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재생을 꿈꾸다

입력 2017.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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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과 동대문 사이, 길 양쪽으로 빼곡한 주택가 위로 산을 깎아 절벽처럼 만든 절개지가 보인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창신동 돌산마을이다.

창신동은 2007년 뉴타운 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뉴타운에서 해제됐다.그리고 2014년에는 도시 재생 1호 지역으로 지정됐다.

너도 나도 추진하려 했던 뉴타운 개발을 주민들 스스로 반대한 이유는 뭘까. 현재의 주거 형태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도시 재생'을 실천하는 창신동 사람들의 삶을 KBS '다큐멘터리 3일'이 따라가 봤다.

'재개발' 아닌 '재생'을 선택하다


돌산마을은 일제강점기 경성 도심에 서구식 건축물을 짓기 위해 화강암을 채취하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돌산마을 화강암으로 지은 건물이 조선총독부, 옛 서울시청, 서울역 등이다.

채석장이던 이곳에 사람이 모여든 것은 1960년대. 인근에 있던 평화시장 인력이 유입되면서 창신동은 1960년대 후반 봉제 공장촌이 됐다.

2007년 뉴타운 개발 열풍이 불면서 창신동도 재개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창신동 주민들의 반대로 2013년에 뉴타운 지역에서 해제됐다. 그 뒤, 마을은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시비 100억 원, 국비 100억 원 등 예산 약 200억 원을 들여 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다.

'창신동' 매력에 빠진 사람들

창신동 봉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이색적인 간판들이 눈에 띈다. '창신동라디오 덤', '000간', '뭐든지 도서관'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간이 골목 사이사이 숨어있다.


세계 유일의 봉제인 전문 방송국을 자처하는 '창신동라디오 덤'은 봉제공장이 밀집된 이곳만의 독특한 공간이자 문화다. 평소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하는 창신동 봉제인들을 위해 탄생했다. 정식 주파수는 없지만 인터넷과 휴대폰 앱으로 청취가 가능하다.

'창신동라디오 덤'의 조은형 국장은 라디오를 하면서 비로소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사는 곳에 지나지 않던 공간이 새롭게 보였고, 이웃과 함께 하는 법도 알게 됐다.

조 국장에게 창신동은 자신을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곳이다. 라디오를 하다 보니 "내게도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창신동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조 국장만이 아니다.


우물이 있던 골목 한 쪽에 자리한 보기 드문 직조 베틀 공방.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경 씨는 창신동 출신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동네를 사랑하는 주민이다. 언덕 길마다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이 수경 씨에게는 마치 '생의 발전기' 같다.

창신동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서 봉제 공방을 운영하는 김선숙 씨도 이곳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선숙 씨는 '창신동라디오 덤'에서 방송도 하는 동네 재주꾼이기도 하다. 봉제인의 자부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들의 '꿈터'가 되다!

창신동은 30~40년 이상 거주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엔 이곳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중 공감·공유·공생을 위한 디자인을 뜻하는 '000간'은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넣어 제품을 만든다. 낭비 없는 생산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000간'은 하루 8시간 근무를 칼같이 지킨다. 야근은 절대 없다. '000간'의 공동대표 홍성재 씨는 "회사 슬로건이 낭비 없는 삶과 여유 있는 삶인데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문화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야근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늘 아래 재생 1번지-창신동 돌산마을'은 3월 5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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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산마을’의 이유 있는 변신…재생을 꿈꾸다
    • 입력 2017-03-04 08:00:43
    방송·연예
혜화역과 동대문 사이, 길 양쪽으로 빼곡한 주택가 위로 산을 깎아 절벽처럼 만든 절개지가 보인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창신동 돌산마을이다.

창신동은 2007년 뉴타운 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뉴타운에서 해제됐다.그리고 2014년에는 도시 재생 1호 지역으로 지정됐다.

너도 나도 추진하려 했던 뉴타운 개발을 주민들 스스로 반대한 이유는 뭘까. 현재의 주거 형태를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도시 재생'을 실천하는 창신동 사람들의 삶을 KBS '다큐멘터리 3일'이 따라가 봤다.

'재개발' 아닌 '재생'을 선택하다


돌산마을은 일제강점기 경성 도심에 서구식 건축물을 짓기 위해 화강암을 채취하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돌산마을 화강암으로 지은 건물이 조선총독부, 옛 서울시청, 서울역 등이다.

채석장이던 이곳에 사람이 모여든 것은 1960년대. 인근에 있던 평화시장 인력이 유입되면서 창신동은 1960년대 후반 봉제 공장촌이 됐다.

2007년 뉴타운 개발 열풍이 불면서 창신동도 재개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창신동 주민들의 반대로 2013년에 뉴타운 지역에서 해제됐다. 그 뒤, 마을은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시비 100억 원, 국비 100억 원 등 예산 약 200억 원을 들여 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다.

'창신동' 매력에 빠진 사람들

창신동 봉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이색적인 간판들이 눈에 띈다. '창신동라디오 덤', '000간', '뭐든지 도서관'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간이 골목 사이사이 숨어있다.


세계 유일의 봉제인 전문 방송국을 자처하는 '창신동라디오 덤'은 봉제공장이 밀집된 이곳만의 독특한 공간이자 문화다. 평소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하는 창신동 봉제인들을 위해 탄생했다. 정식 주파수는 없지만 인터넷과 휴대폰 앱으로 청취가 가능하다.

'창신동라디오 덤'의 조은형 국장은 라디오를 하면서 비로소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사는 곳에 지나지 않던 공간이 새롭게 보였고, 이웃과 함께 하는 법도 알게 됐다.

조 국장에게 창신동은 자신을 '사회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 곳이다. 라디오를 하다 보니 "내게도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창신동의 매력에 빠진 사람은 조 국장만이 아니다.


우물이 있던 골목 한 쪽에 자리한 보기 드문 직조 베틀 공방.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경 씨는 창신동 출신은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동네를 사랑하는 주민이다. 언덕 길마다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이 수경 씨에게는 마치 '생의 발전기' 같다.

창신동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서 봉제 공방을 운영하는 김선숙 씨도 이곳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선숙 씨는 '창신동라디오 덤'에서 방송도 하는 동네 재주꾼이기도 하다. 봉제인의 자부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년들의 '꿈터'가 되다!

창신동은 30~40년 이상 거주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엔 이곳에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중 공감·공유·공생을 위한 디자인을 뜻하는 '000간'은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넣어 제품을 만든다. 낭비 없는 생산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000간'은 하루 8시간 근무를 칼같이 지킨다. 야근은 절대 없다. '000간'의 공동대표 홍성재 씨는 "회사 슬로건이 낭비 없는 삶과 여유 있는 삶인데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문화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야근이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늘 아래 재생 1번지-창신동 돌산마을'은 3월 5일(일) 밤 10시 40분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 방송된다.

[프로덕션2] 박성희 kbs.p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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