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위의 세상에도 저마다 계급이 존재하지만, 바닷속 해녀들의 계급은 더 철저하다.
속임수를 쓰거나 타협을 통해 바꿀 수는 없다. 해녀들은 물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알게 된다. 바다가 어느 깊이까지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지, 그래서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하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 '물숨'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한평생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이다. 감독을 맡은 고희영은 영화에 대해 "그녀(해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바닷속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 나와 인간의 슬픈 욕망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해녀의 삶
제주에는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우도의 해녀들이 온종일 숨을 참은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자식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었다.
하지만 해녀들은 안다.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것을. 영화 '물숨'은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으며 바다와 함께 울고 웃었던 해녀들의 삶을 그렸다.
'물숨'은 왜 해녀들의 금기어일까?
'해녀 사회'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이른바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녀들은 각각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 계급을 결정짓는 것은 '숨'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숨의 길이에 따라 바다의 깊이가 달라지고, 수확하는 해산물이 달라지고, 이는 곧 수입으로 이어진다.
상군의 경우, 수심 15~20m, 중군은 9~5m, 하군은 3m 깊이의 바다에서 작업한다. 상군은 위험도는 높지만 깊은 바다에서 전복, 계관초 등 고가의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다. 반면, 하군은 비교적 안전한 대신 탁한 바닷속에서 온종일 씨름해도 좋은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들의 '숨'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기에 중, 하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상군이 될 수 없다. 해녀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숨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 바다를 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남보다 빨리,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자신의 숨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한계를 잊게 하고 바다에 잡아두는 '욕심'이다. 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숨을 넘어서는 순간, '먹게 되는' 숨이 바로 '물숨'이다.
그래서 '물숨'은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상징이며, 해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선배들이 물질을 가르치면서 가장 먼저 주의를 주는 것도 바로 '물숨'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 '물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욕심내지 말아야 '나의 바다'를 찾을 수 있다는 해녀들의 '숨의 한 수'를 배우게 될 것이다.
각본,영상미, 음악 '삼박자'를 고루 갖추다
'물숨'은 바다 아래 갖가지 물고기와 산호초 등으로 화려한 천연색을 뽐내는 제주 앞바다의 신비로운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해녀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수많은 제작물이 있었지만 '물숨'이 보여준 영상미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녀들의 삶은 절반은 육지, 절반은 바닷속이다. 고희영 감독은 지상 촬영 위주의 피상적인 해녀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수중-지상을 50:50의 비율로 촬영해 바다와 뭍,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넘나들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는 해녀들의 삶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국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카이스트'를 탄생시킨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송지나의 각본을 통해 탁월하고 섬세한 필력을 인정받았다. 연출자의 주관적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물숨'은 송지나 작가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 객관적 시선이 더해져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또한 소치 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의 음악이 더해져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선율은 드넓은 바다의 깊이와 운명의 파고를 넘는 해녀들의 삶을 오롯이 반영하고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를 위해 작곡한 '물숨(Breathing Underwater)'과 자신의 기존 곡인 'Black Pearl' 'Circle Limits'까지 총 3곡이 영화 '물숨'에 울려퍼진다.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제주 해녀들의 삶을 그린 '물숨'은 5월 6일(토) 밤 12시 25분 KBS 1TV '독립영화관-전주국제영화제 기획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속임수를 쓰거나 타협을 통해 바꿀 수는 없다. 해녀들은 물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알게 된다. 바다가 어느 깊이까지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지, 그래서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하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 '물숨'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한평생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이다. 감독을 맡은 고희영은 영화에 대해 "그녀(해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바닷속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 나와 인간의 슬픈 욕망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해녀의 삶
제주에는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우도의 해녀들이 온종일 숨을 참은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자식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었다.
하지만 해녀들은 안다.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것을. 영화 '물숨'은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으며 바다와 함께 울고 웃었던 해녀들의 삶을 그렸다.
'물숨'은 왜 해녀들의 금기어일까?
'해녀 사회'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이른바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녀들은 각각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 계급을 결정짓는 것은 '숨'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숨의 길이에 따라 바다의 깊이가 달라지고, 수확하는 해산물이 달라지고, 이는 곧 수입으로 이어진다.
상군의 경우, 수심 15~20m, 중군은 9~5m, 하군은 3m 깊이의 바다에서 작업한다. 상군은 위험도는 높지만 깊은 바다에서 전복, 계관초 등 고가의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다. 반면, 하군은 비교적 안전한 대신 탁한 바닷속에서 온종일 씨름해도 좋은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들의 '숨'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기에 중, 하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상군이 될 수 없다. 해녀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숨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 바다를 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남보다 빨리,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자신의 숨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한계를 잊게 하고 바다에 잡아두는 '욕심'이다. 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숨을 넘어서는 순간, '먹게 되는' 숨이 바로 '물숨'이다.
그래서 '물숨'은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상징이며, 해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선배들이 물질을 가르치면서 가장 먼저 주의를 주는 것도 바로 '물숨'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 '물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욕심내지 말아야 '나의 바다'를 찾을 수 있다는 해녀들의 '숨의 한 수'를 배우게 될 것이다.
각본,영상미, 음악 '삼박자'를 고루 갖추다
'물숨'은 바다 아래 갖가지 물고기와 산호초 등으로 화려한 천연색을 뽐내는 제주 앞바다의 신비로운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해녀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수많은 제작물이 있었지만 '물숨'이 보여준 영상미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녀들의 삶은 절반은 육지, 절반은 바닷속이다. 고희영 감독은 지상 촬영 위주의 피상적인 해녀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수중-지상을 50:50의 비율로 촬영해 바다와 뭍,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넘나들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는 해녀들의 삶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국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카이스트'를 탄생시킨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송지나의 각본을 통해 탁월하고 섬세한 필력을 인정받았다. 연출자의 주관적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물숨'은 송지나 작가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 객관적 시선이 더해져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또한 소치 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의 음악이 더해져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선율은 드넓은 바다의 깊이와 운명의 파고를 넘는 해녀들의 삶을 오롯이 반영하고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를 위해 작곡한 '물숨(Breathing Underwater)'과 자신의 기존 곡인 'Black Pearl' 'Circle Limits'까지 총 3곡이 영화 '물숨'에 울려퍼진다.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제주 해녀들의 삶을 그린 '물숨'은 5월 6일(토) 밤 12시 25분 KBS 1TV '독립영화관-전주국제영화제 기획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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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상징 ‘물숨’, 왜 해녀들의 금기어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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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5-04 15:28:52
땅 위의 세상에도 저마다 계급이 존재하지만, 바닷속 해녀들의 계급은 더 철저하다.
속임수를 쓰거나 타협을 통해 바꿀 수는 없다. 해녀들은 물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알게 된다. 바다가 어느 깊이까지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지, 그래서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하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 '물숨'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한평생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이다. 감독을 맡은 고희영은 영화에 대해 "그녀(해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바닷속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 나와 인간의 슬픈 욕망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해녀의 삶
제주에는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우도의 해녀들이 온종일 숨을 참은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자식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었다.
하지만 해녀들은 안다.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것을. 영화 '물숨'은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으며 바다와 함께 울고 웃었던 해녀들의 삶을 그렸다.
'물숨'은 왜 해녀들의 금기어일까?
'해녀 사회'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이른바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녀들은 각각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 계급을 결정짓는 것은 '숨'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숨의 길이에 따라 바다의 깊이가 달라지고, 수확하는 해산물이 달라지고, 이는 곧 수입으로 이어진다.
상군의 경우, 수심 15~20m, 중군은 9~5m, 하군은 3m 깊이의 바다에서 작업한다. 상군은 위험도는 높지만 깊은 바다에서 전복, 계관초 등 고가의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다. 반면, 하군은 비교적 안전한 대신 탁한 바닷속에서 온종일 씨름해도 좋은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들의 '숨'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기에 중, 하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상군이 될 수 없다. 해녀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숨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 바다를 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남보다 빨리,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자신의 숨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한계를 잊게 하고 바다에 잡아두는 '욕심'이다. 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숨을 넘어서는 순간, '먹게 되는' 숨이 바로 '물숨'이다.
그래서 '물숨'은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상징이며, 해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선배들이 물질을 가르치면서 가장 먼저 주의를 주는 것도 바로 '물숨'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 '물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욕심내지 말아야 '나의 바다'를 찾을 수 있다는 해녀들의 '숨의 한 수'를 배우게 될 것이다.
각본,영상미, 음악 '삼박자'를 고루 갖추다
'물숨'은 바다 아래 갖가지 물고기와 산호초 등으로 화려한 천연색을 뽐내는 제주 앞바다의 신비로운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해녀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수많은 제작물이 있었지만 '물숨'이 보여준 영상미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녀들의 삶은 절반은 육지, 절반은 바닷속이다. 고희영 감독은 지상 촬영 위주의 피상적인 해녀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수중-지상을 50:50의 비율로 촬영해 바다와 뭍,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넘나들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는 해녀들의 삶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국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카이스트'를 탄생시킨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송지나의 각본을 통해 탁월하고 섬세한 필력을 인정받았다. 연출자의 주관적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물숨'은 송지나 작가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 객관적 시선이 더해져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또한 소치 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의 음악이 더해져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선율은 드넓은 바다의 깊이와 운명의 파고를 넘는 해녀들의 삶을 오롯이 반영하고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를 위해 작곡한 '물숨(Breathing Underwater)'과 자신의 기존 곡인 'Black Pearl' 'Circle Limits'까지 총 3곡이 영화 '물숨'에 울려퍼진다.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제주 해녀들의 삶을 그린 '물숨'은 5월 6일(토) 밤 12시 25분 KBS 1TV '독립영화관-전주국제영화제 기획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속임수를 쓰거나 타협을 통해 바꿀 수는 없다. 해녀들은 물질을 하면서 스스로를 알게 된다. 바다가 어느 깊이까지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지, 그래서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하게 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영화 '물숨'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한평생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6년 동안 취재한 기록이다. 감독을 맡은 고희영은 영화에 대해 "그녀(해녀)들의 은밀하고 외로운 바닷속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비로소 발견하게 된 나와 인간의 슬픈 욕망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몰랐던 제주 해녀의 삶
제주에는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우도의 해녀들이 온종일 숨을 참은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자식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었다.
하지만 해녀들은 안다.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것을. 영화 '물숨'은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으며 바다와 함께 울고 웃었던 해녀들의 삶을 그렸다.
'물숨'은 왜 해녀들의 금기어일까?
'해녀 사회'에 대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이른바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녀들은 각각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下軍)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 계급을 결정짓는 것은 '숨'이다. 물속에서 숨을 참는 숨의 길이에 따라 바다의 깊이가 달라지고, 수확하는 해산물이 달라지고, 이는 곧 수입으로 이어진다.
상군의 경우, 수심 15~20m, 중군은 9~5m, 하군은 3m 깊이의 바다에서 작업한다. 상군은 위험도는 높지만 깊은 바다에서 전복, 계관초 등 고가의 좋은 물건을 건질 수 있다. 반면, 하군은 비교적 안전한 대신 탁한 바닷속에서 온종일 씨름해도 좋은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들의 '숨'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기에 중, 하군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상군이 될 수 없다. 해녀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숨의 한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의 마지막에 이르기 전 바다를 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남보다 빨리,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자신의 숨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의 한계를 잊게 하고 바다에 잡아두는 '욕심'이다. 그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고 숨을 넘어서는 순간, '먹게 되는' 숨이 바로 '물숨'이다.
그래서 '물숨'은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상징이며, 해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선배들이 물질을 가르치면서 가장 먼저 주의를 주는 것도 바로 '물숨'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 '물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고 욕심내지 말아야 '나의 바다'를 찾을 수 있다는 해녀들의 '숨의 한 수'를 배우게 될 것이다.
각본,영상미, 음악 '삼박자'를 고루 갖추다
'물숨'은 바다 아래 갖가지 물고기와 산호초 등으로 화려한 천연색을 뽐내는 제주 앞바다의 신비로운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 치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해녀들의 삶과 일상을 담은 수많은 제작물이 있었지만 '물숨'이 보여준 영상미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녀들의 삶은 절반은 육지, 절반은 바닷속이다. 고희영 감독은 지상 촬영 위주의 피상적인 해녀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수중-지상을 50:50의 비율로 촬영해 바다와 뭍,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넘나들며 새로운 운명을 맞이하는 해녀들의 삶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국민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카이스트'를 탄생시킨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 송지나의 각본을 통해 탁월하고 섬세한 필력을 인정받았다. 연출자의 주관적 감정이 담길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물숨'은 송지나 작가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 객관적 시선이 더해져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그려질 수 있었다.
또한 소치 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양방언의 음악이 더해져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선율은 드넓은 바다의 깊이와 운명의 파고를 넘는 해녀들의 삶을 오롯이 반영하고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를 위해 작곡한 '물숨(Breathing Underwater)'과 자신의 기존 곡인 'Black Pearl' 'Circle Limits'까지 총 3곡이 영화 '물숨'에 울려퍼진다.
2016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제주 해녀들의 삶을 그린 '물숨'은 5월 6일(토) 밤 12시 25분 KBS 1TV '독립영화관-전주국제영화제 기획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로덕션2] 문경림 kbs.petit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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