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코스타리카

입력 2017.05.13 (21:52) 수정 2017.05.13 (22: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해 영국 신경제재단은 전 세계 140개국 가운데 가장 행복한 나라로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코스타리카를 꼽았습니다.

'행복지수 1위'인 코스타리카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게 바로 자녀들이 행복이라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 때도 미래의 주인인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있는데요

행복 국가의 비결,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풍요로운 해변'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 코스타리카.

카리브해와 태평양 등 영토의 11배가 넘는 넓이의 풍부한 해양자원.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운 숲을 활용한 생태관광을 주 수입원으로 발전시켜 한해 250만 명의 관광객을 맞고 있습니다.

수도 산호세에 있는 한 놀이공원.

주말이면 어린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로 붐빕니다.

신 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물벼락을 맞아 흠뻑 젖어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안드레스(12살)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부메랑이에요. 정말 재미있어요."

1981년 문을 연 이 놀이공원은 코스타리카 국민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민간법인이 운영하지만, 수익금 대부분을 국립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세르모네(산호세 시민) : "어린이병원은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도 갈 수 있고,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켜줍니다."

이 놀이공원이 지금까지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돈은 천8백만 달러, 2백억 원이 넘습니다.

어린이병원에 기부할 돈을 모으는 것은 놀이공원을 설립한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무뇨스(놀이공원 관리인) : "놀이공원을 만든 이유는 어린이병원에 기부할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시에 코스타리카 가정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 겁니다."

코스타리카 국립 어린이병원에는 연간 30만 명의 환자가 찾아옵니다.

한 해에 만 3천 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6천5백 건 정도 수술을 하지만 모든 비용이 무료입니다.

코스타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 누구라도 이 병원을 찾아오면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어서, 전체 환자 가운데 5%는 파나마와 니카라과 등 이웃 나라에서 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가르게다스(어린이병원 원장) : "건강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이 건강이 중요합니다. 어린이는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큰 자산이니까요."

코스타리카에서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선택에 관해서도 어린이들의 의견을 묻고 있습니다.

산호세 시내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은 4년마다 투표소로 바뀝니다.

이곳은 지난 2014년 코스타리카 대통령 선거 당시 어린이들을 위한 투표소가 만들어졌던 장소입니다.

코스타리카 대선에서는 어른들과 별개로 만 3살부터 12살 사이의 어린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어린이들은 각 후보의 공약 등 선거 홍보물을 보고, 자신이 투표할 후보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배웁니다.

<인터뷰> 디에고(2014년 당시 7살) : "내가 어떤 후보에 대해 투표하는 게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의 투표 결과는 공식 대선 집계에서는 제외되지만, 코스타리카 모든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보도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우마니아(어린이박물관 직원) : "지난 대선 때는 어린이 투표 결과가 어른들의 투표와 같았습니다. 모두 같은 후보를 뽑은 거죠."

코스타리카에서는 내년에 다시 대선이 열립니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내년 대선에 투표할 사람을 물어보니 26명 모두 손을 듭니다.

<인터뷰> 에프렌(초등학생) : "투표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서 참가할 거예요."

코스타리카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의무교육입니다.

이를 위해 전체 정부 예산의 8%를 교육 분야에 투자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바딜랴(과치뺄린 초등학교 교장) :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저희는 출발선을 찾습니다. 즐겁고 의미 있는 과목을 알려주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적성을 찾아주는 거죠."

코스타리카 정부가 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자할 수 있는 건 국방 예산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무기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골동품뿐입니다.

1949년 군대를 없앴기 때문인데요.

그 이후 코스타리카는 국방에 들어갈 예산을 교육과 의료 등에 사용해 왔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지난 2009년과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 세계 140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행복지수 1위 나라로 뽑혔습니다.

인구 480만 명, 1인당 국민소득 만 2천 달러로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속 가능한 행복을 실현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무뇨스(역사학자) : "군대를 폐지하고 나서 국가는 사회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구체적으로 건강과 삶의 질, 교육에 집중한 겁니다."

세 자녀를 둔 페르난데스 씨는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건 한국의 학부모와 비슷하지만,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인터뷰> 페르난데스(학부모) : "대학교 졸업장이나 높은 점수보다는 알고 배우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토의 25%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코스타리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 99%를 수력과 지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습니다.

'행복지수 1위'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이런 노력이 왜 중요한지 세대를 이어 배워가고 있습니다.

지금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입니다.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박영관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현장]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코스타리카
    • 입력 2017-05-13 22:28:05
    • 수정2017-05-13 22:38:27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지난해 영국 신경제재단은 전 세계 140개국 가운데 가장 행복한 나라로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코스타리카를 꼽았습니다.

'행복지수 1위'인 코스타리카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게 바로 자녀들이 행복이라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 때도 미래의 주인인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있는데요

행복 국가의 비결, 박영관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풍요로운 해변'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 코스타리카.

카리브해와 태평양 등 영토의 11배가 넘는 넓이의 풍부한 해양자원.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운 숲을 활용한 생태관광을 주 수입원으로 발전시켜 한해 250만 명의 관광객을 맞고 있습니다.

수도 산호세에 있는 한 놀이공원.

주말이면 어린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로 붐빕니다.

신 나게 놀이기구를 타고, 물벼락을 맞아 흠뻑 젖어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합니다.

<인터뷰> 안드레스(12살) :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는 부메랑이에요. 정말 재미있어요."

1981년 문을 연 이 놀이공원은 코스타리카 국민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민간법인이 운영하지만, 수익금 대부분을 국립 어린이병원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세르모네(산호세 시민) : "어린이병원은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도 갈 수 있고,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의 건강을 지켜줍니다."

이 놀이공원이 지금까지 어린이병원에 기부한 돈은 천8백만 달러, 2백억 원이 넘습니다.

어린이병원에 기부할 돈을 모으는 것은 놀이공원을 설립한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습니다.

<인터뷰> 무뇨스(놀이공원 관리인) : "놀이공원을 만든 이유는 어린이병원에 기부할 돈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동시에 코스타리카 가정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 겁니다."

코스타리카 국립 어린이병원에는 연간 30만 명의 환자가 찾아옵니다.

한 해에 만 3천 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6천5백 건 정도 수술을 하지만 모든 비용이 무료입니다.

코스타리카뿐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 누구라도 이 병원을 찾아오면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어서, 전체 환자 가운데 5%는 파나마와 니카라과 등 이웃 나라에서 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가르게다스(어린이병원 원장) : "건강은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이 건강이 중요합니다. 어린이는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큰 자산이니까요."

코스타리카에서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선택에 관해서도 어린이들의 의견을 묻고 있습니다.

산호세 시내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은 4년마다 투표소로 바뀝니다.

이곳은 지난 2014년 코스타리카 대통령 선거 당시 어린이들을 위한 투표소가 만들어졌던 장소입니다.

코스타리카 대선에서는 어른들과 별개로 만 3살부터 12살 사이의 어린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어린이들은 각 후보의 공약 등 선거 홍보물을 보고, 자신이 투표할 후보를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배웁니다.

<인터뷰> 디에고(2014년 당시 7살) : "내가 어떤 후보에 대해 투표하는 게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의 투표 결과는 공식 대선 집계에서는 제외되지만, 코스타리카 모든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보도한다고 합니다.

<인터뷰> 우마니아(어린이박물관 직원) : "지난 대선 때는 어린이 투표 결과가 어른들의 투표와 같았습니다. 모두 같은 후보를 뽑은 거죠."

코스타리카에서는 내년에 다시 대선이 열립니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내년 대선에 투표할 사람을 물어보니 26명 모두 손을 듭니다.

<인터뷰> 에프렌(초등학생) : "투표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고 싶고 경험하고 싶어서 참가할 거예요."

코스타리카에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의무교육입니다.

이를 위해 전체 정부 예산의 8%를 교육 분야에 투자하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바딜랴(과치뺄린 초등학교 교장) :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저희는 출발선을 찾습니다. 즐겁고 의미 있는 과목을 알려주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적성을 찾아주는 거죠."

코스타리카 정부가 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자할 수 있는 건 국방 예산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코스타리카에 있는 무기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골동품뿐입니다.

1949년 군대를 없앴기 때문인데요.

그 이후 코스타리카는 국방에 들어갈 예산을 교육과 의료 등에 사용해 왔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지난 2009년과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 세계 140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행복지수 1위 나라로 뽑혔습니다.

인구 480만 명, 1인당 국민소득 만 2천 달러로 국민소득은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속 가능한 행복을 실현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무뇨스(역사학자) : "군대를 폐지하고 나서 국가는 사회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구체적으로 건강과 삶의 질, 교육에 집중한 겁니다."

세 자녀를 둔 페르난데스 씨는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건 한국의 학부모와 비슷하지만, 공부를 강조하는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인터뷰> 페르난데스(학부모) : "대학교 졸업장이나 높은 점수보다는 알고 배우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국토의 25%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코스타리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 99%를 수력과 지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고 있습니다.

'행복지수 1위' 코스타리카 국민들은 이런 노력이 왜 중요한지 세대를 이어 배워가고 있습니다.

지금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할 수 있는 나라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입니다.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박영관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