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칭얼댄다”고…한 살배기 숨지게 한 친부

입력 2017.04.06 (08:34) 수정 2017.04.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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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며칠 전 경기도 시흥에선 첫돌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아이가 갑자기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실려왔을 때, 아이의 몸은 심하게 말라 있었고, 온몸에서 멍 자국도 발견됐습니다.

아이 엄마는 "남편이 아이를 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아이가 칭얼댄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고 합니다.

숨진 아이뿐 아니라 이 부부에게는 어린아이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이들도 사실상 방치돼 있었습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는 건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4일 새벽, 경기도 시흥시의 한 원룸으로 출동한 구급대원이 한 살배기 윤 군을 구급차로 옮깁니다.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만, 아이의 의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119에서 최초 아이가 아프다는 친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애가 살아있는 반응이 없으니까 일단 관내 병원으로 응급 후송하면서 112에 신고했어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최초 신고자는 아이 엄마인 22살 안 모 씨.

윤 군이 며칠 전부터 아팠다고만 말했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애가 감기에 걸려서 며칠 전부터 앓았다. 아팠다.” 당일에 신고할 때는 “애가 움직이지도 않고 그러길래 신고를 하게 됐다.” 이렇게 최초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몸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녹취> 병원 응급실 관계자(음성 변조) : "나이에 비해서 도달해야 하는 성장 기준에 훨씬 못 미치고 많이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고."

첫 돌을 맞는 아이들의 평균 몸무게는 10kg 정도.

하지만 윤 군은 3-4개월 정도 된 아이의 몸무게인 6.5Kg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검시하는 과정에서 멍이 확인됐습니다. 복부와 다리와 팔, 몸 일부에서 멍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아이 엄마를 추궁했지만, 계속해서 같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최초에 진술한 거처럼 아이가 아팠고 그래서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만 계속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숨진 윤 군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다시 한번 놀랍니다.

윤 군 뿐만 아니라, 5살과 3살 난 남매의 건강 상태가 한 눈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5살, 3살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말도 잘하지 못하고 그다음에 좀 통통하지가 않고 많이 말라 있었어요.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제 눈으로 직접 봤을 때도."

경찰은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조사를 진행하던 중, 윤 군이 숨졌다는 날 새벽까지 부모가 PC방에서 게임을 한 것을 확인합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둘 다 PC게임을 한 것으로 확인이 되는데 애들만 놔두고 갔느냐, 라고 계속 추궁을 하니까 결국은 며칠 전에 아버지가 때렸고 그 이전부터 아버지가 계속 애들을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아이 엄마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남편이 아이의 배를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차례 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아이가 칭얼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아이 아빠는 31살 윤 모 씨입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어머니 진술에 의하면 “애가 칭얼대고 운다. 그래서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했다.” 이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애들이 울고 시끄러워서 그랬다고 자백하고 있고요."

어제 국과수의 부검 결과도 아이 엄마의 진술과 일치했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장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아버지가 3월 30일 18시경에 복부 부분을 퍽 소리 나게 두 번 쳤다고 했으니까 그 부분이 사망과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에……."

경찰이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 씨는 5살 아들과 3살 딸 아이도 자주 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이 엄마조차도, 윤 씨의 이런 폭행을 말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처음에는 말렸는데 나중에는 말리면 더 심해지니까 놔둘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합니다."

아이 엄마는 10대 때 가출을 하고, 열살 가까이 많은 윤 씨를 만나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윤 씨가 일용직으로 번 돈으로 생활했는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사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고 해요. 그날그날 쌀을 사다가 밥을 해 먹고 돈을 벌면 그 돈으로 PC방에 갔고 애들한테 지원 나오는 돈을 가지고 일을 안 하고 PC방을 가고 그랬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아이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매일 많게는 12시간 씩, PC 방에서 게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 군이 숨진 날도, 부부는 게임에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한 이웃은 유난히 몸집이 작았던 윤 씨의 형제를 기억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우리 딸이 오늘 아침 얘기하는데 우리 아이하고 (나이가) 비슷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몸집이) 같은 또래에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어제 아동 학대 치사 혐의로 친부 윤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아이 엄마도 방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남은 5살과 3살 두 남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3살, 5살짜리 아이인데 너무 얌전하다거나 그리고 엄마, 혹은 부모의 어떤 제스처 하나에 좀 흠칫흠칫 놀랐다거나 이런 부분들은 관찰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달 18일 첫 돌을 앞두고 있었다는 윤 군.

따뜻한 관심을 받아야 할 때지만, 다시는 가족들과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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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칭얼댄다”고…한 살배기 숨지게 한 친부
    • 입력 2017-04-06 08:40:03
    • 수정2017-04-06 09: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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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며칠 전 경기도 시흥에선 첫돌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아이가 갑자기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병원으로 실려왔을 때, 아이의 몸은 심하게 말라 있었고, 온몸에서 멍 자국도 발견됐습니다.

아이 엄마는 "남편이 아이를 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아이가 칭얼댄다는 게 폭행 이유였다고 합니다.

숨진 아이뿐 아니라 이 부부에게는 어린아이 두 명이 더 있었는데, 이들도 사실상 방치돼 있었습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다는 건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4일 새벽, 경기도 시흥시의 한 원룸으로 출동한 구급대원이 한 살배기 윤 군을 구급차로 옮깁니다.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만, 아이의 의식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119에서 최초 아이가 아프다는 친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애가 살아있는 반응이 없으니까 일단 관내 병원으로 응급 후송하면서 112에 신고했어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최초 신고자는 아이 엄마인 22살 안 모 씨.

윤 군이 며칠 전부터 아팠다고만 말했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애가 감기에 걸려서 며칠 전부터 앓았다. 아팠다.” 당일에 신고할 때는 “애가 움직이지도 않고 그러길래 신고를 하게 됐다.” 이렇게 최초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몸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녹취> 병원 응급실 관계자(음성 변조) : "나이에 비해서 도달해야 하는 성장 기준에 훨씬 못 미치고 많이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고."

첫 돌을 맞는 아이들의 평균 몸무게는 10kg 정도.

하지만 윤 군은 3-4개월 정도 된 아이의 몸무게인 6.5Kg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검시하는 과정에서 멍이 확인됐습니다. 복부와 다리와 팔, 몸 일부에서 멍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아이 엄마를 추궁했지만, 계속해서 같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최초에 진술한 거처럼 아이가 아팠고 그래서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만 계속 진술하고 있었습니다."

숨진 윤 군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은 다시 한번 놀랍니다.

윤 군 뿐만 아니라, 5살과 3살 난 남매의 건강 상태가 한 눈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5살, 3살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말도 잘하지 못하고 그다음에 좀 통통하지가 않고 많이 말라 있었어요. 영양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제 눈으로 직접 봤을 때도."

경찰은 아동 학대를 의심하고 조사를 진행하던 중, 윤 군이 숨졌다는 날 새벽까지 부모가 PC방에서 게임을 한 것을 확인합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둘 다 PC게임을 한 것으로 확인이 되는데 애들만 놔두고 갔느냐, 라고 계속 추궁을 하니까 결국은 며칠 전에 아버지가 때렸고 그 이전부터 아버지가 계속 애들을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아이 엄마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남편이 아이의 배를 퍽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차례 때렸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아이가 칭얼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아이 아빠는 31살 윤 모 씨입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어머니 진술에 의하면 “애가 칭얼대고 운다. 그래서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했다.” 이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애들이 울고 시끄러워서 그랬다고 자백하고 있고요."

어제 국과수의 부검 결과도 아이 엄마의 진술과 일치했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장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아버지가 3월 30일 18시경에 복부 부분을 퍽 소리 나게 두 번 쳤다고 했으니까 그 부분이 사망과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에……."

경찰이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 씨는 5살 아들과 3살 딸 아이도 자주 폭행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이 엄마조차도, 윤 씨의 이런 폭행을 말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처음에는 말렸는데 나중에는 말리면 더 심해지니까 놔둘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합니다."

아이 엄마는 10대 때 가출을 하고, 열살 가까이 많은 윤 씨를 만나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윤 씨가 일용직으로 번 돈으로 생활했는데, 컴퓨터 게임에 빠져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광규(경기 시흥경찰서 형사과장) : "사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고 해요. 그날그날 쌀을 사다가 밥을 해 먹고 돈을 벌면 그 돈으로 PC방에 갔고 애들한테 지원 나오는 돈을 가지고 일을 안 하고 PC방을 가고 그랬다고 진술하고 있습니다."

아이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을 집에 두고, 매일 많게는 12시간 씩, PC 방에서 게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 군이 숨진 날도, 부부는 게임에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한 이웃은 유난히 몸집이 작았던 윤 씨의 형제를 기억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음성변조) : "우리 딸이 오늘 아침 얘기하는데 우리 아이하고 (나이가) 비슷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몸집이) 같은 또래에 절반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은 어제 아동 학대 치사 혐의로 친부 윤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아이 엄마도 방임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남은 5살과 3살 두 남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 "3살, 5살짜리 아이인데 너무 얌전하다거나 그리고 엄마, 혹은 부모의 어떤 제스처 하나에 좀 흠칫흠칫 놀랐다거나 이런 부분들은 관찰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달 18일 첫 돌을 앞두고 있었다는 윤 군.

따뜻한 관심을 받아야 할 때지만, 다시는 가족들과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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