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인사청문회

입력 2017.07.02 (22:30) 수정 2017.07.0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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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총리 후보자부터 대한민국의 첫 인사 청문회가 시작됐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2000년 6월 26일) : "여야간 정파적 입장을 앞세운 감싸기와 정치공세적 질문이 이같은 의미를 퇴색시켰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270여 차례 이뤄진 인사청문회.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야 대치는 여전하고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녹취>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 : "정말 안타깝고 참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닌가..."

<녹취> 우원식(민주당 원내대표) : "그 태도는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입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5대 인사 원칙입니다.

<녹취>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지난 3월) : "'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뭐 한두개씩은 갖고 있어야 마치 장관 자격 있는 것처럼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바꿔야 합니다."

5대 비리 배제?

이 '5대 비리 배제' 공약이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송기석(국민의당 의원) : "적어도 연구, 박사 논문 과정에서 부적절했다는 겁니다. 이거에 대해서 나는 아무 입장 표시 못 한다. 이거 어느 국민이 이해를 하겠습니까?"

<녹취> 김상곤(교육부총리 후보자) : "92년에 논문을 쓸 당시에 관행이었고요. (심사교수들이) 아주 엄격하게 하면서 지도하고 심사를 하셨는데..."

<녹취> 강경화 (외교부장관/청문회 당시) : "세금을 낼 부분을 안 낸 것이 있다하는 것을 저희가 발견해서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냈습니다."

<녹취> 윤영석(자유한국당 의원) : "그러니까 체크 리스트 문항 답변할 때 '세금 탈루' 부분이 없다고 제출한 거죠? (예, 그랬습니다.)

야당은 '5대 비리 배제' 공약을 어기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녹취> 정우택(자유한국당 원내대표/지난달 23일) :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5대 비리 원천배제 대선공약을 위반하고 부적격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는데 진솔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오늘까지 진행된 인사청문회 16건을 보면, 거의 모든 논란은 도덕성 검증에서 터져나왔습니다.

이낙연, 김상조, 강경화 등 5명의 후보가 위장 전입에 연루됐고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의혹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조대엽, 송영무 후보자 등 3명은 음주운전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 허위 혼인신고 등으로 낙마했습니다.

잇단 자질 논란 속에 김상조, 강경화 두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문에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전력자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한 것과 관련해 이중잣대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과거 이철성 경찰청장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미국 같으면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일(전 새누리당 의원) : "청와대가 검증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에 지금 많은 문제점들이 국회에 와서 드러나고, 국회에서 야당은 공세를 취하고 여당은 방패막이 역할을 하다 보니까 이게 정쟁으로 비쳐버리는…."

청와대와 여당은 일부 기준은 현실에 맞게 완화하자고 맞섰습니다.

<녹취> 김진표(국정기획자문위원장/지난달 11일) : "총리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꽤 괜찮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우리 사회에서 매도되는 그런 현상을 많이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9년 만에 여야가 바뀐 가운데 열리고 있는 인사청문회.

야당 의원은 후보자의 흠을 찾아 맹공격하고 여당 의원은 후보자 감싸기에 안간힘입니다.

<녹취> 김학용(자유한국당 의원) : "(단속 경찰의) 선배가 해군본부에 근무한다고 하니까 송영무 후보자께서 수소문을 해서 새벽 5시에 전화를 해 가지고 '제발 나와서 나 좀 도와달라'(라고 말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녹취> 우상호(민주당 의원) : "유일하게 (북한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지휘관 장군을 국방장관에 적임자가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모멸감을 느낍니다."

특히 청문회 단골메뉴인 '위장 전입'에 대해선 여야 처지가 바뀌면서 입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유일호,유기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당시 야당 민주당은 위장전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반면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문제없다고 감쌌습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검증 기준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파일 K>는 이틀 동안 진행된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오간 질의·응답 6백 54쌍의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질문 중 209건, 30% 정도가 도덕성 관련 질문이었습니다.

위장전입과 자녀의 병역면제, 부인 그림 대작 의혹 등에 대해 묻고 또 묻는 질의가 계속 반복됐습니다.

<인터뷰> 김형주(전 민주당 의원) : "야당이 이 후보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면 거기에는 의원 회의라든지 보좌관 회의를 통해서 이런 질문은 당신이 맡고 그렇게 질의 순서를 잡고 역할 분담을 할 수가 있고 그렇죠."

도덕성 검증 질문만 따로 추려서 보면, 야당은 42%였지만 여당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일(전 새누리당 의원) :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좀 청문회 때 이야기를 해주라, 그러면 (여당 의원은) 장관 후보자가 어떤 문제가 있는데도 해명하는 유도성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죠. 지금도 제가 지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만나보면 이분들에 대해서 참 곤혹스럽다고 사석에서 이야기합니다."

<녹취> 황영철(바른정당 의원) : "논문표절 문제 있습니까 없습니까? "

<녹취> 김부겸(행정자치부 장관(청문회 당시) : "네. 의혹을 제기를 받았습니다."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공언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녹취> 김형주(전 민주당 의원) : "역량을 논하기 전에 도덕성에서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실제로 보면 이제 역량 평가를 할 시간도 없고.."

이 와중에 의원 출신 후보자들은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습니다.

전관예우 아니냐는 시선 속에 전·현직 의원의 '청문회 불패 신화’는 계속 이어지게 됐습니다.

<녹취> 라인스 프리버스(백악관 비서실장) : "주변 고위 관료를 대신해 대통령을 보필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녹취> 베시 디보스(미국 교육부장관) : "대통령 각하, 이 나라의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특권입니다."

장관과 비서실장, 부통령까지 대통령 칭송에 입을 모아 미국 언론의 조롱과 혹평을 받았던 이 자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회의, 우리로 치면 국무회의 석상입니다.

주목할 사실은 첫 각료회의가 대통령 취임 143일이 지난 지난달 13일에야 열렸다는 점입니다.

새 대통령의 내각을, 그것도 여대야소인 의회가 5달이 다 돼서야 인준해줬기 때문입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 자리는 내각 전체와 대통령이 처음으로 갖는 각료회의입니다. 인준 과정이 기록적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내각 후보자들이) 미국 최고의 인재였는데도 의회 최종 인준은 연기, 연기, 또 연기됐습니다."

미국의 인사 검증은 우리와 판이합니다.

우선, 도덕성 검증은 행정부가 사실상 끝냅니다.

백악관 법률고문실 감독 아래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윤리청(OGE) 등이 후보자 개인과 가족, 직업과 교육적 배경, 세금 납부, 경범죄 위반 등 233개의 항목을 사전 검증합니다.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립니다.

<인터뷰> 김창준(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FBI에 그런 것만 조사해 주는 데가 있어요. 거기서 자세하게 형사법에 어긋난 거 있는지, 그다음에 국세청에서 세금을 냈다던가 뭘 속였다던가 이런 모든 걸 자세하게 뒷조사를 해서 안 되는 사람은 빼고, 이런데도 불구하고 또 (후보자를) 서너 사람을 갖고 있습니다."

도덕성에 대한 고강도 검증 결과는 의회에 모두 제공됩니다.

검증을 통과한 인사만 후보자로 지명되기 때문에 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철저히 정책 검증 위주입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 교수) : "미국 같은 경우는 (국회 부결이)2%밖에 안 돼요. 그 얘기가 뭘까요. 상원의 청문 검증을 받는 분들은 사실상 인사적인 도덕성 이런 문제는 없는 분만 (청문회로) 가고, 이분이 그 자리에 가게 되면 어떠한 정책을 펼 테니 그것이 우리 산업계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 거다.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국내 정치권이 생각하는 해법도 미국 제도와 취지가 유사합니다.

도덕성과 정책 검증을 분리해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 역량을 따지는 데 집중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 교수) : "고위 공직자의 윤리 전반에 관계되는 것을 검증하는 기간이 있어야 되고, 그다음에 청문회에서는 역량과 자질 위주로 정책 위주로 판단하고, 이 결과가 다 국민에게 제공되고 청와대에 제공되고 이런 시스템적으로..."

제도 개선이 공전하는 사이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총리와 대법원장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17 자리를 빼면, 나머지 후보자는 여야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된 유시민 복지부장관 등 3명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17명이 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됐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한 윤진숙 해수부 장관 등 10명을 임명했습니다.

<인터뷰> 김창준(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미국)국회에서 이 사람은 부적절하다 하면 그만이지, 그걸 다시 대통령이 번복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책임이 국회에 있는 거죠."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 교수) : "000 (후보자)는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하루 견디면 돼요... 청문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 후보자는 하루, 어떤 분은 이틀 실컷 고생하고 나는 공직 수행할 거야 버티면 돼. 결론은 뭡니까?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 겁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고 공직 적임자를 가리기 위한 인사청문회.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검증과 입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치권의 검증기준이 더해지면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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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로남불’ 인사청문회
    • 입력 2017-07-02 23:19:06
    • 수정2017-07-03 00:17:16
    취재파일K
지난 2000년 총리 후보자부터 대한민국의 첫 인사 청문회가 시작됐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2000년 6월 26일) : "여야간 정파적 입장을 앞세운 감싸기와 정치공세적 질문이 이같은 의미를 퇴색시켰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270여 차례 이뤄진 인사청문회.

그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야 대치는 여전하고 인사청문회 무용론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녹취>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 : "정말 안타깝고 참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닌가..."

<녹취> 우원식(민주당 원내대표) : "그 태도는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모습입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5대 인사 원칙입니다.

<녹취>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지난 3월) : "'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뭐 한두개씩은 갖고 있어야 마치 장관 자격 있는 것처럼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제 바꿔야 합니다."

5대 비리 배제?

이 '5대 비리 배제' 공약이 인사청문회 최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송기석(국민의당 의원) : "적어도 연구, 박사 논문 과정에서 부적절했다는 겁니다. 이거에 대해서 나는 아무 입장 표시 못 한다. 이거 어느 국민이 이해를 하겠습니까?"

<녹취> 김상곤(교육부총리 후보자) : "92년에 논문을 쓸 당시에 관행이었고요. (심사교수들이) 아주 엄격하게 하면서 지도하고 심사를 하셨는데..."

<녹취> 강경화 (외교부장관/청문회 당시) : "세금을 낼 부분을 안 낸 것이 있다하는 것을 저희가 발견해서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냈습니다."

<녹취> 윤영석(자유한국당 의원) : "그러니까 체크 리스트 문항 답변할 때 '세금 탈루' 부분이 없다고 제출한 거죠? (예, 그랬습니다.)

야당은 '5대 비리 배제' 공약을 어기고 있다고 성토했습니다.

<녹취> 정우택(자유한국당 원내대표/지난달 23일) :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5대 비리 원천배제 대선공약을 위반하고 부적격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는데 진솔한 사과와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오늘까지 진행된 인사청문회 16건을 보면, 거의 모든 논란은 도덕성 검증에서 터져나왔습니다.

이낙연, 김상조, 강경화 등 5명의 후보가 위장 전입에 연루됐고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의혹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조대엽, 송영무 후보자 등 3명은 음주운전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시작 전 허위 혼인신고 등으로 낙마했습니다.

잇단 자질 논란 속에 김상조, 강경화 두 후보자의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문에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전력자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한 것과 관련해 이중잣대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과거 이철성 경찰청장의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 "미국 같으면 청문회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일(전 새누리당 의원) : "청와대가 검증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에 지금 많은 문제점들이 국회에 와서 드러나고, 국회에서 야당은 공세를 취하고 여당은 방패막이 역할을 하다 보니까 이게 정쟁으로 비쳐버리는…."

청와대와 여당은 일부 기준은 현실에 맞게 완화하자고 맞섰습니다.

<녹취> 김진표(국정기획자문위원장/지난달 11일) : "총리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꽤 괜찮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우리 사회에서 매도되는 그런 현상을 많이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9년 만에 여야가 바뀐 가운데 열리고 있는 인사청문회.

야당 의원은 후보자의 흠을 찾아 맹공격하고 여당 의원은 후보자 감싸기에 안간힘입니다.

<녹취> 김학용(자유한국당 의원) : "(단속 경찰의) 선배가 해군본부에 근무한다고 하니까 송영무 후보자께서 수소문을 해서 새벽 5시에 전화를 해 가지고 '제발 나와서 나 좀 도와달라'(라고 말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녹취> 우상호(민주당 의원) : "유일하게 (북한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지휘관 장군을 국방장관에 적임자가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모멸감을 느낍니다."

특히 청문회 단골메뉴인 '위장 전입'에 대해선 여야 처지가 바뀌면서 입장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유일호,유기준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당시 야당 민주당은 위장전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반면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문제없다고 감쌌습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검증 기준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겁니다.

<취재파일 K>는 이틀 동안 진행된 이낙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오간 질의·응답 6백 54쌍의 내용을 분석했습니다.

전체 질문 중 209건, 30% 정도가 도덕성 관련 질문이었습니다.

위장전입과 자녀의 병역면제, 부인 그림 대작 의혹 등에 대해 묻고 또 묻는 질의가 계속 반복됐습니다.

<인터뷰> 김형주(전 민주당 의원) : "야당이 이 후보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하면 거기에는 의원 회의라든지 보좌관 회의를 통해서 이런 질문은 당신이 맡고 그렇게 질의 순서를 잡고 역할 분담을 할 수가 있고 그렇죠."

도덕성 검증 질문만 따로 추려서 보면, 야당은 42%였지만 여당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일(전 새누리당 의원) :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좀 청문회 때 이야기를 해주라, 그러면 (여당 의원은) 장관 후보자가 어떤 문제가 있는데도 해명하는 유도성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죠. 지금도 제가 지금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만나보면 이분들에 대해서 참 곤혹스럽다고 사석에서 이야기합니다."

<녹취> 황영철(바른정당 의원) : "논문표절 문제 있습니까 없습니까? "

<녹취> 김부겸(행정자치부 장관(청문회 당시) : "네. 의혹을 제기를 받았습니다."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공언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녹취> 김형주(전 민주당 의원) : "역량을 논하기 전에 도덕성에서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실제로 보면 이제 역량 평가를 할 시간도 없고.."

이 와중에 의원 출신 후보자들은 무난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습니다.

전관예우 아니냐는 시선 속에 전·현직 의원의 '청문회 불패 신화’는 계속 이어지게 됐습니다.

<녹취> 라인스 프리버스(백악관 비서실장) : "주변 고위 관료를 대신해 대통령을 보필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녹취> 베시 디보스(미국 교육부장관) : "대통령 각하, 이 나라의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특권입니다."

장관과 비서실장, 부통령까지 대통령 칭송에 입을 모아 미국 언론의 조롱과 혹평을 받았던 이 자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회의, 우리로 치면 국무회의 석상입니다.

주목할 사실은 첫 각료회의가 대통령 취임 143일이 지난 지난달 13일에야 열렸다는 점입니다.

새 대통령의 내각을, 그것도 여대야소인 의회가 5달이 다 돼서야 인준해줬기 때문입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이 자리는 내각 전체와 대통령이 처음으로 갖는 각료회의입니다. 인준 과정이 기록적으로 오래 걸렸습니다. (내각 후보자들이) 미국 최고의 인재였는데도 의회 최종 인준은 연기, 연기, 또 연기됐습니다."

미국의 인사 검증은 우리와 판이합니다.

우선, 도덕성 검증은 행정부가 사실상 끝냅니다.

백악관 법률고문실 감독 아래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윤리청(OGE) 등이 후보자 개인과 가족, 직업과 교육적 배경, 세금 납부, 경범죄 위반 등 233개의 항목을 사전 검증합니다.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립니다.

<인터뷰> 김창준(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FBI에 그런 것만 조사해 주는 데가 있어요. 거기서 자세하게 형사법에 어긋난 거 있는지, 그다음에 국세청에서 세금을 냈다던가 뭘 속였다던가 이런 모든 걸 자세하게 뒷조사를 해서 안 되는 사람은 빼고, 이런데도 불구하고 또 (후보자를) 서너 사람을 갖고 있습니다."

도덕성에 대한 고강도 검증 결과는 의회에 모두 제공됩니다.

검증을 통과한 인사만 후보자로 지명되기 때문에 의회의 인사청문회는 철저히 정책 검증 위주입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 교수) : "미국 같은 경우는 (국회 부결이)2%밖에 안 돼요. 그 얘기가 뭘까요. 상원의 청문 검증을 받는 분들은 사실상 인사적인 도덕성 이런 문제는 없는 분만 (청문회로) 가고, 이분이 그 자리에 가게 되면 어떠한 정책을 펼 테니 그것이 우리 산업계나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 거다. 위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국내 정치권이 생각하는 해법도 미국 제도와 취지가 유사합니다.

도덕성과 정책 검증을 분리해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 역량을 따지는 데 집중하자는 겁니다.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 교수) : "고위 공직자의 윤리 전반에 관계되는 것을 검증하는 기간이 있어야 되고, 그다음에 청문회에서는 역량과 자질 위주로 정책 위주로 판단하고, 이 결과가 다 국민에게 제공되고 청와대에 제공되고 이런 시스템적으로..."

제도 개선이 공전하는 사이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총리와 대법원장 등 국회 동의가 필요한 17 자리를 빼면, 나머지 후보자는 여야 모두의 공감을 얻지 못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된 유시민 복지부장관 등 3명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17명이 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됐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한 윤진숙 해수부 장관 등 10명을 임명했습니다.

<인터뷰> 김창준(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 "(미국)국회에서 이 사람은 부적절하다 하면 그만이지, 그걸 다시 대통령이 번복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책임이 국회에 있는 거죠."

<인터뷰> 이창원(한성대학교 행정학 교수) : "000 (후보자)는 나한테 그러더라고요. 하루 견디면 돼요... 청문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 후보자는 하루, 어떤 분은 이틀 실컷 고생하고 나는 공직 수행할 거야 버티면 돼. 결론은 뭡니까?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 겁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고 공직 적임자를 가리기 위한 인사청문회.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검증과 입장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정치권의 검증기준이 더해지면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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