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 대학생 희생…런던 화재 ‘애타는 사연들’

입력 2017.06.16 (21:30) 수정 2017.06.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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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참사의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3년 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어렵게 영국으로 건너온 20대의 난민 대학생이었습니다.

희생자들은 숨을 거두기 직전, 가족들과 마지막 통화를 하기도 해서 안타까운 사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런던 김덕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를 피해 3년 전 영국에 온 난민 대학생 모하메드입니다.

토목 공학을 공부하며 언젠가는 시리아로 돌아가 안전한 고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 왔습니다.

비극의 수요일 새벽, 모하메드는 14층에서 불길을 뚫고 동생과 탈출을 시도하다 헤어졌습니다.

결국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모하메드의 꿈도 함께 사그러졌습니다.

<인터뷰> 하쉠(모하메드(사망자) 동생) : "(형이) 왜 나를 두고 갔냐고 물었어요. 난 그러지 않았어요. 난 형과 같이 나온 줄 알았어요."

17층에 살던 화목했던 일가족은 모두 세상을 등져야 했습니다.

다음달 결혼식을 앞둔 막내 후즈나는 엄습한 죽음의 공포를 이겨보려고 사촌에게 전화한 게 세상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인터뷰> 후즈나(사망자) 사촌 : "구조대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는데 후즈나가 말을 멈춘 뒤에는 전화기 너머로 타는 소리만 들렸어요."

사망자들의 신원이 확인될 때마다 설마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말그대로 타들어갑니다.

살슨씨 역시 엄마와 여동생 가족의 생사 확인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부상자 병원을 전전하고 있지만 그 때마다 헛걸음이었습니다.

<인터뷰> 살슨(실종자 가족) : "큰오빠도, 둘째 오빠도, 우리 모두 매일 병원에 가지만 여전히 소직은 없어요."

화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주민센터 벽에는 실종자들의 사진과 사연이 이처럼 빼곡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깊은 슬픔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KBS 뉴스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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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리아 난민 대학생 희생…런던 화재 ‘애타는 사연들’
    • 입력 2017-06-16 21:33:07
    • 수정2017-06-17 10: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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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참사의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3년 전 시리아 내전을 피해 어렵게 영국으로 건너온 20대의 난민 대학생이었습니다. 희생자들은 숨을 거두기 직전, 가족들과 마지막 통화를 하기도 해서 안타까운 사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런던 김덕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를 피해 3년 전 영국에 온 난민 대학생 모하메드입니다. 토목 공학을 공부하며 언젠가는 시리아로 돌아가 안전한 고국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 왔습니다. 비극의 수요일 새벽, 모하메드는 14층에서 불길을 뚫고 동생과 탈출을 시도하다 헤어졌습니다. 결국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모하메드의 꿈도 함께 사그러졌습니다. <인터뷰> 하쉠(모하메드(사망자) 동생) : "(형이) 왜 나를 두고 갔냐고 물었어요. 난 그러지 않았어요. 난 형과 같이 나온 줄 알았어요." 17층에 살던 화목했던 일가족은 모두 세상을 등져야 했습니다. 다음달 결혼식을 앞둔 막내 후즈나는 엄습한 죽음의 공포를 이겨보려고 사촌에게 전화한 게 세상과의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인터뷰> 후즈나(사망자) 사촌 : "구조대에게 전화하라고 말했는데 후즈나가 말을 멈춘 뒤에는 전화기 너머로 타는 소리만 들렸어요." 사망자들의 신원이 확인될 때마다 설마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말그대로 타들어갑니다. 살슨씨 역시 엄마와 여동생 가족의 생사 확인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부상자 병원을 전전하고 있지만 그 때마다 헛걸음이었습니다. <인터뷰> 살슨(실종자 가족) : "큰오빠도, 둘째 오빠도, 우리 모두 매일 병원에 가지만 여전히 소직은 없어요." 화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주민센터 벽에는 실종자들의 사진과 사연이 이처럼 빼곡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은 깊은 슬픔에 젖어들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KBS 뉴스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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