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비난 댓글 유도”…합의금 뜯어내

입력 2017.02.15 (08:34) 수정 2017.02.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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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 아이돌 가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해당 아이돌을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한데요.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가릴 거 없이 비난이나 욕설이 섞인 댓글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댓글로 별 생각 없이 욕설이나 비난을 했다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엔 합의금을 받아 내기 위해 일부러 고소를 일삼는 이른바 합의금 헌터까지 등장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비난 댓글을 달도록 일부러 유도한 뒤 합의금을 뜯어낸 경우까지 등장했다는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특이한 성향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입니다.

28살 이 모 씨는 이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일본 만화 속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왜 그런 거예요? 인형이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니까 당연히 해줘야죠."

방송 이후 이 씨는 유명세를 얻었고, 인터넷 블로그와 SNS에도 자신의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그 중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내용도 있었는데요.

취업준비생인 20살 A 씨는 지난해 1월, 이 씨가 올린 사진과 글을 보게 됩니다.

<인터뷰> A 씨 (음성변조) : "취향적인 그런 민감한 부분들을 드러내면서 (어떤 여자의) 신상도 공개하고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글을 올렸고요. 거기다 덧붙여서 성적인 발언을 하면서 올렸어요."

A 씨는 이 씨의 글 밑에 비난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인터뷰> A 씨 (피해자/음성변조) : "사회적으로 비판받아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되게 감정 이입해서 화난 감정으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9개 월 뒤,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이 씨가 A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며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한 겁니다.

<인터뷰> A 씨 (음성변조) : "그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고 제가 어떤 댓글을 썼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고 해서 검색하다 보니까 그분이 꽤 유명한 분인 걸 알게 됐어요. 굉장히 어안이 벙벙했어요."

놀란 A 씨는 이 씨와 직접 통화해 사과하려고 했습니다.

<녹취> A 씨와 이OO 씨의 통화 녹취 (음성변조) : "일단 제가 상황 판단을 잘하지 못하고 앞뒤 사정 모른 채 그런 댓글을 달아서 정말 죄송하고요. 순간 화가 나서 댓글을 달았는데요. (사실 말로만 (사과하는 건) 제가 받아들이기 좀 힘들어요.) 제가 지금 취업 준비나 공부하고 있는 게 민‧형사상으로 (소송이) 길어지면 저도 많이 힘들 것 같아서요. (악성 댓글 세례를 자주 받지만 이런 게 익숙해질 수가 없어요. 남한테 욕을 듣는다는 게 힘들거든요. 거기에 대한 정신적 피해도 있고…….)"

거듭된 A 씨의 사과에도 이 씨가 계속해 요구한 건 결국 합의금이었다는데요.

<녹취> A 씨와 이OO 씨의 통화 녹취 (음성변조) : "벌금형 나왔을 경우에 보통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가 많이 나오고요. 저는 이 이후에 민사 소송에 들어갈 거예요."

민사 소송으로 가면 더 많은 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하며 빠른 합의를 유도했다고 합니다.

결국 합의금을 깎아달라며 사정한 끝에 50만 원에 합의했고, 그제야 이 씨는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25살 여성 B 씨도 무심코 이 씨의 글에 비난성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하는데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다는 B씨.

B 씨는 결국 이 씨가 원하는 대로 합의금 60만 원을 건넸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주로 젊은 여성들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중에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처음 경찰은 이 씨를 비난 댓글로 인한 피해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가 고소했던 학생의 부모가 이 씨를 음란물 유포죄로 맞고소하면서 상황이 갑자기 180도 바뀌었습니다.

<녹취> 최OO(중학생 C양 아버지/음성변조) : "제가 그 친구 SNS에 들어가 봤어요. 음란물과 관련된 게시물이 상당하더라고요. 물론 우리 딸도 잘못 했지만 ‘아, 이 친구는 이거에 대해서도 한 번 처벌을 받을 필요가 있겠다.’"

이 씨가 일부러 비난을 유도한 뒤 고소를 남발한 것이 아니냐며 진정서도 함께 제출했는데요.

때마침 경찰이 이 씨가 고소를 한 사람들에게 합의를 유도하며 협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뀌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종문(경사/의왕경찰서 지능팀) : "‘민사 소송을 제기해서 변호사 비용까지 굉장히 막대한 손실이 따르게 하겠다. 그러니까 합의하는 게 좋을 거다.’ 라는 식으로 합의금을 받아낸 게 여러 건 확인이 돼서 저희가 수사하게 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가 모욕죄로 고소한 사람은 무려 260 명.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협박해 50여 명으로부터 3천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재판 중인 이 씨는 협박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합의 과정을 설명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욕죄로 인한 고소 사건은 최근 10년 사이 10배나 늘었는데요.

<인터뷰> 임제혁(변호사) : "좀 추상적인 표현을 격한 감정을 실어서 표현을 했을 때 보통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비난 댓글은 글을 쓴 사람과 내용이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는 만큼 고소가 매우 손쉽습니다.

이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제혁(변호사) : "법률 사무소라든지 아니면 특정 개인이 이런 글에 대해서 ‘댓글이 많다. 악성 댓글이 많다. 내가 대신 합의를 받아주겠다.’ 라고 먼저 제안을 하고 합의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들도 있어요."

전문가들은 현행법 상 비난 댓글의 경우 진실이든 거짓이든 고소를 당할 수 있을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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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비난 댓글 유도”…합의금 뜯어내
    • 입력 2017-02-15 08:38:56
    • 수정2017-02-17 09:48:49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한 아이돌 가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해당 아이돌을 비난하는 내용이 가득한데요.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 가릴 거 없이 비난이나 욕설이 섞인 댓글은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댓글로 별 생각 없이 욕설이나 비난을 했다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엔 합의금을 받아 내기 위해 일부러 고소를 일삼는 이른바 합의금 헌터까지 등장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비난 댓글을 달도록 일부러 유도한 뒤 합의금을 뜯어낸 경우까지 등장했다는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특이한 성향이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입니다.

28살 이 모 씨는 이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일본 만화 속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는데요.

<녹취> "(왜 그런 거예요? 인형이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니까 당연히 해줘야죠."

방송 이후 이 씨는 유명세를 얻었고, 인터넷 블로그와 SNS에도 자신의 사진과 글을 올렸습니다.

그 중에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내용도 있었는데요.

취업준비생인 20살 A 씨는 지난해 1월, 이 씨가 올린 사진과 글을 보게 됩니다.

<인터뷰> A 씨 (음성변조) : "취향적인 그런 민감한 부분들을 드러내면서 (어떤 여자의) 신상도 공개하고 얼굴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글을 올렸고요. 거기다 덧붙여서 성적인 발언을 하면서 올렸어요."

A 씨는 이 씨의 글 밑에 비난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인터뷰> A 씨 (피해자/음성변조) : "사회적으로 비판받아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되게 감정 이입해서 화난 감정으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9개 월 뒤,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이 씨가 A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며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한 겁니다.

<인터뷰> A 씨 (음성변조) : "그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고 제가 어떤 댓글을 썼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고 해서 검색하다 보니까 그분이 꽤 유명한 분인 걸 알게 됐어요. 굉장히 어안이 벙벙했어요."

놀란 A 씨는 이 씨와 직접 통화해 사과하려고 했습니다.

<녹취> A 씨와 이OO 씨의 통화 녹취 (음성변조) : "일단 제가 상황 판단을 잘하지 못하고 앞뒤 사정 모른 채 그런 댓글을 달아서 정말 죄송하고요. 순간 화가 나서 댓글을 달았는데요. (사실 말로만 (사과하는 건) 제가 받아들이기 좀 힘들어요.) 제가 지금 취업 준비나 공부하고 있는 게 민‧형사상으로 (소송이) 길어지면 저도 많이 힘들 것 같아서요. (악성 댓글 세례를 자주 받지만 이런 게 익숙해질 수가 없어요. 남한테 욕을 듣는다는 게 힘들거든요. 거기에 대한 정신적 피해도 있고…….)"

거듭된 A 씨의 사과에도 이 씨가 계속해 요구한 건 결국 합의금이었다는데요.

<녹취> A 씨와 이OO 씨의 통화 녹취 (음성변조) : "벌금형 나왔을 경우에 보통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가 많이 나오고요. 저는 이 이후에 민사 소송에 들어갈 거예요."

민사 소송으로 가면 더 많은 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하며 빠른 합의를 유도했다고 합니다.

결국 합의금을 깎아달라며 사정한 끝에 50만 원에 합의했고, 그제야 이 씨는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25살 여성 B 씨도 무심코 이 씨의 글에 비난성 댓글을 달았다가 고소를 당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하는데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다는 B씨.

B 씨는 결국 이 씨가 원하는 대로 합의금 60만 원을 건넸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주로 젊은 여성들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중에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처음 경찰은 이 씨를 비난 댓글로 인한 피해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가 고소했던 학생의 부모가 이 씨를 음란물 유포죄로 맞고소하면서 상황이 갑자기 180도 바뀌었습니다.

<녹취> 최OO(중학생 C양 아버지/음성변조) : "제가 그 친구 SNS에 들어가 봤어요. 음란물과 관련된 게시물이 상당하더라고요. 물론 우리 딸도 잘못 했지만 ‘아, 이 친구는 이거에 대해서도 한 번 처벌을 받을 필요가 있겠다.’"

이 씨가 일부러 비난을 유도한 뒤 고소를 남발한 것이 아니냐며 진정서도 함께 제출했는데요.

때마침 경찰이 이 씨가 고소를 한 사람들에게 합의를 유도하며 협박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피해자와 피의자가 뒤바뀌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종문(경사/의왕경찰서 지능팀) : "‘민사 소송을 제기해서 변호사 비용까지 굉장히 막대한 손실이 따르게 하겠다. 그러니까 합의하는 게 좋을 거다.’ 라는 식으로 합의금을 받아낸 게 여러 건 확인이 돼서 저희가 수사하게 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가 모욕죄로 고소한 사람은 무려 260 명.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협박해 50여 명으로부터 3천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재판 중인 이 씨는 협박한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합의 과정을 설명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욕죄로 인한 고소 사건은 최근 10년 사이 10배나 늘었는데요.

<인터뷰> 임제혁(변호사) : "좀 추상적인 표현을 격한 감정을 실어서 표현을 했을 때 보통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비난 댓글은 글을 쓴 사람과 내용이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는 만큼 고소가 매우 손쉽습니다.

이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임제혁(변호사) : "법률 사무소라든지 아니면 특정 개인이 이런 글에 대해서 ‘댓글이 많다. 악성 댓글이 많다. 내가 대신 합의를 받아주겠다.’ 라고 먼저 제안을 하고 합의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들도 있어요."

전문가들은 현행법 상 비난 댓글의 경우 진실이든 거짓이든 고소를 당할 수 있을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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