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낙엽을 뚫고 올라온 복수초, 대표적인 봄의 전령입니다. 아직 거칠고 창백한 겨울 들판에서 이렇듯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이 올라온다는 게 경이롭습니다. 그런 경이로움을 만나기 위해 이맘때면 사람들은 야생화를 찾아다닙니다. 수도권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이 안산시 대부동에 속한 풍도입니다. 대부도 방아머리항에서 한 시간 반가량 배를 타면 도착합니다.
안산시 대부동 풍도(1.8㎢)
눈은 녹았지만, 들판은 여전히 황량합니다. 침엽수와 몇몇 상록활엽수를 빼곤 갈색의 겨울빛이 여전합니다. 밭에서도 새순을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과연 봄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이 일지요. 마을 뒤편, 야생화가 있다는 산으로 올라가는 작은길 초입에서도 아무런 꽃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불안감도 잠시, 수풀 사이에서 갑자기 샛노란 꽃 덩어리를 만납니다. 복수초입니다.
복수초

산길을 오를수록 더 많은 복수초를 만납니다. 경사가 완만한 곳, 나무가 덮지 않은 열린 공간에는 복수초가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자연이 만든 천연의 꽃밭입니다. 복수초뿐만 아니라 풍도바람꽃과 노루귀도 곳곳에 피었습니다. 여린 꽃대 위에 하늘하늘 매달린 청초함이 또 다른 자연의 신비입니다.
풍도바람꽃
노루귀
풍도대극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입니다. 풍도의 복수초는 다른 지역 복수초에 비해 크고 탐스럽습니다. 풍도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봄꽃들이 풍성하고 다양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풍도바람꽃
고립된 작은 섬이라서 사람의 간섭이 적었던 데다가 완만한 비탈과 일조량, 수분 조건 등이 야생화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겁니다. 봄, 가을 풍도를 거쳐 가는 많은 새 덕분에 식물이 잘 자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십만 마리 새들이 벌레를 한 마리씩만 잡아도 식물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풍도, 하지만 이 명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풍도 야생화가 예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기만하고 가는 건 좋습니다. 문제는 사진 찍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이 수난을 당합니다.


야생화 주변만 낙엽이 벗겨진 채 맨땅이 드러납니다. 꽃대를 촬영하기 위해 낙엽을 들춰낸 겁니다. 낙엽은 꽃에는 옷과 같은 보온재입니다. 이렇게 낙엽을 들춰내면 꽃이 냉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섬 곳곳에서 이런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꽃대를 잘라낸 경우도 있습니다.

유도밧줄을 넘어가 촬영하는 사람.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입니다. 꽃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 밟고 다닙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낙엽 속에서 올라오던 꽃대가 밟히곤 합니다. 길을 따라 유도밧줄을 설치하고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판을 붙여 놓았지만, 사람들은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온몸을 누이고 꽃을 찍다 보면 주변 꽃들은 모두 눌리고 맙니다. 깔판을 가져와 그 위에 몸을 누이고 엎드려서 촬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깔판 아래는 모두 짓밟히는 겁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평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옵니다. 주말이면 더합니다. 불법으로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 단체로 와서 온산을 헤집고 돌아갑니다.

풍도 야생화의 수난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됐습니다. 야생화가 피는 곳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면 결국 풍도 역시 다른 주변 섬과 마찬가지로 야생화들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점봉산 곰배령. 탐방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야생화 천국'으로 유명한 곳은 풍도 말고도 많습니다. 점봉산 곰배령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대표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훼손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정해진 탐방로 외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탐방로 안에서 옆에 있는 야생화를 촬영할 뿐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곰배령이나 노고단 사진은 간격을 두고 촬영한 사진이 많지만 유독 풍도 야생화는 대부분 밀착 촬영입니다.

아름다운 야생화, 눈으로만 즐기면 안 될까요? 굳이 사진에 담고 싶다면 조금 떨어져서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 온몸을 누이고 카메라 렌즈를 꽃 바로 앞에 대고 찍어야 할까요? 문제는 늘 욕심입니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 앞에 야생화는 오늘도 밟히고 있습니다.

눈은 녹았지만, 들판은 여전히 황량합니다. 침엽수와 몇몇 상록활엽수를 빼곤 갈색의 겨울빛이 여전합니다. 밭에서도 새순을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과연 봄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이 일지요. 마을 뒤편, 야생화가 있다는 산으로 올라가는 작은길 초입에서도 아무런 꽃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불안감도 잠시, 수풀 사이에서 갑자기 샛노란 꽃 덩어리를 만납니다. 복수초입니다.


산길을 오를수록 더 많은 복수초를 만납니다. 경사가 완만한 곳, 나무가 덮지 않은 열린 공간에는 복수초가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자연이 만든 천연의 꽃밭입니다. 복수초뿐만 아니라 풍도바람꽃과 노루귀도 곳곳에 피었습니다. 여린 꽃대 위에 하늘하늘 매달린 청초함이 또 다른 자연의 신비입니다.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입니다. 풍도의 복수초는 다른 지역 복수초에 비해 크고 탐스럽습니다. 풍도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봄꽃들이 풍성하고 다양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고립된 작은 섬이라서 사람의 간섭이 적었던 데다가 완만한 비탈과 일조량, 수분 조건 등이 야생화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겁니다. 봄, 가을 풍도를 거쳐 가는 많은 새 덕분에 식물이 잘 자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십만 마리 새들이 벌레를 한 마리씩만 잡아도 식물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풍도, 하지만 이 명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풍도 야생화가 예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기만하고 가는 건 좋습니다. 문제는 사진 찍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이 수난을 당합니다.


야생화 주변만 낙엽이 벗겨진 채 맨땅이 드러납니다. 꽃대를 촬영하기 위해 낙엽을 들춰낸 겁니다. 낙엽은 꽃에는 옷과 같은 보온재입니다. 이렇게 낙엽을 들춰내면 꽃이 냉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섬 곳곳에서 이런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꽃대를 잘라낸 경우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입니다. 꽃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 밟고 다닙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낙엽 속에서 올라오던 꽃대가 밟히곤 합니다. 길을 따라 유도밧줄을 설치하고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판을 붙여 놓았지만, 사람들은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온몸을 누이고 꽃을 찍다 보면 주변 꽃들은 모두 눌리고 맙니다. 깔판을 가져와 그 위에 몸을 누이고 엎드려서 촬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깔판 아래는 모두 짓밟히는 겁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평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옵니다. 주말이면 더합니다. 불법으로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 단체로 와서 온산을 헤집고 돌아갑니다.

풍도 야생화의 수난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됐습니다. 야생화가 피는 곳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면 결국 풍도 역시 다른 주변 섬과 마찬가지로 야생화들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야생화 천국'으로 유명한 곳은 풍도 말고도 많습니다. 점봉산 곰배령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대표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훼손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정해진 탐방로 외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탐방로 안에서 옆에 있는 야생화를 촬영할 뿐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곰배령이나 노고단 사진은 간격을 두고 촬영한 사진이 많지만 유독 풍도 야생화는 대부분 밀착 촬영입니다.

아름다운 야생화, 눈으로만 즐기면 안 될까요? 굳이 사진에 담고 싶다면 조금 떨어져서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 온몸을 누이고 카메라 렌즈를 꽃 바로 앞에 대고 찍어야 할까요? 문제는 늘 욕심입니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 앞에 야생화는 오늘도 밟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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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 천국’ 풍도…수난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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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3-18 07:01:20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낙엽을 뚫고 올라온 복수초, 대표적인 봄의 전령입니다. 아직 거칠고 창백한 겨울 들판에서 이렇듯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이 올라온다는 게 경이롭습니다. 그런 경이로움을 만나기 위해 이맘때면 사람들은 야생화를 찾아다닙니다. 수도권에서 가장 대표적인 곳이 안산시 대부동에 속한 풍도입니다. 대부도 방아머리항에서 한 시간 반가량 배를 타면 도착합니다.

눈은 녹았지만, 들판은 여전히 황량합니다. 침엽수와 몇몇 상록활엽수를 빼곤 갈색의 겨울빛이 여전합니다. 밭에서도 새순을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과연 봄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이 일지요. 마을 뒤편, 야생화가 있다는 산으로 올라가는 작은길 초입에서도 아무런 꽃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불안감도 잠시, 수풀 사이에서 갑자기 샛노란 꽃 덩어리를 만납니다. 복수초입니다.


산길을 오를수록 더 많은 복수초를 만납니다. 경사가 완만한 곳, 나무가 덮지 않은 열린 공간에는 복수초가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자연이 만든 천연의 꽃밭입니다. 복수초뿐만 아니라 풍도바람꽃과 노루귀도 곳곳에 피었습니다. 여린 꽃대 위에 하늘하늘 매달린 청초함이 또 다른 자연의 신비입니다.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입니다. 풍도의 복수초는 다른 지역 복수초에 비해 크고 탐스럽습니다. 풍도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봄꽃들이 풍성하고 다양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고립된 작은 섬이라서 사람의 간섭이 적었던 데다가 완만한 비탈과 일조량, 수분 조건 등이 야생화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겁니다. 봄, 가을 풍도를 거쳐 가는 많은 새 덕분에 식물이 잘 자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십만 마리 새들이 벌레를 한 마리씩만 잡아도 식물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풍도, 하지만 이 명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풍도 야생화가 예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기만하고 가는 건 좋습니다. 문제는 사진 찍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이 수난을 당합니다.


야생화 주변만 낙엽이 벗겨진 채 맨땅이 드러납니다. 꽃대를 촬영하기 위해 낙엽을 들춰낸 겁니다. 낙엽은 꽃에는 옷과 같은 보온재입니다. 이렇게 낙엽을 들춰내면 꽃이 냉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섬 곳곳에서 이런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꽃대를 잘라낸 경우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입니다. 꽃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 밟고 다닙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낙엽 속에서 올라오던 꽃대가 밟히곤 합니다. 길을 따라 유도밧줄을 설치하고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판을 붙여 놓았지만, 사람들은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온몸을 누이고 꽃을 찍다 보면 주변 꽃들은 모두 눌리고 맙니다. 깔판을 가져와 그 위에 몸을 누이고 엎드려서 촬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깔판 아래는 모두 짓밟히는 겁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평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옵니다. 주말이면 더합니다. 불법으로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 단체로 와서 온산을 헤집고 돌아갑니다.

풍도 야생화의 수난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됐습니다. 야생화가 피는 곳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면 결국 풍도 역시 다른 주변 섬과 마찬가지로 야생화들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야생화 천국'으로 유명한 곳은 풍도 말고도 많습니다. 점봉산 곰배령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대표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훼손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정해진 탐방로 외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탐방로 안에서 옆에 있는 야생화를 촬영할 뿐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곰배령이나 노고단 사진은 간격을 두고 촬영한 사진이 많지만 유독 풍도 야생화는 대부분 밀착 촬영입니다.

아름다운 야생화, 눈으로만 즐기면 안 될까요? 굳이 사진에 담고 싶다면 조금 떨어져서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 온몸을 누이고 카메라 렌즈를 꽃 바로 앞에 대고 찍어야 할까요? 문제는 늘 욕심입니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 앞에 야생화는 오늘도 밟히고 있습니다.

눈은 녹았지만, 들판은 여전히 황량합니다. 침엽수와 몇몇 상록활엽수를 빼곤 갈색의 겨울빛이 여전합니다. 밭에서도 새순을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과연 봄꽃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이 일지요. 마을 뒤편, 야생화가 있다는 산으로 올라가는 작은길 초입에서도 아무런 꽃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불안감도 잠시, 수풀 사이에서 갑자기 샛노란 꽃 덩어리를 만납니다. 복수초입니다.


산길을 오를수록 더 많은 복수초를 만납니다. 경사가 완만한 곳, 나무가 덮지 않은 열린 공간에는 복수초가 무리 지어 피어 있습니다. 자연이 만든 천연의 꽃밭입니다. 복수초뿐만 아니라 풍도바람꽃과 노루귀도 곳곳에 피었습니다. 여린 꽃대 위에 하늘하늘 매달린 청초함이 또 다른 자연의 신비입니다.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은 풍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입니다. 풍도의 복수초는 다른 지역 복수초에 비해 크고 탐스럽습니다. 풍도의 독특한 환경 덕분에 봄꽃들이 풍성하고 다양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고립된 작은 섬이라서 사람의 간섭이 적었던 데다가 완만한 비탈과 일조량, 수분 조건 등이 야생화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겁니다. 봄, 가을 풍도를 거쳐 가는 많은 새 덕분에 식물이 잘 자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수십만 마리 새들이 벌레를 한 마리씩만 잡아도 식물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겁니다.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풍도, 하지만 이 명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풍도 야생화가 예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의 방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을 보기만하고 가는 건 좋습니다. 문제는 사진 찍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들이 수난을 당합니다.


야생화 주변만 낙엽이 벗겨진 채 맨땅이 드러납니다. 꽃대를 촬영하기 위해 낙엽을 들춰낸 겁니다. 낙엽은 꽃에는 옷과 같은 보온재입니다. 이렇게 낙엽을 들춰내면 꽃이 냉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섬 곳곳에서 이런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꽃대를 잘라낸 경우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발길입니다. 꽃을 찍기 위해 여기저기 밟고 다닙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낙엽 속에서 올라오던 꽃대가 밟히곤 합니다. 길을 따라 유도밧줄을 설치하고 들어가지 말라고 안내판을 붙여 놓았지만, 사람들은 무시하고 넘어갑니다.

온몸을 누이고 꽃을 찍다 보면 주변 꽃들은 모두 눌리고 맙니다. 깔판을 가져와 그 위에 몸을 누이고 엎드려서 촬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깔판 아래는 모두 짓밟히는 겁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평일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옵니다. 주말이면 더합니다. 불법으로 어선이나 낚싯배를 빌려 단체로 와서 온산을 헤집고 돌아갑니다.

풍도 야생화의 수난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되풀이됐습니다. 야생화가 피는 곳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면 결국 풍도 역시 다른 주변 섬과 마찬가지로 야생화들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야생화 천국'으로 유명한 곳은 풍도 말고도 많습니다. 점봉산 곰배령이나 지리산 노고단은 대표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훼손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정해진 탐방로 외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탐방로 안에서 옆에 있는 야생화를 촬영할 뿐입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곰배령이나 노고단 사진은 간격을 두고 촬영한 사진이 많지만 유독 풍도 야생화는 대부분 밀착 촬영입니다.

아름다운 야생화, 눈으로만 즐기면 안 될까요? 굳이 사진에 담고 싶다면 조금 떨어져서 찍어도 되지 않을까요? 온몸을 누이고 카메라 렌즈를 꽃 바로 앞에 대고 찍어야 할까요? 문제는 늘 욕심입니다. 사람의 끝없는 욕심 앞에 야생화는 오늘도 밟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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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태영 기자 yong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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