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이 ‘금겹살’…가격 20%↑

입력 2017.03.03 (08:14) 수정 2017.03.0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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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 뭘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는 '닭고기'지만, 한국인들은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46kg 정도고, 이 중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23kg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섭취하는 고기 절반이 '돼지고기'란 얘기죠.

돼지고기의 인기를 떠받치는 건 단연 삼겹살입니다.

소비자 10명 중 3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돼지고기를 먹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가장 선호하는 구이용 부위로는 61%가 삼겹살을 꼽았습니다.

팍팍한 일상의 시름을 고소한 삼겹살과 함께 날려버린 추억, 하나 쯤은 갖고 계시죠?

삼겹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1인분에 만 원을 웃돌아 삽겹살 아닌 '급겹살'이 돼버렸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으로 삼겹살 1 킬로그램의 소비자 가격은 만 8천 7백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시기의 최근 5년간 평균보다 19% 가까이 오른 겁니다.

삼겹살 가격이 오른 건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 방역 당국이 지난달 초부터 일부 지역의 소, 돼지 농가에 대해 이동 제한 조치를 한 것이 영항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식습관 변화와 육류 소비 증가로 돼지고기 수요 자체가 늘고 있는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농촌경제 연구원이 지난해 품목별 '농업 생산액'을 살펴 봤더니, 1위가 6조 7천 7백 억 원을 기록한 '돼지'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생산액 2위로 밀려났습니다.

삼겹살은 집에서 구우면 기름이 튀고, 냄새도 밴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먹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삼겹살 가격이 외식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지도 않다는 겁니다.

봄이 되면 계절적으로 생산량은 감소하고, 나들이 하는 사람 늘면서, 수요는 증가합니다.

양돈가에서는 구이용으로 앞다리살이나 꾸리살, 뒷다리살 같은 부위도 추천합니다.

지방이 적어서 칼로리가 낮고, 가격도 삼겹살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잘 조리하면, 삼겹살 못지 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삼겹살만 고집하던 돼지고기 소비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윤희 기자와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작은 철공소에서 삼겹살 파티가 한창입니다.

<녹취> "우리같은 기름쟁이들은 먼지를 많이 먹고 삼겹살이 제일 귀한 거야."

철공소 주인은 삼겹살 전용화로까지 만들었습니다.

<녹취> 안승문(66살) : "(이 화로는 왜 만드신거에요?) 평생 구워 먹으려고. 우리 손녀 오면 구워 주잖아. 맛있거든."

남녀, 세대를 가리지 않는 한국인의 유별난 삼겹살 사랑은 연간 소비량을 21만 톤까지 끌어올렸습니다.

1년에 90만 명이 다녀가는 이 축산 시장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건 삼겹살입니다. 문제는 삼겹살 공급 물량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110킬로그램 돼지 한마리에서 삼겹살은 불과 9킬로그램 정도 부족한 물량을 대기 위해 지난해에만 12만톤을 수입했습니다.

<녹취> "특수 부위 모듬이요."

불판에 올려진 고기는 삼겹살이 아닌 볼살과 꼬들살, 가브리살.

담백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입맛을 공략중인 돼지의 특수 부위입니다.

퍽퍽한 질감 탓에 주로 찌개용으로 쓰던 앞다리 살은 이젠 구워서도 먹습니다.

칼로리와 지방이 삼겹살의 절반,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1년전보다 20% 늘었습니다.

<인터뷰> 노경열(돼지고기 판매 27년) : "두툼하게 잘라서 보쌈식으로 삶아 드셔도 되고. 제육복음해 맛이 더 있으니까 많이 선호하시는 편입니다."

경기 불황과 다이어트 열풍이 삼겹살 일색이던 우리의 밥상 풍경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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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육류, 뭘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는 '닭고기'지만, 한국인들은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46kg 정도고, 이 중에서 돼지고기 소비가 23kg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섭취하는 고기 절반이 '돼지고기'란 얘기죠.

돼지고기의 인기를 떠받치는 건 단연 삼겹살입니다.

소비자 10명 중 3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돼지고기를 먹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가장 선호하는 구이용 부위로는 61%가 삼겹살을 꼽았습니다.

팍팍한 일상의 시름을 고소한 삼겹살과 함께 날려버린 추억, 하나 쯤은 갖고 계시죠?

삼겹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1인분에 만 원을 웃돌아 삽겹살 아닌 '급겹살'이 돼버렸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으로 삼겹살 1 킬로그램의 소비자 가격은 만 8천 7백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같은 시기의 최근 5년간 평균보다 19% 가까이 오른 겁니다.

삼겹살 가격이 오른 건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었기 때문입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 방역 당국이 지난달 초부터 일부 지역의 소, 돼지 농가에 대해 이동 제한 조치를 한 것이 영항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식습관 변화와 육류 소비 증가로 돼지고기 수요 자체가 늘고 있는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농촌경제 연구원이 지난해 품목별 '농업 생산액'을 살펴 봤더니, 1위가 6조 7천 7백 억 원을 기록한 '돼지'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생산액 2위로 밀려났습니다.

삼겹살은 집에서 구우면 기름이 튀고, 냄새도 밴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먹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삼겹살 가격이 외식 물가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지도 않다는 겁니다.

봄이 되면 계절적으로 생산량은 감소하고, 나들이 하는 사람 늘면서, 수요는 증가합니다.

양돈가에서는 구이용으로 앞다리살이나 꾸리살, 뒷다리살 같은 부위도 추천합니다.

지방이 적어서 칼로리가 낮고, 가격도 삼겹살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잘 조리하면, 삼겹살 못지 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삼겹살만 고집하던 돼지고기 소비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윤희 기자와 그 현장으로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작은 철공소에서 삼겹살 파티가 한창입니다.

<녹취> "우리같은 기름쟁이들은 먼지를 많이 먹고 삼겹살이 제일 귀한 거야."

철공소 주인은 삼겹살 전용화로까지 만들었습니다.

<녹취> 안승문(66살) : "(이 화로는 왜 만드신거에요?) 평생 구워 먹으려고. 우리 손녀 오면 구워 주잖아. 맛있거든."

남녀, 세대를 가리지 않는 한국인의 유별난 삼겹살 사랑은 연간 소비량을 21만 톤까지 끌어올렸습니다.

1년에 90만 명이 다녀가는 이 축산 시장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건 삼겹살입니다. 문제는 삼겹살 공급 물량이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110킬로그램 돼지 한마리에서 삼겹살은 불과 9킬로그램 정도 부족한 물량을 대기 위해 지난해에만 12만톤을 수입했습니다.

<녹취> "특수 부위 모듬이요."

불판에 올려진 고기는 삼겹살이 아닌 볼살과 꼬들살, 가브리살.

담백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 입맛을 공략중인 돼지의 특수 부위입니다.

퍽퍽한 질감 탓에 주로 찌개용으로 쓰던 앞다리 살은 이젠 구워서도 먹습니다.

칼로리와 지방이 삼겹살의 절반,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매출이 1년전보다 20% 늘었습니다.

<인터뷰> 노경열(돼지고기 판매 27년) : "두툼하게 잘라서 보쌈식으로 삶아 드셔도 되고. 제육복음해 맛이 더 있으니까 많이 선호하시는 편입니다."

경기 불황과 다이어트 열풍이 삼겹살 일색이던 우리의 밥상 풍경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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