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G20, 4강 외교 초석 다져 시작은 이제부터” ①
입력 2017.07.10 (10:26)
수정 2017.07.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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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7월 10일(월요일)
□ 출연자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G20, 4강 외교 초석 다져, 시작은 이제부터”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가 개최된 독일에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이어가며 다자 외교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대북 문제 주도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다자 외교의 성과가 적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확인되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는데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연결해 이번 G20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북핵 다자외교의 성과와 과제 짚어보겠습니다. 조한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한범]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G20이 열린 독일에서 문 대통령이 4강 외교의 대상인 미중일러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나서 여러 외교 활동을 했습니다. 탄핵 국면에서 무너졌던 4강 외교는 이로써 모두 복원됐다고 볼 수 있겠죠?
[조한범] 글쎄요. 크게 보면 그런 평가도 가능합니다마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탄핵 국면은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와중에 우리 외교 안보 컨트롤타워는 공백이었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 공백기를 메우는 작업이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됩니다. 또 하나는 탄핵 국면 이전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의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들, 혹자는 ‘외교 참사’라고 부를 만큼 전략적 고려 없이 이루어진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적 합의라든지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 이를테면 사드라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사실 무원칙적으로 처리된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짧게는 탄핵으로 인한 공백기, 길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 남북 관계가 표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고요. 큰 틀에서 보면 그 초석은 매우 잘 다져졌다고 볼 수 있겠죠.
[윤준호] 조 위원님께서는 무원칙을 얘기하셨지만 물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는 있을 겁니다. 지금 새롭게 다시 짚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번 4강 외교에서 그래도 가장 큰 성과를 짚어 본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일 겁니다. 이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부분이지만 이번에 4강이 모두 지지를 한 부분이죠?
[조한범] 그렇게 봐야죠. 사실 한국은 북핵 위협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이고 두 번째는 비핵화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통일이 우리 전략적 목표거든요. 그렇다고 본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그동안 실종됐다고 심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역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향후에 많은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마는 크게 보면 베를린 구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번 G20 회의에서 주변 4강을 포함해서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에도 남북 관계에 대해서 의지를 표명했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대북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의 큰 틀은 국제 협력이죠. 또 하나는 남북 관계에서 우리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들은 선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통일보다는 평화를 중점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4강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고 동의를 얻었는데요.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이걸 해결하겠다는 부분을 주력해서 설득했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도 압박이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이걸 구체적으로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한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중요한 대목은, 향후 보다 구체화되겠습니다마는, 우리가 흔히 평화 통일이라고 말할 때 그동안 사실 통일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나 동북아 안보 정세를 봤을 때 당장 즉각적인 방식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평화 상태의 달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통일로 가는 필수적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통일보다는 평화 상태 달성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점, 이 부분은 향후에도 문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도 크게 부각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 미래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부분은 다소 소강상태입니다마는 트럼프 정부 집권 초기에 모든 옵션이 있다는 이야기는 군사적인 선택지에 포함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고요. 또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4강에게 우리가 원하는 맞춤형 제안들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나오지 않고 못 배길 정도로 압박을 강화해야 될 텐데요. 그 관건은 중국입니다. 중국이 과연 얼마큼 이 역할에 부흥해 줄 수 있을까요?
[조한범] 지금 북핵 문제에서 일각의 오해는 있습니다마는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국가가 중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심화되면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전략적 능력들이 더 커지게 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넘어서 사드에서처럼 중국을 압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지금 김정은 정권이 핵을 헌법에도 명기해 놓고 경제-핵 병진 노선을 국가 정책으로 최우선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걸 압박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수단까지 동원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원유 수출 금지라든지 전략 물자의 전면적인 금지 등을 해야 하는데 중국의 딜레마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되면 결국 중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수단이면서 한반도 전체 불안정이 가중되지 않는 선택지를 중국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준호] 최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입장에 동조하면서 최근 중러와 미일의 대립 구도,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앞으로 상황을 풀어가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조한범] 그게 사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인데요. 이미 G20 회의 이전에 중러 정상이 사드 반대의 분명한 목소리를 같이 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전반적인 탈냉전 이후 전략이라고 하면, 아시아 중시 정책이고 이 정책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인 능력이 더 커지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 부분은 사실 엄밀히 보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되는 것이고 북핵을 빌미로 이런 경향이 심화될수록 중러와 미일 간, 그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는 형국입니다마는, 대립 전선이 커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든 유연하게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윤준호] 바로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대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서 끌고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조한범] 그렇죠. 그동안 언술에 그쳤던 남북 관계 강조 부분에서 나아가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려고 하시는 거고요. 사실 이번 베를린 선언 구상의 숨은 그림 중 하나는, 북한이 고강도의 ICBM급의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또 현실적으로 남북 협력의 제안들을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든지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라든지 남북 대화 재개, 또 구체적으로 이번에 정전 협정일을 계기로 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자율적인 입지와 행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력한 것 같고요. 또 실제적으로 그런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윤준호] 그런데 북한의 눈은 여전히 워싱턴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눈은 워싱턴을 향하지만 손은 이쪽 한국을 향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은 외교 안보 현안, 체제 보장은 북핵을 빌미로 북미 관계에서 풀겠다는 것이고 또 체제 보장을 위한 실리는 남북 관계에서 찾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IOC 위원 내지는 태권도 시범단 또 그 이전에 아이스하키 팀이라든지 여자 축구 등이 교류에 많이 응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역시 양면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외교 안보 현안은 미국과 타결하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장웅 위원이 말로는 천진난만한 얘기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행동으로는 계속 참여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보면 대통령께서 6.15와 10.4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고 남북 간 합의도 법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습니다. 북한이 요구해 오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구두선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평화 해결을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도 함께 밝혔습니다.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한범] 당장 북한의 호응이 며칠째 묵묵부답입니다. 그걸 보면 북한도 고민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사실 남북 관계가 필요하거든요.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건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의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북핵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최소한의 여지를 마련해 줘야 됩니다. 예를 들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든지 비핵화를 의제화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전면적으로 비핵화라고 하는 의제를 남북 간에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준수한다면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도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관건은 비핵화라는 부분에서 북한이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바로 그 부분이죠. 우리에게 주도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만약에 북한이 추가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해서 사거리를 늘리거나 정확도를 높이거나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하는 단계까지 근접한다면 미국이 더 이상 기다려주겠는가,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해 주고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겠는가 하는 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그렇습니다. 이미 니키 헤일리 대사가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말씀입니다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이미 언급했을 때 미 군부에 대한 일종의 지침 같은 거거든요. 유사시에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라는 선언인 것 같고 이미 미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트럼프 정권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은 추가 핵실험과 ICBM급 발사인데 이번에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침범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만일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이 군사적인 선택지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응 방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북한도 잘 주지해야 될 사실이고 우리 정부도 직간접적인 차원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을 했는데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프로세스를 뒷받침할 후속 작업에 바로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조한범] 베를린에서 말씀하신 것들이겠죠. 크게 보면 일단 군사적인 실리를 위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이건 남북 관계없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이산가족이나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비정치적인 사안이라서 충분히 진행할 것 같고 군사적인 신뢰, 인도적인 분야에서의 대화 그다음에 이미 정상회담까지 제안하셨기 때문에 남북 대화 채널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들도 제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북한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범] 네, 고맙습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었습니다.
□ 출연자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G20, 4강 외교 초석 다져, 시작은 이제부터”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가 개최된 독일에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이어가며 다자 외교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대북 문제 주도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다자 외교의 성과가 적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확인되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는데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연결해 이번 G20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북핵 다자외교의 성과와 과제 짚어보겠습니다. 조한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한범]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G20이 열린 독일에서 문 대통령이 4강 외교의 대상인 미중일러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나서 여러 외교 활동을 했습니다. 탄핵 국면에서 무너졌던 4강 외교는 이로써 모두 복원됐다고 볼 수 있겠죠?
[조한범] 글쎄요. 크게 보면 그런 평가도 가능합니다마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탄핵 국면은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와중에 우리 외교 안보 컨트롤타워는 공백이었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 공백기를 메우는 작업이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됩니다. 또 하나는 탄핵 국면 이전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의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들, 혹자는 ‘외교 참사’라고 부를 만큼 전략적 고려 없이 이루어진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적 합의라든지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 이를테면 사드라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사실 무원칙적으로 처리된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짧게는 탄핵으로 인한 공백기, 길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 남북 관계가 표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고요. 큰 틀에서 보면 그 초석은 매우 잘 다져졌다고 볼 수 있겠죠.
[윤준호] 조 위원님께서는 무원칙을 얘기하셨지만 물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는 있을 겁니다. 지금 새롭게 다시 짚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번 4강 외교에서 그래도 가장 큰 성과를 짚어 본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일 겁니다. 이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부분이지만 이번에 4강이 모두 지지를 한 부분이죠?
[조한범] 그렇게 봐야죠. 사실 한국은 북핵 위협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이고 두 번째는 비핵화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통일이 우리 전략적 목표거든요. 그렇다고 본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그동안 실종됐다고 심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역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향후에 많은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마는 크게 보면 베를린 구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번 G20 회의에서 주변 4강을 포함해서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에도 남북 관계에 대해서 의지를 표명했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대북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의 큰 틀은 국제 협력이죠. 또 하나는 남북 관계에서 우리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들은 선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통일보다는 평화를 중점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4강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고 동의를 얻었는데요.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이걸 해결하겠다는 부분을 주력해서 설득했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도 압박이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이걸 구체적으로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한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중요한 대목은, 향후 보다 구체화되겠습니다마는, 우리가 흔히 평화 통일이라고 말할 때 그동안 사실 통일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나 동북아 안보 정세를 봤을 때 당장 즉각적인 방식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평화 상태의 달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통일로 가는 필수적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통일보다는 평화 상태 달성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점, 이 부분은 향후에도 문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도 크게 부각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 미래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부분은 다소 소강상태입니다마는 트럼프 정부 집권 초기에 모든 옵션이 있다는 이야기는 군사적인 선택지에 포함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고요. 또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4강에게 우리가 원하는 맞춤형 제안들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나오지 않고 못 배길 정도로 압박을 강화해야 될 텐데요. 그 관건은 중국입니다. 중국이 과연 얼마큼 이 역할에 부흥해 줄 수 있을까요?
[조한범] 지금 북핵 문제에서 일각의 오해는 있습니다마는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국가가 중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심화되면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전략적 능력들이 더 커지게 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넘어서 사드에서처럼 중국을 압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지금 김정은 정권이 핵을 헌법에도 명기해 놓고 경제-핵 병진 노선을 국가 정책으로 최우선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걸 압박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수단까지 동원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원유 수출 금지라든지 전략 물자의 전면적인 금지 등을 해야 하는데 중국의 딜레마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되면 결국 중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수단이면서 한반도 전체 불안정이 가중되지 않는 선택지를 중국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준호] 최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입장에 동조하면서 최근 중러와 미일의 대립 구도,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앞으로 상황을 풀어가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조한범] 그게 사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인데요. 이미 G20 회의 이전에 중러 정상이 사드 반대의 분명한 목소리를 같이 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전반적인 탈냉전 이후 전략이라고 하면, 아시아 중시 정책이고 이 정책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인 능력이 더 커지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 부분은 사실 엄밀히 보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되는 것이고 북핵을 빌미로 이런 경향이 심화될수록 중러와 미일 간, 그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는 형국입니다마는, 대립 전선이 커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든 유연하게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윤준호] 바로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대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서 끌고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조한범] 그렇죠. 그동안 언술에 그쳤던 남북 관계 강조 부분에서 나아가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려고 하시는 거고요. 사실 이번 베를린 선언 구상의 숨은 그림 중 하나는, 북한이 고강도의 ICBM급의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또 현실적으로 남북 협력의 제안들을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든지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라든지 남북 대화 재개, 또 구체적으로 이번에 정전 협정일을 계기로 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자율적인 입지와 행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력한 것 같고요. 또 실제적으로 그런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윤준호] 그런데 북한의 눈은 여전히 워싱턴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눈은 워싱턴을 향하지만 손은 이쪽 한국을 향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은 외교 안보 현안, 체제 보장은 북핵을 빌미로 북미 관계에서 풀겠다는 것이고 또 체제 보장을 위한 실리는 남북 관계에서 찾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IOC 위원 내지는 태권도 시범단 또 그 이전에 아이스하키 팀이라든지 여자 축구 등이 교류에 많이 응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역시 양면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외교 안보 현안은 미국과 타결하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장웅 위원이 말로는 천진난만한 얘기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행동으로는 계속 참여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보면 대통령께서 6.15와 10.4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고 남북 간 합의도 법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습니다. 북한이 요구해 오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구두선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평화 해결을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도 함께 밝혔습니다.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한범] 당장 북한의 호응이 며칠째 묵묵부답입니다. 그걸 보면 북한도 고민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사실 남북 관계가 필요하거든요.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건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의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북핵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최소한의 여지를 마련해 줘야 됩니다. 예를 들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든지 비핵화를 의제화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전면적으로 비핵화라고 하는 의제를 남북 간에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준수한다면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도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관건은 비핵화라는 부분에서 북한이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바로 그 부분이죠. 우리에게 주도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만약에 북한이 추가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해서 사거리를 늘리거나 정확도를 높이거나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하는 단계까지 근접한다면 미국이 더 이상 기다려주겠는가,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해 주고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겠는가 하는 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그렇습니다. 이미 니키 헤일리 대사가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말씀입니다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이미 언급했을 때 미 군부에 대한 일종의 지침 같은 거거든요. 유사시에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라는 선언인 것 같고 이미 미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트럼프 정권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은 추가 핵실험과 ICBM급 발사인데 이번에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침범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만일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이 군사적인 선택지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응 방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북한도 잘 주지해야 될 사실이고 우리 정부도 직간접적인 차원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을 했는데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프로세스를 뒷받침할 후속 작업에 바로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조한범] 베를린에서 말씀하신 것들이겠죠. 크게 보면 일단 군사적인 실리를 위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이건 남북 관계없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이산가족이나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비정치적인 사안이라서 충분히 진행할 것 같고 군사적인 신뢰, 인도적인 분야에서의 대화 그다음에 이미 정상회담까지 제안하셨기 때문에 남북 대화 채널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들도 제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북한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범] 네, 고맙습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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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G20, 4강 외교 초석 다져 시작은 이제부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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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7-07-10 10:26:59
- 수정2017-07-10 10:27:47

□ 방송일시 : 2017년 7월 10일(월요일)
□ 출연자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G20, 4강 외교 초석 다져, 시작은 이제부터”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가 개최된 독일에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이어가며 다자 외교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대북 문제 주도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다자 외교의 성과가 적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확인되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는데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연결해 이번 G20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북핵 다자외교의 성과와 과제 짚어보겠습니다. 조한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한범]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G20이 열린 독일에서 문 대통령이 4강 외교의 대상인 미중일러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나서 여러 외교 활동을 했습니다. 탄핵 국면에서 무너졌던 4강 외교는 이로써 모두 복원됐다고 볼 수 있겠죠?
[조한범] 글쎄요. 크게 보면 그런 평가도 가능합니다마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탄핵 국면은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와중에 우리 외교 안보 컨트롤타워는 공백이었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 공백기를 메우는 작업이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됩니다. 또 하나는 탄핵 국면 이전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의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들, 혹자는 ‘외교 참사’라고 부를 만큼 전략적 고려 없이 이루어진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적 합의라든지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 이를테면 사드라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사실 무원칙적으로 처리된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짧게는 탄핵으로 인한 공백기, 길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 남북 관계가 표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고요. 큰 틀에서 보면 그 초석은 매우 잘 다져졌다고 볼 수 있겠죠.
[윤준호] 조 위원님께서는 무원칙을 얘기하셨지만 물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는 있을 겁니다. 지금 새롭게 다시 짚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번 4강 외교에서 그래도 가장 큰 성과를 짚어 본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일 겁니다. 이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부분이지만 이번에 4강이 모두 지지를 한 부분이죠?
[조한범] 그렇게 봐야죠. 사실 한국은 북핵 위협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이고 두 번째는 비핵화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통일이 우리 전략적 목표거든요. 그렇다고 본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그동안 실종됐다고 심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역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향후에 많은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마는 크게 보면 베를린 구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번 G20 회의에서 주변 4강을 포함해서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에도 남북 관계에 대해서 의지를 표명했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대북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의 큰 틀은 국제 협력이죠. 또 하나는 남북 관계에서 우리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들은 선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통일보다는 평화를 중점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4강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고 동의를 얻었는데요.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이걸 해결하겠다는 부분을 주력해서 설득했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도 압박이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이걸 구체적으로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한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중요한 대목은, 향후 보다 구체화되겠습니다마는, 우리가 흔히 평화 통일이라고 말할 때 그동안 사실 통일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나 동북아 안보 정세를 봤을 때 당장 즉각적인 방식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평화 상태의 달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통일로 가는 필수적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통일보다는 평화 상태 달성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점, 이 부분은 향후에도 문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도 크게 부각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 미래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부분은 다소 소강상태입니다마는 트럼프 정부 집권 초기에 모든 옵션이 있다는 이야기는 군사적인 선택지에 포함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고요. 또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4강에게 우리가 원하는 맞춤형 제안들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나오지 않고 못 배길 정도로 압박을 강화해야 될 텐데요. 그 관건은 중국입니다. 중국이 과연 얼마큼 이 역할에 부흥해 줄 수 있을까요?
[조한범] 지금 북핵 문제에서 일각의 오해는 있습니다마는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국가가 중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심화되면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전략적 능력들이 더 커지게 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넘어서 사드에서처럼 중국을 압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지금 김정은 정권이 핵을 헌법에도 명기해 놓고 경제-핵 병진 노선을 국가 정책으로 최우선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걸 압박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수단까지 동원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원유 수출 금지라든지 전략 물자의 전면적인 금지 등을 해야 하는데 중국의 딜레마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되면 결국 중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수단이면서 한반도 전체 불안정이 가중되지 않는 선택지를 중국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준호] 최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입장에 동조하면서 최근 중러와 미일의 대립 구도,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앞으로 상황을 풀어가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조한범] 그게 사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인데요. 이미 G20 회의 이전에 중러 정상이 사드 반대의 분명한 목소리를 같이 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전반적인 탈냉전 이후 전략이라고 하면, 아시아 중시 정책이고 이 정책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인 능력이 더 커지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 부분은 사실 엄밀히 보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되는 것이고 북핵을 빌미로 이런 경향이 심화될수록 중러와 미일 간, 그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는 형국입니다마는, 대립 전선이 커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든 유연하게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윤준호] 바로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대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서 끌고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조한범] 그렇죠. 그동안 언술에 그쳤던 남북 관계 강조 부분에서 나아가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려고 하시는 거고요. 사실 이번 베를린 선언 구상의 숨은 그림 중 하나는, 북한이 고강도의 ICBM급의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또 현실적으로 남북 협력의 제안들을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든지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라든지 남북 대화 재개, 또 구체적으로 이번에 정전 협정일을 계기로 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자율적인 입지와 행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력한 것 같고요. 또 실제적으로 그런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윤준호] 그런데 북한의 눈은 여전히 워싱턴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눈은 워싱턴을 향하지만 손은 이쪽 한국을 향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은 외교 안보 현안, 체제 보장은 북핵을 빌미로 북미 관계에서 풀겠다는 것이고 또 체제 보장을 위한 실리는 남북 관계에서 찾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IOC 위원 내지는 태권도 시범단 또 그 이전에 아이스하키 팀이라든지 여자 축구 등이 교류에 많이 응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역시 양면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외교 안보 현안은 미국과 타결하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장웅 위원이 말로는 천진난만한 얘기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행동으로는 계속 참여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보면 대통령께서 6.15와 10.4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고 남북 간 합의도 법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습니다. 북한이 요구해 오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구두선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평화 해결을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도 함께 밝혔습니다.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한범] 당장 북한의 호응이 며칠째 묵묵부답입니다. 그걸 보면 북한도 고민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사실 남북 관계가 필요하거든요.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건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의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북핵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최소한의 여지를 마련해 줘야 됩니다. 예를 들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든지 비핵화를 의제화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전면적으로 비핵화라고 하는 의제를 남북 간에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준수한다면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도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관건은 비핵화라는 부분에서 북한이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바로 그 부분이죠. 우리에게 주도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만약에 북한이 추가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해서 사거리를 늘리거나 정확도를 높이거나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하는 단계까지 근접한다면 미국이 더 이상 기다려주겠는가,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해 주고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겠는가 하는 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그렇습니다. 이미 니키 헤일리 대사가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말씀입니다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이미 언급했을 때 미 군부에 대한 일종의 지침 같은 거거든요. 유사시에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라는 선언인 것 같고 이미 미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트럼프 정권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은 추가 핵실험과 ICBM급 발사인데 이번에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침범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만일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이 군사적인 선택지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응 방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북한도 잘 주지해야 될 사실이고 우리 정부도 직간접적인 차원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을 했는데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프로세스를 뒷받침할 후속 작업에 바로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조한범] 베를린에서 말씀하신 것들이겠죠. 크게 보면 일단 군사적인 실리를 위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이건 남북 관계없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이산가족이나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비정치적인 사안이라서 충분히 진행할 것 같고 군사적인 신뢰, 인도적인 분야에서의 대화 그다음에 이미 정상회담까지 제안하셨기 때문에 남북 대화 채널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들도 제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북한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범] 네, 고맙습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었습니다.
□ 출연자 : 조한범 선임연구위원(통일연구원)
“G20, 4강 외교 초석 다져, 시작은 이제부터”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G20정상회의가 개최된 독일에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이어가며 다자 외교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대북 문제 주도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다자 외교의 성과가 적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시각차가 여전히 확인되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는데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연결해 이번 G20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북핵 다자외교의 성과와 과제 짚어보겠습니다. 조한범 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조한범] 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 G20이 열린 독일에서 문 대통령이 4강 외교의 대상인 미중일러 주요국 정상을 모두 만나서 여러 외교 활동을 했습니다. 탄핵 국면에서 무너졌던 4강 외교는 이로써 모두 복원됐다고 볼 수 있겠죠?
[조한범] 글쎄요. 크게 보면 그런 평가도 가능합니다마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탄핵 국면은 북핵 위기가 심화되는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와중에 우리 외교 안보 컨트롤타워는 공백이었죠. 그런 점에서 본다면 그 공백기를 메우는 작업이 이제 시작됐다고 봐야 됩니다. 또 하나는 탄핵 국면 이전에도 박근혜 정부 시기의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들, 혹자는 ‘외교 참사’라고 부를 만큼 전략적 고려 없이 이루어진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적 합의라든지 국익을 고려해야 하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 이를테면 사드라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사실 무원칙적으로 처리된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짧게는 탄핵으로 인한 공백기, 길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에 남북 관계가 표류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정상화하는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고요. 큰 틀에서 보면 그 초석은 매우 잘 다져졌다고 볼 수 있겠죠.
[윤준호] 조 위원님께서는 무원칙을 얘기하셨지만 물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는 있을 겁니다. 지금 새롭게 다시 짚어가고 있으니까요. 이번 4강 외교에서 그래도 가장 큰 성과를 짚어 본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일 겁니다. 이건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부분이지만 이번에 4강이 모두 지지를 한 부분이죠?
[조한범] 그렇게 봐야죠. 사실 한국은 북핵 위협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이고 두 번째는 비핵화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통일이 우리 전략적 목표거든요. 그렇다고 본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입지가 그동안 실종됐다고 심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한미 정상회담과 G20 회의에서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역으로 당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향후에 많은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마는 크게 보면 베를린 구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번 G20 회의에서 주변 4강을 포함해서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에도 남북 관계에 대해서 의지를 표명했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대북 통일 외교 안보 정책의 큰 틀은 국제 협력이죠. 또 하나는 남북 관계에서 우리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들은 선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통일보다는 평화를 중점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4강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이야기했고 동의를 얻었는데요.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평화적으로 이걸 해결하겠다는 부분을 주력해서 설득했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와 협상을 위해서도 압박이 더욱더 필요한 것 아니냐 하는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이걸 구체적으로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조한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중요한 대목은, 향후 보다 구체화되겠습니다마는, 우리가 흔히 평화 통일이라고 말할 때 그동안 사실 통일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남북 관계나 동북아 안보 정세를 봤을 때 당장 즉각적인 방식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평화 상태의 달성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고 통일로 가는 필수적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통일보다는 평화 상태 달성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점, 이 부분은 향후에도 문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도 크게 부각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 미래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부분은 다소 소강상태입니다마는 트럼프 정부 집권 초기에 모든 옵션이 있다는 이야기는 군사적인 선택지에 포함하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고요. 또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 없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4강에게 우리가 원하는 맞춤형 제안들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윤준호]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나오지 않고 못 배길 정도로 압박을 강화해야 될 텐데요. 그 관건은 중국입니다. 중국이 과연 얼마큼 이 역할에 부흥해 줄 수 있을까요?
[조한범] 지금 북핵 문제에서 일각의 오해는 있습니다마는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국가가 중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핵 문제가 심화되면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전략적 능력들이 더 커지게 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을 넘어서 사드에서처럼 중국을 압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만 지금 김정은 정권이 핵을 헌법에도 명기해 놓고 경제-핵 병진 노선을 국가 정책으로 최우선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걸 압박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수단까지 동원해야 됩니다. 예를 들면 원유 수출 금지라든지 전략 물자의 전면적인 금지 등을 해야 하는데 중국의 딜레마는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되면 결국 중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수단이면서 한반도 전체 불안정이 가중되지 않는 선택지를 중국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준호] 최근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입장에 동조하면서 최근 중러와 미일의 대립 구도, 조금 더 나아가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면 앞으로 상황을 풀어가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조한범] 그게 사실 우리가 우려하는 부분인데요. 이미 G20 회의 이전에 중러 정상이 사드 반대의 분명한 목소리를 같이 냈습니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전반적인 탈냉전 이후 전략이라고 하면, 아시아 중시 정책이고 이 정책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인 능력이 더 커지는 걸 의미하거든요. 이 부분은 사실 엄밀히 보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되는 것이고 북핵을 빌미로 이런 경향이 심화될수록 중러와 미일 간, 그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는 형국입니다마는, 대립 전선이 커지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떤 식으로든 유연하게 우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향후 지속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윤준호] 바로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도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대로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서 끌고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조한범] 그렇죠. 그동안 언술에 그쳤던 남북 관계 강조 부분에서 나아가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에서의 역할을 모색하려고 하시는 거고요. 사실 이번 베를린 선언 구상의 숨은 그림 중 하나는, 북한이 고강도의 ICBM급의 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남북 대화의 필요성, 또 현실적으로 남북 협력의 제안들을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이산가족 상봉이라든지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라든지 남북 대화 재개, 또 구체적으로 이번에 정전 협정일을 계기로 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구체적인 대안까지 내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남북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자율적인 입지와 행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력한 것 같고요. 또 실제적으로 그런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윤준호] 그런데 북한의 눈은 여전히 워싱턴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눈은 워싱턴을 향하지만 손은 이쪽 한국을 향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은 외교 안보 현안, 체제 보장은 북핵을 빌미로 북미 관계에서 풀겠다는 것이고 또 체제 보장을 위한 실리는 남북 관계에서 찾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IOC 위원 내지는 태권도 시범단 또 그 이전에 아이스하키 팀이라든지 여자 축구 등이 교류에 많이 응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북한 역시 양면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외교 안보 현안은 미국과 타결하겠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장웅 위원이 말로는 천진난만한 얘기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행동으로는 계속 참여하고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보면 대통령께서 6.15와 10.4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밝히고 남북 간 합의도 법정화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습니다. 북한이 요구해 오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지금까지는 구두선에 가까웠지만 이번에는 평화 해결을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도 함께 밝혔습니다. 북한이 호응해 올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조한범] 당장 북한의 호응이 며칠째 묵묵부답입니다. 그걸 보면 북한도 고민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사실 남북 관계가 필요하거든요. 북한이 절실히 원하는 건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의 내부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미 북핵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최소한의 여지를 마련해 줘야 됩니다. 예를 들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든지 비핵화를 의제화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전면적으로 비핵화라고 하는 의제를 남북 간에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준수한다면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도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관건은 비핵화라는 부분에서 북한이 얼마나 유연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준호] 바로 그 부분이죠. 우리에게 주도적인 입장에서 해결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만약에 북한이 추가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해서 사거리를 늘리거나 정확도를 높이거나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하는 단계까지 근접한다면 미국이 더 이상 기다려주겠는가,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해 주고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겠는가 하는 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조한범] 그렇습니다. 이미 니키 헤일리 대사가 군사적 공격 가능성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말씀입니다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군사적 옵션을 이미 언급했을 때 미 군부에 대한 일종의 지침 같은 거거든요. 유사시에 군사적 개입을 준비하라는 선언인 것 같고 이미 미 고위 당국자들 입에서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트럼프 정권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은 추가 핵실험과 ICBM급 발사인데 이번에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침범했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만일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미국이 군사적인 선택지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응 방안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북한도 잘 주지해야 될 사실이고 우리 정부도 직간접적인 차원에서 북한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을 했는데 우리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프로세스를 뒷받침할 후속 작업에 바로 들어가야 될 것 같은데요. 어떤 내용이 될 것 같습니까?
[조한범] 베를린에서 말씀하신 것들이겠죠. 크게 보면 일단 군사적인 실리를 위해서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 행위 중단, 이건 남북 관계없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다음에 이산가족이나 북한 평창 동계올림픽은 비정치적인 사안이라서 충분히 진행할 것 같고 군사적인 신뢰, 인도적인 분야에서의 대화 그다음에 이미 정상회담까지 제안하셨기 때문에 남북 대화 채널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들도 제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호] 북한의 호응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범] 네, 고맙습니다.
[윤준호] 지금까지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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