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렌터카로 ‘쾅’…보험 사기단 적발

입력 2017.06.15 (08:35) 수정 2017.06.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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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운전할 때 앞차가 차선을 변경하려고 방향 지시등을 켜면 속도를 줄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 영상 속 차량,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보험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렌터카를 끌고 다니며 이렇게 고의 사고로 내고 보험금을 챙겨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렌터카를 빌려주고, 지인들을 보험 사기에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합의금을 요구하며 뜯어낸 돈이 1년 동안 8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교묘한 자동차 보험 사기의 백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도로.

한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하려고 뒤따르던 차량을 살핍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직진 차선으로 변경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있었어요. 백미러로 보니까 차가 좀 멀리 있더라고요. 뒤차가. 살짝 보고 차선 변경을 했거든요."

그 순간 뒤따르던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왔습니다.

결국 부딪친 두 차량.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제가 운전을 거의 한 18년, 17년을 했는데 그 정도 거리에서 그렇게 차가 확 와서 부딪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도저히 사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차에서 내려 사고 수습부터 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내리자마자 괜찮으시냐고 먼저 물어보더라고요. 정중하게. 그 사람이 저한테 “제가 뭘 줍다가 앞을 못 봐서 부딪쳤다. 죄송하다.”"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며 상대편 운전자는 먼저 사과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과 경찰이 오자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저한테 처음에 정중하게 했던 사람이 “저 사람 술 먹은 것 아니냐, 음주 측정해봐라.”"

갑자기 사고가 모두 앞 차량의 잘못 때문이라고 몰아갔습니다.

억울했지만 끼어들기를 먼저 한 책임이 있다는 보험사 직원의 말에 손 씨는 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고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량 수리비만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상대 운전자) 보험사 직원이 오더니 “이쪽 다 눕는다는데.” 딱 이러는 거예요. “대인(인명 피해 보상)까지 다 한다는데.” 갑자기. 저희 쪽 보험사 직원도 그냥 이렇게 쫙 긁혔는데 뭐 이런 것으로 대인을 하냐고……."

상대편 차에 타 있던 동승자들까지 나와 사고 때문에 다쳤다며 손 씨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얌전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차 뒷좌석에서 나와서 '야, 야, 야, 걱정 마. 걱정 마. 형이 다 받아줄게. 너희 최대한 (합의금) 많이 받아줄 테니까 너희는 이제 형만 믿고 있으면 돼' 딱 이러면서……."

결국 상대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4명이 모두 병원에 입원합니다.

보험사에서 합의금으로 4백만 원을 받고서야 퇴원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보험사에 전화해서 “이거 보험사기 아니에요?” 이랬더니 자기도 의심은 드는데 이것으로는 도저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대요."

1년 뒤, 합의금을 받아갔던 운전자와 동승자들은 경찰에 붙잡힙니다.

모두 20대 초반.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보험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달용(팀장/서울 금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진로를 변경해서 들어오는 차가 있으면 속력을 더 내서 그 차를 충돌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고의 사고를 낸 겁니다."

주범인 23살 박 모 씨는 렌터카 회사에서 일하며 아르바이트생과 친구들을 보험 사기에 끌어들였습니다.

올해 스무살인 A모 씨도,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다가 박 씨를 만났습니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박 씨가 이상한 제안을 해옵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일하고 한 중반, 한 15일~ 20일 정도 됐을 때 그 형이 와서 자기 차 좀 계속 사고 내달라고 자주 말했어요. 안 친한데. 차 수리 좀 하게 사고 내달라고……."

보험 사기라는 걸 알아 챈 A씨가 거절을 했지만, 박 씨는 집요하게 괴롭히며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합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보험 사기니까 저도 하기 싫다고 계속 했는데 그 형이 일주일동안 계속 저한테 욕하면서 계속해달라고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사고 안 내면 너 때릴 거라고 하길래 솔직히 무섭잖아요."

결국 얼마 뒤, A씨는 박 씨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그 형 차 옆에 주차하는 척하면서 앞이랑 문짝에 부딪쳤거든요. 한 번은 사고 차량 안에 탑승했다고 거짓말하고 보험금 타라고 계속 그 말을 해서……."

막상 A 씨 앞으로 나온 보험금은 박 씨가 모두 중간에서 가로챘습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보험금을 제가 받은 게 아니고 그 형이 가져갔어요. 그 형 계좌로. 제 명의로 나오는 건데도 그 형이 계좌번호 적고 돈 다 낚아 채갔어요."

이런 식으로 박 씨가 보험 사기에 끌어들인 공범들만 32명.

박 씨는 서울과 부산에 영업소를 둔 렌터카 업체 영업소장으로 일했습니다.

갓 면허증을 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청년들에게 렌터카를 공짜로 빌려줄테니 고의로 사고를 내라고 은밀한 제안을 해왔습니다.

약 1년 동안 19차례 고의 사고를 내고 챙긴 보험금만 8천 5백만 원.

대부분 주범인 박 씨가 챙겼습니다.

<인터뷰> 송재호(경위/서울 금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예를 들어 백만 원이 나온다고 그러면 거기서 이제 박 모 씨가 면책금(렌터카 수리비용) 명목으로 80%를 가져가는 거죠."

보험금이 많이 나오는 수입차를 중고로 구매해 보험 사기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한 야외 주차장으로 검은색 수입차가 들어오더니, 전조등을 두세 번 깜빡입니다.

잠시 뒤, 주차장으로 흰색 차량 한 대가 들어와 주차를 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접촉 사고를 냅니다.

이 장면도 박 씨 등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꾸민 사고였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서 실제 사고처럼 보이기 위해 치밀한 연출을 했습니다.

<인터뷰> 박달용(팀장/서울 금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부딪친 차량이 전적으로 과실이 100%니까 부딪친 사람의 차량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는 겁니다."

경찰은 박 씨 등 보험 사기에 가담한 33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추가 피해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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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렌터카로 ‘쾅’…보험 사기단 적발
    • 입력 2017-06-15 08:37:54
    • 수정2017-06-15 09: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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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운전할 때 앞차가 차선을 변경하려고 방향 지시등을 켜면 속도를 줄이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 영상 속 차량,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보험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렌터카를 끌고 다니며 이렇게 고의 사고로 내고 보험금을 챙겨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렌터카를 빌려주고, 지인들을 보험 사기에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합의금을 요구하며 뜯어낸 돈이 1년 동안 8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교묘한 자동차 보험 사기의 백태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도로.

한 운전자가 차선 변경을 하려고 뒤따르던 차량을 살핍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직진 차선으로 변경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켜고 있었어요. 백미러로 보니까 차가 좀 멀리 있더라고요. 뒤차가. 살짝 보고 차선 변경을 했거든요."

그 순간 뒤따르던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달려왔습니다.

결국 부딪친 두 차량.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제가 운전을 거의 한 18년, 17년을 했는데 그 정도 거리에서 그렇게 차가 확 와서 부딪치는 건 처음이었거든요."

도저히 사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차에서 내려 사고 수습부터 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내리자마자 괜찮으시냐고 먼저 물어보더라고요. 정중하게. 그 사람이 저한테 “제가 뭘 줍다가 앞을 못 봐서 부딪쳤다. 죄송하다.”"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며 상대편 운전자는 먼저 사과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과 경찰이 오자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저한테 처음에 정중하게 했던 사람이 “저 사람 술 먹은 것 아니냐, 음주 측정해봐라.”"

갑자기 사고가 모두 앞 차량의 잘못 때문이라고 몰아갔습니다.

억울했지만 끼어들기를 먼저 한 책임이 있다는 보험사 직원의 말에 손 씨는 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고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량 수리비만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상대 운전자) 보험사 직원이 오더니 “이쪽 다 눕는다는데.” 딱 이러는 거예요. “대인(인명 피해 보상)까지 다 한다는데.” 갑자기. 저희 쪽 보험사 직원도 그냥 이렇게 쫙 긁혔는데 뭐 이런 것으로 대인을 하냐고……."

상대편 차에 타 있던 동승자들까지 나와 사고 때문에 다쳤다며 손 씨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얌전히 있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더니 차 뒷좌석에서 나와서 '야, 야, 야, 걱정 마. 걱정 마. 형이 다 받아줄게. 너희 최대한 (합의금) 많이 받아줄 테니까 너희는 이제 형만 믿고 있으면 돼' 딱 이러면서……."

결국 상대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4명이 모두 병원에 입원합니다.

보험사에서 합의금으로 4백만 원을 받고서야 퇴원했습니다.

<인터뷰> 손 모 씨(피해자) : "보험사에 전화해서 “이거 보험사기 아니에요?” 이랬더니 자기도 의심은 드는데 이것으로는 도저히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대요."

1년 뒤, 합의금을 받아갔던 운전자와 동승자들은 경찰에 붙잡힙니다.

모두 20대 초반.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보험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달용(팀장/서울 금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진로를 변경해서 들어오는 차가 있으면 속력을 더 내서 그 차를 충돌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고의 사고를 낸 겁니다."

주범인 23살 박 모 씨는 렌터카 회사에서 일하며 아르바이트생과 친구들을 보험 사기에 끌어들였습니다.

올해 스무살인 A모 씨도, 렌터카 업체에서 일하다가 박 씨를 만났습니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박 씨가 이상한 제안을 해옵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일하고 한 중반, 한 15일~ 20일 정도 됐을 때 그 형이 와서 자기 차 좀 계속 사고 내달라고 자주 말했어요. 안 친한데. 차 수리 좀 하게 사고 내달라고……."

보험 사기라는 걸 알아 챈 A씨가 거절을 했지만, 박 씨는 집요하게 괴롭히며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합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보험 사기니까 저도 하기 싫다고 계속 했는데 그 형이 일주일동안 계속 저한테 욕하면서 계속해달라고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사고 안 내면 너 때릴 거라고 하길래 솔직히 무섭잖아요."

결국 얼마 뒤, A씨는 박 씨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그 형 차 옆에 주차하는 척하면서 앞이랑 문짝에 부딪쳤거든요. 한 번은 사고 차량 안에 탑승했다고 거짓말하고 보험금 타라고 계속 그 말을 해서……."

막상 A 씨 앞으로 나온 보험금은 박 씨가 모두 중간에서 가로챘습니다.

<녹취> A 씨(전 렌터카 업체 직원/음성변조) : "보험금을 제가 받은 게 아니고 그 형이 가져갔어요. 그 형 계좌로. 제 명의로 나오는 건데도 그 형이 계좌번호 적고 돈 다 낚아 채갔어요."

이런 식으로 박 씨가 보험 사기에 끌어들인 공범들만 32명.

박 씨는 서울과 부산에 영업소를 둔 렌터카 업체 영업소장으로 일했습니다.

갓 면허증을 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청년들에게 렌터카를 공짜로 빌려줄테니 고의로 사고를 내라고 은밀한 제안을 해왔습니다.

약 1년 동안 19차례 고의 사고를 내고 챙긴 보험금만 8천 5백만 원.

대부분 주범인 박 씨가 챙겼습니다.

<인터뷰> 송재호(경위/서울 금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예를 들어 백만 원이 나온다고 그러면 거기서 이제 박 모 씨가 면책금(렌터카 수리비용) 명목으로 80%를 가져가는 거죠."

보험금이 많이 나오는 수입차를 중고로 구매해 보험 사기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한 야외 주차장으로 검은색 수입차가 들어오더니, 전조등을 두세 번 깜빡입니다.

잠시 뒤, 주차장으로 흰색 차량 한 대가 들어와 주차를 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접촉 사고를 냅니다.

이 장면도 박 씨 등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꾸민 사고였습니다.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에서 실제 사고처럼 보이기 위해 치밀한 연출을 했습니다.

<인터뷰> 박달용(팀장/서울 금천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부딪친 차량이 전적으로 과실이 100%니까 부딪친 사람의 차량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받는 겁니다."

경찰은 박 씨 등 보험 사기에 가담한 33명을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추가 피해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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