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현장] 美 남서부, ‘살인적 폭염’에다 산불·정전까지 ‘삼중고’

입력 2017.07.15 (21:41) 수정 2017.07.1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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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남서부 지역이 지금 수십 개의 산불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최근 서른 개 이상의 산불이 났고, 수천 명의 주민이 터전을 빼앗긴 채 대피했는데요,

131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는 고온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쳐 진화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 서남부에서도 2백 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열파가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리포트>

화염이 산등성이를 따라 솟구칩니다.

산불은 빠른 속도로 인근 지역으로 번져갑니다.

이 지옥 같은 산불을 피해 달아나는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녹취> 멀론 : "어젯밤 소방관들이 이동주택 단지에 와서 확성기로 모두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대피했습니다."

불길은 고속도로까지 내려와 인근 마을까지 위협하고, 시커먼 연기에 탈출하던 차량은 앞을 분간하기도 어렵습니다.

<녹취> 델로린치 : "여기서 10년간 살면서 산불을 자주 봐왔는데요, 이번이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 때문에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엔 집도 마을도 농장도 모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녹취> 샌더(소방관) : "주민들에게 위험하다는 걸 알리고, 화재 지역을 떠나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남서부 지역 곳곳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캘리포니아주만도 전역에서 30여 개 이상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에다 강풍마저 불면서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녹취> 스펜서 : "새벽 6시에 911에서 전화가 왔어요. 다행히 저는 중요한 물건들을 이미 챙겨둔 상태였죠."

지금까지 주택 백여 채가 불에 탔고 만여 명의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급하게 떠나야만 했습니다.

<녹취> 샤를린 : "우유를 사러 내려왔다 되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녹취> 델로린치 : "순식간입니다. 정말 순식간에 당신이 가진 모든 게 타 없어져요. 만약 우리 집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할지…."

산불이 난 인근 지역의 마을 강당이나 학교 건물에 대피소가 차려졌습니다.

집을 버리고 피난을 왔지만 집이며 마을이며 행여 불에 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녹취> 듀이 : "토요일 오후부터 이러고 있는데 정말 힘드네요. 집이 무사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요."

말, 염소, 개와 고양이 등 가축과 동물들도 산불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스테이시 : "말 네 마리를 '알라모 산불'로부터 안전하게 대피시켰습니다. 주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말들을 안전하게 돌볼 겁니다."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소방관 5천여 명과 소방헬기, 소방차가 총출동해 폭염 속에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마솥 더위에 험준한 산악지형 등으로 진화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녹취> 이바라(소방관) : "산불이 왜 났는지 현재 조사 중입니다. 폭염 때문에 진화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처럼 산불이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는 이곳 미국 남서부 지역에는 섭씨 43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 최대 도시 피닉스는 섭씨 46도까지 솟구쳤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차량 대시보드 열기에 초콜릿을 녹여 과자를 만들기도 하고 쿠키도 구워내 보이며 더위를 실감합니다.

플라스틱 담벼락도 도로 간판도 녹아 내렸고 운전대는 오븐 장갑을 껴야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피닉스에서만 최근 냉방기가 작동하지 않은 주택에서 노약자 2명이 숨지는 등 더위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비글러(소방관) : "노약자들은 일단 그늘로 보내고요, 가능하다면 자동차든 건물이든 냉방장치가 돼 있는 곳으로 일단 옮겨야 합니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도 이례적으로 일찍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면서 거리는 한적해진 반면 도심 공원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분수대를 찾아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녹취> 베로니카 :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강아지를 데리고 어디로 피해야 할지 찾는 중인데요, 그런데 진짜 진짜 덥네요."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도를 웃돌면서 13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주 등 남서부 지역 일원이 섭씨 43도를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폭염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특히 뜨거워진 차 안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아 당국은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폭염에다 산불까지 덮친 이곳 주민들은 엎친 데 덮쳐 정전 사태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 북부 노스리지 전력소 전력 배송시설이 폭발하면서 14만여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수도 전력국에서 밤새워 긴급 복구에 나서 상당수 가구의 전원이 복구됐지만 많은 가구가 가마솥더위와 싸우며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최동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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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현장] 美 남서부, ‘살인적 폭염’에다 산불·정전까지 ‘삼중고’
    • 입력 2017-07-15 22:24:39
    • 수정2017-07-15 22: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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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남서부 지역이 지금 수십 개의 산불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최근 서른 개 이상의 산불이 났고, 수천 명의 주민이 터전을 빼앗긴 채 대피했는데요,

131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는 고온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쳐 진화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경을 맞댄 캐나다 서남부에서도 2백 건에 달하는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이상기후로 인한 이례적인 열파가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리포트>

화염이 산등성이를 따라 솟구칩니다.

산불은 빠른 속도로 인근 지역으로 번져갑니다.

이 지옥 같은 산불을 피해 달아나는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녹취> 멀론 : "어젯밤 소방관들이 이동주택 단지에 와서 확성기로 모두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대피했습니다."

불길은 고속도로까지 내려와 인근 마을까지 위협하고, 시커먼 연기에 탈출하던 차량은 앞을 분간하기도 어렵습니다.

<녹취> 델로린치 : "여기서 10년간 살면서 산불을 자주 봐왔는데요, 이번이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재 때문에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엔 집도 마을도 농장도 모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녹취> 샌더(소방관) : "주민들에게 위험하다는 걸 알리고, 화재 지역을 떠나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남서부 지역 곳곳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인근 지역으로 번지면서 비상이 걸렸습니다.

캘리포니아주만도 전역에서 30여 개 이상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에다 강풍마저 불면서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녹취> 스펜서 : "새벽 6시에 911에서 전화가 왔어요. 다행히 저는 중요한 물건들을 이미 챙겨둔 상태였죠."

지금까지 주택 백여 채가 불에 탔고 만여 명의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급하게 떠나야만 했습니다.

<녹취> 샤를린 : "우유를 사러 내려왔다 되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녹취> 델로린치 : "순식간입니다. 정말 순식간에 당신이 가진 모든 게 타 없어져요. 만약 우리 집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할지…."

산불이 난 인근 지역의 마을 강당이나 학교 건물에 대피소가 차려졌습니다.

집을 버리고 피난을 왔지만 집이며 마을이며 행여 불에 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녹취> 듀이 : "토요일 오후부터 이러고 있는데 정말 힘드네요. 집이 무사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요."

말, 염소, 개와 고양이 등 가축과 동물들도 산불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녹취> 스테이시 : "말 네 마리를 '알라모 산불'로부터 안전하게 대피시켰습니다. 주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말들을 안전하게 돌볼 겁니다."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소방관 5천여 명과 소방헬기, 소방차가 총출동해 폭염 속에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마솥 더위에 험준한 산악지형 등으로 진화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녹취> 이바라(소방관) : "산불이 왜 났는지 현재 조사 중입니다. 폭염 때문에 진화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처럼 산불이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는 이곳 미국 남서부 지역에는 섭씨 43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 최대 도시 피닉스는 섭씨 46도까지 솟구쳤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차량 대시보드 열기에 초콜릿을 녹여 과자를 만들기도 하고 쿠키도 구워내 보이며 더위를 실감합니다.

플라스틱 담벼락도 도로 간판도 녹아 내렸고 운전대는 오븐 장갑을 껴야 잡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피닉스에서만 최근 냉방기가 작동하지 않은 주택에서 노약자 2명이 숨지는 등 더위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비글러(소방관) : "노약자들은 일단 그늘로 보내고요, 가능하다면 자동차든 건물이든 냉방장치가 돼 있는 곳으로 일단 옮겨야 합니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도 이례적으로 일찍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면서 거리는 한적해진 반면 도심 공원에는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분수대를 찾아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녹취> 베로니카 :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강아지를 데리고 어디로 피해야 할지 찾는 중인데요, 그런데 진짜 진짜 덥네요."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도를 웃돌면서 13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애리조나주 등 남서부 지역 일원이 섭씨 43도를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폭염경보를 발령했습니다.

특히 뜨거워진 차 안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숨지는 사고가 끊이지 않아 당국은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폭염에다 산불까지 덮친 이곳 주민들은 엎친 데 덮쳐 정전 사태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 북부 노스리지 전력소 전력 배송시설이 폭발하면서 14만여 가구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수도 전력국에서 밤새워 긴급 복구에 나서 상당수 가구의 전원이 복구됐지만 많은 가구가 가마솥더위와 싸우며 정전으로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지금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최동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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