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이런 말 하면 잡혀간다고?
입력 2017.03.09 (14:04)
수정 2017.03.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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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집회’에서 이런 발언하면 잡혀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기준은...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시쳇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얘기다. 기자의 말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이 그렇다. 벌써부터 공정성 시비가 우려되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뜬금없이 웬 선거법 위반 걱정이냐 하겠지만, 이유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자기(?) 지난주부터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 대해 "불법 선거 운동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단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집회 주최 측에 보낸 공문에는 "19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선관위는 이 시점에 왜 이런 공문을 보냈을까? 우리나라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데 단, 법이 지정한 기간에만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딱 22일, 후보자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 전날까지가 법이 정한 '선거운동기간'이다[공직선거법 제59조]. 이 22일 외에는 1년 내내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선거운동을 하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선관위가 바로 이 점을 경고한 것이다.
애매해도 너~무 애매해!
그럼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인가? 선관위가 공문에 적시한 문구를 한 번 보자.
'정치 현안에 대한 통상적 발언 수위'는 어느 수위쯤일까? 예를 들어 "000은 탄핵된 정권의 핵심 책임자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라는 발언은, 정치 현안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입장 표명인가? 불법 선거운동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비슷한 문장 10개를 뽑아 선관위에 판단을 의뢰했다.
그런데 10개 문장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관위 측은 "집회의 목적과 당일 전체적 분위기, 해당 발언의 전체 내용과 배경, 그리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생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언자의 의도를 판단하겠다는 ‘공직선거법’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특정인을 당선시키거나 떨어트리기 위해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의도'를 따져 선거운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의도'를 따져야하는 것 때문에 담당 부처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명확한 예시나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것 아니냐고 묻자, 선관위 측은 "그런 면이 크다"고 인정했다.
“우리도 난처하다…발언 규제는 모두 풀자고 제안했지만 요지부동”
선관위가 이렇게 말할 정도인데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에 이미 "정치적 발언에 대한 규제는 없애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회에 있다는 말이다.
소관 부처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법에 명시된 이상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회가 모호한 법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모호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그 모호한 법의 처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광장 민주주의의 열기가 뜨거운 지금, 이와 같은 법이 정치·사상에 대한 발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국회가 고민할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기준은...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시쳇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얘기다. 기자의 말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이 그렇다. 벌써부터 공정성 시비가 우려되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뜬금없이 웬 선거법 위반 걱정이냐 하겠지만, 이유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자기(?) 지난주부터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 대해 "불법 선거 운동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단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집회 주최 측에 보낸 공문에는 "19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선관위는 이 시점에 왜 이런 공문을 보냈을까? 우리나라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데 단, 법이 지정한 기간에만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딱 22일, 후보자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 전날까지가 법이 정한 '선거운동기간'이다[공직선거법 제59조]. 이 22일 외에는 1년 내내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선거운동을 하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선관위가 바로 이 점을 경고한 것이다.
애매해도 너~무 애매해!
그럼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인가? 선관위가 공문에 적시한 문구를 한 번 보자.
'정치 현안에 대한 통상적 발언 수위'는 어느 수위쯤일까? 예를 들어 "000은 탄핵된 정권의 핵심 책임자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라는 발언은, 정치 현안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입장 표명인가? 불법 선거운동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비슷한 문장 10개를 뽑아 선관위에 판단을 의뢰했다.
그런데 10개 문장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관위 측은 "집회의 목적과 당일 전체적 분위기, 해당 발언의 전체 내용과 배경, 그리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생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언자의 의도를 판단하겠다는 ‘공직선거법’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특정인을 당선시키거나 떨어트리기 위해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의도'를 따져 선거운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의도'를 따져야하는 것 때문에 담당 부처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명확한 예시나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것 아니냐고 묻자, 선관위 측은 "그런 면이 크다"고 인정했다.
“우리도 난처하다…발언 규제는 모두 풀자고 제안했지만 요지부동”
선관위가 이렇게 말할 정도인데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에 이미 "정치적 발언에 대한 규제는 없애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회에 있다는 말이다.
소관 부처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법에 명시된 이상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회가 모호한 법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모호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그 모호한 법의 처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광장 민주주의의 열기가 뜨거운 지금, 이와 같은 법이 정치·사상에 대한 발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국회가 고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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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집회’에서 이런 발언하면 잡혀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기준은...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시쳇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얘기다. 기자의 말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이 그렇다. 벌써부터 공정성 시비가 우려되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뜬금없이 웬 선거법 위반 걱정이냐 하겠지만, 이유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자기(?) 지난주부터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 대해 "불법 선거 운동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단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집회 주최 측에 보낸 공문에는 "19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선관위는 이 시점에 왜 이런 공문을 보냈을까? 우리나라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데 단, 법이 지정한 기간에만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딱 22일, 후보자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 전날까지가 법이 정한 '선거운동기간'이다[공직선거법 제59조]. 이 22일 외에는 1년 내내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선거운동을 하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선관위가 바로 이 점을 경고한 것이다.
애매해도 너~무 애매해!
그럼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인가? 선관위가 공문에 적시한 문구를 한 번 보자.
'정치 현안에 대한 통상적 발언 수위'는 어느 수위쯤일까? 예를 들어 "000은 탄핵된 정권의 핵심 책임자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라는 발언은, 정치 현안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입장 표명인가? 불법 선거운동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비슷한 문장 10개를 뽑아 선관위에 판단을 의뢰했다.
그런데 10개 문장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관위 측은 "집회의 목적과 당일 전체적 분위기, 해당 발언의 전체 내용과 배경, 그리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생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언자의 의도를 판단하겠다는 ‘공직선거법’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특정인을 당선시키거나 떨어트리기 위해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의도'를 따져 선거운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의도'를 따져야하는 것 때문에 담당 부처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명확한 예시나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것 아니냐고 묻자, 선관위 측은 "그런 면이 크다"고 인정했다.
“우리도 난처하다…발언 규제는 모두 풀자고 제안했지만 요지부동”
선관위가 이렇게 말할 정도인데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에 이미 "정치적 발언에 대한 규제는 없애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회에 있다는 말이다.
소관 부처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법에 명시된 이상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회가 모호한 법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모호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그 모호한 법의 처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광장 민주주의의 열기가 뜨거운 지금, 이와 같은 법이 정치·사상에 대한 발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국회가 고민할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기준은...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시쳇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얘기다. 기자의 말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의 답변이 그렇다. 벌써부터 공정성 시비가 우려되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뜬금없이 웬 선거법 위반 걱정이냐 하겠지만, 이유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자기(?) 지난주부터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 대해 "불법 선거 운동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단속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집회 주최 측에 보낸 공문에는 "19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하라" 같은 문구가 들어있다.
선관위는 이 시점에 왜 이런 공문을 보냈을까? 우리나라에선 '누구나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는데 단, 법이 지정한 기간에만 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딱 22일, 후보자 등록 마감일부터 선거 전날까지가 법이 정한 '선거운동기간'이다[공직선거법 제59조]. 이 22일 외에는 1년 내내 선거운동은 불법이다.
그러니 만약 지금 선거운동을 하면 '사전 선거운동'으로 간주되고, 따라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선관위가 바로 이 점을 경고한 것이다.
애매해도 너~무 애매해!
그럼 어떤 행위가 선거운동인가? 선관위가 공문에 적시한 문구를 한 번 보자.
'정치 현안에 대한 통상적 발언 수위'는 어느 수위쯤일까? 예를 들어 "000은 탄핵된 정권의 핵심 책임자입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는 안 될 사람입니다" 라는 발언은, 정치 현안에 대한 단순한 정치적 입장 표명인가? 불법 선거운동인가?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비슷한 문장 10개를 뽑아 선관위에 판단을 의뢰했다.
그런데 10개 문장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판단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관위 측은 "집회의 목적과 당일 전체적 분위기, 해당 발언의 전체 내용과 배경, 그리고 받아들인 사람들의 생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언자의 의도를 판단하겠다는 ‘공직선거법’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특정인을 당선시키거나 떨어트리기 위해 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의도'를 따져 선거운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처벌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의도'를 따져야하는 것 때문에 담당 부처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명확한 예시나 기준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것 아니냐고 묻자, 선관위 측은 "그런 면이 크다"고 인정했다.
“우리도 난처하다…발언 규제는 모두 풀자고 제안했지만 요지부동”
선관위가 이렇게 말할 정도인데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3년에 이미 "정치적 발언에 대한 규제는 없애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즉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회에 있다는 말이다.
소관 부처 입장에서는 어찌 됐든 법에 명시된 이상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국회가 모호한 법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런 모호한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국민들은 그 모호한 법의 처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광장 민주주의의 열기가 뜨거운 지금, 이와 같은 법이 정치·사상에 대한 발언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국회가 고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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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란 기자 nan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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