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해도 ‘재인증’…“믿고 맡길 수 있을까?”

입력 2017.04.28 (08:15) 수정 2017.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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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친절한 뉴습니다.

아이를 돌봐달라고 맡겼더니, 오히려 학대한 어린이집 얘기,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어린이집은 운영이 정지 되고, '우수 보육기관' 인증 받은 곳이었다면 그것도 취소 됩니다.

그런데 원장이나 교사만 바꾸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운영 계속하는 곳들, 꽤 됩니다.

먼저, 이 '평가인증제' 라는게 뭔지 좀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동네 지나가다 보면, 어린이집 입구에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어린이집' 이라고 해서, 이런 현판 붙어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보육의 질'을 평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인정했다는 표시입니다.

보육 환경에서부터 건강관리까지 이렇게 일일히 점수화 하는데요.

한국보육진흥원 이라는데서,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3년 동안 효력이 있습니다.

취지만 보면 굉장히 의미있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평가 인증 받은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단 겁니다.

화면 함께 보겠습니다.

행주로 훔쳐낸 음식을 식판에 털어서 아이에게 먹입니다.

머리를 때리고, 거칠게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또다른 어린이집인데요.

25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마흔 번 넘게 학대하는 장면이 CCTV에 잡혔습니다.

두 곳 모두 정부가 보육의 질을 공식 인정한, '평가인증 어린이집' 이었습니다.

<녹취> '아동학대' 피해 가족 : "평가인증 받은 이런 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저 자신도 너무 충격을 받아가지고..."

네, 이렇게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나면 정부는 일단 평가인증을 취소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린이집 운영을 못하게 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평가인증이 '행정 처분'이랑은 또 달라서, '운영 정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미인증 상태'로 운영하면 됩니다.

문제는 인증이 취소돼도 단기간에 재인증 받는 곳이 많다는 겁니다.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나서 지난해 2월, 평가 인증이 취소된 한 어린이집을 취재진이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평가 인증' 표시가 또 붙어있었습니다.

운영자는 그대론 데, 원장과 보육교사만 내보내고, 9개월 만에 재인증 받은 겁니다.

최근 3년동안 아동학대 문제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사립과 국공립 어린이집은 82곳이나 되는데, 재인증 받은 곳은 31개, 그러니까 열 곳 중에 네 곳 꼴입니다.

학부모들이 아동학대가 있었던 곳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를 보낼수 있는 곳, 이정도나 된단 겁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선 어떻게 이럴수 있을까 싶으실 겁니다.

인증제도가 느슨한 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아까 이 인증제도가 어린이집 운영을 하나 하나, 점수로 평가한다고 말씀드렸는데, 100점 만점에 75점만 넘으면 평가 인증을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동학대해서 감점 아무리 많이 받아봐야, 8점밖에 안된단 겁니다.

딴데서 만회해버리면 그만이란 거죠.

재인증 받기까지 자숙기간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는 것도 문젭니다.

이 인증 사업에 쏟아붇고 있는 세금이 매년 백억 원 이상 되는데요,

아이들 맏기고도 마음 든든한 곳 되려면, 이대론 안될 것 같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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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학대해도 ‘재인증’…“믿고 맡길 수 있을까?”
    • 입력 2017-04-28 08:19:39
    • 수정2017-04-28 09: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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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친절한 뉴습니다.

아이를 돌봐달라고 맡겼더니, 오히려 학대한 어린이집 얘기,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어린이집은 운영이 정지 되고, '우수 보육기관' 인증 받은 곳이었다면 그것도 취소 됩니다.

그런데 원장이나 교사만 바꾸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운영 계속하는 곳들, 꽤 됩니다.

먼저, 이 '평가인증제' 라는게 뭔지 좀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동네 지나가다 보면, 어린이집 입구에 '보건복지부 평가인증 어린이집' 이라고 해서, 이런 현판 붙어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보육의 질'을 평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인정했다는 표시입니다.

보육 환경에서부터 건강관리까지 이렇게 일일히 점수화 하는데요.

한국보육진흥원 이라는데서,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서 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인증을 받으면 3년 동안 효력이 있습니다.

취지만 보면 굉장히 의미있는 사업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평가 인증 받은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가 일어나고 있단 겁니다.

화면 함께 보겠습니다.

행주로 훔쳐낸 음식을 식판에 털어서 아이에게 먹입니다.

머리를 때리고, 거칠게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또다른 어린이집인데요.

25개월밖에 안 된 아이를 마흔 번 넘게 학대하는 장면이 CCTV에 잡혔습니다.

두 곳 모두 정부가 보육의 질을 공식 인정한, '평가인증 어린이집' 이었습니다.

<녹취> '아동학대' 피해 가족 : "평가인증 받은 이런 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저 자신도 너무 충격을 받아가지고..."

네, 이렇게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나면 정부는 일단 평가인증을 취소하게 됩니다.

그러면 어린이집 운영을 못하게 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평가인증이 '행정 처분'이랑은 또 달라서, '운영 정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면 '미인증 상태'로 운영하면 됩니다.

문제는 인증이 취소돼도 단기간에 재인증 받는 곳이 많다는 겁니다.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나서 지난해 2월, 평가 인증이 취소된 한 어린이집을 취재진이 찾아가봤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평가 인증' 표시가 또 붙어있었습니다.

운영자는 그대론 데, 원장과 보육교사만 내보내고, 9개월 만에 재인증 받은 겁니다.

최근 3년동안 아동학대 문제로 평가인증이 취소된 사립과 국공립 어린이집은 82곳이나 되는데, 재인증 받은 곳은 31개, 그러니까 열 곳 중에 네 곳 꼴입니다.

학부모들이 아동학대가 있었던 곳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를 보낼수 있는 곳, 이정도나 된단 겁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선 어떻게 이럴수 있을까 싶으실 겁니다.

인증제도가 느슨한 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아까 이 인증제도가 어린이집 운영을 하나 하나, 점수로 평가한다고 말씀드렸는데, 100점 만점에 75점만 넘으면 평가 인증을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동학대해서 감점 아무리 많이 받아봐야, 8점밖에 안된단 겁니다.

딴데서 만회해버리면 그만이란 거죠.

재인증 받기까지 자숙기간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별도의 유예기간이 없는 것도 문젭니다.

이 인증 사업에 쏟아붇고 있는 세금이 매년 백억 원 이상 되는데요,

아이들 맏기고도 마음 든든한 곳 되려면, 이대론 안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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