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벌통에 꿀 발라 유인…꿀벌 12만 마리 훔쳐

입력 2017.03.20 (08:34) 수정 2017.03.20 (08: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이제 들판에는 꽃이 만개할 텐데요.

이맘때면 꿀벌을 기르는 양봉업자들도 바빠진다고 합니다.

벌들이 꽃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꿀을 본격적으로 모아오기 때문인데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이런 시기에 한 양봉 농장 주인은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꿀벌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벌통에서 벌이 계속 사라진 건데요.

벌이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행방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던 차에, 농장 근처에서 수상한 벌통이 발견됩니다.

낯선 사람이 이 농장의 벌을 유인하고 있었던 건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양봉 농가.

10년 동안 벌을 키워온 부부는 최근 근심이 커졌습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매년 해마다 봄에 벌을 키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근데 올해는 숫자가 많이 줄어드는 거 같더라고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올해는 이상하게 벌이 늘지를 않고 월동 된 상태 그대로 있는 거예요. 더 크질 못하고.”

봄이 되면서 벌들이 알을 낳아 벌통을 가득 채워야 할 시기인데, 올해는 벌이 눈에 띄게 줄더니 아예 빈 통까지 나왔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부부의 답답함은 커졌는데요.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올해는 벌이 이상하다. 원래 빈 통도 안 나왔었는데 빈 통이 나온다.”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관리가 잘못되는 건가? 날씨 탓인가? 계속 원인을 못 찾고 있었죠.”

관리 소홀로 생각하고 자책하던 유 씨 부부.

그런데 지난 12일 외출 길에 수상한 현장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차 타고 가는데 거기에 벌통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보 저기 벌통이 있네, 그러니깐.”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저기 벌통이 없던 데인데 갑자기 벌통이 있으니까 수상하다고 느낀 거죠.”

농장과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낯선 벌통이 놓여 있었던 건데요.

마을에는 다른 양봉 농가가 없었기에 누가 벌통을 놓아둔 건지 짐작이 가질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벌통은 똑같은데 (우리 농장 거랑) 색깔만 틀린 거예요. 색깔만.”

부부는 벌통 주변을 살피다가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머리에) 망을 쓰고 뚜껑 헝겊을 덮어서 벌을 가져가려고 막 그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한 남성이 벌통을 옮기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 남성은 부부가 다가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합니다.

부부가 추궁을 하자, 이 남성은 벌을 훔치려 했다고 시인을 했다는데요.

이 남성이 가져가려던 통 속에 있던 벌이 부부의 농장에서 날아온 벌이였던 겁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이게 뭐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제가 물어달라는 대로 다 물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당신이 벌 도둑 아니냐?’고 그러니까 바로 시인을 하더라고.”

어떻게 해서 부부의 농장에 있던 벌이 날아오게 된 걸까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설탕물이 여기 있네. 이거.”

벌의 습성을 정확히 알고 유인한 건데, 먼저 설탕물을 뿌려 벌을 유인했습니다.

그다음엔 벌통에 꿀을 발라 몇 시간 동안 다른 일벌까지 몰려들게 한 뒤, 뚜껑을 닫고 벌통을 통째로 갖고 가버린 건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아카시아가 만개했을 때는 꿀 같은 거 들이부어 놓아도 안 와요. 아카시아 따라가느라고. 그런데 이외에는 당연히 벌이 많이 달려들죠.”

벌의 습성을 정확히 알고 이용한 이 남성은 이웃 마을에서 양봉 농장을 했던 67살 A 모 씨였습니다.

벌에겐 귀소본능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한번 떠난 벌은 유 씨의 농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는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벌통 뚜껑을 닫아서 자기 차에 싣고서 이동을 해서 직선거리 4km 바깥에 풀어놓으면 (벌들이) 여기를 찾아올 수가 없어요. 절대 한 마리도 못 온다고 보는 거죠.”

A씨가 훔친 벌은 약 12만 마리.

돈으로 환산하면 70여만 원 정도인데, 농가의 피해는 이보다 크다고 합니다.

유 씨의 농장에는 벌통이 3백 개 정도 있었는데 마흔 개 정도는 아예 비었고 나머지도 벌집이 절반도 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전체적으로 분산돼서 타격을 보는 거니까 4통만 가져가도 15통 이상 타격을 본다고 봐야죠.”

양봉 농가에선 이맘때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요.

5월쯤 아카시아가 개화할 때를 대비해 애지중지 벌을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고 황당하긴 했죠. 상상도 못 했죠.”

<인터뷰> 원익진(한국양봉협회 서울지회장) : “벌이 가장 이때가 비쌉니다. 벌을 잘 사육해놓은 걸 통째로 차에 실어서 가는 경우도 있고 벌을 절도하는 게 빈번하게 많이 생깁니다.”

부부는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담당 경찰도 처음보는 벌 절도 수법에 황당했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전성민(청주 상당경찰서 강력팀장) : “저희는 처음 봤어요, 이번에. 벌통을 훔쳐가는 건 종종 있었는데요. 이런 수법은 벌만 유인해서 가져가는 건 처음 확인됐습니다.”

A씨는 양봉업을 하다가 몇 번 실패한 뒤, 다시 벌을 키우기 위해 이웃마을까지 와서 벌을 몰래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전성민(청주 상당경찰서 강력팀장) : “자기도 벌들 많이 키웠었는데 실패를 많이 했다는 거예요. 여왕벌을 사다가 벌통에 넣고 일벌들을 구하기 힘드니까 훔치는 거죠.”

벌을 유인했던 장소는 A씨 소유의 밭이었는데, 빈 벌통도 여러 개 쌓여있었습니다.

피해자 유 씨는 A씨가 벌을 가져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닐 거라며, 그동안 벌이 사라졌던 게 A 씨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한두 번이 아니라고 보는 거예요. 그 사람은 처음이라 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벌써 몇 번 벌통을 왔다 갔다 했다는 건 몇 번 도둑질해갔다는 얘기 아니냐고요.”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번에 (벌통) 갖다 놔서 (내가) 벌 똥 묻는다고 치우라고 했잖아. 그러니깐 (벌통을) 갖다 놓았다 가져갔다 그런다고요.”

<녹취> 전성민(청주 상당경찰서 강력팀장) : “벌은 분명 주인이 있는 거잖아요. 벌의 습성을 이용한 거잖아요. 꿀로 유인한 다음에 뚜껑 닫아서 가져가는 건 범죄행위죠. 절도에 대한 처벌을 받는 거죠.”

경찰은 A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한 뒤, 추가로 벌을 가져간 게 있는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벌통에 꿀 발라 유인…꿀벌 12만 마리 훔쳐
    • 입력 2017-03-20 08:41:34
    • 수정2017-03-20 08:51:05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이제 들판에는 꽃이 만개할 텐데요.

이맘때면 꿀벌을 기르는 양봉업자들도 바빠진다고 합니다.

벌들이 꽃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꿀을 본격적으로 모아오기 때문인데요.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이런 시기에 한 양봉 농장 주인은 깊은 시름에 빠졌습니다.

꿀벌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벌통에서 벌이 계속 사라진 건데요.

벌이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행방을 알 수 없어 답답해하던 차에, 농장 근처에서 수상한 벌통이 발견됩니다.

낯선 사람이 이 농장의 벌을 유인하고 있었던 건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충북 청주의 한 양봉 농가.

10년 동안 벌을 키워온 부부는 최근 근심이 커졌습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매년 해마다 봄에 벌을 키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근데 올해는 숫자가 많이 줄어드는 거 같더라고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올해는 이상하게 벌이 늘지를 않고 월동 된 상태 그대로 있는 거예요. 더 크질 못하고.”

봄이 되면서 벌들이 알을 낳아 벌통을 가득 채워야 할 시기인데, 올해는 벌이 눈에 띄게 줄더니 아예 빈 통까지 나왔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부부의 답답함은 커졌는데요.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올해는 벌이 이상하다. 원래 빈 통도 안 나왔었는데 빈 통이 나온다.”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관리가 잘못되는 건가? 날씨 탓인가? 계속 원인을 못 찾고 있었죠.”

관리 소홀로 생각하고 자책하던 유 씨 부부.

그런데 지난 12일 외출 길에 수상한 현장을 목격합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차 타고 가는데 거기에 벌통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여보 저기 벌통이 있네, 그러니깐.”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저기 벌통이 없던 데인데 갑자기 벌통이 있으니까 수상하다고 느낀 거죠.”

농장과 3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낯선 벌통이 놓여 있었던 건데요.

마을에는 다른 양봉 농가가 없었기에 누가 벌통을 놓아둔 건지 짐작이 가질 않았습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벌통은 똑같은데 (우리 농장 거랑) 색깔만 틀린 거예요. 색깔만.”

부부는 벌통 주변을 살피다가 낯선 사람과 마주치는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머리에) 망을 쓰고 뚜껑 헝겊을 덮어서 벌을 가져가려고 막 그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한 남성이 벌통을 옮기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 남성은 부부가 다가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합니다.

부부가 추궁을 하자, 이 남성은 벌을 훔치려 했다고 시인을 했다는데요.

이 남성이 가져가려던 통 속에 있던 벌이 부부의 농장에서 날아온 벌이였던 겁니다.

<인터뷰> 정00(피해 양봉업자) : “이게 뭐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제가 물어달라는 대로 다 물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당신이 벌 도둑 아니냐?’고 그러니까 바로 시인을 하더라고.”

어떻게 해서 부부의 농장에 있던 벌이 날아오게 된 걸까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설탕물이 여기 있네. 이거.”

벌의 습성을 정확히 알고 유인한 건데, 먼저 설탕물을 뿌려 벌을 유인했습니다.

그다음엔 벌통에 꿀을 발라 몇 시간 동안 다른 일벌까지 몰려들게 한 뒤, 뚜껑을 닫고 벌통을 통째로 갖고 가버린 건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아카시아가 만개했을 때는 꿀 같은 거 들이부어 놓아도 안 와요. 아카시아 따라가느라고. 그런데 이외에는 당연히 벌이 많이 달려들죠.”

벌의 습성을 정확히 알고 이용한 이 남성은 이웃 마을에서 양봉 농장을 했던 67살 A 모 씨였습니다.

벌에겐 귀소본능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한번 떠난 벌은 유 씨의 농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는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벌통 뚜껑을 닫아서 자기 차에 싣고서 이동을 해서 직선거리 4km 바깥에 풀어놓으면 (벌들이) 여기를 찾아올 수가 없어요. 절대 한 마리도 못 온다고 보는 거죠.”

A씨가 훔친 벌은 약 12만 마리.

돈으로 환산하면 70여만 원 정도인데, 농가의 피해는 이보다 크다고 합니다.

유 씨의 농장에는 벌통이 3백 개 정도 있었는데 마흔 개 정도는 아예 비었고 나머지도 벌집이 절반도 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전체적으로 분산돼서 타격을 보는 거니까 4통만 가져가도 15통 이상 타격을 본다고 봐야죠.”

양봉 농가에선 이맘때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요.

5월쯤 아카시아가 개화할 때를 대비해 애지중지 벌을 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고 황당하긴 했죠. 상상도 못 했죠.”

<인터뷰> 원익진(한국양봉협회 서울지회장) : “벌이 가장 이때가 비쌉니다. 벌을 잘 사육해놓은 걸 통째로 차에 실어서 가는 경우도 있고 벌을 절도하는 게 빈번하게 많이 생깁니다.”

부부는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담당 경찰도 처음보는 벌 절도 수법에 황당했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전성민(청주 상당경찰서 강력팀장) : “저희는 처음 봤어요, 이번에. 벌통을 훔쳐가는 건 종종 있었는데요. 이런 수법은 벌만 유인해서 가져가는 건 처음 확인됐습니다.”

A씨는 양봉업을 하다가 몇 번 실패한 뒤, 다시 벌을 키우기 위해 이웃마을까지 와서 벌을 몰래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 전성민(청주 상당경찰서 강력팀장) : “자기도 벌들 많이 키웠었는데 실패를 많이 했다는 거예요. 여왕벌을 사다가 벌통에 넣고 일벌들을 구하기 힘드니까 훔치는 거죠.”

벌을 유인했던 장소는 A씨 소유의 밭이었는데, 빈 벌통도 여러 개 쌓여있었습니다.

피해자 유 씨는 A씨가 벌을 가져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닐 거라며, 그동안 벌이 사라졌던 게 A 씨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데요.

<인터뷰> 유00(피해 양봉업자) : “한두 번이 아니라고 보는 거예요. 그 사람은 처음이라 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벌써 몇 번 벌통을 왔다 갔다 했다는 건 몇 번 도둑질해갔다는 얘기 아니냐고요.”

<인터뷰> 이웃 주민(음성변조) : “저번에 (벌통) 갖다 놔서 (내가) 벌 똥 묻는다고 치우라고 했잖아. 그러니깐 (벌통을) 갖다 놓았다 가져갔다 그런다고요.”

<녹취> 전성민(청주 상당경찰서 강력팀장) : “벌은 분명 주인이 있는 거잖아요. 벌의 습성을 이용한 거잖아요. 꿀로 유인한 다음에 뚜껑 닫아서 가져가는 건 범죄행위죠. 절도에 대한 처벌을 받는 거죠.”

경찰은 A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한 뒤, 추가로 벌을 가져간 게 있는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