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사랑 실천 ‘도티병원’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17.06.27 (07:41) 수정 2017.06.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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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년 넘게 고아와 노숙자 등 오갈 데 없는 환자들을 무료로 보살펴온 한 자선병원이 있습니다.

거쳐 간 환자만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 병원이 이제 소명을 다 했다며 이번 주 문을 닫습니다.

미국인 후원자의 이름을 딴 '도티 병원'이 이룬 아름다운 퇴장을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병원 대기실 양옆으로 환자들이 긴 줄을 이룹니다.

이번 주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저마다 마지막 진료를 위해 찾아온 환자들입니다.

<녹취> 이영숙(서울시 구로구) : "선생님들 이제 못 만나고 진료도 못 보고 하니까 너무 아쉽죠."

<녹취> 김쌍순(서울시 서대문구) : "'섭섭해요' 그랬더니, 나더러 원장님이 이승에서는 못 보니까 저승에서 봐 그러시더라고…."

어느새 여든을 넘긴 백발의 노 의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지막 주사를 놓습니다.

<녹취> "소독 잘하는 게 중요하지…."

35년 전 한 미국인의 후원으로 마리아수녀회가 세운 도티병원.

'가난한 이들을 최고로 대우한다'는 신념으로 돈 한 푼 받지 않고 환자들을 보살펴 왔습니다.

오갈 데 없는 고아와 행려병자, 이주 노동자 등 3백만 명의 환자들이 거쳐 갔고, 이곳에서 태어난 신생아만 8천4백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창효(70살/소아과 과장) : "(제가) 서른 몇 살 때 왔으니까 지금 칠십이니까... 출생한 애들이 여기서 30대 됐을 테니까..."

병원이 결국 문을 닫기로 한 건 한국의 의료 환경이 나아져 이젠 나름의 소명을 다 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인터뷰> 권글라라(마리아수녀회 수녀) : "우리가 죽을 때까지 다해도 못 다하는 게 사랑 실천이에요. (가난한 이들이) 정말 좋은 대우를 받아가면서 진료를 해 주시는 이런 곳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랑과 봉사의 일념으로 35년의 기적을 일궈낸 마리아수녀회.

앞으론 한국보다 더 어려운 해외 빈곤 어린이의 교육사업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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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년 사랑 실천 ‘도티병원’ 아름다운 퇴장
    • 입력 2017-06-27 07:43:22
    • 수정2017-06-27 07: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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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30년 넘게 고아와 노숙자 등 오갈 데 없는 환자들을 무료로 보살펴온 한 자선병원이 있습니다.

거쳐 간 환자만 30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 병원이 이제 소명을 다 했다며 이번 주 문을 닫습니다.

미국인 후원자의 이름을 딴 '도티 병원'이 이룬 아름다운 퇴장을 박광식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병원 대기실 양옆으로 환자들이 긴 줄을 이룹니다.

이번 주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저마다 마지막 진료를 위해 찾아온 환자들입니다.

<녹취> 이영숙(서울시 구로구) : "선생님들 이제 못 만나고 진료도 못 보고 하니까 너무 아쉽죠."

<녹취> 김쌍순(서울시 서대문구) : "'섭섭해요' 그랬더니, 나더러 원장님이 이승에서는 못 보니까 저승에서 봐 그러시더라고…."

어느새 여든을 넘긴 백발의 노 의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지막 주사를 놓습니다.

<녹취> "소독 잘하는 게 중요하지…."

35년 전 한 미국인의 후원으로 마리아수녀회가 세운 도티병원.

'가난한 이들을 최고로 대우한다'는 신념으로 돈 한 푼 받지 않고 환자들을 보살펴 왔습니다.

오갈 데 없는 고아와 행려병자, 이주 노동자 등 3백만 명의 환자들이 거쳐 갔고, 이곳에서 태어난 신생아만 8천4백 명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창효(70살/소아과 과장) : "(제가) 서른 몇 살 때 왔으니까 지금 칠십이니까... 출생한 애들이 여기서 30대 됐을 테니까..."

병원이 결국 문을 닫기로 한 건 한국의 의료 환경이 나아져 이젠 나름의 소명을 다 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인터뷰> 권글라라(마리아수녀회 수녀) : "우리가 죽을 때까지 다해도 못 다하는 게 사랑 실천이에요. (가난한 이들이) 정말 좋은 대우를 받아가면서 진료를 해 주시는 이런 곳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사랑과 봉사의 일념으로 35년의 기적을 일궈낸 마리아수녀회.

앞으론 한국보다 더 어려운 해외 빈곤 어린이의 교육사업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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