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유엔 평화유지군, 12년간 성범죄 2천 건

입력 2017.04.13 (20:38) 수정 2017.04.1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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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 곳곳에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있습니다.

사회가 불안정한 저개발국가를 지원하고 말 그대로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죠.

그런데 이들 평화유지군이 현지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이 문제를 다룬 유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이게 워낙 문제가 되니까 유엔이 자체적으로 내부 조사를 한 거고, AP 통신이 어제 그걸 인용해서 탐사보도 결과물을 내놓은 겁니다.

AP통신의 현지 르포 기사를 볼까요.

지금 보시는 곳은 중남미에 있는 '아이티'입니다.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고 정국이 늘 불안정한 빈국 중의 빈국이죠.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티 여성은 16살 때 브라질에서 온 유엔 평화유지군 군인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성폭행 피해자(아이티인) : "군 기지 옆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저를 부르더니 뭘 주겠다고 해요. 필요없다고 했지만 강제로 성폭행을 했어요."

또 다른 이 여성은 스리랑카에서 온 평화유지군의 고위급 간부한테서 성폭행을 당했고 아이를 낳게 됐습니다.

<녹취> 성폭행 피해자(아이티인) : "제가 임신을 하게 됐는데, 그 사람은 여길 떠나게 됐죠. 저를 찾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발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두 사례에서 보듯이, 여성과 미성년자를 강제로 성폭행하는 경우라든가, 혹은 사귀는 것처럼 교제 아닌 교제를 했다가 나중에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있는 겁니다.

<질문>
내부 조사를 했으면 얼마나 심각한지 피해 규모가 나왔을 거 아니에요.

<답변>
정말 많았습니다.

이번에 유엔이 조사를 해본 기간이 2004년부터 2016까지 12년인데, 아이티를 포함해서 세계 각지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이 저지른 성범죄가 2천 건 확인됐구요,

이 가운데 3백 건 정도가 어린이 피해자입니다.

몇몇 개개인의 일탈 행위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피해 규모가 상당합니다.

공식 확인된 것만 이러니까 피해자들이 더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겠죠.

<녹취> 아이티 주민 : "여자들은 강제로 성폭행 당했고, 남자어린이를 상대로 동성간 성폭행도 있었어요. 이런 게 사라져야 합니다."

<질문>
평화를 지키라고 보낸 군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데, 지금 여러 곳에 군대가 나가 있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중동과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세계 16개 지역에서 평화 유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인도 5백 명 가까이 나가 있구요.

사실 유엔 평화유지군은 1988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큼 긍정적 역할을 물론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가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이번에 유엔보고서에서 가해자들이 속한 군대를 보면, 브라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등의 군대입니다.

유엔이 일일이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유엔보고서에서 말한 가해자가 속한 국가를 보면, 서방 선진국 군대는 아닌 것 같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물론 선진국의 군대라고 해외 나가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건 아니고, 방금 전 언급한 국가 군인들이 몽땅 다 문제인 건 분명히 아닙니다.

다만 군 시스템이나 규율, 병사 관리 측면에서 보면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군대가 선진국 군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우려되는 건 현실입니다.

스리랑카의 전 장성의 말을 들어볼까요.

<녹취> 디아스(전 스리랑카군 사령관) : "스리랑카나 인도, 방글라데시 대신에 미국이나 유럽 군대를 파견한다고 해보죠. 비용이 열 배 이상 들어갈 겁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떤 인건비 문제죠.

인건비가 싸니까 선진국 군대가 아닌 중진국 또는 저개발국 군대가 현지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많이 파견된다는 얘기입니다.

어찌됐건 유엔 주도의 관리 감독이 더 철저해져야 하겠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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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유엔 평화유지군, 12년간 성범죄 2천 건
    • 입력 2017-04-13 20:29:35
    • 수정2017-04-13 20: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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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세계 곳곳에는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있습니다.

사회가 불안정한 저개발국가를 지원하고 말 그대로 평화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죠.

그런데 이들 평화유지군이 현지에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이 문제를 짚어봅니다.

<질문>
이재석 기자.

이 문제를 다룬 유엔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이게 워낙 문제가 되니까 유엔이 자체적으로 내부 조사를 한 거고, AP 통신이 어제 그걸 인용해서 탐사보도 결과물을 내놓은 겁니다.

AP통신의 현지 르포 기사를 볼까요.

지금 보시는 곳은 중남미에 있는 '아이티'입니다.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고 정국이 늘 불안정한 빈국 중의 빈국이죠.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티 여성은 16살 때 브라질에서 온 유엔 평화유지군 군인한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녹취> 성폭행 피해자(아이티인) : "군 기지 옆을 지나가고 있었어요. 저를 부르더니 뭘 주겠다고 해요. 필요없다고 했지만 강제로 성폭행을 했어요."

또 다른 이 여성은 스리랑카에서 온 평화유지군의 고위급 간부한테서 성폭행을 당했고 아이를 낳게 됐습니다.

<녹취> 성폭행 피해자(아이티인) : "제가 임신을 하게 됐는데, 그 사람은 여길 떠나게 됐죠. 저를 찾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발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두 사례에서 보듯이, 여성과 미성년자를 강제로 성폭행하는 경우라든가, 혹은 사귀는 것처럼 교제 아닌 교제를 했다가 나중에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있는 겁니다.

<질문>
내부 조사를 했으면 얼마나 심각한지 피해 규모가 나왔을 거 아니에요.

<답변>
정말 많았습니다.

이번에 유엔이 조사를 해본 기간이 2004년부터 2016까지 12년인데, 아이티를 포함해서 세계 각지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이 저지른 성범죄가 2천 건 확인됐구요,

이 가운데 3백 건 정도가 어린이 피해자입니다.

몇몇 개개인의 일탈 행위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피해 규모가 상당합니다.

공식 확인된 것만 이러니까 피해자들이 더 있다고 추정할 수도 있겠죠.

<녹취> 아이티 주민 : "여자들은 강제로 성폭행 당했고, 남자어린이를 상대로 동성간 성폭행도 있었어요. 이런 게 사라져야 합니다."

<질문>
평화를 지키라고 보낸 군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건데, 지금 여러 곳에 군대가 나가 있잖아요.

<답변>
그렇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중동과 아프리카를 포함해서 세계 16개 지역에서 평화 유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인도 5백 명 가까이 나가 있구요.

사실 유엔 평화유지군은 1988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큼 긍정적 역할을 물론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범죄가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이번에 유엔보고서에서 가해자들이 속한 군대를 보면, 브라질,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등의 군대입니다.

유엔이 일일이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서 가해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유엔보고서에서 말한 가해자가 속한 국가를 보면, 서방 선진국 군대는 아닌 것 같네요.

<답변>
그렇습니다.

물론 선진국의 군대라고 해외 나가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건 아니고, 방금 전 언급한 국가 군인들이 몽땅 다 문제인 건 분명히 아닙니다.

다만 군 시스템이나 규율, 병사 관리 측면에서 보면 앞에서 언급한 국가들의 군대가 선진국 군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우려되는 건 현실입니다.

스리랑카의 전 장성의 말을 들어볼까요.

<녹취> 디아스(전 스리랑카군 사령관) : "스리랑카나 인도, 방글라데시 대신에 미국이나 유럽 군대를 파견한다고 해보죠. 비용이 열 배 이상 들어갈 겁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떤 인건비 문제죠.

인건비가 싸니까 선진국 군대가 아닌 중진국 또는 저개발국 군대가 현지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많이 파견된다는 얘기입니다.

어찌됐건 유엔 주도의 관리 감독이 더 철저해져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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