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가 만든 절경…주왕산의 비밀

입력 2017.04.15 (09:02) 수정 2017.04.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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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은 독특합니다. 멀리서 보이는 봉우리 형상부터 특이합니다. 마치 손가락이 땅을 뚫고 올라온 듯, 바위가 솟았습니다. 바위 색깔도 통상 보는 화강암과 달리 회색 잿빛입니다. 이런 봉우리와 절벽이 곳곳에 솟아있습니다.

주왕산 가을                 ⓒ 김건준주왕산 가을                 ⓒ 김건준

절벽과 바위봉우리가 마치 병풍처럼 늘어섰다고 해서 예부터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주왕산(周王山)이란 이름은 당나라 때 주왕이라고 칭했던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전설로 생겨났습니다.

용추협곡용추협곡

  

  

계곡의 풍광 역시 남다릅니다. 깎아지른 듯 양쪽 절벽 사이로 계곡 물이 흐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협곡입니다. 물길을 따라 바위가 깊이 파이고 폭포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연화굴연화굴

무장굴무장굴

주왕산 곳곳에는 동굴도 많습니다. 주왕의 딸, 연화 공주의 사연이 깃든 연화굴과 주왕이 최후를 마쳤다는 주왕굴, 주왕의 무기를 보관한 곳이라는 무장굴 등 전설이 담긴 굴이 흩어져 있습니다. 굴의 형상 역시 여느 산의 동굴과는 다릅니다. 특이한 경관 때문에 일찌감치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런 경관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단서는 주왕산의 대표적 경관 가운데 하나인 '급수대' 절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암벽 면이 마치 칼로 깎아 다듬은 듯, 반듯하게 각진 모양입니다. 돌기둥들이 당장에라도 떨어져 내릴 듯 수직으로 붙어있습니다. 바로 '주상절리'입니다. 주상절리는 암벽뿐만 아니라 동굴과 계곡 주변 바위에서도 보입니다.

연화굴 주상절리연화굴 주상절리

  

6천4백만 년 전, 이곳에서 대규모로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통상 화산이 폭발하면 화산재가 하늘로 솟구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대표적 경우입니다. 하지만 주왕산 화산 폭발은 달랐습니다. 위가 아니라 옆으로 화산재가 폭풍처럼 흘러내렸습니다. 로마 폼페이를 덮친 화산재와 같은 경우입니다.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경우와 달리 옆으로 흘러내린 화산재는 무척 뜨겁습니다. 온도가 800도에 이르기도 합니다. 잦은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반복적으로 쌓이면 엄청난 압력과 고온 때문에 서로 엉겨 붙습니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암석을 용결응회암이라고 부릅니다. 주왕산 일대는 최고 335m까지 화산재가 쌓여 응회암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두텁게 쌓인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이 때문에 주왕산의 독특한 경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박진수 청송군 지질학예사의 말입니다.

화산재로 형성된 응회암 단애화산재로 형성된 응회암 단애

뜨거웠던 용결응회암은 서서히 식기 시작합니다. 부피가 수축하면서 4~6각 형태로 갈라집니다. 갈라진 틈은 위에서 아래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수직 방향의 틈이 많아서 침식 과정도 독특합니다. 화강암처럼 완만하게 침식되지 않습니다. 틈을 따라 돌기둥이 떨어져 깎아내린 듯 침식됩니다. 병풍처럼 늘어선 주왕산 절벽과 암석 단애는 이렇게 형성됐습니다. 지금도 주왕산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석이 많습니다.

주왕산 가을 운해                ⓒ 문수복주왕산 가을 운해                ⓒ 문수복

용결응회암 위를 흐르는 물줄기도 독특한 침식 지형을 만듭니다. 암석 틈으로 스며든 물이 겨울에 얼면서 틈을 벌려놓습니다. 봄이면 녹았다가 겨울이면 다시 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틈이 점점 커지고 그 틈으로 암석이 통째로 떨어져 나갑니다. 오랜 세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바위 사이 깊은 협곡과 폭포 그리고 동굴이 만들어졌습니다.

  

용연폭포용연폭포

용연 폭포는 주왕산 폭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특이하게 폭포 옆 암벽에 3개의 굴이 파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맨 앞 동굴이 있던 자리에 폭포물이 떨어졌습니다. 그 힘으로 하식동굴이 파였던 거죠. 그러다 폭포 자리가 침식으로 깎이면서 상류 쪽으로 조금 후퇴했습니다. 그곳에서 두 번째 하식동굴을 만들었고 다시 세 번째 자리로 후퇴해 또 동굴을 만들었습니다. 세월따라 움직이는 폭포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겁니다.

  

주왕산은 이처럼 화산재로 형성된 바위 지형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지질학 교과서'입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됐습니다. 이제는 청송 꽃돌 등 청송군의 다른 지질명소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주왕산, 자연은 무엇이든 알수록 더욱 아름답고 소중해집니다.

주왕산 가을 운해                ⓒ 김영태주왕산 가을 운해                ⓒ 김영태


[연관기사] 꽃이 된 마그마 ‘꽃돌’…유네스코의 명소로

자료제공: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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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산재가 만든 절경…주왕산의 비밀
    • 입력 2017-04-15 09:02:48
    • 수정2017-04-15 17:23:53
    취재K
주왕산은 독특합니다. 멀리서 보이는 봉우리 형상부터 특이합니다. 마치 손가락이 땅을 뚫고 올라온 듯, 바위가 솟았습니다. 바위 색깔도 통상 보는 화강암과 달리 회색 잿빛입니다. 이런 봉우리와 절벽이 곳곳에 솟아있습니다.

주왕산 가을                 ⓒ 김건준
절벽과 바위봉우리가 마치 병풍처럼 늘어섰다고 해서 예부터 석병산(石屛山)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주왕산(周王山)이란 이름은 당나라 때 주왕이라고 칭했던 사람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전설로 생겨났습니다.

용추협곡
 
 
계곡의 풍광 역시 남다릅니다. 깎아지른 듯 양쪽 절벽 사이로 계곡 물이 흐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협곡입니다. 물길을 따라 바위가 깊이 파이고 폭포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연화굴
무장굴
주왕산 곳곳에는 동굴도 많습니다. 주왕의 딸, 연화 공주의 사연이 깃든 연화굴과 주왕이 최후를 마쳤다는 주왕굴, 주왕의 무기를 보관한 곳이라는 무장굴 등 전설이 담긴 굴이 흩어져 있습니다. 굴의 형상 역시 여느 산의 동굴과는 다릅니다. 특이한 경관 때문에 일찌감치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런 경관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단서는 주왕산의 대표적 경관 가운데 하나인 '급수대' 절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암벽 면이 마치 칼로 깎아 다듬은 듯, 반듯하게 각진 모양입니다. 돌기둥들이 당장에라도 떨어져 내릴 듯 수직으로 붙어있습니다. 바로 '주상절리'입니다. 주상절리는 암벽뿐만 아니라 동굴과 계곡 주변 바위에서도 보입니다.

연화굴 주상절리
 
6천4백만 년 전, 이곳에서 대규모로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통상 화산이 폭발하면 화산재가 하늘로 솟구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2010년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때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대표적 경우입니다. 하지만 주왕산 화산 폭발은 달랐습니다. 위가 아니라 옆으로 화산재가 폭풍처럼 흘러내렸습니다. 로마 폼페이를 덮친 화산재와 같은 경우입니다.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경우와 달리 옆으로 흘러내린 화산재는 무척 뜨겁습니다. 온도가 800도에 이르기도 합니다. 잦은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반복적으로 쌓이면 엄청난 압력과 고온 때문에 서로 엉겨 붙습니다. 그렇게 해서 형성된 암석을 용결응회암이라고 부릅니다. 주왕산 일대는 최고 335m까지 화산재가 쌓여 응회암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두텁게 쌓인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이 때문에 주왕산의 독특한 경관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박진수 청송군 지질학예사의 말입니다.

화산재로 형성된 응회암 단애
뜨거웠던 용결응회암은 서서히 식기 시작합니다. 부피가 수축하면서 4~6각 형태로 갈라집니다. 갈라진 틈은 위에서 아래까지 길게 이어집니다. 수직 방향의 틈이 많아서 침식 과정도 독특합니다. 화강암처럼 완만하게 침식되지 않습니다. 틈을 따라 돌기둥이 떨어져 깎아내린 듯 침식됩니다. 병풍처럼 늘어선 주왕산 절벽과 암석 단애는 이렇게 형성됐습니다. 지금도 주왕산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낙석이 많습니다.

주왕산 가을 운해                ⓒ 문수복
용결응회암 위를 흐르는 물줄기도 독특한 침식 지형을 만듭니다. 암석 틈으로 스며든 물이 겨울에 얼면서 틈을 벌려놓습니다. 봄이면 녹았다가 겨울이면 다시 업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틈이 점점 커지고 그 틈으로 암석이 통째로 떨어져 나갑니다. 오랜 세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바위 사이 깊은 협곡과 폭포 그리고 동굴이 만들어졌습니다.

 
용연폭포
용연 폭포는 주왕산 폭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특이하게 폭포 옆 암벽에 3개의 굴이 파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맨 앞 동굴이 있던 자리에 폭포물이 떨어졌습니다. 그 힘으로 하식동굴이 파였던 거죠. 그러다 폭포 자리가 침식으로 깎이면서 상류 쪽으로 조금 후퇴했습니다. 그곳에서 두 번째 하식동굴을 만들었고 다시 세 번째 자리로 후퇴해 또 동굴을 만들었습니다. 세월따라 움직이는 폭포의 흔적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겁니다.

 
주왕산은 이처럼 화산재로 형성된 바위 지형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지질학 교과서'입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등재됐습니다. 이제는 청송 꽃돌 등 청송군의 다른 지질명소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주왕산, 자연은 무엇이든 알수록 더욱 아름답고 소중해집니다.

주왕산 가을 운해                ⓒ 김영태

[연관기사] 꽃이 된 마그마 ‘꽃돌’…유네스코의 명소로

자료제공: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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