북극성 2호 탄도미사일을 일본 쪽을 향해 발사했다는 보고였다.

北 미사일 발사 직후, 트럼프-아베 '긴박했던' 만찬장 사진 공개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벌어졌던 긴박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이 마침내 공개됐다.

당시 만찬장에 초대됐던 투자가이자 배우인 리처드 디에가지오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대처 장면을 시간순으로 보여주는 사진 3장을 13일(현지시각)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진에는 만찬석의 아베 총리가 참모들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보고를 받는 장면과 트럼프 대통령이 휴대전화로 어디론가 전화하는 장면, 두 정상이 함께 논의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사진을 보면 참모 가운데 한 명이 어두운 만찬장에서 보고서가 잘 보이도록 휴대전화 조명까지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옆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등 경황이 없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화를 거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 디에가지오는 "맙소사(holy moly !!!). 만찬에서 한바탕 분주한 움직임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북한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의 참모들과 모여 회의를 했고,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전화한다"고 적었다.

또 "두 명의 세계 지도자들은 서로 협의한 데 이어 긴급히 준비된 기자회견을 위해 다른 방으로 갔다. 와우. 사건(action)의 중심 !!!"이라고 덧붙였다.


디에가지오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 친구로부터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대통령의 테이블을 보니 모든 게 바뀌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의 만찬 테이블이 '공개된 상황실'로 바뀌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럽이 공개 상황실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참모들과 통역들이 두 정상을 둘러쌌으며, 일부 참모들은 테라스나 테이블에서 휴대전화 카메라의 플래시를 비추며 문건을 검토하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관련 링크] ☞ 워싱턴 포스트 보도

서양에서는 식사를 조찬, 오찬, 만찬 등으로 부르면서 파티나 대화의 장으로 여긴다. 좀 시끌벅적하게 얘기도 나누고 때론 춤도 추면서 즐겁게 먹어야 한다고 여긴다.

한편으론 식사는 단지 식욕을 채우는 행위를 넘어서 예절을 따지고 예의를 갖추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격식을 차려야 하는 의전이 곁들여진 식사라면 분명 더 한 의미가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

북한은 미·일 정상들이 이렇게 즐겁기도 하고 의미 있는 만찬을 즐기는 시간에 '딱' 맞춰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엄청난(?) 도발을 했다. 개도 안 건드린다는 밥 먹는 시간에 일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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