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보셨습니까? ⑦ 왜 주먹을 쥐고 있을까? 숨은 상징들
입력 2017.03.20 (13:35)
수정 2019.08.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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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서경 조각가
소녀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일제 강점기 여성들이 끌려갔던 당시 참담한 상황과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해보면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소녀상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조각한 부부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소녀에게 담아놓은 상징을 찾아보시죠.
■ 짧게 뜯겨진 머리칼
소녀상의 머리는 단발머리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지런한 단발이 아니라 군데군데가 뜯겨나간 듯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 조선 소녀의 머리카락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길게 땋은 머리에 붉은 댕기를 매었습니다. 머리카락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일부로 함부로 짧게 자르지 않았습니다. 일제가 단발령을 내려 조선 사람들의 문화와 사상을 꺾고자 했을 만큼 머리카락은 망국의 어떤 상징이었습니다.
뜯겨진 단발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와 고향을 일본 제국으로 인해 강제로 떠나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조선 소녀들의 아픔과 단절된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주먹 쥔 손
부부 조각가 가운데 부인인 김서경 작가는 처음에 소녀상을 작게 만들었을 때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다소곳이 모은 손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소녀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소녀의 손은 주먹을 쥐게 되었습니다. “어디 끝까지 한번 가보자”라는 굳은 의지의 상징입니다.
■땅을 온전히 딛지 못한 맨발의 발뒤꿈치
“타국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신발을 빼앗았다.”
그러나 신발을 빼앗겼던 맨발의 소녀들은 전쟁이 끝나고 그리던 조국에 돌아왔지만 당당히 땅을 딛고 서지 못했습니다. 왜곡된 시선 속에서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반쯤은 밀려나 살아야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선들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자발적인 위안부라는 부당하고 왜곡된 시선 속에서 낱낱이 벗겨진 맨발은 여전히 불안한 듯 살짝 발뒤꿈치를 들고 있습니다. 언제쯤 편안하고 당당하게 발을 디딜 수 있을까요.
■작은 새
새는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고 평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동양적 관점에서 새에게는 영매의 역할이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은 새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살아계신 할머니 그리고 우리들을 연결해주는 영매를 의미합니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압박하고 막으려 해도 전국으로, 세계로 조금씩 번져나가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은 어쩌면 소녀상 위에 놓인 작은 새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소식을 전해주고, 기운을 받아내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파편화된 할머니의 그림자와 나비
평화의 소녀상의 그림자는 할머니 형상입니다. 머리에 쪽을 지고 등이 굽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현재의 아픔을 상징합니다. 그림자는 어둡죠. 자세히 보면 그림자가 하나하나 모자이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혹하고 아픈 역사로 찢긴 상처가 파편화되어 모아져 그림자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할머니 그림자의 가슴 속에는 하얀 나비가 한 마리 있습니다. 이 나비는 환생을 의미하고 바라며 만들어졌습니다. 작가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훗날 행복한 영혼으로 환생해서 부디 좋은 세상을 보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나비를 그림자의 가슴에 놓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한마디를 기다리며 눈비 맞아가며 수요시위를 지켜오신 분들이 차례차례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가슴 속 하얀 나비로 부디 환생하시길.
■ 빈 의자
CNN은 ‘평화의 소녀상’ 관련 심층 보도에서 기자는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으면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라고 묻게 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소녀상 옆의 빈 의자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수많은 어린 소녀들의 심정을 생각해보는 데 있습니다. 또 다른 의미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끝끝내 받아내지 못한 채 쓸쓸하게 눈감은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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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상 보셨습니까? ⑦ 왜 주먹을 쥐고 있을까? 숨은 상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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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9-08-13 14:29:17
소녀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일제 강점기 여성들이 끌려갔던 당시 참담한 상황과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해보면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소녀상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조각한 부부 조각가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소녀에게 담아놓은 상징을 찾아보시죠.
■ 짧게 뜯겨진 머리칼
소녀상의 머리는 단발머리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지런한 단발이 아니라 군데군데가 뜯겨나간 듯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 조선 소녀의 머리카락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는 길게 땋은 머리에 붉은 댕기를 매었습니다. 머리카락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일부로 함부로 짧게 자르지 않았습니다. 일제가 단발령을 내려 조선 사람들의 문화와 사상을 꺾고자 했을 만큼 머리카락은 망국의 어떤 상징이었습니다.
뜯겨진 단발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와 고향을 일본 제국으로 인해 강제로 떠나 일본군 위안부로 살아야 했던 조선 소녀들의 아픔과 단절된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주먹 쥔 손
부부 조각가 가운데 부인인 김서경 작가는 처음에 소녀상을 작게 만들었을 때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다소곳이 모은 손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소녀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소녀상을 설치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에 대한 분노의 표현으로 소녀의 손은 주먹을 쥐게 되었습니다. “어디 끝까지 한번 가보자”라는 굳은 의지의 상징입니다.
■땅을 온전히 딛지 못한 맨발의 발뒤꿈치
“타국에서 도망가지 못하게 신발을 빼앗았다.”
그러나 신발을 빼앗겼던 맨발의 소녀들은 전쟁이 끝나고 그리던 조국에 돌아왔지만 당당히 땅을 딛고 서지 못했습니다. 왜곡된 시선 속에서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반쯤은 밀려나 살아야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선들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자발적인 위안부라는 부당하고 왜곡된 시선 속에서 낱낱이 벗겨진 맨발은 여전히 불안한 듯 살짝 발뒤꿈치를 들고 있습니다. 언제쯤 편안하고 당당하게 발을 디딜 수 있을까요.
■작은 새
새는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고 평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동양적 관점에서 새에게는 영매의 역할이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은 새는 돌아가신 할머니와 살아계신 할머니 그리고 우리들을 연결해주는 영매를 의미합니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압박하고 막으려 해도 전국으로, 세계로 조금씩 번져나가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은 어쩌면 소녀상 위에 놓인 작은 새가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소식을 전해주고, 기운을 받아내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요.
■파편화된 할머니의 그림자와 나비
평화의 소녀상의 그림자는 할머니 형상입니다. 머리에 쪽을 지고 등이 굽은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현재의 아픔을 상징합니다. 그림자는 어둡죠. 자세히 보면 그림자가 하나하나 모자이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혹하고 아픈 역사로 찢긴 상처가 파편화되어 모아져 그림자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할머니 그림자의 가슴 속에는 하얀 나비가 한 마리 있습니다. 이 나비는 환생을 의미하고 바라며 만들어졌습니다. 작가는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훗날 행복한 영혼으로 환생해서 부디 좋은 세상을 보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나비를 그림자의 가슴에 놓았습니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 한마디를 기다리며 눈비 맞아가며 수요시위를 지켜오신 분들이 차례차례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가슴 속 하얀 나비로 부디 환생하시길.
■ 빈 의자
CNN은 ‘평화의 소녀상’ 관련 심층 보도에서 기자는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으면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라고 묻게 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소녀상 옆의 빈 의자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수많은 어린 소녀들의 심정을 생각해보는 데 있습니다. 또 다른 의미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끝끝내 받아내지 못한 채 쓸쓸하게 눈감은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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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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