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조현병’ 10대 소녀가 인천 8살 초등생 살해

<기자 멘트>

지난주 인천에선 있어선 안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실종됐던 초등학교 2학년, 8살 여자아이가 이 아파트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시신까지 심하게 훼손돼 있었는데,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10대 소녀여서 더 충격을 던져줬습니다.

주말 사이 구속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는 범행 동기에 대해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살해 동기도, 이유도 없는 '묻지마 범행'일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아파트.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한 여성의 뒤를, 어린 여자 아이가 따라갑니다.

엘리베이터 CCTV에도, 아이와 여성이 함께 타고, 내리는 장면이 잡혔습니다.

둘은 이 아파트에 사는 17살 김 모양과, 초등학교 2학년인 8살 A모 양입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A 양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김경호(인천연수경찰서 형사과장) : "(김 양과) 피해자가 들어간 아파트 주변을 수색하여 (3월 29일) 22시 30분쯤 옥상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고, (김 양) 집에서 혈흔 등이 발견되어……."

엘리베이터가 멈춘 곳은 아파트 13층.

15층에 살던 김 양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두 개층을 걸어 자신의 집으로 아이를 데려갔습니다.

이때가 오후 1시쯤인데, A양이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자 아이 엄마는 백방으로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 하고 다녔습니다.

<녹취> 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A양 어머니가 오셔가지고 가방을 이렇게 메고 있었어요. 가방을 그 공원에다가 놓고 아이가 없어졌다면서. 어떤 아줌마 따라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방송을 해 달라."

실종 신고를 받고, 경찰까지 출동을 했지만, A양은 이날 밤 10시 반쯤, 아파트 옥상 물탱크 건물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차 부검결과 사인은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

김 양이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아이를 자신의 집으로 유인한 뒤, 살해했다는 게 현재까지 경찰 조사 결과입니다.

<인터뷰> 김경호(인천연수경찰서 형사과장) : "(피해자) 친구 이야기에 따르면 그 피해자가 엄마에게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고 싶다 그래서 피의자에게 다가가서 휴대전화를 좀 빌려 쓸 수 있느냐 하며 따라간 것으로 ……."

경찰은 김 양이 집에서 A양을 살해한 뒤, 시신까지 훼손하고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 두 차례에 걸쳐, 사다리를 타고, 물탱크 건물의 지붕으로 올라가 시신을 버렸다는 겁니다.

김 양은 경찰 조사에서 태블릿 PC 전선을 범행 도구로 사용했다고 진술하는 등, 살해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범행 동기는 오리무중입니다.

<녹취> "(범행 동기 기억 안 나나요?)…"

CCTV 상으로는 평소 알던 사이처럼 아이가 자연스럽게 따라갔지만, 전혀 모르던 사이로 밝혀졌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에게 왜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김 양은 "기억나지 않는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인터뷰> 김경호(형사과장/인천연수경찰서) : "범행 동기는 피의자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식으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10대 소녀가 혼자 저지른 일이라고는 차마 믿기 어려운 잔혹한 범행.

A양이 다니던 학교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학부모(음성변조) : "(매일 이렇게 (하교 시간에) 나오시는 거예요?) 아니요. 저는 손녀딸이 4학년이거든요. 지금 바로 이 앞에 살아요. 그래도 어제 그런 일 있고서 걱정되니까."

<녹취> 인근 주민(음성변조) :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요. 세상에 8살짜리 데려다가……. 옥상에 가 봐요. (사다리) 이것을 어떻게 올라가 못 올라가 그 사다리. (17살) 아이가 할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죠."

김 양은 지난해 7월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관심군'학생으로 나와 개인 상담을 하는 등 학교에선 김 양을 평범하지 않았던 학생으로 기억합니다.

<녹취> ○○고등학교 관계자(음성변조) : "학교생활을 잘 하지 않으려고 했었고, 아이들한테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결국엔 학교생활 부적응이라 할 수 있는데요."

김 양과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학생들에게도 김 양이 자해 시도를 하는 등 학교 생활에 잘 적응을 못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녹취> 고등학생 A(음성변조) : "특이한 행동을 많이 해서 같은 반을 했던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으니까 우리 학교 아이들은 다 알죠. 자해를 하다가 선생님이 와서 너 왜 자해하니? 물어봤는데 (김 양이) 다른 아이들이 짜증나게 한다."

<녹취> 고등학생 B(음성변조) : "(아이들이) 개구리 해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김 양이) 자기 집에 동물 해부한 것 많다고 자기 집 올래? (했대요.) (김 양이) 어렸을 때 길고양이도 많이 죽였다고 그러던데요."

경찰이 진료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 양은 최근까지, 조현병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이번 사건이 망상이나 환청 등 정신 질환으로 인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일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신 유기 방법 등 사건 전후 김 양의 행동을 봤을 때, 과거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른 ‘묻지마 범죄’와 다른 점들이 있다며, 좀 더 정밀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이를 유인할 때 13층에 내려서 CCTV에 잡히지 않도록 계단으로 이동했고요. 시신도 훼손해가지고 운반 가능한 크기로 만든 다음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은닉을 한 이런 방식들로 봤을 때,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 취약해서, 심신미약까지 고려되는 조현병 환자들이 저지르는 일반적인 묻지마 범죄하고는 양상이 달라요."

경찰은 CCTV 확인 결과, 범행 추정 시간대 다른 사람의 출입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을 김 양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이번 주 중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