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kg으로 묶인 ‘탄두 중량’…38년 만에 풀리나?

입력 2017.07.25 (15:18) 수정 2017.07.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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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 [뉴스9] 800km 사거리·1t 탄두…“대북 억제력 증대”

정부가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현재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미사일 지침 개정에 착수할 경우 2001년 이후 3번째가 된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지침에서 제한한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풀릴 때마다 미사일 능력을 확대해 왔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180km에서 시작해 300km에 이어 2012년 800km까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최대 사거리에서의 탄두 중량은 1979년 첫 '한미 미사일 지침' 마련 이후 38년간 500kg으로 묶여 있었다.

미국과의 마찰...1979년 첫 '한미 미사일 지침'

한미 양국이 미사일 사거리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78년쯤부터다. 박정희 대통령 지시 아래 첫 유도미사일 '백곰' 개발이 한창이던 때다. 미국은 1979년 7월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명의의 공식 서한을 보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1979년 9월 우리 미사일 개발 범위를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한다.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 제한이 처음 나온 배경이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미사일 개발 지침을 스스로 만들고 미국에 통보하는 식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결국 쌍방 협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비쳐 이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불렸다.

2001년 1차 미사일 지침 개정...'300km·500kg'으로 확대

1995년 우리 정부가 탄도미사일 '현무'의 양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던 즈음, 미국은 '180km·500kg' 위반 소지가 있는 연구 개발이라며 또 한 번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사일 지침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1996년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5년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2001년 한미 양국은 탄두 중량 제한은 500kg으로 유지하되, 사거리를 300km로 확대하기로 한다.

다만 탄두는 사거리 300km 이내에서 '트레이드-오프'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레이드-오프'란 두 가지 목표치를 두고 하나가 미달할 때 다른 한쪽에서 그만큼을 달성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신형 미사일의 사거리를 200km로 개발한다면, 탄두를 500kg보다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사거리 늘렸지만 '탄두 중량'은 그대로

이후 북한 위협이 증대되면서 우리 정부는 미사일 개발 능력 향상을 위한 미사일 지침 추가 협상을 꾸준히 요구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2012년 10월 사거리를 800km로 늘리는 새로운 미사일 지침에 미국과 합의한다. 하지만 탄두 중량은 기존의 500kg 그대로 제한됐다.

탄두 중량은 그대로였지만, 우리 군은 한반도 전역에서 미사일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사거리 800km는 제주를 기준으로 신의주까지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군은 지난 4월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2C'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올해 안 실전 배치를 추진한다.

2017년 3차 미사일 협상 재개되나?

2차 미사일 지침 협상을 통해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최대 800㎞로 늘렸지만, 그에 상응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한 과제였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 위력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손시키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에 수백 개로 추정되는 지하 전략 시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탄두 중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뿐 아니라 산을 뚫어 전투기 격납고까지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다.

탄도미사일의 중량이 500㎏에서 2배로 늘어나면 파괴력도 그만큼 늘어난다. 지하 수십 m의 적 벙커를 섬멸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공대지 유도폭탄인 벙커버스터는 탄두 중량이 2.4t에 달한다.

미국 측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 저지가 중요 목표인 만큼 탄두 중량 개정 협상에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사일 지침 개정은 올 하반기에 열릴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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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kg으로 묶인 ‘탄두 중량’…38년 만에 풀리나?
    • 입력 2017-07-25 15:18:42
    • 수정2017-07-25 21:44:42
    취재K

[연관 기사] [뉴스9] 800km 사거리·1t 탄두…“대북 억제력 증대”

정부가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현재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미사일 지침 개정에 착수할 경우 2001년 이후 3번째가 된다.

우리 정부는 미사일 지침에서 제한한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풀릴 때마다 미사일 능력을 확대해 왔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180km에서 시작해 300km에 이어 2012년 800km까지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최대 사거리에서의 탄두 중량은 1979년 첫 '한미 미사일 지침' 마련 이후 38년간 500kg으로 묶여 있었다.

미국과의 마찰...1979년 첫 '한미 미사일 지침'

한미 양국이 미사일 사거리 문제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기 시작한 것은 1978년쯤부터다. 박정희 대통령 지시 아래 첫 유도미사일 '백곰' 개발이 한창이던 때다. 미국은 1979년 7월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명의의 공식 서한을 보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1979년 9월 우리 미사일 개발 범위를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한다.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 제한이 처음 나온 배경이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미사일 개발 지침을 스스로 만들고 미국에 통보하는 식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결국 쌍방 협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비쳐 이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불렸다.

2001년 1차 미사일 지침 개정...'300km·500kg'으로 확대

1995년 우리 정부가 탄도미사일 '현무'의 양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던 즈음, 미국은 '180km·500kg' 위반 소지가 있는 연구 개발이라며 또 한 번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사일 지침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1996년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5년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2001년 한미 양국은 탄두 중량 제한은 500kg으로 유지하되, 사거리를 300km로 확대하기로 한다.

다만 탄두는 사거리 300km 이내에서 '트레이드-오프'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레이드-오프'란 두 가지 목표치를 두고 하나가 미달할 때 다른 한쪽에서 그만큼을 달성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신형 미사일의 사거리를 200km로 개발한다면, 탄두를 500kg보다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2년 사거리 늘렸지만 '탄두 중량'은 그대로

이후 북한 위협이 증대되면서 우리 정부는 미사일 개발 능력 향상을 위한 미사일 지침 추가 협상을 꾸준히 요구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는 2012년 10월 사거리를 800km로 늘리는 새로운 미사일 지침에 미국과 합의한다. 하지만 탄두 중량은 기존의 500kg 그대로 제한됐다.

탄두 중량은 그대로였지만, 우리 군은 한반도 전역에서 미사일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사거리 800km는 제주를 기준으로 신의주까지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군은 지난 4월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2C'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올해 안 실전 배치를 추진한다.

2017년 3차 미사일 협상 재개되나?

2차 미사일 지침 협상을 통해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최대 800㎞로 늘렸지만, 그에 상응한 파괴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한 과제였다. 탄두 중량 500㎏의 미사일 위력은 비행장 활주로 정도를 파손시키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북한 전역에 수백 개로 추정되는 지하 전략 시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탄두 중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설뿐 아니라 산을 뚫어 전투기 격납고까지 건설한 것으로 알려진다.

탄도미사일의 중량이 500㎏에서 2배로 늘어나면 파괴력도 그만큼 늘어난다. 지하 수십 m의 적 벙커를 섬멸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공대지 유도폭탄인 벙커버스터는 탄두 중량이 2.4t에 달한다.

미국 측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 저지가 중요 목표인 만큼 탄두 중량 개정 협상에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사일 지침 개정은 올 하반기에 열릴 한미안보협의회(SCM)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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